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학생들
2화

기묘한 대학들

벼랑 끝의 학교


2022년 완공되는 보스턴대의 데이터 과학 센터는 1억 4100만 달러(1671억 5550만 원)의 예산이 투입된 35만 평방피트(3만 2516제곱미터)의 공간으로, 울퉁불퉁한 젠가 블록처럼 도심에 우뚝 솟을 것이다. 영국 레딩대는 5000만 파운드(775억 7900만 원)짜리 생명 과학관을 거의 완성했다. 건물은 많은 학생들을 끌어들이는 이 학과에 더 많은 공간을 만들기 위해 디자인됐다. 호주의 뉴사우스웨일스대는 5억 호주달러(4253억 5500만 원)가 넘는 돈을 새로운 시설에 투자했다. 글로벌 순위 50위 안에 진입하기 위해서다.

학생들이 대거 이동하는 평소와 같은 시기라면 이런 계획은 설득력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이상해 보인다. 세 대학은 긴축 정책을 고려하고 있다. 보스턴대는 일부 직원들을 해고하거나 일시 해고할 수 있다고 밝혔다. 레딩대는 정직원의 15퍼센트를 감원할 수 있다고 발표했다. 뉴사우스웨일스대는 이미 직원 8퍼센트를 감원했고, 8개 학부 가운데 두 곳을 폐지했다. 세 대학 모두 건물 신축 계획을 보류했다.
대학 교육의 황금기/ 호주, 고등 교육 자금 출처, 2008년 자금을 100으로 삼았을 때의 지표/ 외국인 학생 수업료(파란색)/ 국내 학생과 정부 보조금을 포함한 기타 자금(하늘색)/ 피터 헐리, 니나 반 다이크, 〈고등 교육 부문의 호주 투자〉, 2020.
코로나19는 모든 대학에 엄청난 압박을 가하고 있다. 미국, 호주, 캐나다 그리고 영국 대학들처럼 재정적으로 유학생들에게 의존해 온 곳들은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2000년 200만 명이던 유학생 규모는 이제 500만 명을 넘어섰다. 호주에선 해외에서 온 학생들이 대학 수입의 4분의 1에 기여했다(표 참조). 캐나다 상위 대학인 맥길대 과학대 수업료는 현지 학생이 2623캐나다달러(233만 원)인데 반해, 유학생 수업료는 4만 5656캐나다달러(4056만 원)에 달한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에도 이처럼 많은 대학들은 유학생의 최대 공급처인 중국과의 관계 악화를 우려했다. 게다가 미국, 호주, 영국의 대학들은 보수 성향 정부에서 제기되는 대학 학위의 가치에 대한 회의론에 직면하고 있다. 어려운 질문에 익숙한 학계가 이제는 실존적인 질문을 맞닥뜨리고 있다. 질문은 바로 이것이다. 학생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대학은 어떻게 살아남을 것인가?

문제는 대학 캠퍼스가 바이러스의 확산에 유리한 환경인 데다, 전 세계를 이동하는 학생들이 바이러스 전파의 통로가 된다는 점이다. 코넬대 연구진은 대학생들이 동급생 전체의 4퍼센트와 수업을 함께 듣지만, 서로 다른 수업을 듣기 때문에 동급생 전체의 87퍼센트에 노출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전염병의 급격한 확산 가능성은 미 육군 기지 포트 베닝(Fort Benning) 신병들에게서도 확인됐다. 지난봄 640명의 신병이 도착했을 때 코로나 양성 반응이 나타난 사람은 4명에 불과했지만, 몇 주 만에 100명 이상이 양성 반응을 보였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6600여 명의 코로나19 확진자가 미국 대학에서 나왔다.

 

온라인 신입생 주간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


많은 교수들은 학생들과 가까운 거리에서 일하는 것을 꺼린다. 《이코노미스트》의 확인 결과, 콜로라도대 볼더 캠퍼스 학장은 7월에 발송한 서한에서 교수들에게 대면 수업으로 학생을 가르치라고 압박했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필수적인 교육 방식의 부담을 동료 교수진에 단순히 떠넘기는 것”이라고 경고하면서다. 실제 미국 대학들은 2019~2020학년도 후반에는 대면 교육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러나 지금은 확신이 없다. 데이비슨대 대학 위기 이니셔티브(College Crisis Initiative)가 수집한 자료에 따르면 다음 학기에 모든 강의를 대면으로 진행하거나, 대부분의 강의를 대면으로 진행하는 학교는 25퍼센트에 미치지 못했다(아직 결정하지 못했다고 답한 대학도 25퍼센트였다).

교수들이 대면 수업을 진행하려 해도 대다수 학생들은 그럴 수 없다. 인도 뭄바이 출신인 스물네 살 하르시타 바티아(Harshita Bhatia)는 7월 호주 국립 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시작할 예정이었다. 타국에서 경험할 온전한 캠퍼스 생활을 놓치고 싶지 않았던 그는 내년 2월로 입학을 미뤘다. 컨설팅 회사 QS가 실시한 여론 조사에 따르면 대학생 10명 중 4명은 해외에서 공부하려던 계획을 취소하거나 연기했다. 지불한 학비가 온라인 수업에만 쓰인다면 더 많은 학생들이 같은 선택을 할 것이다. 호주에선 대학생 비자 신청이 올 들어 3분의 1로 줄었다.

학생을 받고 있는 대학들은 엄격한 방역 제도를 도입하고 있다. 지난해 유학생 비중이 13퍼센트였던 하버드대는 새 학기에 유학생의 40퍼센트가 돌아올 것으로 보고 있다. 나머지는 멀리 떨어진 지역에서 배움을 이어 가고 있다. 캠퍼스에 있는 학생들은 사흘에 한 번 바이러스 검사를 받으며 기숙사에 손님을 들이지 않겠다는 서약을 해야 한다. 영국 북부 볼턴대는 “코로나에 안전한” 캠퍼스를 목표로 세우고, 9월에 캠퍼스를 개방하기로 했다. 입실하는 학생들은 체온 감지기를 통과해야 한다. 학교는 학생들에게 마스크와 손 세정제를 제공하고, 자전거 1000대를 구입해 빌려줄 계획이다. 학생들이 대중교통을 이용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다.

 

무리를 좋아하는 바이러스


학생들이 모이는 대강당보다 더 큰 위험은 젊은 사람들이 많은 규칙들을 무시한다는 점이다. 7월 캘리포니아대 버클리 캠퍼스는 47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고 밝혔다. 대부분 남녀 사교 클럽 파티가 진원지였다. 당시 학교 관계자들은 학생들에게 12명 이상 모이지 말 것, 모임은 야외에서 열 것, 최소 6피트 간격을 유지하면서 얼굴을 가릴 것을 강조했다. 감염 발생 이후 모든 수업은 온라인으로 전환됐고 4만 명의 학생 가운데 3200명만 캠퍼스 안 기숙사에서 생활할 수 있게 됐다.

기숙사 안에 있는 학생들조차 대부분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존스홉킨스대 영상은 강의를 위한 새 ‘캠퍼스 스튜디오’를 홍보하고 있다. 학생들이 각자의 방에서 안전하게 강의에 참여할 수 있는 아이디어다. 이런 줌(Zoom) 화상 수업은 장기적인 변화의 추세에 기름을 부을 것이다. 코세라(Coursera)와 같은 온라인 교육 사업자들은 2010년대 초반의 예상대로 고등 교육 부문에서 혁신을 이뤄 내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들은 고연령층에 비즈니스 중심의 강의를 제공하면서 틈새시장을 공략했다. 지난 5년여 동안 점점 더 많은 대학들이 온라인 학위를 발급하고 있다. 일부는 온라인 프로그램 관리자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미국에서 온전히 온라인으로만 학위를 딴 졸업생의 수는 2012년 5명 중 1명에서 지난해 3명 중 1명으로 늘었다.

이 규모는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댄 테한(Dan Tehan) 호주 교육부 장관은 교육, 기계공학 등 국가 차원에서 우선순위에 있다고 판단되는 과목의 단기 온라인 강의에 예산을 배정했다. 강의료는 1250~2500호주달러(106만~212만 원) 수준으로 6개월 동안 운영된다. 그는 “우리는 사람들이 넷플릭스에 빠지는 것보다 공부에 빠지길 원한다”고 말했다. 뉴사우스웨일스대는 더 많은 온라인 강의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교육 관련 웹사이트를 운영하는 조지메이슨대의 경제학자 타일러 코웬(Tyler Cowen)은 온라인 교육이 급증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많은 학생들은 대면 강의를 선호한다. 컨설팅 회사 에듀벤처스의 리처드 개럿(Richard Garrett)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대학생 7명 중 1명만 온라인 학위를 받았다. 개럿은 또 유학생들은 다른 나라에서의 ‘문화적 몰입’을 원하는 경향이 있다고 말했다. 자연히 많은 학생들이 큰 도시에 끌린다. 미국에선 뉴욕대가 1만 9605명으로 가장 많은 유학생을 보유했고, 영국에선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이 1만 9635명으로 가장 많았다. 부모님 집의 거실에서 참여하는 온라인 수업으로는 이 도시들을 경험할 수 없다. 일부 봉쇄된 상태의 도시라고 해도, 탐험과 로맨스의 모든 가능성은 도시 생활로만 누릴 수 있다.

이제 대학 경험에 대한 유학생들의 기대는 완전히 온라인이든, 완전히 비현실적이든 훨씬 덜 매력적이다. 그럼에도 수업료 인하를 기대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애들레이드대는 수업료를 깎은 몇 안 되는 대학 중 하나다. 학생이 등록을 확정한다는 전제로 ‘코로나19 해외 학비 환불’로 20퍼센트를 돌려준다. 영국의 대학들도 해외 학생들을 유인하기 위해 (장학금의 이름으로) 할인 정책을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런 할인 정책을 외부에 홍보하지는 않을 것이다. 많은 대학들은 학생들이 코로나 대유행 이전만큼 좋은 교육을 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얼마나 많은 학생들(그리고 부모들)이 교육 서비스를 구입할지는 지켜봐야 할 것이다. 중국 시안의 한 대학 카운슬러는 “모든 경험을 누리지 못하는데 코세라에서도 볼 수 있는 온라인 강의에 왜 5만~6만 달러(5900만~7100만 원)를 지불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이런 변화에 흔들리지 않는 학생들이라도 해도, 또 다른 문제가 기다리고 있다. 항공 운항이 중단되면서 이동할 비행편이 없어진 것이다. 영국의 볼턴대는 중국과 인도에서 학생들을 직접 데려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300석 비행기를 30만 파운드(4억 6510만 원)에 전세 낼 수 있다”고 조지 홈스(George Holmes) 부총장은 말했다. 대리인들이 인도의 델리에서 학생들을 만나고, 도착 후 호텔이나 자가 격리 건물에 데려가는 것이다. 이렇게 하려면 대학은 대규모 자금을 지원해야 한다.

실제로 많은 나라에서 입국 제한 조치가 학생들의 유입을 막고 있다. 2월부터 모든 중국인들은 호주에 입국할 수 없다. 지역 사회 감염이 확산하면서 수백 명의 학생 무리들을 실어 나르려던 임시 계획은 폐기됐다. 캐나다는 3월 이전에 비자를 받지 못한 학생들의 입국을 거부하고 있다. 인도 학생들 일부는 미국 입국이 허용됐지만 중국 학생들은 아니다. 영국에서는 인도인과 중국인 모두 2주 간의 자가 격리만 거치면 입국할 수 있다.

7월 트럼프 정부는 완전히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한 대학의 유학생들에 대한 비자 발급을 중단하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하버드대와 MIT 등 여러 대학들이 제기한 소송 때문이었다. 그러나 7월 말엔 대면 수업이 전혀 없는 대학 신입생의 입국을 거부한다고 발표했다. 대사관과 영사관은 문을 열기 시작했지만, 쌓여 있는 비자 신청을 받아 줄지는 미지수다.
어느 쪽이든, 타격은 있다/ 2020년 영국의 고등 교육 부문 손실 추산액(파운드)/ 유학생 학비(파란색)/ 기숙사, 콘퍼런스, 식당 운영(하늘색)/ 영국 정부와 유럽 연합 보조금(분홍색)/ 연금(빨간색)/ 기타 자금(회색)/유럽 연합과 이외 국가에서 유입되는 유학생의 수가 25퍼센트 감소했을 경우를 낙관적으로, 50퍼센트 감소했을 경우를 중립으로, 75퍼센트 감소했을 경우를 비관적으로 추산/ 출처: 영국 국가 세입 연구소(IFS), 영국 고등 교육 통계 위원회(HESA)
이 모든 것이 문제를 일으킨다. 영국 연구 기관 국가 세입 연구소(IFS)는 상위 대학들이 큰 손실을 보면서(표 참조), 영국의 대학들이 연간 수익의 25퍼센트를 잃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호주의 4대 대학(뉴사우스웨일스, 시드니, 멜버른, 모나시)은 수익의 3분의 1이 유학생들의 학비다. 세계적인 일류 대학들은 가장 많은 유학생들을 끌어들이고 있다.

일부 대학은 위기에 처해 있다. 그러나 대개 일류 대학들은 막대한 현금 보유량에 여유 있는 만기로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능력이 있다. 위기를 헤쳐 나가기 좋은 위치다. 초일류 대학은 장기적으로 학생들을 모집하기는 어렵지 않을 것이다. 싱크 탱크 뉴아메리카의 케빈 캐리(Kevin Carey)는 “사람들은 일류 대학의 학위를 취득할, 어렵게 얻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것이다. 기대했던 것보다 재미와 편리함이 덜하더라도 일류 대학 학위는 브랜드 가치가 높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사회적 거리 두는 친구들


반면 대부분의 중하위권 대학들은 어려움에 처해 있는 듯하다. 특히 덜 유명하지만 유학생 비중이 큰 곳이 그렇다(미국에선 더 높은 학비를 내는 다른 주 학생들이 많은 곳이 그렇다). IFS는 영국 학생 비중이 5퍼센트 수준인 13개 대학이 코로나 대유행 이후 재정이 취약해지면서 파산 위험에 처했다고 분석한다. 멜버른대 고등 교육 연구 센터에 따르면 호주의 상위 대학 가운데 모나시대가 유일하게 7개의 ‘고위험’ 대학 목록에 포함됐다.

코로나19가 대학 재정에 미치는 불평등한 영향은 미 대학들의 행태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몇 달 동안 중위권 대학과 문과 대학은 캠퍼스 접근 제한 사실을 늦게 알리면서 미래의 학생들이 등록을 보류하지 않도록 했다. 위기 이전에도 18세 인구의 감소는 50여 개 대학을 통폐합하는 원인이었다. 이는 4000개가 넘는 미국 고등 교육 기관의 일부에 불과하지만, 통폐합의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기숙사로 얻는 수익이 감소하고 정부 자본 확보에 어려움을 겪는 학교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의 이익을 대변하는 로비 단체들은 구제 금융을 모색하고 있다. 호주 대학 협회(Universities Australia)는 회원들의 매출이 30억~46억 호주달러(2조 5484억~3조 9076억 원) 감소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영국 대학 협회는 32억 파운드(4조 9611억 원), 미국 대학들은 500억 달러(59조 2500억 원)의 구제 자금을 요청했다. 그러나 모든 국가의 재원은 한정돼 있다. 의회는 지난 3월 미국 대학들에 140억 달러(16조 5900억 원)를 지급했다. 영국 대학들은 조기 집행된 일부 예산과 대출로 유학생 감소 손실의 80퍼센트를 충당할 전망이다. 하지만 연구 중심의 대학들만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호주 정부는 유학생은 제외하고, 자국 내 학생 감소로 발생한 손실만 지원하기로 했다.

정부가 구제 금융을 꺼리는 이유 중 하나는 일단 기다려 보면서 상황이 얼마나 나쁜지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정치가 교육 노선에 따라 (학위 소지자와 아닌 자로) 점점 분열되는 시대에 대학들이 스스로를 학위가 없는 사람들의 대표자로 여기는 정치인들에게 영향력을 행사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미국 대학들은 트럼프 정부에서 큰 지원을 받지 못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대학들이 “교육이 아니라 급진 좌파 세뇌”에 전념하고 있다고 불평하며 재무부에 면세 지위를 재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좋았던 시절/ 대학에 입학한 유학생의 수(백만 명)/ 미국(분홍색), 영국(파란색), 호주(하늘색), 캐나다(빨간색)/ 출처: HESA, 오픈도어, 캐나다 이민 난민 시민부(IRCC), 영국 통계청
영어권 국가의 정부들은 대학들이 인력 배출에 좀 더 집중하기를 원하고 있다. 빅토리아대 미첼 연구소(Mitchell Institute)의 피터 헐리(Peter Hurley)는 대학이 늘어나면서 ‘투자 대비 수익’에 대한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영국 장관들은 대학 졸업생 5분의 1이 대학에 가지 않았을 때 더 부유하게 살았을 거라는 IFS의 연구 결과를 우려하고 있다.

호주와 영국 정부 모두 대학 교육을 확대하기 위한 자금을 유학생들에게 전가하면서 높은 학비를 받아 왔다. 그러나 정부가 대학에 수익과 연동되는 대출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결국은 정부가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원하고 있다. 영국 정부는 코로나19 대출을 받은 대학들은 고임금 직군(기계공학 등)이나 국가에 특히 중요한 직군(교사 등)을 집중 양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도 현재 모든 학과에 동일하게 적용되는 9250파운드(1434만 원)의 학비 상한제 대신 학과별 차등 학비 제도를 제안하며 직업 교육 확대를 위한 개혁을 약속했다.

존슨 총리는 정부가 미래 고용 창출에 도움이 되거나 중요하다고 여기는 임상심리학, 농업 등의 학문 분야 학비는 낮추고, 인문학 학비는 배로 올리려 하는 호주 정부의 계획을 따를 수도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부 호주 대학 교육 전문가들은 이런 개혁으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학생들은 학위 취득을 위해 미리 학비를 지불하지 않고, 풍부한 정부 학자금 대출을 받는다. 따라서 학과별 학비를 달리 적용한다고 해서 큰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영국에서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세 나라 정부는 모두 중국에 강경한 입장을 취해 왔다. 지난 4년 동안 악화한 미국과 중국의 관계는 태평양을 건너 미국으로 가는 유학생의 숫자가 줄어드는 데 영향을 미쳤다. 호주와 영국 대학들 역시 같은 운명에 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지난 6월 중국 교육부 장관은 코로나 대유행 기간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 차별을 지적하면서 호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에게 “주의하라”고 당부했다. 이는 코로나19의 진원지를 조사해야 한다고 요청한 호주 정부의 결정에 대한 중국의 반응으로 해석되고 있다. 홍콩의 새로운 보안법에 대한 영국의 반대는 중국을 분노하게 했다.

 

온라인 교육 vs. 직업 교육


대학들이 희망을 품을 이유도 몇 가지 있다. 하나는 미래의 학생들에게 대학 입학 이외의 선택지가 많지 않다는 점이다. 영국의 해외 교육을 관리하는 영국 문화원의 매트 더닌(Matt Durnin)은 “갭 이어(gap year, 대학 입학 전 일하거나 여행하면서 보내는 1년)가 대단히 매력적으로 보이지도 않고, 취업 시장도 썩 좋아 보이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이유는 불황기에는 일반적으로 진학하는 사람들이 늘어난다는 점이다.

그렇다 하더라도 향후 몇 달 간 많은 대학의 운명이 뒤바뀔 것으로 보인다. 일부 대학은 완전히 문을 닫을 것이다. 만약 코로나 대유행이 계속된다면, 백신이 곧 나오지 않는다면, 혹은 경제 상황이 심하게 나빠진다면 상황은 훨씬 절망적이다. 정치인들은 대학을 지키는 것보다 훨씬 많은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 21세기의 첫 20년 동안 세계 각국의 대학은 이례적인 고성장 가도를 달렸다. 그러나 이제 황금기는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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