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이스 브랜딩
7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온라인 시대, 브랜딩의 본질

오프라인 매장의 매출이 급감하면서 유통 대기업들의 구조 조정이 본격화하고 있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판매의 거점을 옮기는 방향이다. 실제로 2019년 국내 유통 시장 온라인 매출 비중은 41.2퍼센트에 달한다. 매출 증가율을 비교하면 격차는 더 벌어진다. 2019년 오프라인 매출은 0.9퍼센트 감소했으나, 온라인 매출은 14.2퍼센트 늘었다. 기업 입장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성장세는 꺾였는데 인력 등 투입해야 하는 비용은 여전히 높은 시장이다.

반면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 급성장하고 있는 기업들도 있다. 이들은 오프라인 공간을 ‘고객과의 접점’으로 정의하고, 비용과 인력을 투입한다. 프라다는 파산 위기에 몰렸을 때, 과감한 투자를 통해 오프라인 공간 에피센터를 구축하고 도약의 전환점을 만들어 냈다. 아이웨어 브랜드 젠틀몬스터는 론칭 초기부터 독특한 스토리를 담은 매장 디자인으로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 현대카드는 고객의 라이프 스타일을 디자인한다는 브랜드 가치를 라이브러리라는 공간으로 구현해 독보적인 입지를 점하고 있다.

이들의 공통점은 오프라인 공간을 판매 목적만으로 활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프라다 에피센터는 프라다 상품이 아닌 공간 자체를 경험할 수 있도록 설계돼 있다. 상품을 구입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프라다라는 브랜드를 체험하기 위해 방문하는 공간을 만든 것이다. 젠틀몬스터는 전시를 보는 듯한 예술적인 경험을 제공해 고객의 방문을 유도한다. 현대카드 라이브러리는 카드 이용이나 가입 같은 직접적 이윤 창출과는 무관한 심미적 아름다움을 갖춘 공간으로 탁월한 취향을 갖춘 사람들을 유인하고, 충성 고객을 확보했다.
저자는 온라인으로 모든 것이 해결되는 세상에서 오프라인 공간은 꼭 가야 할 이유가 없으면 가지 않는 곳이 되었다고 말한다. 동시에 온라인 시대에 오프라인만이 제공할 수 있는 가치도 명확하다고 강조한다. 고객이 감각적인 자극을 받고, 경험하고, 브랜드와 소통할 수 있는 영역은 오프라인 공간이다. 오프라인은 브랜드를 보여 주는 가장 강력한 무대인 셈이다.

온라인 시장의 매출 상승세에만 주목하면, 오프라인 시장의 가치 상승세를 발견하기 어렵다.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라고 불리는 밀레니얼, Z세대는 오히려 발품을 팔아 멋진 공간을 찾고, 경험하고, 공유하는 데 익숙하다. 미국의 밀레니얼, Z세대가 제품 정보를 얻는 경로를 조사한 닐슨의 2018년 조사에 따르면, 제품을 직접 보고 구입한다는 응답자는 57퍼센트로, 온라인에서 검색한다는 응답자(53퍼센트)보다 많았다.
온라인 시대, 경험의 가치는 오히려 커지고 있다. 오프라인 공간은 이제 매출을 일으키는 거점이 아니라, 브랜드의 본질을 보여 주는 소통의 창구로 진화하고 있다. 오프라인 투자를 줄이고 온라인으로 초점을 옮기는 방안은 고객과 브랜드의 관계라는 본질에서 벗어난 해법일 수 있다. 저자의 말처럼 환경은 달라졌지만, 고객의 마음에 호소한다는 브랜딩의 목표는 변하지 않았다. 고객과 브랜드는 여전히 오프라인에서 만나고 있다.

김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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