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이 해소되어야 할 이유

bkjn review

구글이 정말 공중분해 될 가능성은 작습니다.

독점이 해소되어야 할 이유

2025년 4월 22일

새로운 AI 모델이 발표되었습니다. 농담도 하지 못하고 PDF 내용을 요약해 주지도 못합니다. 하지만 아주 특별한 능력을 갖추고 있습니다. 구글의 ‘돌핀제마’ AI는 돌고래와 인간 사이에서 ‘통역’을 할 수 있거든요. 구글다운 행보입니다. 생각지 못했던 곳에서 AI가 불러올 혁신의 가능성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생성형 AI 시대의 주인공은 여전히 챗GPT와 오픈AI입니다. 챗GPT 웹사이트 월간 방문 횟수(MAU)는 15억 회가 넘습니다. 구글의 제미나이는 3억 회가 넘는 수준이고요. 하지만 노벨상을 받은 곳도, 자체 GPU를 생산하고 있는 곳도, 자체 클라우드를 가진 곳도 구글입니다. 최근 내놓은 영상 생성 AI인 ‘비오2(Veo2)’는 오픈AI의 소라(Sora)를 가뿐히 뛰어넘었다는 평가를 받았고요. 구글은 언제든 판을 뒤집을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이렇게 구글 제국의 아성은 생성형 AI 시대에도 여전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도전적이고 실험적인 시도가 이어지고 있으며, 아마존과 더불어 AI 수직 계열화도 빠른 속도로 완성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변수가 있습니다. 제국을 흔들어 무너트리고자 하는 복병이 있기 때문입니다. 미국 정부입니다. 좀 더 정확히 말하자면, 미국의 반독점 당국입니다.

속없는 찐빵

구글이 독점 기업인지를 굳이 따져볼 필요는 없습니다. Google.com은 미국 검색 시장의 약 90퍼센트를 점유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적으로도 가장 많이 사용되는 검색 엔진이죠. 문제는 이 독점적 지위를 어떻게 획득하고 유지했느냐입니다.

미국 정부는 구글이 독점을 강화하기 위한 전략을 사용해 왔다고 보고 소송을 진행했습니다. 구글이 애플의 아이폰에서 Google.com을 기본 검색 엔진으로 설정되게 하도록 거액을 지불해 왔다는 겁니다. 법정에는 ‘행동 경제학’까지 등장했습니다. 휴대전화로 어떤 정보를 검색하는 행위는 자주, 즉각적으로 이루어집니다. 때문에 기본값으로 설정해 둔 검색 엔진을 굳이 변경하지 않고 그대로 사용하게 된다는 점이 강조되었죠.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구글이 혁신과 초기 투자 덕분에 검색 시장에서 독점적 지위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반박했지만, 결과적으로 구글은 지난 2024년 8월 패소했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지난 4월 17일에는 구글이 온라인 광고 시장도 불법적으로 독점했다는 판결이 나왔습니다. ‘AI 애드 매니저’ 플랫폼을 이용해 광고 서버와 거래소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겁니다. 쉽게 말해, 온라인 광고 시장을 움직이는 기술을 독점해 경쟁자가 들어올 수 없게 막았다는 얘깁니다.

이대로라면 구글은 크롬과 광고 사업 일부를 매각해야 합니다. 지난 2024년, 구글의 모회사 알파벳의 연간 매출은 3500억 달러였고 이 중 75퍼센트가 광고 매출이었습니다. 구글 제국을 떠받치고 있는 사업을 통째로 들어내라는 얘깁니다. 구글이 절대로 받아들일 수 없는 요구입니다. 현지 시각 4월 21일, 검색 엔진 관련 2심이 시작되었고, 광고 사업 관련해서도 구글은 항소를 준비하고 있습니다.

슈퍼스타가 사라지면

미국 반독점 당국은 구글을 해체하는 데에 사활을 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정치적인 계산도 있을 것이고, 사실상 제2의 권력으로 떠오른 빅테크를 견제하고자 하는 목적도 있을 수 있습니다. 다만, 본질적인 문제를 따져볼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이 해체된다면, 이용자들에게는 어떤 이익이 있을까요.

구글 해체에 찬성하는 쪽에서는 법원의 반독점 판결이 IT 업계에 새로운 기회를 만들 수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사실, 구글이 급부상할 수 있었던 것도 반독점 판결 덕분이었습니다.

2000년, 연방 법원은 마이크로소프트에 분할 명령을 내립니다. 윈도우 운영체제에 ‘인터넷 익스플로러’ 웹 브라우저를 기본 탑재하는 바람에 당시 경쟁자였던 넷스케이프를 시장에서 배제해 버렸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마이크로소프트는 공중분해 되지 않았습니다. 대신 10년간 정부 감시를 받으며 시장의 경쟁을 활성화하기 위한 조치에 나섭니다. 예를 들면 윈도우 운영체제나 오피스 프로그램의 소스 코드를 일부 공개해 타사의 운영체제 등과 호환이 가능토록 한 겁니다.

이렇게 마이크로소프트가 시장에서 권력을 서서히 내려놓게 되면서 힘이 빠지는 사이 신생 기업들이 치고 올라오기 시작합니다. 구글이 애드워즈 광고 모델을 선보인 것이 2004년입니다. 아마존은 2006년 클라우딩 컴퓨팅이라는 개념을 만들었고요. 페이스북이 등장한 것도 2004년이었습니다. 강력한 경쟁자가 압도적인 격차로 우위를 차지하고 있으면 뭘 해 보기도 전에 힘이 빠지는 경우가 있죠. 이를 ‘슈퍼스타 효과(The Superstar Effect)’라고 합니다. 반대로 절대 강자가 사라지면 춘추전국시대가 도래하는 법이죠. 이번엔 구글이 왕좌에서 내려올 때라는 겁니다.

생각의 감옥

시장 경제의 차원뿐만 아니라 우리의 사유에도 기회가 도래할 수 있습니다. 2000년대 이후, 우리는 구글 이외의 검색 엔진을 경험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행동 경제학이 이야기하듯, 검색은 빠르게 정보를 획득하기 위한 수단입니다. 굳이 구글 이외의 검색 엔진을 고려할 필요가 없죠.

이렇다 보니 우리의 생각은 구글 알고리즘에서 벗어나기 어려워집니다. 우리의 시야각을 구글이 결정하는 겁니다. 학술 분야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논문을 써 보신 분이라면 ‘구글 스칼라’의 존재를 잘 알고 계실 겁니다. 해외 선행 연구를 검색할 때 절대적으로 의존하게 되는 검색 엔진입니다. 주로 인용수가 많은 논문부터 노출되는데, 이게 일종의 ‘확증 편향(Echo Chamber)’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습니다. 즉, 인용수가 높은 논문만 계속해서 재인용되면서, 소수의 ‘슈퍼 스타 논문’만이 후속 연구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게 된다는 겁니다.

이러한 기조에 최근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미국인의 8퍼센트가 챗GPT를 가장 많이 사용하는 검색 엔진으로 꼽은 겁니다. 생성형 AI 검색 엔진을 표방하는 ‘퍼플렉시티’의 약진도 눈에 띕니다. 이를 ‘탈구글’ 현상의 조짐으로 보는 시각이 있습니다. 물론 생성형 AI 검색은 아예 정답을 정리해서 제안하기 때문에 사유의 폭을 오히려 제한할 가능성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되겠지요. 다만, 구글이라는 검색 엔진의 영향력이 약화하게 된다면 다양한 선택지가 새롭게 부상할 기회가 될 수는 있을 겁니다. 당장 덕덕고(DuckDuckGo)나 빙(Bing) 등이 주목받고 있죠.

미래의 반독점

한편, 구글을 향한 법원의 판단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사실, 구글을 향한 반독점 소송이 제기된 것은 2020년입니다. 첫 재판은 2023년 시작되었고 이제 막 항소심이 시작되었죠. 최종 판단이 나오려면 앞으로 몇 년이 더 걸릴 겁니다. 문제는 시장이 격변의 시대를 맞고 있다는 점입니다.

생성형 AI가 구글의 검색 시장 지배력을 흔들기 시작했습니다. 애플은 애플 인텔리전스에 챗GPT를 통합하고 있고요. 물론, 구글도 제미나이를 삼성 갤럭시 시리즈에 탑재하면서 반격을 준비하고 있기는 합니다. 다만, ‘인터넷 검색’이라는 패러다임 자체가 전복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즉, 몇 년 후의 구글은 지금과는 꽤 다른 모습일 수 있습니다. 검색 엔진과 이를 통한 광고 사업이 여전히 주요 매출원일지 알 수 없다는 겁니다.
 
구글의 혁신을 굳이 멈춰 세울 필요는 없을 겁니다. 돌고래를 이해하게 될 미래는 분명 멋질 테니까요. 다만, 기술 독점에 우리가 갇힐 필요는 없겠지요. 출처: Google
그렇다면 우리는 이 기술 대기업이 지속적으로 혁신을 만들어 낼 가능성을 파괴하지 않으면서 다양한 선택지를 돌려받을 방법을 동시에 고민해야 합니다. 풀기 어려운 문제죠. 과거의 독점에 집착하기보다 미래의 독점을 막을 방법에 집중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구글 검색 엔진에는 이미 제미나이가 통합되어 있습니다. AI 기반 검색 서비스(AI Overviews)가 본격화하면서 다양한 분야의 웹 트래픽이 감소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속속 발표되고 있죠. 구글이 현재의 검색 시장에서의 독점적 지위를 이용해 AI 시대에도 절대 강자로 군림하기 위한 계획을 차근차근 진행 중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IT 기업들의 공공성에 관한 논의도 함께 제기해 볼만합니다. 인터넷, 터치스크린 기술, GPS 등은 미국 정부가 자금을 지원해 개발된 것입니다. 일종의 공공재라고 할 수 있죠. 그렇다면 이 기술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현재의 IT 기업이나 AI 기업의 기술 자본은 어느 정도 공공 부문에 기여할 필요가 있습니다.

구글이 정말 공중분해 될 가능성은 작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그랬던 것처럼 구글도 어떻게든 최악의 상황은 피할 겁니다. 최고의 기술은 시대를 독점합니다. 필연적으로 말이죠. 그 독점을 해소할 방법을 찾을 때 기술은 미래로 나아갑니다.
* bkjn review 시리즈는 월~목 오후 5시에 발행됩니다. 테크와 컬처, 국제 정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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