당시의 애플도, 현재의 오픈AI도 스스로를 역사의 창조자로 묘사합니다. 오늘과 내일은 다를 것이며, 그 변화를 만드는 것은 바로 자신이라고요. 그런데 애플과 오픈AI의 광고에는 중요한 차이점이 있습니다. 과거에 대한 정의입니다.
1984년 출시된 매킨토시는 ’태초의 PC’라 할 수 있습니다. 매킨토시 이전의 PC는 복잡한 명령어를 입력해서 가동해야 하는, 소수의 전문가만을 위한 고급 계산기였습니다. 반면, 매킨토시는 GUI(Graphical User Interface), 그래픽 사용자 인터페이스 시대를 연 제품입니다. 파일을 삭제하려면 명령어를 입력하는 대신 휴지통 아이콘을 클릭하면 되는 식이죠. 매킨토시는 기술의 장벽을 무너뜨린, 일종의 ‘전복’이었습니다.
반면, 오픈AI는 인류의 역사가 진보해 왔으며, 그 과정에는 기술이 있었음을 강조합니다. 도트 애니메이션으로 표현된 그래픽은 마치 우주의 비인간 존재가 관찰한 인류의 기술사를 묘사하는 듯한 분위기마저 풍기죠. 바퀴에서 농업으로, 항해에서 달 탐사로 이어지는 인류 기술 성장 서사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것이 오픈AI의 챗GPT입니다. 사업을 계획하거나 외국어 학습을 할 때 도움을 주는 존재로 등장하죠.
오픈AI는 스스로를 혁명가로 표현하지 않았습니다. AGI나 초지능을 내세워 현재를 전복하겠다고 위협하지도 않았고요. 그저 우리의 일상은 앞으로 나아갈 것이라는, 평화로운 약속을 보여줬습니다.
구글: 갑작스러운 환각 치즈
구글의 광고는 오픈AI보다 따뜻하고 다정했습니다. 미국 50개 주에 각기 다른 광고를 냈는데요, 각 지역의 중소기업을 홍보해 준다는 콘셉트였죠. 광고에는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를 활용해 홈페이지에 게시할 제품 설명을 작성하고 디자인을 구상하는 등의 모습이 담겼습니다. 그런데 잡음이 생겼습니다. 위스콘신에서 말입니다.
광고에는 다양한 위스콘신 치즈를 판매하는 사장님의 사연이 담겼습니다. 20년 전에는 온라인 판매 매출이 5퍼센트 정도였지만, 지금은 90퍼센트에 달한다고 합니다. 시간도 없고 글재주도 없는 사장님은 제미나이의 도움을 받아 웹사이트에 올릴 치즈를 소개 글을 작성하고, 덕분에 매장에서 손님들을 더 오래 만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광고에 문제가 있었습니다. 제미나이가 작성한 치즈 소개 글이 거짓이었던 겁니다. 사장님이 판매하려는 ‘스모크 고다 치즈’ 소개 글인데, 제미나이는 다음과 같이 소개합니다.
“고다 치즈는 세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치즈 중 하나로, 전 세계 치즈 소비량의 50~60퍼센트를 차지합니다.”
사실이 아닙니다. 전문가는 남미나 아프리카, 서남아시아 지방의 ‘프레시 치즈’류가 고다 치즈보다 훨씬 소비량이 많다고
이야기합니다. 모차렐라나 리코타 같은 종류입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구글은 광고의 해당 부분을 수정했습니다. 하지만 이미 사달이 난 뒤였습니다. 오히려 영상을 수정했다는 것 때문에 댓글 창은 더 거센 비난으로 가득 찼습니다. 제미나이의 환각 증상을 ‘은폐’하려고 한다는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