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란 무엇인가?

bkjn review

언론사는 변화를 따라잡지 못했지만, 알고리즘은 따라잡았습니다.

뉴스란 무엇인가?

2025년 5월 20일

뉴스란 무엇일까요? 지금 읽고 계신 북저널리즘의 콘텐츠는 뉴스일까요? 많은 개념이 그렇지만, ‘뉴스(News)’의 정의 또한 시대와 맥락에 따라 변화해 왔습니다. 2025년의 뉴스란 과연 무엇인지, 최근 미국의 싱크탱크 퓨 리서치 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재미있는 보고서를 냈습니다. 제목은 〈뉴스란 무엇인가?(What Is News?)〉 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좀 엉뚱한 질문 같습니다. 언론사가 내는 기사라면 보통 ‘뉴스’라고 이야기하니까요. 하지만 이런 생각에 동의하지 않으시는 분도 분명히 계실 겁니다. 특정 언론사의 기사는 뉴스라고 생각하지 않을 수도 있고, 주장이 담긴 글도 뉴스로 볼 수 있는지 모호한 경우도 있죠.

실제로 학계에서는 뉴스의 정의를 새롭게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습니다. 뉴스의 생산자, 그러니까 언론사의 입장이 아니라 수용자의 입장에서 뉴스를 바라보자는 겁니다. 뉴스란 무엇인지 언론사가 정하는 것이 아니라 독자가 정의하는 시대라는 겁니다. 그렇게 되면 독자도 뉴스를 둘러싼 중요한 ‘행위자’가 됩니다. 어떤 매체를 이용하는지, 뉴스를 둘러싼 토론의 장에서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기사를 친구에게 공유하는지 등이 수용자를 행위자로 만듭니다.

이런 관점에서 퓨 리서치 센터는 약 1만 명의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뉴스가 무엇인지 질문했습니다. 여기에 57명의 일반 독자가 참여한 온라인 게시판에서의 토론, 13명의 언론인을 대상으로 한 심층 인터뷰까지 종합해 보고서를 작성했습니다. 데이터 너머의 현실적인 이야기까지 담은 겁니다. 미국의 조사이긴 하지만, 우리나라의 상황에 비추어 보고, 적용해 볼 내용이 꽤 있습니다.

FACT
 
85퍼센트의 응답자가 뉴스는 사실이어야 한다고 답했습니다. 아무래도 편향적인 뉴스, 의견을 가장한 뉴스에 좀 지친 것 같습니다. 의견이나 논평은 뉴스가 아니라는 데에 일반 독자와 언론인 모두 동의했죠. 하지만 실제 뉴스를 소비할 땐 달랐습니다. 정기적으로 의견이 담긴 콘텐츠를 소비하거나 누군가에는 편향적으로 인식되는 뉴스를 소비하기도 하는 겁니다.

온라인 게시판에서 토론을 진행한 참가자들이 자신의 인종이나 성별, 종교는 물론이고 정치적 성향과 같은 개인적인 특성이 뉴스를 소비하거나 평가할 때 큰 영향을 미친다고 이야기했습니다. 55퍼센트의 설문 응답자가 자신의 정치적 관점과 뉴스의 관점이 유사한지 여부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즉, 뉴스가 편향적이어서는 안 된다고 이야기하지만, 개인의 입장과 생각에 따라 어떤 뉴스를 소비하는지가 갈립니다.

개개인의 목소리를 들어볼까요. 한 공화당 지지자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관한 〈CBS〉의 뉴스에 관해 “뉴스가 아니다”라고 이야기합니다. 민주당의 얘기일 뿐이라는 것이죠. 하지만 민주당 지지자에게 〈CBS〉는 믿을 만한 뉴스 매체입니다. 이제 언론사는 ‘내가 신뢰하는 언론사’와 그렇지 않은 언론사로 나뉘게 되었습니다. 특히, 몇몇 보수 성향의 토론 참여자들은 더 이상 기존의 매체를 신뢰하지 않게 되었다고 밝혔죠.

우리나라에서도 비슷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정치적 성향에 따라 신뢰하는 매체가 갈리고, 극단적인 경우에는 레거시 미디어 전체를 불신하기도 합니다. 최근의 탄핵 국면에서 이러한 경향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의 탄핵에 반대하는 집단에서 대표적 보수지로 꼽히는 《조선일보》에 대한 반감이 급상승하고, 극우 유튜브 채널을 중심으로는 조·중·동 절독 운동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HARD NEWS

뉴스의 사실 여부, 편향성의 정도에 독자들이 민감한 까닭은 정치 뉴스를 중요하게 생각하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선거 결과나 가자 지구의 전쟁 소식 등은 설문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분명히(definitely) 뉴스’라고 답했습니다. 반면, 스포츠 관련 정보는 18퍼센트가, 유명인의 사생활에 관한 정보에는 3퍼센트가 같은 답변을 했죠.

전통적으로 뉴스가 정치와 경제, 사회와 문화 순으로 기사를 배치해 왔던 까닭일 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러한 ‘경성 뉴스(Hard News)’야말로 진정한 뉴스라고 인식합니다. 우리 삶에 깊이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으로 중요한 뉴스라는 것이죠. 하지만 동시에 언론사의 문법을 벗어나 자신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뉴스를 인식하는 움직임도 보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유명 정치인의 설화보다는 우리 동네에 들어온다는 쓰레기 소각장 소식이 더 중요한 뉴스로 인식될 수 있을 겁니다.
 
이러한 판단은 극도로 개인화한 온라인 뉴스 환경과 맞물려 변화를 만듭니다. 토론에 참여한 사람들은 소셜 미디어나 구글의 뉴스 큐레이션 알고리즘에 관해 명확하게 인지하고 있었습니다. ‘트렌드’나 ‘발견’ 같은 단어가 알고리즘이 선택한 소식이라는 뜻이라는 점도 포함해서 말이죠. 이런 알고리즘의 추천을 즐겨 사용한다는 증언이 있었습니다. 나의 관심사에 부합하는 콘텐츠를 제대로 보여 준다는 겁니다.

반면, 다른 의견을 가진 토론 참여자도 있었습니다. 자신이 팔로우하지도 않는 추천 콘텐츠 때문에 혼란스럽다는 겁니다. 한 40대 남성은 X.com에서 정치적인 내용을 많이 접하게 되는데, 출처도 불분명한 것들이라고 이야기합니다. 분명 자신의 알고리즘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추측하죠.

그런데 이러한 답변들에는 알고리즘이 나의 취향을 잘 알고 있으며, 그에 근거한 추천을 하고 있다는 믿음이 있습니다. 물론 일부는 맞습니다. 반면, 일부는 그렇지 않지요. X.com이 아직 ‘트위터’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2020년, 트위터가 논문을 발표합니다. 트위터의 알고리즘이 우파 성향 매체의 콘텐츠를 더 많이 노출한다는 내용이었습니다. 물론 국가별로 차이는 있었지만, 대부분의 국가에서 비슷한 경향이 나타났습니다.

게다가 《월스트리트저널》이나 공익 조사를 주로 개재하는 《프로퍼블리카》와 같은 비영리 단체보다는 정확도가 가장 낮은 군소 매체의 기사를 더 ‘증폭’시키는 결과를 보여 줬습니다. 알고리즘이 개인의 취향은 잘 알고 있을지 몰라도, 개인이 생각하는 진정한 뉴스를 큐레이션 해 주는 것은 아니라는 결정적 증거입니다.

Algorithm

알고리즘의 힘이 가장 크게 발휘되는 공간이 바로 소셜 미디어입니다. 새롭게 등장한 뉴스 플랫폼이죠. 이곳에서는 뉴스와 일상의 경계가 더 흐릿해집니다. 아래 화면은 프랑스의 《르 몽드》가 운영하는 공식 인스타그램 계정입니다. 맨 윗줄부터 차례대로 볼까요. 노숙인들이 애완견을 키우는 것의 이점, 루마니아 대통령 선거 소식, 유로비전 소식입니다. 다음 줄은 달걀을 세로로 뒀을 때와 가로로 뒀을 때의 강도 차이, 아프리카 SF 소설 소개, 법무부 장관이 제기한 ‘최소 형량’ 이슈 순입니다. 여러분은 이 중 무엇이 뉴스이고 무엇이 뉴스가 아니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나라 언론사도 유튜브 채널이나 인스타그램 계정에서는 뉴스인지 모호한 주제를 다루는 경우가 많습니다. 조회 수가 나와야 매출이 되기 때문입니다. 이번 조사에서 인터뷰에 응한 언론인들은 최근 언론사의 뉴스 큐레이션이 언론인의 경험이나 사회적으로 중요한 이슈에 관한 판단에 따라서만 이루어지지 않는다고 이야기합니다. 오히려 ‘바이럴’이 될 만한 아이템을 고른다는 것이죠. 뉴미디어 매체 〈TNM〉의 레베카 허슨 편집장은 “지금 뉴스를 구성하는 것이 반드시 공공의 이익에 부합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라고 지적합니다. 사람들이 무엇이 관심을 두는지, 트래픽이 어디로 몰리는지 등에 따라 뉴스 매체가 내놓는 콘텐츠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죠.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은 이용자가 최대한 오랫동안 플랫폼에 머물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뉴스 수용자가 생각하는 중요한 뉴스의 기준과는 관계없이 작동합니다. 선거나 법 개정에 관한 소식보다 달걀에 관한 사소한 비밀을 더 자주 보여 줄 수도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에 시간을 낭비했다는 자책에 뒷맛이 씁쓸할 수는 있겠지만,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이 운영하는 소셜 미디어의 알고리즘은 내일도 우리의 눈길을 사로잡을 만한, 뉴스 아닌 뉴스를 보여 줄 겁니다.

Platform

그럼에도 독자들은 소셜 미디어에서 뉴스를 읽고 평가하는 방법에 관해 명확한 기준을 갖고 있습니다. 퓨 리서치 센터의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출처를 중요하게 생각했습니다. 〈abc〉나 〈CBS〉 등이 운영하는 공식 계정에 올라온 게시물은 뉴스라고 인식하는 겁니다. 그 외에도 신뢰할 수 있는 개인이 올린 게시물도 뉴스라고 인식합니다. 자신이 참여하고 있는 페이스북 지역 커뮤니티의 회원이 올린 교통 정보를 뉴스라고 느끼는 식입니다. 반면, 뉴스 매체에 등장한 정치인이나 유명인의 발언이라도 전체 맥락이 모호하거나 새로운 정보가 아니라고 판단하면 뉴스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토론 참여자들은 다음과 같은 소셜 미디어 게시물을 뉴스로 판단했습니다. 왼쪽부터 출처가 〈CBS〉이기 때문에, 지역 커뮤니티의 믿을 만한 사람이 올린 교통 정보이기 때문에 뉴스라고 봤죠. 마지막 게시물에 관해서는 그 자체로 뉴스가 아니지만, 뉴스 기사로 만들어질 수 있는 소스라고 판단했습니다. 출처: 퓨 리서치 센터
즉, 뉴스 수용자들은 믿을만한 출처가 어디인지에 관해 확실한 기준을 갖고 있으며 그 출처를 제대로 확인할 능력도 갖추고 있습니다. 콘텐츠의 내용이 믿을 만한지, 최신 소식인지도 따집니다. 학자, 혹은 언론계 종사자들이 늘 우려하는 독자들의 ‘미디어 리터러시’는 사실 그렇게 걱정스러운 수준이 아닐 수 있다는 얘깁니다.

문제는 언론사에 있습니다. 언론사가 뭘 크게 잘못하고 있다기보다는 뉴스 수용자가 이야기하는 다양한 뉴스의 정의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얘깁니다. 이 보고서는 처음부터 ‘뉴스란 무엇인지’ 묻고 있지만, 답은 없습니다. 조사에 참여한 사람들은 주제, 출처, 플랫폼, 개인의 관심사, 정치적 성향 등에 따라 각기 다른 뉴스의 정의를 갖고 있습니다. 심지어 나와 남의 정의가 다르다는 점도 확실히 알고 있죠.

이런 변화를 언론사는 따라잡지 못했지만, 알고리즘은 어느 정도 따라잡았습니다. 그 결과 사람들은 개인화된 뉴스를 제공받는다는 만족감은 있지만, 정작 자신이 진짜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뉴스,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뉴스에서는 멀어질 위험에 처해 있죠.

그렇다면 지금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적어도 미디어 리터러시를 향상하기 위한 교육 같은 것은 최우선 순위에 오르지 못할 것 같습니다. 오히려 뉴스 소비자를 만족시킬 수 있는, 알고리즘으로부터 자유로운 큐레이션의 중요성에 주목해야 합니다. 독자는 충분히 지적이며 현명합니다. 좋은 뉴스의 기준을 명확히 갖고 있으며 기사의 신뢰도를 판단하고, 그 판단에 따라 대안을 찾습니다. 어쩌면 뉴스를 전하는 사람들의 다음 과제는 지적인 독자들에게 걸맞은 지적인 큐레이션일지도 모르겠습니다.
* bkjn review 시리즈는 월~목 오후 5시에 발행됩니다. 테크와 컬처, 국제 정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