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산화탄소 포획 전략
1화

방법은 있지만, 갈 길은 멀다

방법은 있지만, 갈 길은 멀다

어지른 물건을 치우는 방법을 가르치는 유치원의 지혜를 빌리면, 도덕적인 균형과 실천적인 예의에 약간의 명령을 더하는 것이 단순한 지시보다는 낫다. 지구 문명도 유치원의 아이들과 마찬가지다. 이번 주에 발표된 보고서에 따르면 산업화된 국가들이 대기 중에 내뿜는 이산화탄소의 양은 연간 431억 톤에 달한다. 현재와 같은 효과 없는 노력을 멈추고 다른 차원의 방법을 찾아야 하는 순간은 올 것이다. 지구라는 기계 장치를 뒤로 돌려서 이산화탄소를 대기 중에서 끄집어내야 하는 상황 말이다. 그러나 현재의 세계는 이런 힘든 도전을 펼칠 준비가 전혀 되어 있지 않다.

한때는 이런 노력이 불필요했다. 1992년 브라질의 리우에서 열렸던 지구 정상 회의에 모인 전 세계 국가들은 온실가스 배출을 줄여 지구에 해를 끼치는 기후 변화를 막겠다고 공언했다. 부유한 국가들은 기후 문제를 더 악화시키지 않는 방법으로 가난한 나라들의 발전을 돕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리우 회의 이후에도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매년 늘어나기만 했다. 산업혁명 이후로 인류가 대기 중에 뿜어낸 이산화탄소 중 무려 50퍼센트가 1990년 이후에 방출된 것이다. 더 중요한 것은 탄소의 총량이다. 대기 중에 탄소가 더 많아질수록 기후는 더 많이 변할 것이다. 이산화탄소의 양을 고려하면 아직은 기후 변화의 양상이 생각만큼 심각하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이는 마치 불 위에 올려놓은 냄비 안의 물과 같아서 끓어오르기까지 시간이 필요할 뿐이다.

2015년 파리협정에 서명한 국가들은 기온 상승 수준을 섭씨 2도 이내로 제한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유엔 사무총장인 안토니우 구테흐스(António Guterres)는 12월 2일 파리협정의 구체적인 사항을 합의하기 위해 마드리드에 모인 거의 200개에 달하는 국가들을 향해서 “목표 달성을 위한 우리의 노력은 너무나 부족하다”고 말했다.
전 세계 이산화탄소 저장량/ 누적, 단위: 백만 톤/ 2018년 기준 전 세계의 하루 이산화탄소 배출량 (붉은색 점선)
현재 세계는 산업혁명 이전보다 섭씨 1도(화씨 1.8도)가 더 뜨겁다. 예전에는 기상 이변으로 여겨졌던 열파(heatwave) 현상은 이제 흔하다. 북극의 날씨는 고장 나 버렸다. 빙하가 녹고 빙상이 얇아지면서 해수면의 수위는 상승하고 있다. 강력해진 폭풍과 거대해진 해일이 해안을 덮치고 있다. 대양의 화학적 성질도 바뀌고 있다. 지구공학적 방법을 이용해서 지구로 유입되는 햇빛의 총량을 줄여 보자는 급진적인 제안을 제외하면(이런 방식 역시 쉽지 않지만), 이산화탄소의 수준이 떨어지지 않는 한 뜨겁게 달궈진 이 세계는 식지 않을 것이다.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방안인 역배출(negative emission)에 대한 논의는 아직은 시기상조로 보인다. 세계는 배출량을 줄이는 일조차 제대로 해내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많은 나라들은 역배출을 국가적인 과제로 추진하고 있다. 영국은 2050년까지 “순 제로(net zero)” 국가가 되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이는 비행기 운행이나 시멘트 제조와 같은 탄소를 배출하는 모든 활동을 멈추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뿜어내는 만큼의 온실가스를 다시 거둬들이겠다는 뜻이다.

정부 간 기후 변화 협의체(IPCC)는 섭씨 1.5도라는 기온 상승 제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100년까지 수천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해서 따로 저장해야 한다고 설명한다. 추정 범위의 중간값은 7300억 톤인데, 이는 올해 전 세계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약 17배에 달하는 양이다. 이렇게 거대한 양을 포집하기 위한 구조물을 계획하고 설계해서 건설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2050년은 먼 미래가 아니다. 그래서 역배출 방법을 활용하려면 당장 개발을 서둘러야 하는 것이다.

그런데 이 방법에는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기술적인 것이고, 다른 하나는 심리적인 것이다. 기술적인 문제는 매년 수백억 톤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야 한다는 것인데, 세계는 아직 이런 어마어마한 사업을 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이산화탄소를 제거하는 일은 이론적인 차원에서는 간단하다. 나무와 식물이 빨아들이게 하거나, 산업 시설에서 배출하는 가스를 포집해서 지하에 격리하는 것이다. 독창적인 신기술이 발견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무를 심어서 이 일을 처리하려면 작은 대륙 전체를 뒤덮을 정도의 삼림이 필요하기 때문에 현실성이 떨어진다. 막대한 양의 탄소를 포집하는 시스템을 개발하는 것도 어렵기는 마찬가지다. 기술적인 난관뿐 아니라 부족한 인센티브 때문이다.(2화 참조)

심리적인 문제는 이런 것이다. 역배출 방법이 아직 개발되지는 않았지만 언젠가는 개발될 수도 있다는 생각만으로도 지금 당장 배출량을 줄여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 사라지는 것이다. 1990년대에 2도라는 한도가 제안되었을 때는 배출량을 줄이는 것만으로도 그 기준을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었다. 기후 예언가들은 역배출의 효과를 더해 예측 모델을 수정하면서 오늘날에도 여전히 배출량 감소가 가능하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는 마술적 사고에 가까운 위험한 속임수다.

이런 문제는 정책 입안자들을 혼란에 빠뜨린다. 역배출을 위한 기술 개발을 시도하지 않는 것은 무모한 결정이다. 하지만 미래의 시나리오에서나 가능할 기술에 점점 더 의존하는 경향은 엄격히 통제되어야 한다. 유치원에서처럼 어느 정도의 규율은 필요하다.

첫 번째 규율은 누가 이런 사태를 저질렀는지를 명심하는 것이다. 역배출을 실현하는 가장 간단한 방법은 식물을 키우는 것이다. 식물을 키울 수 있는 저렴한 땅은 대체로 가난한 지역에 몰려 있다. 이 가운데 몇몇 지역은 다시 나무를 심고 숲을 조성하는 사업을 환영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해당 지역의 주민들에게 필요한 개발 계획도 함께 추진되어야 한다.

두 번째 규율은 아무렇지도 않게 “순 제로”에 대해서 말하는 사람들에게 필요하다. 그런 말을 하고 싶다면 자신들이 예상하는 배출량이 어느 정도인지를 밝히고 그중에서 얼마를 역배출로 줄일 것인지를 약속해야만 한다. 용어의 사용을 더 엄격하게 규제한다면, 오염 물질을 배출하는 이들에 대한 포용력도 줄어들 것이다.

 

정부에 필요한 것


세 번째 규율은 대규모의 역배출을 실행할 수 있도록 정부가 취해야 할 적절한 조치다. 특히 불가피하게 이산화탄소를 만들어 낼 수밖에 없는 시멘트 산업과 같은 분야에서 탄소 포집 시스템을 개발해서 적용하기 위한 연구와 인센티브가 필요하다. 이런 시스템이 효과를 내려면 탄소에 적절한 가격을 매겨야 한다. 탄소를 배출하는 것보다 포집하는 것이 더 이득이 될 수 있도록 적정한 배출 가격이 되어야 한다. 문제는 탄소 포집으로 이익을 낼 수 있는 탄소 가격의 수준이 엄청나게 높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당분간은 다른 방식의 당근과 채찍이 필요하다. 각국 정부는 현 상황에서는 급진적인 정책을 펼치기가 너무 어렵다고 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가장 쉬운 방법으로 역배출 정책에 의존하고 있는 것 역시 바로 그 정부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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