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트리밍 이후의 플랫폼
6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포스트 스트리밍, 콘텐츠에서 컨테이너로

스트리밍 시장은 이미 포화 상태다. 해외에서는 넷플릭스를 필두로 HBO, 디즈니플러스, 애플TV플러스, 훌루, 아마존 등 쟁쟁한 사업자들이 스트리밍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었다. 동영상 콘텐츠를 소비하기 위해 유료 구독 서비스에 가입하는 사람은 매년 증가하고 있고 이제 스트리밍 플랫폼은 전기, 인터넷, 스마트폰처럼 없어서는 안 되는 필수 서비스가 됐다.

콘텐츠 사업자들은 이용자의 선택을 받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동안 글로벌 스트리밍 기업들의 초점은 콘텐츠였다. 누가 더 좋은 콘텐츠를 더 많이 보유하고 있느냐가 핵심 경쟁력이었던 것이다. 미국의 글로벌 콘텐츠 상위 10개 사업자들은 2019년 오리지널 콘텐츠에 약 1129억 달러(139조 원)를 투자했다. 디즈니는 방대한 콘텐츠 라이브러리를 보유하기 위해 ABC, 픽사, 마블, 21세기 폭스 등 콘텐츠 사업자들을 꾸준히 인수해 왔다. 2020년 1분기 1600만 명의 가입자를 확보한 넷플릭스는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173억 달러(20조 원)를 투자할 것으로 전망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은 콘텐츠의 품질 제고에 집중하며 CG, 편집, 촬영 등 제작 기술을 꾸준히 도입했다. 반면 콘텐츠를 유통하고 배급하는 방식은 여전히 과거에 머물러 있었다. 그러다 언제, 어디서나 콘텐츠를 볼 수 있는 스트리밍 환경이 조성되기 시작했고 이용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유통과 배급 서비스의 측면에서 불편을 해소하는 기술이 필요한 시대를 맞았다. “콘텐츠 라이브러리가 아무리 방대해도 소비자와의 직접 접점이 없다면 소용이 없다”는 디즈니 CEO 밥 아이거의 말은 플랫폼의 경쟁력이 콘텐츠 자체가 아닌 서비스의 기술에 있음을 보여 주고 있다.

스트리밍 플랫폼의 수준 높은 콘텐츠는 이제 비즈니스의 전제가 되었다고 볼 수 있다. 한마디로 콘텐츠의 질이 평준화된 것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다음 단계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콘텐츠를 담는 방식, 컨테이너의 경쟁력을 높이는 기술이 필요하다. 이용자가 보고 싶어 하는 콘텐츠를 추천해 주고 플랫폼 사용 경험을 편리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스트리밍 플랫폼 포화 상태에서 혁신의 핵심은 사용 경험을 극대화하는 유통, 배급의 기술이다.

저자는 미디어 생태계가 방송에서 스트리밍 중심으로 옮겨 가는 과정에서 변화의 흐름을 이용자가 주도하고 있다고 말한다. 방송 중심의 미디어 시장이 정부나 지상파 방송사에 의해 움직였다면, 스트리밍 시대는 이용자가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스트리밍 플랫폼이 늘어나면서 선택지가 많아진 이용자들은 콘텐츠와 서비스에 대한 의견을 더 적극적으로, 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사업자들이 더 적극적으로 이용자 중심의 사고를 해야 하는 이유다.

“콘텐츠는 킹메이커고 플랫폼이 킹이다(Content is a kingmaker but platform is a king).” 퀴비의 공동 창업자 제프리 카젠버그는 콘텐츠 플랫폼이 주목해야 할 방향을 이렇게 말한다. 방점은 콘텐츠가 아닌 플랫폼에 찍혀 있다. 콘텐츠의 양과 질이 아니라 제공하는 방식, 사용자를 관리하는 방식 등 컨테이너의 경쟁력에 집중해야 할 때라는 것이다. 이제 콘텐츠가 아닌 컨테이너가 이용자를 사로잡는 시대가 오고 있다.

박윤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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