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 중년의 위기
1화

스타트업 기업 문화를 가진 거대 기업

구글이 배워야 할 것

겨우 21살의 나이에 구글은 중년의 위기를 맞고 있다. 중년의 위기가 다 그렇듯 겉으로는 모든 것이 괜찮아 보인다. 구글의 매일은 이렇다. 검색 엔진은 60억 건의 검색 요청에 대응하고, 유튜브에는 49년 분량의 동영상이 업로드된다. 지메일(Gmail)은 1000억 개의 이메일을 처리한다. 온라인 광고 시장 장악력 덕분에 구글의 모기업인 알파벳(Alphabet)은 지난해 340억 달러(40조 4838억 원)의 수익을 올렸다. 핵심 부문 이외에도 구글은 인공지능(AI), 양자 컴퓨팅(quantum computing), 자율주행차 분야에서 세계 선두를 달리고 있다. 구글의 CEO 순다르 피차이(Sundar Pichai)는 이번 주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의 대표들과 함께 워싱턴DC에서 국회의원들에게 추궁당했다. 의원들은 미국 거대 기술 기업들의 수익성이 너무 높기 때문에 규제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구글이 위기라고? 대체 무슨 위기를 맞았다는 것인가?

의원들 앞에 소환된다는 것은 표면적으로는 성공의 징조다. 그러나 구글의 리더들에게는 어려운 순간이기도 하다. 기업으로서 중년에 접어들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2화 참조). 비즈니스도 어렵지만, 나이가 든다는 것도 문제다. 어떻게 해야 오랫동안 지속할 수 있는 문화와 기업 구조를 구축하면서도 스스로를 위대하게 만들어 준 창의성과 민첩성을 유지할 수 있을까? 구글에게 이러한 전환이 특히 극적인 이유는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Larry Page)와 세르게이 브린(Sergey Brin)이 처음부터 이런 순간을 맞지 않을 회사를 만들기 위해 노력했기 때문이다. 2004년 상장을 준비하면서 구글은 스스로를 일반적인 회사가 아니며 “그런 회사가 될 생각이 없다”고 선언했다. 그들은 놀이터와 같은 사무실, 관대한 사내 복지 혜택, 캠퍼스 같은 분위기로 성장한 이후에도 스타트업의 민첩성과 혁신을 유지할 수 있기를 바랐다. 그러나 기업의 이마에 주름살이 보인다는 것은 이미 실패를 시인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노화의 징후는 구글의 성숙해지는 비즈니스, 달라지는 문화, 점점 더 복잡하게 얽히고 있는 정부와의 관계에서 뚜렷하게 나타난다. 비즈니스부터 살펴보자. 이 기업은 검색과 온라인 광고 부문을 거의 독점하고 있지만 점점 더 제약이 커지는 상황에 직면하고 있다. 검색 광고에서 구글의 시장 점유율은 약 90퍼센트다. 검색 외에 다른 수입원을 발굴하기는 어려운 것으로 판명 나고 있다. 배달용 드론이나 로봇 등 알파벳이 수십억 달러를 쏟아 부은 야심 찬 “문샷(moonshot)” 프로젝트들 중에서 크게 성공을 거둔 것은 아직 단 하나도 없다.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구글은 클라우드 컴퓨팅이나 기업용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와 같은 거대 라이벌 테크 기업들이 이미 점령하고 있는 영역을 비집고 들어가려 안간힘을 쓰고 있다.

문화적인 도전은 조금 모호하다. 그러나 평범하지 않은 기업의 캐릭터를 자랑스러워하는 회사에게는 시급한 사안이다. 초기에만 해도 구글의 자유분방한 기풍은 상당히 성공적이었지만, 이제는 골칫거리가 되었다. 그런 분위기는 작은 규모의 기업에서 효과를 낸다. 현재 구글은 거의 12만 명의 직원을 고용하고 있다. 임시 계약직은 훨씬 더 많다. 상향식 의사 결정은 더 어려워졌다. 젠더 평등 문제나 구내식당 고기 제공 문제부터 구글이 경찰에게 기술을 판매하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것을 놓고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거대한 인력 집단 내부의 동질감은 줄어들고 있기 때문이다.

젊음을 잃어버렸다는 세 번째 신호는 독점금지법 위반 단속관들의 관심과 관련된 것이다. 이는 오랫동안 피할 수 없는 문제로 보였다. 기술 기업이 성장하면, 로비 대상이자, 고객이자, 규제 당국인 정부와의 관계도 강화된다. 미국 법무부는 구글의 온라인 광고 비즈니스를 자세히 조사하고 있다. 조만간 독점 금지 위반으로 기소할 수도 있다. 기술계의 거물 기업들이 자신들의 영역에서 벗어나 경쟁에 뛰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면밀한 조사의 압박은 약해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규제 당국은 이런 상황을 영향력을 강화할 신호로 받아들일 수도 있다.

구글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혁신과 성숙을 동시에 보여 준다는 것은 성공하기 힘든 마술이다. 역사에는 실패한 시도들이 가득 기록되어 있다. 그런 시도를 하려면 구글은 누구를 믿어야 할지 결정해야 한다. 관리자인가, 투자자인가, 아니면 긱(geek)인가?

첫 번째를 선택한다면 거대 기업을 보다 엄격하게 운영하기 위한 관리적 처방약을 상당히 많이 투약하는 과정이 포함될 것이다. 이러한 방식의 전형은 잭 웰치(Jack Welch) 시절에 전성기를 누리던 제너럴일렉트릭(GE)이다. GE는 전문 경영인이 운영하는 방식을 도입했고 잭 웰치는 제멋대로 뻗어 나간 사업들을 잘 관리할 수 있다고 주주들을 설득했다. 하지만 GE는 금융 부문 자회사인 GE캐피탈(GE Capital)에 기대 산업 부문의 약점을 위장하고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GE에서 벌어지는 문제들을 보면 거대한 성공을 거둔 한 부문에 의존해 수익성이 떨어지는 다른 조직들을 보조하는 것의 위험성을 알 수 있다. 구글은 광고 비즈니스로 똑같은 일을 하고 있다.

대기업 모델에 매진하는 것이 해답이 아니라면 그 반대의 접근법, 일부 조직을 분사, 매각, 폐업하고 주주들에게 돈을 돌려 주는 방법은 어떨까? 수많은 투자자들은 기뻐할 것이다. 일각의 추산에 따르면 알파벳의 기업 가치는 자회사 전체의 가치보다 1000억 달러가 적다고 한다. 유튜브를 분사하면 가치를 창출하는 동시에 인터넷 광고 경쟁력이 증가할 것이며, 이는 규제 당국에게도 작은 선물이 될 것이다. 분사한 유튜브의 기업 가치는 넷플릭스를 뛰어넘을 수도 있다. 유튜브 콘텐츠의 대부분은 사용자들이 만든 것이라서 콘텐츠 사용료를 지불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AT&T나 IBM과 같은 기업의 경험을 보면, 규모를 줄였을 때 혁신이 위축될 위험이 커지게 된다. 구글이 규모가 줄어든 조직에서도 독특한 문화와 하향식 의사 결정 구조를 유지하기를 바라더라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구글이 피터팬처럼 젊고 자유로운 영혼을 갖고 싶어 하는 것과는 관계없이, 구글은 더 이상 스타트업이 아니다.

그렇다면 긱을 믿는 것이 남는다. 찬양받는 벤처 캐피털이라는 외투를 두른다는 것은 매력적인 일이다. 그러나 소프트뱅크의 비전펀드(Vision Fund)가 보여 준 문제들은 자만심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구글은 대표적인 기술 기업 두 곳이 중년의 위기를 맞아 (그리고 거의 죽을 뻔 했던 경험을) 극복했던 것보다는 더 잘하기 위해서 면밀하게 조사할 것이다. 두 기업은 반독점 규제 당국에 의해 거의 무너질 뻔했던 마이크로소프트, 스티브 잡스가 다시 되돌아와서 휴대용 기기 제조업체로 재탄생하기 전까지 야생에서 몇 년의 시간을 보냈던 애플이다. 둘 다 기업의 핵심 목적을 재발견하고 새로운 방식을 적용해 살아날 수 있었다. 사티아 나델라(Satya Nadella)의 리더십으로 마이크로소프트는 윈도 운영 체제가 아닌 클라우드 기반의 소프트웨어 도구 및 서비스 제공 업체로 다시 태어났다. 이전까지는 우아하고 사용하기 쉬운 컴퓨터로 알려졌던 애플은 천재성을 스마트폰에 적용하면서 돈을 쓸어 담고 있다.

구글이 이들처럼 가장 잘하는 것을 발견하고 새로운 영역에 적용할 수 있을 것인가? 구글은 스스로의 임무를 결정할 수 있다. 소비자들의 개인 정보를 상품 및 서비스와 교환하도록 도와주는 기업이 되거나, AI를 활용해서 세상의 보다 많은 문제들을 해결하는 기업이 되거나, 인터넷이 연결된 기기에서 발생하는 데이터를 처리하는 기업이 될 수 있다. 지금 이 순간, 구글은 거의 모든 분야에 투자하고 있다. 느슨한 분위기는 예상치 못한 혁신으로 이어질 수도 있지만, 활력을 약화시키는 경우가 더 많다. 구글이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최고의 방법은 중년의 위기에 대한 평범한 조언을 따르는 것이다. 군살을 빼라. 무엇이 중요한지 판단하라. 꿈을 좇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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