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투자 패러다임
2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착한 투자가 아니라 돈이 되는 투자

“위기를 낭비하지 말라(Never waste a crisis).” 2020년 5월 발표된 국제결제은행의 두 번째 그린 스완 보고서가 제시하는 해결책이다. 기후 위기가 전 세계 경제 금융을 휘청이게 할 수 있지만, 위기를 기회로 삼아 국제적으로 공조하고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는 것이다.

기후 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녹색 전환이 곳곳에서 시작되고 있다. 세계 주요국은 친환경을 성장 전략으로 삼는 그린 뉴딜 정책을 내놨다. 기업들은 기후 위기 대응 관련 정보를 공시하고, 환경과 사회, 지배 구조를 고려하는 ESG 경영에 나섰다. 2021년 파리 기후 변화 협약이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시작하면 이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투자자들의 의사 결정 기준도 달라졌다. 세계 최대 자산 운용사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매출의 25퍼센트 이상을 석탄 화력 생산·제조에서 얻는 기업들의 채권과 주식을 처분하겠다고 2020년 초 선언했다. 미국의 투자 은행 JP모건도 2020년 10월 자사가 지분을 보유한 화석 연료 사용 기업이 2030년까지 온실 가스 배출량을 감축하지 못하면 투자를 철회하겠다고 밝혔다. 2020년 미국에서는 ESG ETF(상장 지수 펀드)에 274억 달러(30조 3783억 원)가 유입됐다. 종전 규모의 두 배 수준으로, 역대 최대 금액이다. 친환경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면 재무적 성과도 내기 어렵다는 전망에서 비롯된 의사 결정이다.

그린 투자는 더 이상 ‘착한’ 투자가 아니다. 돈이 되는 투자다. 기후 위기에 대한 경각심이 높아질수록, 리스크에 대비하는 경제 주체들의 움직임이 활발해질수록 투자의 녹색 지표는 더욱 중요해질 것이다.

최정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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