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식 마이웨이
 

8월 2일 - 데일리 북저널리즘

윤석열이 국민의힘에 입당했다. 이번에도 마이웨이였다. 정치인 윤석열의 행보는 왜 도무지 정치적이지 않은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윤석열이 입당했습니다. 지난 7월 30일 금요일이었죠.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결국 국민의힘에 입당했습니다. 정작 국민의힘의 투톱은 당사에 없었습니다.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전라남도 여수와 순천을 돌고 있었습니다. 김기현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휴가 중이었습니다. 대표와 원내대표가 부재중인데 덜컥 입당을 해버린 겁니다. 이러니 억측이 분분할 수밖에 없습니다. 정치전문가들은 이구동성으로 윤 총장이 대선 버스의 운전대를 잡은 이준석 대표와 기 싸움을 벌이려고 일부러 날을 이렇게 골랐다고 분석했습니다. 윤석열은 이제 정치인입니다. 정치인인데도 행보가 도무지 정치적이지가 않습니다. 깜짝 입당 과정만 해도 딱 그랬습니다. 

실제로 여수 지역 행사 직전에 보고를 받은 이준석 대표와 당 지도부의 분위기는 그야말로 갑분싸였다고 전해집니다. 갑자기 분위기가 싸늘해진 걸 넘어서 갑자기 분노를 싸질렀다고 해도 될만한 상황이었다고 하죠. 정치인 윤석열이 입당 초장부터 당 대표를 패싱하면서 힘겨루기를 시작했다고 받아들였기 때문일 겁니다. 대선 레이스에서 당 대표와 당 대선주자의 관계는 신혼부부와 같습니다. 행복한 동거를 꿈꾸지만 상대를 전혀 모릅니다. 안다고 믿었던 확신이 산산조각나는 건 시간문제죠. 게다가 부부처럼 이인삼각 달라기를 해야만 합니다. 당 대표는 경선에선 심판이지만 본선에선 조력자입니다. 당 대선주자는 경선에선 후보지만 본선에선 주인공입니다. 부부처럼 그때그때 오른발 왼발 발 바꾸기 역할 분담이 필요합니다. 조금만 어긋나도 부부싸움이 나고 넘어지기 십상이죠. 지난 7월 30일 윤석열의 입당 과정은 정무적으로 볼 때 샅바싸움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었습니다. 

윤석열 전 총장의 입당 사유도 정치적 분석이 분분했습니다. 윤석열 지지율은 지난 6월 29일 정치 참여 선언 이후 오히려 하락세였습니다. 악재가 많았죠. 가장 큰 원인은 국민의힘 입당과 관련한 우유부단한 태도였습니다. 윤석열 캠프 나름대로야 중도 확장을 노렸지만 결과적으론 산토끼는커녕 집토끼도 놓칠 판이 됐던 겁니다. 게다가 장차 당내 라이벌 구도를 형성할 것으로 점쳐지는 최재형 전 감사원장은 대뜸 입당을 해버렸죠. 최 원장은 이준석 대표와 만나서 입당식을 갖고 온라인 입당 원서를 제출했죠. 윤 총장과는 대조적이었습니다. 덕분에 일부 국민의힘 지지층이 최 원장한테로 돌아섰다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이런 위기감이 윤석열 전격 입당으로 이어졌다는 정치공학적 분석이 지배적이었습니다. 


탈여의도 정치인 윤석열 


그런데 말입니다. 7월 30일 금요일 윤석열의 국민의힘 입당 과정을 정치적 정무적 정치공학적 분석 틀에서 벗어나서 하나하나 탈정치적으로 바라보면 어떨까요? 7월 30일 금요일 오전 10시경에 윤석열 캠프 안에서 입당 관련한 회의가 열립니다. 그런데 윤석열 캠프는 광화문 이마 빌딩에 있습니다. 삼봉 정도전의 집터로 유명한 알아주는 명당이죠. 2002년 월드컵 유치위원회가 풍수지리를 따져서 이곳에 일부러 터를 잡았던 건 유명한 일화입니다. 통상 대선 캠프는 여의도 일대에 차려지기 마련입니다. 김대중 캠프와 이명박 캠프와 박근혜 캠프가 모두 여의도에 있었죠. 이재명 캠프도 김영삼 캠프가 있었던 여의도 극동VIP빌딩에 있습니다. 게다가 윤석열 전 총장의 자택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아크로비스타에 있습니다. 예전 삼풍백화점이 있었던 자리죠. 흔히 서초동이라고 불리는 대검과는 지척입니다. 그런데도 출퇴근 거리가 상당한 이마 빌딩에 구태여 캠프를 차린 건 풍수지리 때문입니다. 풍수지리를 중요시하는 건 다른 대선 캠프도 마찬가지라 특별한 것도 없습니다. 윤석열 역시 다른 대선 주자들처럼 권력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방증이죠. 다만 위치가 탈여의도입니다. 윤석열만 마이웨이인 겁니다. 

탈여의도 이마빌딩 오전 10시 회의에서 윤 총장은 당일 입당을 결정합니다. 캠프 관계자들도 놀랐을 정도로 전격적이었죠. 사실 윤석열 전 총장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는 지난 7월 25일 치맥 회동에서 입당 날짜까지 조율했었습니다. 이준석 대표가 제안한 날짜는 8월 2일 월요일이었죠. 입당 여부는 이때 대강 결정 났고 이제 입당 날짜만 윤 총장이 정하면 된 일이었습니다. 그런데 윤 총장이 7월 30일 금요일 오전 10시에 당장 입당하겠다고 결정해버린 겁니다. 윤석열 캠프에서 국민의힘으로 전화가 연결된 시각은 오전 11시 전후였습니다. 결정에서 실행까지 1시간도 채 안 걸린 거죠. 내용은 “윤 총장이 오후 2시에 당사를 방문하려고 한다”였습니다. 방문목적은 입당이라고 밝혔죠. 이때부터 당황하기 시작한 건 국민의힘 측이었습니다. 당 대표도 당 원내대표도 없는데 지지율 1위 후보가 대뜸 오늘 당장 입당하겠다고 나온 겁니다. 사장님 없다고 오겠다는 귀한 손님을 문전박대할 수는 없습니다. 결국 오후 2시에 부랴부랴 윤석열 입당식이 열립니다. 입당식에서 윤 총장의 일성은 이랬죠. “입당과 관련해 불확실성을 가지고 가는 게 오히려 정권교체나 정치 활동을 해나가는 데 국민께 혼선과 누를 끼치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정무적으로 볼 때 이런 식의 입당식은 윤석열한텐 손해입니다. 컨벤션 효과가 줄어들기 때문입니다. 사진의 정치학이란 말이 있습니다. 정치인들은 누굴 만나든 반드시 악수하는 사진을 찍습니다. 정치 권력이 사진에서 나온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통해 입증되는 꽌시야말로 권력의 본질이죠. 당 대표를 비롯한 지도부가 버선발로 맞이하러 나오는 성대한 입당식이야말로 모든 대선 주자들이 원하는 그림일 수밖에 없습니다. 7월 30일의 전격 입당은 이준석 패싱이 아니라 컨벤션 패싱인 겁니다. 국민의힘은 8월 2일 월요일에 제법 성대한 입당식을 마련한다는 소식입니다. 당원의 입당 원서를 받고 당이 입당 허가를 하는 입당 절차를 입당식처럼 꾸민다는 얘기죠. 행사가 아무리 그럴듯해도 전격 입당만큼 서프라이즈일 수는 없습니다. 대다수 유권자한테 국민의힘의 입당 절차야 내 알바냐일테니까요. 윤 총장이 아무리 정치 초보라도 이런 정무적 손실을 모를 리 없습니다. 그런데도 전격 입당을 결정한 겁니다. 한 마디로 그런 여의도 정치식 정무계산기 따위엔 연연하지 않겠다는 태도입니다. 마이웨이죠.


투박한 윤석열 스타일 


윤석열 전 총장은 이준석 대표의 여수 출장 일정을 전혀 몰랐습니다. 이사할 때 손 없는 날 잡듯이 일부러 준스톤 없는 날을 잡아서 입당한 게 아니란 얘기죠. 정치평론가들이 분석하는 것처럼 이준석한테 한 방 먹이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이 방법보다 더 효과적인 방법도 많았을 겁니다. 그냥 가는 날이 장날이었다는 말입니다. 다만 가게에 갔더니 마침 쉬는 날이었다면 다른 날 찾을 수도 있었을 겁니다. 그건 윤석열 스타일이 도무지 아닌 거죠. 일단 칼을 뽑았으면 베어야만 하는 겁니다. 이래저래 윤석열은 검사입니다. 결과적으로 윤 총장의 전격 입당은 이대표 지도부를 갑분싸로 만들었습니다. 윤석열은 정무계산기를 안 돌렸다고 해도 윤석열의 행동은 이렇게 정무적 여파를 만들어낸 겁니다. 의도가 없어도 의도가 있는 것으로 비치는 것이 정치입니다. 그래서 정치인은 숨 쉬는 것도 정치적이라고 하는 거죠. 정치인 윤석열의 숨소리는 아직 너무 거칩니다. 정치인 윤석열의 마이웨이가 정무적으로 너무 투박한 이유죠. 윤석열은 아직 정치인이 아닌데 이미 정치인입니다. 

바꿔 말하면 정치인 윤석열을 이해하는데 정치적 정무적 정치공학적 분석틀은 어쩌면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윤석열이 최근에야 정치권 밖에서 정치권으로 소환된 초보 정치인인 탓도 있습니다. 더 큰 이유는 윤석열이라는 캐릭터 그 자체입니다. 본질적으로 탈정치적인 인물인 데다 마이웨이라서 여의도 정치 문법으로는 예측할 수 없습니다. 정치적이라거나 정무적이라는 표현은 달리 말하면 표와 여론의 이해득실을 철저하게 따진다는 뜻입니다. 직업 정치인에게 지지율은 생명줄과 같습니다. 지지율이 떨어지면 대통령도 탈당을 종용받는 게 한국 정치입니다. 민주주의의 차가운 단면이죠. 그래서 다선 의원이 되면 좋게 말해서 여론에 민감해지고 나쁘게 말해서 여론의 노예가 됩니다. 국정감사에서 초선 의원들이 기상천외한 볼거리를 제공하곤 하는 건 어쩔 수 없는 비정규직 여론 노예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정치적으로 변해가죠. 

반면에 정치인 윤석열은 도무지 정치적이지 않습니다. 유력 대선 주자인데도 도무지 정치화되지 않았죠. 경험 많은 정치평론가들의 정치적 정무적 정치공학적 전망이 윤석열 전 총장에 관해서 만큼은 자주 빗나가는 이유입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6월 29일 윤 총장의 정치 참여였습니다. 정치권에선 7월 2일로 예정됐던 윤 총장 장모 사건의 재판 결과가 나온 이후에 정치 참여를 선언할 거란 전망이 압도적이었죠. 보기 좋게 빗나갔습니다. 이렇게 탈정치적인 유력 대선 주자는 한국 정치도 처음 겪어보는 상황입니다. 정치 참여 선언부터 제1 야당 입당까지 모두가 정치 문법을 벗어났죠. 가장 정치적이지 않은 정치인 윤석열의 마이웨이가 향후 한국 정치에 중요한 변수가 될 수밖에 없는 까닭입니다. 예측불허인 탓에 변수인 것이니까요. 입당은 거대한 변수의 서막입니다. 

윤석열의 길  

 

“정무 감각이 없는 거는 예나 지금이나 똑같은 것 같습니다.” 2019년 7월이었죠.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윤석열 당시 총장 후보자가 했던 말입니다. 인물 윤석열을 평가할 때 종종 인용되는 말이죠. 아닌 게 아니라 윤석열은 일평생 탈 정무적인 선택을 거듭해왔습니다. 대중적으로 검사 윤석열을 알린 사건은 국정원 댓글 조작 사건입니다. 2013년 10월 국정감사에서 당시 여주지청장이었던 윤석열은 이런 말을 합니다. “저는 사람에 충성하지 않기 때문에 지금 이 말씀을 드리는 겁니다.” 우리는 인간관계를 유불리로 맺는 사람을 보통 정치적이라고 수식합니다. 이때도 윤석열은 정치적 인간형은 아니었습니다. 윤석열 여주지청장은 이런 말도 합니다. “지시 자체가 위법한데 그걸 어떻게 따릅니까? 그럼 이의 제기해서 안 받아주면 그걸 따라야 한다는 겁니까?” 강골 검사 이미지를 얻긴 했지만 당장 출셋길이 막히는 소리였죠. 

역설적이게도 검사 윤석열은 그렇게 출셋길 막히는 선택을 거듭한 덕분에 출세하게 됩니다. 촛불혁명과 장미 대선으로 정권이 교체되면서 검사 윤석열은 2017년 서울중앙지검장으로 화려하게 복귀합니다. 국정농단 사건 수사를 총괄하면서 문재인 정부의 전폭적인 신뢰를 얻습니다. 검찰과 악연이 깊었던 문재인 정부에 검찰 내 비주류 윤석열은 매력적인 대안이었습니다. 국정농단수사는 박근혜 탄핵의 법률적 정당성을 입증하는 과정이었습니다. 동시에 문재인 정부의 정통성을 증명하는 수순이었죠. 2017년 10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은 국정감사장에서 이런 말을 합니다. “저희들은 정치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이 아니고 범죄 수사를 하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법에 따라 판단하고 있는 것입니다.” 국민의 신뢰를 받는 검사가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하고 있다는 무게감 있는 말 한마디는 확실히 파괴력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국민 모두가 윤석열이 탈정치적이라는 걸 알고 있었습니다. 서슬 퍼렇던 전 정권 앞에서도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라고 일갈하는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었으니까요. 2019년 검찰총장 인사청문회에서 “정무 감각이 없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들었던 것도 그래서였습니다. 정무 감각이 탁월한 검사라면 우병우의 길을 갔으면 갔지 윤석열의 길을 가지는 않았을 거라고 여겼기 때문입니다. 

정치인 윤석열에 대한 국민적 지지는 상당 부분 한사코 탈정치적이었던 검사 윤석열에 대한 퇴적된 기억에 기인하고 있습니다. 좀 더 풀어 말하자면 이해득실과 유불리를 따지지 않고 법과 원칙에 따라 수사를 통해 실체적 진실을 밝혀온 윤석열이라면 정치인으로서도 정치적이지 않을 거라는 기대가 있는 것이죠. 물론 윤석열 지지층이 그렇단 말입니다. 윤석열 반대층한텐 그런 기대 따윈 전혀 없죠. 정치인 윤석열이 한사코 정치적이지 않으려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윤석열 지지도는 정치인 윤석열이 정치적 이해득실을 따지는 흔해빠진 정치인으로 비치는 순간 소멸합니다. 윤석열 지지도는 구체적인 정책이나 비전에 기반한 것이 아닙니다. 이재명의 기본 소득처럼 정책적 색깔이 분명한 정치인이 아니란 말입니다. 그러기엔 입법 경험과 행정 경험도 전무한 신예 정치인에 불과합니다. 대신 입법이나 행정을 통해 정치화되지 않았다는 게 오히려 윤석열의 최대 강점입니다. 

윤석열도 이걸 모르지 않습니다. 정무 감각이 없다는 말을 본인 입으로 한다는 건 그걸 오히려 애써 숨길 필요가 없다고 본다는 뜻입니다. 내심 자랑스러워한다는 얘기죠. 검사로서 정치적이라는 말은 오히려 수치일 수 있습니다. 법 집행을 이해득실에 따라 한다는 말이기 때문입니다. 솔직히 현실에선 적잖은 검사들이 정치적입니다. 자신이 기소했던 재벌 오너들과 나중엔 호형호제하면서 지내는 경우도 없지 않죠. 퇴임 이후엔 전관예우로 검사 시절 영향력을 돈으로 바꾸죠. 반면에 윤석열은 늘 정치적으로 불리한 선택을 계속해왔습니다. 무엇이 자신에게 유리한지 몰라서가 아니죠. 아는데도 안 하는 겁니다. 이런 게 마이웨이죠. 


법치주의자 윤석열 


윤석열이 정치적으로 불리한 선택을 하는 이유는 그것이 옳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윤석열이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기준은 법입니다. 법률가로서 당연한 일입니다만 윤석열한텐 그 이상의 의미입니다. 윤석열은 말 그대로 법치주의자입니다. 윤석열은 검찰주의자라고 불립니다. 특히 윤석열 반대층한테 검찰총장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을 훼방 놓은 사악한 검찰주의자죠. 이때의 검찰주의자란 검찰조직의 기득권을 지키려는 사람으로 정의할 수 있습니다. 검사가 지닌 가장 무시무시한 권력이 인지 수사입니다. 한 마디로 검사가 문제로 삼으면 없던 죄도 있던 죄가 될 수 있습니다. 검찰이 수사권과 기소권을 모두 지니고 있어서 가능한 일입니다. 

그런데 검찰총장 윤석열은 인지 수사 축소나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같은 문재인 정부 검찰개혁의 기본 방향에 대체로 동의하는 편이었습니다. 검찰 권력이 비대하다는 사실에 공감하는 편이었죠. 민정수석으로서 검찰권을 정권의 칼자루로 이용했던 우병우 같은 법 기술자들과는 확실히 결이 달랐습니다. 그것이 한때나마 문재인 정부의 신뢰를 얻었던 배경이죠. 윤석열 반대층한테 윤석열은 검찰주의자일지 모릅니다만 윤석열 스스로한테 검사 윤석열은 법치주의자입니다. 법치주의자한테 검찰은 수단이지 목적이 아닙니다. 보다 공정한 법 집행을 위해서라면 고강도 검찰개혁도 얼마든지 가능하죠. 사실 검찰총장 출신으로서 정치에 투신한 것이나 야당 대선 경선에 참여한 것만으로도 검찰주의자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검찰조직한테는 좋을 게 없으니까요. 차기 정권이 어느 쪽으로 넘어가든 검찰 권력 힘 빼기는 계속될 겁니다. 권력 기관장이 대권을 넘볼 수 있는 조직을 경계하지 않는 정권은 있을 수 없습니다. 차기 대선에서 당선되든 안 되든 검찰총장 출신 정치인 윤석열은 두고두고 검찰개혁의 명분이 될 공산이 큽니다. 그렇다면 윤석열은 역사상 최악의 검찰주의자가 되는 셈이죠. 

이렇게 정치적으론 불리해도 그것이 옳다고 믿으면 밀고 나가는 게 윤석열식 마이웨이입니다. 절대 원칙은 법치주의입니다. 이쯤 되면 정무 감각이 없는 게 아닙니다. 정무 감각이 너무 있다고 보는 게 맞죠. 무엇이 정치적으로 유리한지 잘 알면서도 오히려 정반대로 행동할 줄도 안다는 얘기니까요. 정치인 윤석열은 그것들이 자신의 정치적 자산이라는 걸 모르지 않습니다. 이번 입당 과정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에 처음부터 참여하는 게 공정한 일이라고 설명했죠. 자신에게 그것이 정치적으로 유리하든 불리하든 말입니다. 법치의 또 다른 특성이 예측가능성입니다. 입당을 통해 국민 입장에서 불확실성을 없앤다는 윤 총장의 말은 그런 맥락이죠. 심지어 8월 입당설보다 앞당겨서 7월에 훌쩍 입당해버렸습니다. 정치적이지 않은 정치인 윤석열다움을 유지한 거죠. 이번에도 윤석열이 윤석열한 셈이죠. 

자유주의자 윤석열 

 

법치주의자인 윤석열이 정치인으로 변신하면서 공정과 상식을 주요한 가치로 들고나온 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법은 사회가 요구하는 공정과 상식의 최소한이니까요. 그런데 6월 29일 정치 참여 선언에서 가장 도드라진 단어는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자유민주주의였죠. 자유는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단어입니다. 국민의힘의 이전 당명은 자유한국당이었죠. 거슬러 올라가 보면 유명한 3당 합당으로 만들어졌던 한국 보수 정당의 뿌리도 민주자유당이었죠. 윤석열 전 총장은 정치 참여 선언문에서 현 정권이 “우리 헌법의 근간인 자유민주주의에서 자유를 빼내려고 한다”고 공격했죠. 그리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덧붙입니다. “민주주의는 자유를 지키기 위한 것이고 자유는 정부의 권력 한계를 그어주는 것입니다.”

이제까지 보수 정당에선 자유를 남북한을 대비하는 반공 이데올로기 용어로 주로 사용해왔습니다. 자유대한의 품으로 넘어온 북한 귀순 용사 같은 식이었죠. 그런데 윤석열은 자유를 법치주의적 관점에서 사용했습니다. 법치는 최소한이어야 하며 정부 권력에는 한계가 있어야 한다고 말한 것이죠. 자유라는 지점에서 정치인 윤석열과 정당 국민의힘은 서로 교집합이 생깁니다. 문제는 양측의 자유에 대한 정의가 서로 다르다는 점입니다. 윤석열이 시장보수의 관점에서 자유를 말한다면 국민의힘은 아직도 반공 보수의 틀에서 자유롭지 못하죠. 김종인 비대위 체제를 거치고 이준석 대표 체제로 이어지면서 당 주류에선 태극기 부대 색채가 거의 빠지긴 해지만 여전히 주요지지층이 반공 보수이기 때문이죠.

무엇보다 시장보수와 안보보수의 결정적인 차이점은 국가관입니다. 안보보수는 큰 정부를 지향하게 됩니다. 국가안보를 위해선 국가권력이 국민자유를 제한할 수 있다고 믿죠. 큰 정부를 지향한다는 점에선 안보보수는 오히려 복지국가를 위해 큰 정부를 지향하는 민주당과 공통분모가 더 큽니다. 반면에 시장보수는 작은 정부를 지향합니다. 국가권력은 법에 의해 제한돼야 하며 국민의 자유를 보장하는 최소한이어야 한다고 봅니다. 국민자유가 국가권력보다 우선한다고 믿죠. 시장보수와 안보보수는 보수라는 공통분모가 있지만 사실 세계관이 다른 종족들입니다. 극렬한 노선 투쟁이 불가피하죠. 

결국 윤석열의 국민의힘 대선 경선 과정은 윤석열식 자유주의에 대한 치열한 당내 노선 투쟁이 될 공산이 큽니다. 공정과 상식이 대국민 메시지라면 자유주의는 당내 메시지가 되는 셈이죠. 현대 민주주의에서 정당의 역할은 인물 필터링입니다. 정당은 정치인을 발굴하고 걸러내면서 제대로 된 리더를 국민한테 제공하는 기능을 합니다. 이런 기능이 무력화되면 트럼프가 등장하죠. 이런 기능이 효율화되면 오바마가 등장합니다. 그런데 대통령제 국가에선 대선 후보가 등장하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당도 진화합니다. 클린턴의 민주당과 오바마의 민주당과 바이든의 민주당은 다른 정당입니다. 교집합도 크지만 차이점도 확실하죠. 2022년 대선은 한국의 거대 양당 역시 미국식 플랫폼 정당으로 진화하느냐의 변곡점입니다. 선거 때마다 분당과 합당을 거듭하는 게 아니라 당내 노선 투쟁을 통해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나기를 반복하는 정당이 될 수 있느냐의 갈림길이죠. 그건 결국 대선 경선에서 얼마나 생산적인 투쟁이 벌어지느냐와 경선 이후 갈등을 얼마나 잘 극복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것만 잘만 되면 정당은 선거 때마다 새로운 정당으로 거듭날 수 있죠. 

대선 지지율 1위인 윤석열 전 총장의 첫 번째 숙제는 이것입니다. 국민의힘을 윤석열 정권의 수권 정당으로 변화시키는 것이죠. 이번 입당은 한 마디로 호랑이를 잡으러 호랑이 굴로 들어간 것입니다. 사실 이건 지금 민주당 경선 과정에서도 벌어지고 있는 일입니다. 이재명과 이낙연의 노선 투쟁은 결과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을 새로운 더불어민주당으로 바꿔놓겠죠. 문재인 대통령 역시 이 과정을 해냈기 때문에 집권할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집권 이후 당을 개혁했던 노무현 대통령과 집권 이전 당을 개혁했던 문재인 대통령은 애당초 집권 기반부터가 다를 수밖에 없었죠. 윤석열 전 총장한테도 같은 숙제가 주어진 셈입니다. 

그런데 바로 여기에서 또 윤석열의 탈정치적 마이웨이가 등장합니다. 솔직히 윤석열한텐 아직 대선 공약 1호가 없습니다. 공약 1호는 상징적입니다. 정책 브랜드죠. 정치인 윤석열이 준비가 덜 됐다는 비판을 받는 것도 이게 없어서죠. 정작 윤석열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한결같이 대답하곤 합니다. “정권교체가 중요하다. 정책에선 열 중 아홉이 달라도 정권교체라는 한 가지 뜻만 같다면 연대할 수 있다.” 윤석열은 정권교체가 빅텐트의 텐트폴이 될 수 있다고 것이죠. 정책의 차이로 싸우기보단 정권교체를 목적으로 신성동맹을 맺기를 바라죠. 정권교체라는 프레임은 솔직히 정책은 없지만 지지율은 높은 윤석열 캠프한텐 유리합니다. 구체적인 정책을 내세웠다가 공격받는 것보단 낫죠. 제1야당의 최대 목표가 정권교체인 건 명약관화하니까요. 윤석열은 제대로 된 정책 하나 없이 지지율 1등이니 구태여 호불호가 나뉘는 정책을 내세울 필요도 아직 없습니다. 

숨은 이유도 있습니다. 윤석열을 잘 아는 최측근에 따르면, 윤석열은 정권교체를 명분으로 후보 사퇴도 가능하다고 보고 있습니다. 자신의 본선 경쟁력이 정권교체를 이루기엔 부족하다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다른 후보를 밀어줄 수도 있단 말이죠. 지난 7월 2일이었죠. 윤석열 전 총장은 원희룡 제주지사와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6월 29일 정치 참여 선언 이후 대선주자급으론 맨 처음 마주한 상대가 원지사였죠. 원희룡 지사는 국회 경험과 행정 경험을 두루 갖추고 있습니다. 단지 지지율이 1%대 미만으로 낮죠. 윤석열 전 총장은 정말 정권교체를 위한 본선 경쟁력이 원희룡 지사가 더 높다고 판단되면 밀어줄 수도 있다는 입장입니다. 이게 이른바 윤석열 킹메이커론이죠. 윤석열이 정권교체를 대의명분으로 내세우는 또 다른 이유입니다. 당연히 정치적으론 손해입니다. 평생 한 번 올까 말까 한 별의 순간을 양보하는 셈이니까요. 그런데 이것이 또 정치적이지 않은 정치인 윤석열다운 선택일 수도 있습니다. 다시 한번 윤석열이 윤석열하게 되는 것이죠. 

도리도리 윤석열 

 

전형적인 정치적 사고를 하지 않는 윤석열이 마이웨이는 우파나 좌파라는 이분법적 구분에 대한 알레르기 반응으로도 이어집니다. 윤 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보수니 진보니 하는 구분은 한국 정치를 이해하는데 더는 유용한 관점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사실 진보와 보수의 이분법적 구도는 여당에 유리합니다. 2000년대까진 보수한 데 기울어졌던 운동장이 2020년대엔 진보한 데 기울어진 운동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죠. 선거는 구도입니다. 진보 대 보수의 구도는 언제나 51대 49의 싸움이 되기 쉽습니다. 탄핵 이후 보수 정당이 선거에서 연전연패해온 이유죠. 그 구도를 처음 깬 게 오세훈의 서울시장 선거였습니다. 20대와 30대 유권자들을 끌어들이면서 처음으로 이 구도를 흔들었죠. 윤 총장이 탈이념적 정치인을 지향하는 건 그래서입니다. 타고난 탈정치성이 현실 정치에선 강점이 된 셈이죠. 

문제는 정치적 사고를 하지 않는 것과 정치적 숙련이 되지 못한 건 별개의 차원이라는 사실입니다. 대통령제 국가에서 플랫폼 정당의 리더가 되려면 정치적 커뮤니케이션 능력이 필수입니다. 집권 경험이 있는 수권 정당이기 때문에 인재도 정책도 콘텐츠도 필요하면 얼마든지 꺼내쓸 수 있습니다. 다만 그걸 어떻게 내 메시지로 만드느냐가 후보한테 요구되는 중요한 자질이죠. 오바마처럼 화려한 연설능력을 갖추고 있다면 금상첨화입니다. 바이든처럼 압도적 경륜을 갖고 있어도 좋죠. 윤석열한텐 그게 없습니다. 도리도리만 있죠. 정치 참여 선언 이후 연거푸 이어진 실언 실점들은 정치인 윤석열의 치명적 한계입니다. 단기간에 개선되기 어려운 부분이죠. 정치에도 1만 시간의 법칙이 적용되니까요. 

대신 정치적 사고를 하지 않는다는 최대 장점은 지지율에 덜 예민하다는 부분에 있습니다. 윤석열 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자신은 지지율을 매일 확인하지는 않는다고 밝혔죠. 주변에서 매일 발표되는 지지율 보도를 보내주는 정도라고 말했죠. 나이별 지역별 지지율 추이는 구체적으로 볼 줄도 모르고 보지도 않는다고 설명했죠.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은 집권 5년 차인데도 40%대입니다. 이대로라면 레임덕이 없는 대통령으로서 임기를 마칠 공산이 큽니다. 다행스러운 일이죠. 이철희 정무 수석의 최대 미션은 대통령 지지율 사수입니다. 대통령 퇴임 마지막 날 지지율이 40% 이상이면 소원이 없겠다는 말도 공공연하게 할 정도죠. 문제는 지지율에 너무 연연하면 정부가 지지율 모범생화된다는 겁니다. 지지율을 유지하기 위해 국민들이 듣고 싶어 하는 얘기만 하게 되죠. 대통령도 자꾸 유체이탈 화법을 쓰게 됩니다. 민주주의는 국민의 눈높이에 맞춘 정치를 펼치는 게 기본입니다. 그렇지만 때론 국민을 앞장서 이끌 필요도 있죠. 김대중 대통령은 국민보다 반보만 앞서가라고 했었죠. 지지율 모범생이 되면 국민보다 반보 뒤에 가기 십상입니다. 앞서가면 비판받을 수 있으니까요. 만일 윤석열이 집권 이후에도 윤석열다울 수 있다면 지지율 모범생과는 거리가 멀 가능성이 큽니다. 대신 노무현 정부 시절만큼이나 늘 시끌시끌하겠죠. 역사적으로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대통령은 당대에 지지율이 높았던 대통령이 아니라 국민에게 담대하게 요구할 수 있었던 대통령이었죠. 노무현 대통령이 그랬었죠. 지지율이 떨어져도 국가를 위한 선택이라면 결단했죠. 차기 대통령이 누가 되든 똑같이 요구받을 덕목입니다. 


악의 화신 윤석열 


이번 입당은 윤석열을 반대하는 유권자들을 결집할 확실한 유인입니다. 사실 윤석열은 반대층 사이에선 악마화돼 있습니다. 조국 사태와 추윤 갈등을 거치면서 고착화됐죠. 합리적 진보층 사이에서도 윤석열은 반 검찰개혁의 상징입니다. 윤석열 총장과 가장 많이 비교되는 게 브라질의 세루지오 모루입니다. 브라질의 수사 판사 출신으로 전 법무부 장관입니다. 수사 판사는 우리나라의 검사에 해당하죠. 세루지오 모루는 2014년부터 라바 자투라는 반부패 수사를 지휘하면서 국민 영웅으로 떠올랐습니다. 라바 자투는 세차 작전이라는 뜻입니다. 자동차를 세차하듯이 정치를 일신한다는 의미였죠. 모루의 라바 자투는 브라질의 호세프 대통령을 탄핵으로 몰고 갔죠. 전직 룰라 대통령을 투옥했습니다. 심지어 호세프 대통령 탄핵을 주도한 테메르 대통령까지 감옥에 보냈죠. 모루의 반부패 수사가 브라질 정치를 성장시켰느냐면 결과는 정반대였습니다. 모루의 세차 작전은 사실상 브라질 정치를 권력 공백 상태에 빠뜨렸죠. 세차가 아니라 폐차를 해버린 셈이었죠. 결국 브라질의 트럼프로 불리는 포퓰리스트 보우소나루 대통령이 집권하게 됩니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을 수사한 윤석열 검사와 세 명의 전현직 대통령을 수사한 세루지오 모루는 여러모로 닮은꼴입니다. 두 사람 모두 유력한 차기 대권 주자로 꼽히고 있다는 점도 같죠. 한국과 브라질에서 중도보수층의 지지를 얻고 있다는 점도 같습니다. 중도층은 스윙보터입니다. 이름 그대로 사안마다 다른 지지 성향을 보이죠. 그건 중도층이 그것이 합리적이라고 여기기 때문입니다. 중도층에게 있어서 보통 합리적 판단의 기준은 법과 상식인 경우가 많습니다. 자연히 법을 집행하는 검사나 수사 판사한테 정치적 매력을 느끼기 쉽죠. 윤석열과 모루가 그렇게 중도층의 지지를 얻은 대표적인 경우입니다. 한국의 윤석열은 이제 제1야당에 입당해서 대선 경선 예비 후보가 됐습니다. 반면에 모루는 아직은 정치와는 거리를 두고 있습니다. 지난 4월엔 룰라에 대한 유죄 판결이 무효화됐죠. 모루는 룰라 대통령 수사 과정에서 표적 수사를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습니다. 모루가 2022년 브라질 대선에 출마할지 여부는 아직은 불투명합니다. 잠재적이지만 유력한 중도보수 후보인 건 분명하죠. 

윤석열 반대층은 윤석열을 한국의 모루로 봅니다. 법 기술자로서 사법 쿠데타를 획책하는 인물이라고 평가 절하하죠. 윤석열이 집권할 경우 사실상 군사 쿠데타에 준하는 사법 쿠데타로 민주 정부가 전복되는 셈이라고 우려합니다. 1987년 민주화 이후 35년 만에 민주주의가 후퇴하는 셈이라고 두려워하죠. 정치 참여 선언에서 정치인 윤석열이 던진 강경한 메시지와 국민의힘 전격 입당은 그런 반대층의 확신에 근거를 더해준 꼴입니다. 진보층한테 윤석열은 문재인 정부를 배신한 정치 검사일 뿐이죠. 정치적이지 않은 척하면서 사실 세상 정치적인 야심가입니다. 최근〈뉴스타파〉가 출간한 《윤석열과 검찰개혁》에는 세간에 알려지지 않은 윤석열의 이면이 일부 드러나 있습니다. 무엇보다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문재인 정부의 검찰총장이 되기 위해 정권 관계자들을 만나서 설득하고 다녔던 정황이 드러나 있습니다. 문재인 정부는 검찰 내 비주류인 윤석열 총장을 지켜주기 위해 검찰 인사를 통해서 이른바 윤석열 사단을 만들어주기까지 했죠. 《윤석열과 검찰개혁》에서 보여지는 윤석열은 정치적인 데다 배신자입니다. 정치적이지 않은 정치인이라는 윤석열에 대한 평가가 무색해질 정도죠. 그 모든 행동의 이면에 철저한 계산과 야심이 숨겨져 있다는 합리적 의심을 낳습니다. 

제1야당의 대선 후보가 윤석열로 결정된다면 이런 정치적 진영 싸움은 더욱 치열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조국 사태 이후 수년째 이어진 갈등이 사실상 대선으로까지 격상되는 셈이니까요. 2022년 대선은 사실상 내전에 가까운 선거로 치러질 수밖에 없겠죠. 어떤 선거 결과가 나오더라도 내상을 치유하는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겁니다. 윤석열 전 총장은 무너진 나라를 바로 세워야 한다면서 정치 참여를 선언했죠. 자칫 윤석열의 마이웨이가 나라를 무너뜨릴 수도 있단 말입니다. 

윤석열의 시대 정신 


정치외교학에서 대통령학은 정치 제도로서 대통령제를 분석합니다. 국가 원수이자 행정 수반으로서 대통령의 위상과 역할을 정의합니다. 그런데 대통령학에서 가장 덜 연구된 분야가 있습니다. 바로 대통령의 캐릭터 분석입니다. 일반화할 수 있어야 학문입니다. 대통령의 캐릭터는 일반화가 불가능합니다. 2022년이면 20대 대통령을 선출하는 우리나라의 역대 대통령만 놓고 봐도 알 수 있습니다. 46대 대통령을 선출한 미국도 마찬가지죠. 대통령 선거는 전형적인 인물 선거라는 게 함정입니다. 유권자들의 표심을 움직이는 건 대통령 후보의 자질인데 이건 정작 검증이 어렵습니다. 대통령제는 대표자를 국민들이 직접 선출한다는 점에선 혈통으로 권력을 계승하는 군주제보단 우월합니다. 합의에 따라 리더가 선출되고 집단 지도체제의 성격을 띠면서 정권이 실패하면 언제든 권력 교체가 가능한 내각제에 비하면 투박합니다. 무엇보다 대통령제는 대통령 개인의 캐릭터에 정권의 성패가 크게 좌우된다는 점에서 정치를 복권화 시킨다는 문제가 있죠. 게다가 단임제 대통령은 모두가 대통령을 난생처음 해보는 초보 대통령입니다. 국민은 초보 대통령한테 나라의 운전대를 맡겨야 하는 셈이죠. 

심지어 윤석열 전 총장은 초보 대통령이기 이전에 초보 정치인입니다. 정치적이지 않은 정치인의 마이웨이는 개혁적일 수 있다는 점에서 장점으로 작용할 수도 있습니다. 정치인이 이해득실과 유불리를 따지지 않아야 개혁이 가능하니까요. 차기 정권은 다양한 개혁 과제를 떠맡을 공산이 큽니다. 부동산 개혁과 노동 시장 개혁과 연금 개혁까지 수두룩합니다. 모두가 정치적으론 불리해질 수 있는 이슈들이죠. 반면에 그런 복잡한 이해관계를 서툴게 건드렸다가 벌집만 들쑤신 꼴이 될 수도 있습니다. 노란 조끼 시위를 유발한 프랑스 대통령 마크롱의 실패는 젊어서가 아니라 초보 대통령이라 벌어진 일입니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시대정신은 안티테제에서 나온다. 방향은 현재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586 운동권도 민주화 운동의 방향을 1980년대 당시 한국 사회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찾았다.” 시작은 그렇게 반대를 위한 반대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입당도 이렇게 투박하게 할 수 있습니다. 이제부턴 다릅니다. 정치인 윤석열한텐 지금부터가 진짜 시험대입니다. 윤석열의 마이웨이는 지금부터가 진짜 첫걸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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