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의 덫 차가운 공기가 세계를 뜨겁게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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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스티븐 부라니
발행일 2019.10.15
리딩타임 17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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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3,6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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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깊이 읽어야 하는 이유
에어컨 보급 이후, 세계는 더 뜨거워졌다.
에어컨 없이 사는 법을 배우지 않으면, 우리의 삶은 더 불편해질 것이다.


과거 공장이나 상업 시설, 공공 기관에서 사용했던 에어컨은 1990년대 전 세계의 가정으로 침투하면서 냉장고, 텔레비전과 같은 필수 가전이 되었다. 특히 에어컨은 경제적 성공과 계층의 상승에 따른 삶의 질 개선의 방법으로 인식되면서 각광받았다. 그러나 에어컨 보급은 소비자의 선택이 아니라 건설업계와 전력 회사들의 사업 전략에 따른 결과였다. 건설업계는 에어컨을 활용해 지역마다 다른 기후 특성에 무관하게 똑같은 건축물을 찍어 낼 수 있었다. 전력 회사들은 냉장고의 15배에 달하는 전력을 소비하는 에어컨을 보급하면서 사업을 확장했다. 문제는 에어컨이 뿜어내는 배기가스가 지구 온난화의 원인 중 하나라는 것이다. 세계는 폭염의 해법으로 에어컨을 선택하고, 에어컨 사용으로 더 더운 환경에 노출되는 악순환에 빠져 있다. 에어컨의 효율을 높이는 신기술도 개발되고 있지만, 단기간에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지 않는다면 효과는 미미하다. 가장 현실적인 방법은 에어컨 사용을 줄이는 습관의 개선, 정책의 변화다.

* 17분이면 끝까지 읽을 수 있습니다(A4 12장 분량).

The Guardian × BOOK JOURNALISM
북저널리즘이 영국 《가디언》과 파트너십을 맺고 〈The Long Read〉를 소개합니다. 〈The Long Read〉는 기사 한 편이 단편소설 분량이라 깊이 있는 정보 습득이 가능하고, 내러티브가 풍성해 읽는 재미가 있습니다. 정치, 경제부터 패션, 테크까지 세계적인 필진들의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합니다.
저자 소개
저자 스티븐 부라니(Stephen Buranyi)는 영국의 작가이며 면역학 분야의 전 연구원이다.
역자 서현주는 한양대학교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HENKEL과 VISA의 한국 법인에서 근무했다. 현재는 방송 분야에서 프리랜서로 활동 중이다.
 
키노트
이렇게 구성했습니다

1. 에어컨이 세계를 따뜻하게 만들고 있다
송전망을 무너뜨리는 폭염
에어컨과 냉장고의 전력 소비량 비교
휴대 전화만큼 흔한 에어컨

2. 건축과 에어컨
공장과 공공장소에서 가정으로
주택 건설 붐과 신의 선물
세계에서 가장 큰 에어컨

3. 전 세계를 휩쓸다
미국화된 건축과 에어컨
진보의 상징
가장 간단한 선택지

4. 기술은 우리를 구원하는가
1902년에 머물러 있는 냉방 기술
기술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한 시간
아무도 모르는 변화의 방법

5. 이상적인 실내 온도는 없다
에어컨은 정말 필요한가
안락함은 객관적인 기준이 아니라 적응의 결과다
기술과 습관 사이의 어딘가
에어컨을 규제하라

먼저 읽어 보세요

에어컨은 유난히 전력 소모가 많은 가전제품이다. 방 하나를 시원하게 만드는 소형 에어컨은 평균적으로 4개의 냉장고를 가동하는 것보다 더 많은 전력을 소비한다. 평균적인 집 한 채를 냉방할 수 있는 에어컨은 냉장고 15개 이상의 전력을 소비한다. 현재 전 세계에 10억 개가 넘는 싱글 룸 에어컨이 있다. 인구 7명당 1대꼴이다. 많은 보고서들은 2050년까지 에어컨의 수가 45억 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에어컨이 휴대 전화만큼이나 흔해지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에어컨이 전 세계 전력의 약 13퍼센트를 사용하게 될 것이다. 에어컨은 현재 세계 3위의 탄소 배출국 인도와 같은 수준인 연간 20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내뿜게 된다.

에디터의 밑줄

“더워질수록 더 많은 에어컨을 만들고, 에어컨이 많아질수록 온도는 더 올라간다. 에어컨에 의해 야기되는 문제는 우리가 기후 위기에 대응하면서 직면하게 되는 문제와 유사하다. 우리가 가장 쉽게 접근할 수 있는 해결책은 결국 우리를 근원적인 문제에 더 가까이 묶어 둘 뿐이다.”

“에어컨이 늘어난 것은 소비자 수요의 폭증이 아니라, 전후 주택 건설 붐을 배경으로 한 산업의 동향 때문이었다. 1946~1965년 미국에서 3100만 채의 새로운 주택이 건설되었다. 집을 짓는 사람들에게 에어컨은 신의 선물이었다. 건축가와 건설 회사들은 더 이상 지역의 기후를 크게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이제는 남부 뉴멕시코에서도 북부 델라웨어와 같은 스타일의 집을 팔 수 있었다.”

“혁신적인 에어컨으로 전 세계의 탄소 배출량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는 수상작인 효율 높은 에어컨이 늦어도 2022년에는 판매되기 시작해야 하고, 2030년까지는 시장의 80퍼센트를 점유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 신제품은 10년 안에 경쟁 상품들을 거의 완전히 대체해야 하는 것이다.”

“에어컨 사용을 줄이라는 요구는 사람들이 폭염 속에서 죽어야 한다는 제안으로 오해받거나, 부유한 나라의 시민들이 이미 누리고 있는 안락함을 다른 나라 사람들에게는 허락하지 않는 악의적 욕망의 증거로 취급당한다.”

“이상적인 실내 온도로 알려진 기준은 오랫동안 에어컨 기술자들이 결정해 왔다. 거의 모든 인간이 항상 같은 온도 범위를 원한다는 생각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 기저에는 안락함은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는 생각이 깔려 있다. 자카르타에 있는 건물이 보스턴의 건물과 동일한 온도여야 한다는 것이다.”

“과거로 돌아갈지 말지를 논하는 문제가 아니다. 예전에는 사람들이 기온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를 알고 있었다. 그러나 에어컨이 기온을 제어하는 방법으로 인식되면서 에어컨 없는 대처법은 관심에서 멀어졌다. 아무도 이후에 벌어질 일을 알지 못했다. 사람들은 이제 그 결과를 목도하고 있다.”
코멘트
에어컨이 개발되고 보급된 과정, 지구 온난화에 미치는 영향, 이상적인 온도에 대한 주관적 기준 등을 다각도로 추적하면서 인류가 에어컨 없이도 안락하게 생활할 수 있다는 사실을 증명하고 있다. 환경에 관심이 많은 사람들조차도 인식하지 못하는 일상의 에어컨 사용이 비극을 초래하고 있다는 지적은 삶과 환경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시하고 있다.
북저널리즘 CCO 김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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