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응, 투자, 통합
1화

단기적 위기와 장기적 쇠락

제대로 고친다면, 살아남을 수 있다

경기 침체 이전에도 투자자들은 자동차 산업의 전망에 대해 상당히 비관적이었다. 1조 3000억 달러의 전통적 투자 자금이 투입된 공장을 바탕으로 내연 기관이라는 진부한 구식 기술에 의존하는 포드, 르노, 폭스바겐 등은 21세기에 적합한 입지를 다진 기업으로 보이지 않는다. (코로나19로) 자동차 판매가 붕괴되면서 1000만 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이 공룡 산업은 진실의 순간에 직면하고 있다(2화 참조). 오랫동안 오만하고 부적절한 자본 배분의 동의어로 인식된 이 산업은 이제 미래를 내다볼 필요가 있다.

경영자들은 제너럴 모터스 등이 구제 금융을 받았던 2008~2009년보다 지금이 더 낫다고 말한다. 회사들 대다수가 더 많은 현금을 확보하고 있고 더 많은 수익을 얻고 있다. 그러나 이런 논리는 지금까지에만 해당한다. 유럽과 북미 지역 생산량은 1년 전에 비해 50~70퍼센트 줄었다. 자동차 회사들은 고정 비용이 높기 때문에, 가동 용량 이하로 생산하게 되면 빠르게 손실을 입게 된다. 제프리스(Jefferies) 은행은 상위 여덟 개 서구 자동차 기업들이 이번 분기에 500억 달러 이상의 현금을 소진할 것으로 추산한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 연말쯤에는 현금이 바닥날 수도 있다.

다른 위험들도 있다. 경기 침체로 사람들이 자동차 대출금을 갚지 못할 수 있다. 대출금의 상당 부분은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재무 부문이 빌려준 것이다. 중고차 가치의 하락은 재무 부문이 운영하는 리스 서비스의 수익을 떨어뜨린다. 더 많은 사람들이 집에서 일하게 되면 통근은 영구적으로 감소할 수 있다. 중국의 도로를 오가는 승객 수는 코로나19 사태 이전의 57퍼센트에도 못 미친다. 이런 전망은 유가 하락의 원인을 설명해 주고 있다. 투자자들은 불안해하고 있다. 4월 17일 포드는 8.5~9.6퍼센트에 달하는 고통스러운 이자율로 800억 달러를 빌렸다. 자신감을 보이고 있는 유일한 기업이 테슬라다. 전기차 제조에 특화된 이 회사의 주가는 올해 64퍼센트 상승했다.

자동차 산업에는 탄소 발자국을 둘러싼 창조적 파괴에 대한 논쟁이 있었다. 문제는 그렇게 간단하지 않지만 말이다. 수백만 개의 일자리가 위험에 처해 있고 대기업이 산업 투자의 약 60퍼센트를 차지하는 상황에서 뒤늦게 환경 친화적 기술에 투입되는 투자가 늘고 있다. 적응이 멸종보다 훨씬 바람직하지만, 정부 지원금을 받은 자동차 기업들은 현대화하기도 전에 경직될 수 있다. 독일의 지원금 중 하나인 주 정부의 ‘고물차 지원금(cash for clunkers)’은 소비자들의 더러운 내연 기관 자동차 구입을 독려하고 있다. 3월 31일 미국은 자동차 산업을 돕기 위해 배출 가스 기준을 낮췄다. 쉬고 있는 노동자들을 위한 보조금은 단기적으로는 도움이 되지만, 장기간 지속되면 기업들이 자원을 구식 기술에서 신기술로 옮기는 것을 저해할 위험이 있다.
세계 자동차 생산량/ 전년 대비 감소 비율(%)/ 2020년은 전망치/ 출처: 이코노미스트
업계 스스로가 운명을 개척해야 한다. 자동차 기업들은 조립 라인 작업 편성 재설계부터 노동자들을 위한 건강 테스트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보건 프로토콜에 따라 공장을 운영하는 선구자가 되어야 한다. 서구 기업들은 일부 공장의 운영을 재개하고 있지만, 이는 수익이 되기는커녕 단기적인 손실의 원인이 될 것이다.

기업들은 자본 지출이 29퍼센트나 줄었던 2007~2009년과 같은 무차별적인 투자 삭감을 피해야 한다. 자동차 기업들 대다수는 방대한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 부문과 작은 규모이고 손실이 발생하지만, 빠르게 성장하는 하이브리드 및 전기 자동차 생산 부문으로 구성된다. 신규 사업에 대한 지출을 줄이면 배터리 기술 개발과 새로운 전기차 모델 출시가 늦어질 위험이 있다. 배당금, 손실을 발생시키는 해외 투자와 전통적인 자동차 부문 투자를 축소하는 편이 낫다.

최종적인 우선 과제는 통합이다. 중국 지리(Geely)의 볼보(Volvo) 인수와 피아트 크라이슬러의 푸조시트로엥(PSA)과의 합병 등 최근의 통합 움직임이 있었지만, 여전히 너무 많은 중견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글로벌 시장에 도전한다는 꿈에 매달려 있다. 세계에는 여전히 전통적인 자동차를 생산하는 1000개가 넘는 공장이 있다. 르노와 닛산은 시너지 효과보다는 복잡함을 가중시키는 동맹 관계를 지속하고 있다. 적응하고, 미래에 투자하고, 힘을 합쳐라. 그것이 기후, 노동자, 투자자를 위하는 동시에 생존 가능한 자동차 산업으로 가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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