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중년의 위기
2화

성장한 구글의 문제점

대기업이 된 구글

실리콘밸리의 황량한 언덕을 오르면, 온라인 거물 기업인 구글 본사의 멋진 모습이 나타난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본사 두 곳의 모습이 보인다. 오른쪽에 있는 것이 구사옥인데, 비슷하게 생긴 낮은 층의 사무동 건물들 여러 개로 구성되어 있다. 왼쪽으로는 새로운 기업 센터가 들어서고 있다. 신사옥은 밖에서 보면 거대한 서커스 텐트를 닮았지만, 내부 구조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기둥이나 나무 패널, 벽면도 거의 없다. 뼈대가 거의 없는 구조는 건축에 유연성을 준다. 이전과는 확연히 다른 사무실에서 일하게 될 판데믹 이후의 세계에서 상당히 유용하게 쓰일 건물이다. “우리는 다시 상상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될 것입니다.” 구글과 모기업 알파벳의 대표인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의 말이다. 벽돌과 회반죽뿐인 이 건물이 변하는 것처럼, 구글 조직 역시 변화하고 있다.

구글이 새롭게 구성한 모기업 알파벳(Alphabet)의 주축이 된 이후인 2015년 8월, 피차이가 구글의 CEO가 되었다. 당시 구글의 온라인 검색 및 광고 부문의 연간 수익은 660억 달러, 순익은 140억 달러였다. 지난 12월 구글의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과 래리 페이지(Larry Page)가 구글의 모기업 지휘권을 피차이에게 넘겼을 때, 피차이가 이끄는 사업 부문은 1610억 달러(191조 4451억 원)의 매출 가운데 340억 달러(40조 4294억 원)를 벌어들이고 있었다. 알파벳의 기업 가치는 2년 전에 비해 거의 두 배 상승했다.

부러움을 살 만한 이런 실적은 피차이가 지난 7년 동안 받았던 200만 달러(23억 7960만 원)의 연봉과 (성과급으로 책정된) 2억 4000만 달러(2854억 3200만 원)의 주식 및 스톡 옵션이라는 어마어마한 보상금의 이유다. 피차이가 어느 정도 안주한다 해도 괜찮을 정도의 실적이다. 그뿐 아니다. 피차이는 자신이 중대한 변화의 한가운데에 있는 조직을 물려받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단지 창업자들이 회사를 떠났다거나 내년에 새로운 본사로 이전한다는 것이 아닌 더 근본적인 변화다. 알파벳이 성장하면서 (현재 알파벳의 제품 및 서비스를 한 가지 이상 사용하고 있는 이들은 40억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 경제적, 정치적인 압력도 커지고 있는 것이다.

외부에서는 국회의원들과 반독점 조사관들이 온라인 검색 및 광고 기술 분야에서 시장 지배력을 남용했다는 혐의를 제기하며 압박을 가하고 있다. 7월 29일 피차이는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과 같은 동종 업계 기업 수장들과 함께 의회에 출석했다. 거대 기술 기업들의 반경쟁 관행을 조사하는 위원회의 질문에 답하기 위해서였다. 내부에서는 구글의 핵심 비즈니스가 성숙 단계에 접어들고 있다. 《이코노미스트》가 발행된 시점에 알파벳은 판데믹으로 인한 (기업들의) 마케팅 예산 감축에 타격을 받아 2분기에 사상 처음으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이 감소했다는 발표를 하게 될 것이다.[1] 그리고 이 회사의 유명한 자유분방한 문화는 점점 더 유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

피차이의 가장 중요한 도전 과제는 브린과 페이지가 피하고자 했던 일이 닥치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혁신 부족과 꺾이는 성장으로 서서히 죽음에 이르는 “평범한 회사”가 되는 것 말이다. 이 과제를 해결하는 데에는 엄청난 규모만큼이나 대단한 섬세함이 필요하다.

현재 알파벳은 어떤 면에서는 공통점이라고는 거의 없는 기업들의 복합체다. 기업의 행성계 또는 구글 우주라고 불러도 좋을 정도다. 상업적으로 무게 중심은 구글 그 자체이고 온라인 광고 사업이 핵심이다. 여기에서 그룹 전체의 매출과 수익의 83퍼센트가 만들어진다. 구글은 그 자체로 하나의 성단을 이루고 있는데, “온라인 광고 스택(online ad stack)”[2]을 함께 형성하는 엄청난 규모의 상품들이 특징이다. 온라인 광고 스택은 광고를 판매, 구입, 집행하고, 효과를 측정하는 전 과정을 자동으로 서비스하는 것이다. 이러한 모든 영역에서 구글은 온라인 검색만큼이나 세계 시장을 지배하고 있다. 일부 광고 스택에서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90퍼센트를 넘는다.

이런 현상은 표면적으로 알파벳이 다른 대부분의 거대 기술 기업들과 마찬가지로 MIT 슬론 경영대학원의 마이클 쿠스마노(Michael Cusumano)가 말하는 “원 트릭 포니(one-trick pony)”[3]임을 시사하는 것일 수 있다. 알파벳은 조랑말들의 무리인데, 일부는 오히려 다 자란 말에 가까워 보인다. (알파벳 계열의) 9개 기업은 전 세계적으로 10억 명 이상의 사용자를 보유하고 있다(표 참조). 구글에서는 매일 대략 60억 개의 검색 요청이 이뤄진다. 유튜브에는 매일 49년 분량의 동영상이 업로드되고 있다. 매일 전 세계에서 작성되는 3000억 개의 이메일 가운데 (보수적으로 예측했을 때) 지메일(Gmail)에서 작성되는 것이 3분의 1이라고 본다면, 이메일을 인쇄해서 쌓았을 때의 높이는 1만 킬로미터에 달할 것이다.
밀레니얼 세대는 수익화되지 않을 것이다/ 구글의 플랫폼별 사용자 (2020년 또는 최근 데이터, 단위: 10억 명)/ 알파벳의 부문별 매출 (2019년, 단위: 10억 달러)/ 알파벳의 지역별 매출 (2019년, 단위: 10억 달러)/ 출처: 번스타인, 기업 보고서
그 외에도 더 있다. 구글의 재무제표에서 11번째 순위에 올라 있는 비핵심 비즈니스 “기타 투자”는 각각 개별적 자본 구조를 갖고 있다. 여기에는 광섬유 광대역 서비스를 제공하는 액세스(Access) 부문, 스타트업에 투자를 하는 구글 벤처스(GV), 의료 서비스 기업인 베릴리(Verily), 자율주행차를 개발하는 웨이모(Waymo), 그리고 문샷(Moonshot) 프로젝트의 모든 방면에 관여하고 있는 비밀 실험 부서 엑스(x) 등이 포함되어 있다. 이들 벤처는 상업적으로는 핵심 사업 부문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인다. 이들과 주력 사업의 연결 고리는 정보 처리다. 좀 더 구체적으로는 최근 검색부터 웨이모의 자율주행차에 이르기까지 모든 부문에서 동력이 되고 있는 인공지능(AI)이다.

초기에 창업자들은 구글이 실제 규모와는 관계없이 스타트업과 같은 속도로 성장할 수 있도록 그들이 가장 잘 아는 기관들이 조직적으로 연결된 독특한 결합체를 만들기로 결정했다. 인터넷, 오픈소스(open-source) 소프트웨어 운동, 그리고 두 사람이 1996년에 구글의 오리지널 검색 알고리즘을 만들었던 스탠퍼드의 대학원 프로그램을 결합하는 것이었다.

인터넷과 마찬가지로, 구글은 공통의 언어와 공통의 목표로 연결된 엔지니어들이 모여서 계속해서 성장하는 집단이 될 것으로 보였다. 그중에서도 가장 두드러지는 목표는 “전 세계의 정보를 조직한다”는 것이었다. 알파벳 역시 기술 표준에 의해 결합된 네트워크들의 네트워크다. 이들은 더욱 많은 네트워크를 추가함으로써 수평적으로 확장하고 있다.
멘로 파크(구글이 창업한 도시)에서 중년으로/ 붉은 선, 매출액 (단위: 10억 달러)/ 하늘색 선, 시가 총액 (단위: 1조 달러)/ 1998년 9월 4일: 구글 설립/ 2004년 4월 1일: 지메일 출시/ 2004년 8월 19일: 기업 공개(IPO)/ 2005년 2월 8일: 구글 맵 출시/ 2006년 10월 9일: 유튜브 인수/ 2008년 3월 11일: 더블클릭 인수/ 2008년 9월 23일: 안드로이드 출시/ 2011년 4월 3일: 에릭 슈미트 CEO 사임/ 2012년 5월 22일: 모토롤라 모빌리티 인수/ 2015년 8월 10일: 알파벳 설립/ 2019년 11월 1일: 핏빗 인수(승인 대기중)/ 2019년 12월 3일: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 사임/ EU 과징금 (단위: 10억 달러)/ 2017년: 2.7/ 2018년: 5.1/ 2019년: 1.7/ 출처: 블룸버그, 번스타인, 이코노미스트/ 2020년 시가 총액은 7월 28일 현재/ 2020년 매출액은 추정치.
비록 중단되기는 했지만, 브린과 페이지는 위계질서를 완화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관리 직급을 완전히 폐지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도 했다. 이후의 타협안은 관리자들이 최소 일곱 개의 직접 보고를 받는 방식으로 부하 직원을 살피는 시간을 제한하는 것이었다. 두 명의 대표에게 말을 거는 시간도 제한했다. 한때는 개인 비서직을 없애서 대표와 시간 약속을 잡는 것을 더욱 어렵게 만들기도 했다. 그래서 임원들은 이들이 대중 앞에 나설 때마다 현장을 급습해서 결재 사인을 받아야 했다.

 

우주적인 야망


구글은 적어도 내부적으로는 비밀이 없는 조직이라는 점에서 대규모 오픈소스 프로젝트를 닮았었다. 직원이라면 누구나 민감한 사용자 데이터나 기업 재무 정보 등을 제외한 내부의 거의 모든 정보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었다. 모든 프로그램 코드, 프로젝트 문서, 심지어 동료의 캘린더까지 접근 가능한 정보였다. 구글에는 지나칠 정도로 많은 메시징 도구들이 있었고 직원들은 그중 하나를 택해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다. (현재는 백만 개가 넘는) 메일링 리스트 같은 것들이었다. 전 직원이 매주 창업자들과 함께하는 행사인 타운홀 미팅(town-hall meeting) 시간에는 거침없이 질문을 던질 수 있었다(“Thank God It’s Friday”를 줄여서 TGIF라고 부르는 타운홀 미팅은 현재는 목요일에 열리고 있는데, 전 세계에 흩어져 있는 구글 직원 중 일부가 미팅에 참여하기 위해 토요일 오전에 일어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불만 사항은 회사의 담벼락 안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내부 정보 유출, 특히 언론에 유출하는 것은 해고 사유였다. 동시에 회사는 탁구대가 있는, 놀이터 같은, 놀 수 있는 장소이기도 했다.

브린과 페이지는 사람들이 각자의 열정을 따를 수 있어야 한다는 아이디어를 스탠퍼드대에서 차용했다. 구글의 직원들은 스스로가 기업을 위해서 가장 이익이 된다고 생각하는 활동에 각자가 가진 시간의 20퍼센트를 사용할 수 있었다. 때로는 그것이 120퍼센트의 업무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더라도 말이다. 이들은 각자의 분기 목표를 스스로 설정하는 경우가 많았다. 채용과 승진도 대학교와 비슷했다. 박사 과정 학생처럼 지원자에게 성적을 매겼고, 회사의 윗선으로 누가 올라가야 하는지는 관리자 개개인이 아닌 회사 전체에서 차출된 동료 위원회가 결정했다. 사람들은 가장 일을 잘할 것으로 보이는 사람보다는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들을 승진시키는 경우가 많다.

창업자들은 이와 같은 독특한 구조의 대부분을 만든 2001년, 관리직과 기술직을 모두 잘 이해하면서도 구글의 독특한 조직 구조 구현을 도와줄 수 있는 실리콘밸리의 베테랑 에릭 슈미트(Eric Schmidt)를 영입했다. 창업자들이 스스로 설명하는 것처럼 슈미트가 “어른의 관리 감독(adult supervision)”을 제공해 줄 것이라고 생각했다. 예상되는 주주들의 압력으로부터 이러한 결정을 보호하기 위해서 이들 세 명은 법적인 방어 막을 구축했다. 구글은 대형 기술 기업들 중에서는 처음으로 차등 의결권 주식(dual-class share)을 채택했다. 이들은 원년의 주주들에게 10배의 의결권을 부여했다. 페이지와 브린, 슈미트가 가진 지분율은 모두 합해도 상당히 작았지만, 그들의 의결권은 38퍼센트라는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창업자들은 2004년 기업 공개(IPO) 전에 발표한 “오너의 매뉴얼(Owner’s Manual)”에서 구글의 주주들에게 다음과 같이 경고하고 있다. 신규 투자자들은 “의결권을 통해 전략적 의사 결정에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이 아주 적을 것”이라는 내용이다.

페이지는 2011년에 슈미트에 이어 구글의 CEO자리에 올랐고, 4년 뒤에는 피차이에게 자리를 넘겨줬다(슈미트는 2018년까지 알파벳의 회장직을 유지했다). 이후 피차이는 구글의 웹 브라우저인 크롬(Chrome) 등 다른 프로젝트를 이끌던 것과 상당히 비슷한 방식으로 구글을 관리해 왔다. 세세한 부분까지 개입하지 않고 믿을 만한 사람들에게 책임을 맡기면서 자연스럽게 밀어붙였다.

그 결과, 알파벳은 힘 있는 리더가 이끄는 준독립적 기업들을 갖게 되었다. 구글 클라우드는 토머스 쿠리안(Thomas Kurian), 유튜브는 수전 보이치키(Susan Wojcicki), 구글의 하드웨어 부문은 릭 오스텔로(Rick Osterloh), 안드로이드 사업 부문은 히로시 로크하이머(Hiroshi Lockheimer)가 이끌고 있다. 지난 6월 초 피차이는 이미 구글의 광고 사업 부문과 검색 부문을 이끌고 있었던 프라바카르 라그하반(Prabhakar Raghavan)에게 사실상의 부CEO의 자리를 맡겼다(구글의 AI 정책 담당 부사장인 무스타파 술레이만(Mustafa Suleyman)은 현재 《이코노미스트》의 모기업 이사회의 일원이다). 피차이는 알파벳처럼 광범위한 영역을 다루는 기업이 한 사람의 판단에만 의존한다면 실패할 것이라고 말한다. “사람들은 각자 스스로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합니다.”

결정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구글 직원들은 언제나 돈을 번다는 것보다 컴퓨터 과학 분야에서 가장 어려운 문제들을 해결한다는 것에 자부심을 가져 왔다. 이는 유튜브처럼 가장 인기 있는 서비스의 매출이 생각보다 작은 이유일 수도 있다. 구글 맵은 거의 수익을 내지 못하고 있다. “기타 투자” 부문의 수익화는 아직 시작조차 못한 상태다. 이들 부문은 지난 3월까지 4분기 동안 50억 달러(5조 9465억 원) 이상의 손실을 기록했다. 액세스(Access)와 베릴리(Verily)만이 실질적인 수익을 내고 있다. 일부는 언젠가 거대한 기업으로 변신할 수도 있다. 웨이모(Waymo)는 지난봄 외부 자본(outside capital)을 조달하면서 약 300억 달러(35조 6790억 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았다. 하지만 이런 인상적인 수치도 앞선 추정치보다는 훨씬 작은 규모다. 웨이모는 이전에 1000억 달러(118조 9300억 원) 이상의 가치를 평가받기도 했다.
이상주의의 구렁텅이/ 영업 이익률, %/ 출처: 블룸버그
실리콘밸리의 작가인 스티븐 레비(Steven Levy)가 표현한 것처럼 구글의 광고 상품이 “모든 대담한 혁신을 뒷받침해 주는 금실로 짠 안전망”이 되어 주는 한 이런 사업 중 어느 것도 문제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기술 부문의 경쟁 기업들에 비해 이익률과 주가가 낮다는 해석이 나온다면 문제가 된다(표 참조).

온라인 광고는 전반적으로 아직 성숙 단계의 시장과는 거리가 멀다. 그런데도 알파벳 매출의 약 60퍼센트를 지속적으로 창출하는 검색 광고의 성장세는 둔화되고 있다. 2019년의 매출은 15퍼센트 늘어서 여전히 성장하고 있기는 하지만, 1년 전의 22퍼센트에 비하면 상당히 낮은 수치다. 리서치 기업 번스타인(Bernstein)의 마크 시뮬릭(Mark Shmulik)은 일반적인 온라인 검색은 특화된 검색에 밀려 “위축되고 있다”고 말한다. 시뮬릭은 현재 상품 관련 검색의 약 60퍼센트가 아마존에서 시작된다고 추정한다(아마존의 온라인 광고 사업 부문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이미 구글과 페이스북의 뒤를 이어서 세계 3위다).
베조스에 뒤처지다/ 주가, 2012년 6월 1일 시세를 100으로 봤을 때/ 출처: 레피니티브 데이터스트림

우주 밖에서 멍하니


엔지니어가 주도하는 알파벳의 상향식 문화에서도 나이가 들어 가는 흔적이 보인다. 이는 놓치기 쉬운 문제다. “돈을 마구 뿌리거나 사람을 좀 더 고용하면 수많은 문제들을 대충 덮을 수는 있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거쳐 오랫동안 구글에 근무하고 있는 한 직원의 말이다. 마이크로소프트는 신제품 개발 과정에서 구글에 선점을 당하는 경우가 많았다. “저는 그들이 정말로 영리한 전략가들을 확보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는 “동시에 수백 가지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기업에 합류했을 뿐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회상한다. 알파벳의 임원들은 회사의 구조를 개별 세포들로 존재하지만 번식을 위해서는 합쳐야만 하는 “변형 균류(slime mould)”에 자주 비유한다.
이런 기업 생태계에서는 실제로 혁신이 급속히 자라날 수 있다. 하지만 구조를 갖춘 제품 개발을 방해할 여지도 있다. 구조를 갖춘 제품을 만드는 데에는 지속적인 협업과 전략적 비전이 필요하다. 특히 수익성이 높은 기업용 서비스가 그렇다. 기업 고객들은 서비스 제공 업체들이 자신들의 요구에 일관성과 책임감을 갖고 대응해 줄 것으로 기대한다. 구글은 둘 다 아니라는 평판을 얻고 있다.

지난 몇 년 동안 구글은 알로(Allo)와 버즈(Buzz)부터 행아웃(Hangouts)과 미트(Meet)에 이르기까지 새로운 메시징 도구들을 잇따라 선보였다. 그러나 슬랙(Slack)이나 마이크로소프트의 팀즈(Teams)와 유사한 기업용 통합 커뮤니케이션 서비스는 최근 들어서야 개발하기 시작했다. 구글의 클라우드 비즈니스는 “몸통은 있는데 고객 서비스의 뼈대가 없다”는 비판을 자주 받는다고 제프리스(Jefferies) 은행의 브렌트 틸(Brent Thill)은 말한다. 그 결과, 구글은 현재 고객 서비스를 강박에 가까울 정도로 추구하는 아마존웹서비스(AWS)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Azure)에 뒤처져 있다.

알파벳의 조직 구조가 잘 확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명백해지고 있다. 몇 년 전 구글을 떠났다가 돌아온 한 직원은 수만 명의 직원들이 있는데도 구글은 작은 회사처럼 느껴진다고 말한다. 구글에는 상근 노동자 12만 명이 있고, 그보다 더 많은 (하지만 급여는 더 적은) 임시직 또는 계약직 직원들이 있다. 그러나 창업자들이 만들어 놓은 특수한 규칙들이 그들의 길을 막아서고 있다. 임원들은 위원회의 내부 승진 결정이 많은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정치적인 행사가 되는 경우가 많다고 불평한다. 1000송이의 꽃을 피우기 위해 끔찍할 정도로 많은 퇴비를 쏟아 부어야 하는 것이다.

규모가 커지면 정치적 긴장감도 조성된다. 2016년 이후로 이 회사의 의식 있는 노동자 대부분은 내부적인 메시지 도구들을 활용해 조직화하면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가혹한 이민 정책부터 구내식당 육류 불매 운동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에 대한 조치를 요구하며 관리자들을 압박하기 시작했다.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맹렬한 속도로 엔지니어들을 채용하고 있는 알파벳은 더 이상 과거와 같이 자유주의적 성향을 바탕으로 “모든 사람들이 정치적으로 동의하는 국가”가 아니다.

2017년에는 구글의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였던 제임스 데이모어(James Damore)가 내부의 메일링 리스트에 있는 메모를 하나 공개하면서 긴장감이 고조됐다. 기술 업계에서 젠더 다양성이 부족한 이유의 일부가 생물학적인 차이로 설명될 수 있다는 주장이었다. 이 메모가 언론에 유출된 이후 그는 해고됐지만, 많은 내부 관계자들은 피차이를 포함한 관리자들이 논쟁을 해결하지 않고 방치했으며, 논쟁 과정에서 개인 정보가 온라인에 공개되는 “신상 털기(doxxing)”를 당한 활동가 직원들을 돕기 위해 충분히 노력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상황은 내리막길로 치닫기 시작했다. 한때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던 내부 정보 유출이 폭증했다. 내부 청원도 마찬가지였다. 2018년 활동가 직원들은 펜타곤과의 AI 계약 갱신과 중국판 검색 엔진의 검열 버전 적용 계획을 철회하라고 압박했다. 그해 말 성희롱으로 고발된 최고위층 임원들에게 수백만 달러에 달하는 전별금을 준 사실이 드러나면서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했다. 전 세계적으로 2만 명이 넘는 직원들이 항의의 표시로 파업을 벌였다.

“그 파업으로 래리의 가슴이 찢어졌습니다.” 한 구글 직원의 말이다. 이는 엔지니어의 공동체를 만들겠다는 창업자의 목표가 실패했음을 시사한다. 이후 두 창업자는 자신들의 창조물로부터 더욱 거리를 뒀다. 그들은 TGIF 미팅 참석을 중단했다. 지난해 피차이가 최고 수장 자리에 오른 것은 많은 의미에서 형식적인 것이었다.

브린과 페이지, 슈미트가 알파벳의 최대 개인 주주로 남아있기는 했지만(주식 지분율은 13.1퍼센트, 의결권은 56.7퍼센트), 전직 고위 임원은 이 회사가 현재 다른 형태의 삼두 체제에 의해 운영되고 있다고 말한다. 피차이 외의 두 명은 국제 관계 부문 수석 부사장인 켄트 워커(Kent Walker)와 모건스탠리에서 데려온 최고 재무 관리자인 루스 포랏(Ruth Porat)이다. 브린과 페이지는 기술 전문가였고 슈미트는 기술 전문 관리자였다면, 새로운 팀은 그저 관리자들일 뿐이다.

이러한 변화는 지난 2월 피차이가 알파벳의 수장으로서 첫 번째의 분기 결산 보고를 하면서 분명해졌다. 이때 그는 오랫동안 기다려 왔던 유튜브의 매출을 공개해 애널리스트들을 기쁘게 했다(2019년 매출은 150억 달러(17조 8395억 원)로, 전년도에 비해서 3분의 1 이상 증가했다). 피차이는 자사주 매입을 가속화했다. 2019년 4분기에 61억 달러(7조 2547억 원)였던 매입 규모는 지난 3월까지 석 달 동안 85억 달러(10조 1091억 원)로 늘었다. “주주의 관점에서 보면 이들은 더 이상 가장 미움받는 거대 기술 기업이 아닙니다.” 제프리스 은행의 브렌트 틸의 말이다.

알파벳은 기타 투자 부문 관리 측면에서도 주주 친화적인 회사가 되어 가고 있다. 웨이모와 같은 일부 계열사들은 외부의 투자자들을 유치하려 해왔다. 웨이모가 언젠가는 분사될 가능성을 시사하는 행보다. 사이버 보안에서 혁명을 일으키기를 희망하는 크로니클(Chronicle)이나 싱크 탱크 직소(Jigsaw)와 같은 다른 부문은 구글에 다시 편입되었다. 하지만 에너지를 생산하는 비행 풍력 터빈을 개발하고 있는 마카니(Makani) 같은 부문은 폐업하거나 매각할 가능성이 있다.

 

무한대를 넘어


피차이의 대대적인 관리직 개편은 구글 클라우드에서 가장 극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5년 전 그가 구글의 대표가 된 이후, 클라우드 컴퓨팅이 그저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는 사실은 분명해졌다. 그는 클라우드 부문 투자를 늘렸고 2018년에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대기업 오라클(Oracle)의 고위 임원을 지냈던 토머스 쿠리안을 채용해서 클라우드 부문의 운영을 맡겼다. 피차이의 진화하는 경영 철학에 보조를 맞춰서 쿠리안은 전임자였던 다이앤 그린(Diane Greene)보다 훨씬 더 많은 자율권을 부여받았다. 앞서 일했던 회사는 물론 독일계 라이벌 기업인 에스에이피(SAP) 출신들을 고용하면서, 팀을 하향식 조직으로 변모시켰다.

이런 변화는 효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구글의 클라우드 비즈니스는 전문적인 온라인 서비스 패키지인 지스위트(G Suite)를 포함하고 있는데, 이 부문은 매년 50퍼센트 이상 성장하고 있다. 올해 매출은 알파벳 전체의 8퍼센트인 130억 달러(15조 4583억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쿠리안의 재정적인 성공은 리스크를 수반한다. 내부자들은 클라우드 부문에서 다른 부문으로 작은 엑소더스가 일어나고 있다고 보고한다. 상당수의 직원들은 구글 클라우드 사업부의 하향식 접근법이 조직 전체에 퍼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 많은 직원들이 윗선에서 마감일과 함께 업무가 주어지는 것에 대해 불평하기 시작했다.

이는 구글의 문화와 관련해 해결되지 않은 더 큰 문제가 있음을 암시한다. 앞서 언급한 파업이 끝난 후, 관리층은 몇 가지 변화를 적용했다. “우리가 더 작았을 때는 하나의 팀이 되어 하나의 제품을 만들었고, 사업에 대한 결정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모두가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10만 명이 넘는 기업에서 모든 것을 낱낱이 공유한다는 것은 더욱 어렵습니다.” 켄트 워커가 지난해 11월에 내부 뉴스레터에 쓴 것으로 알려진 내용이다. TGIF 미팅은 현재 한 달에 한 번만 열리고 있으며, 비즈니스와 관련한 질문만 받는다. 내부에서 규모가 가장 큰 메일링 리스트는 관리되고 있다. 지나치게 정치적인 것으로 판단되는 게시 글은 삭제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직원들은 “알아야 할 필요가 있는” 경우에만 민감한 문서에 접근하라는 지시를 받고 있다. 일부 직원들은 노동조합까지는 아니더라도, 스스로의 이익을 방어할 수 있는 최소한의 그룹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조지 플로이드(George Floyd) 살해 사건 이후, 많은 구글러들은 최고위층이 (이와 관련해서) 거의 아무런 일도 하지 않는다며 회사가 다양성을 갖추기에는 너무 늦었다고 비판했다. 사건 발생 2주가 지나서야 알파벳은 “과소 대표(underrepresent) 그룹의 리더십 대표성(leadership representation)”을 앞으로 5년 동안 30퍼센트까지 높이겠다고 서약했다. 지난 6월, 2000명 이상의 직원들이 피차이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에 서명했다. 이 서한에서 직원들은 미국 전역의 경찰에 대한 기술 판매를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지난 몇 주 동안 내부 상황은 진정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러한 일시 중단은 피상적인 것인지도 모른다. 구글의 한 직원은 많은 노동자들이 해고에 대한 두려움으로 입을 다물고 있다고 말한다. 불경기에 이렇게 좋은 직장을 잃고 싶은 사람은 거의 없다. 활동가들은 현재 구글의 커뮤니케이션 도구를 피해 다른 온라인 공간에서 조직화를 시도하고 있다.

이로 인해 알파벳 안팎에서는 피차이가 적임자인지를 놓고 수군거림과 추측이 난무하고 있다. 구글의 일부 임원과 엔지니어들은 그에 대해 “지나치게 마음이 떠나 있으며”, “영감을 주지 못하는” 리더십이라고 평가한다. 그는 또 과도한 위험 회피(risk aversion)로 비판받고 있다. “저는 크게 베팅을 하는 것이나 저의 본능을 따르는 것을 두려워한 적이 없습니다.” 피차이의 주장이다. 하지만 그가 아마존의 제프 베조스(Jeff Bezos)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와 같은 비전을 보여 주었다고 주장하기는 쉽지 않다.

피차이에게는 회의론자들이 틀렸음을 입증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코로나19 판데믹은 중복되는 상품 같은 비효율성을 제거하고 알파벳 내부의 불필요한 요식 행위를 근절할 수 있는 편리한 명분을 주고 있다. 구글의 혁신적인 문화와 제품 및 서비스의 잠재적 수익성 활용 사이에서 새롭게 균형을 이루는 결과를 가져다줄 수도 있을 것이다. 반독점 관련 조사도 피차이에게는 희망의 빛이다. “어떤 면에서 저는 명확성을 찾고 있습니다.” 피차이의 말이다.

하지만 나델라 같은 리더가 되려면, 좀 더 대담해져야 할 것이다. 한 가지 아이디어는 일부 서비스에 요금을 부과하는 것이다. 또 다른 아이디어로는 은행이 돈을 다루는 것처럼 구글이 사람들을 위해 정보를 관리해 주는 데이터 수탁 기관이 되는 것이다. 구글은 이미 이를 위해 필요한 도구를 개발하기 시작했다. 암호화된 데이터를 채굴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가 그 예다. 피차이가 이 일을 해낸다면, 진정한 영감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당분간은 알파벳이 독특함을 유지할 수 있을 것이다.
[1]
알파벳은 7월 30일 실적 발표를 통해 2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퍼센트 감소한 383억 달러(45조 5502억 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구글의 분기 매출이 감소한 것은 2004년 상장 이후 처음이다.
[2]
기존의 전통적인 광고와는 다르게, 사용자에게 맞춤형으로 광고를 제공하기 위해 필요한 업체와 기술들을 통틀어서 말하는 것이다.
[3]
직역하면 재주가 하나뿐인 조랑말이라는 뜻으로, 잘하는 게 하나뿐인 사람이나 기업을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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