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사유화와 디지털 불로소득
완결

감정의 사유화와 디지털 불로소득

페이스북과 구글이 판매하는 것


우리는 오늘도 페이스북과 구글을 위해 노동했다. ‘좋아요’를 하나라도 눌렀다면, 한 번이라도 검색을 했다면 말이다. 우리가 자유롭게 의견과 감정을 표출한다고 생각했던 온라인 활동들은 플랫폼 기업에게 수익을 가져다주고 있다. 이 활동들은 맞춤형 광고를 위한 자료가 되거나, 광고가 붙을 자리로 광고주에게 판매된다. 웹 사이트를 방문하고, 읽고, 연결하고, 만들고, 검색하고, 글과 사진과 동영상을 올리고, 친구와 대화하고, 새로운 친구를 사귀고, 친구 관계를 관리하는 등의 모든 활동은 경제적 가치를 생산한다. 그리고 그 수익은 플랫폼 기업에게 돌아간다. 플랫폼을 소유한 기업은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이용자들이 생산한 다양한 콘텐츠로 막대한 광고와 금융 수익을 거두어들인다. 이들의 수익에는 전통적인 지대(地代)와 같은 특성이 있다. 직접적인 생산 과정에 참여하지 않고도 획득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노동에서 창출된 가치를 플랫폼에 대한 독점적 소유권을 토대로 전유한 것이라는 점에서 그렇다.[1]

페이스북 월간 이용자는 21억 9600만 명이다. 이용자들은 매일 평균 20분 동안 페이스북에 접속한다.[2] 페이스북 수익의 대부분은 광고에서 나온다. 페이스북의 2018년 1분기 총수익 대비 광고 수익 비중은 98퍼센트에 달한다.[3] 광고 수익은 플랫폼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감정 표현에서 나온 것이다. 자신의 근황을 알리는 글, 사진, 동영상을 게시하고, 새로운 친구 관계를 맺고, 친구의 게시물을 읽고, ‘좋아요’를 누르고, 댓글을 달고, 다양한 자료를 공유하는 등의 활동에 광고가 붙는다. 이는 이용자의 자발적인 감정 표출이지만,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기도 한다는 점에서 자유노동이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활동을 조직하거나 지휘하지 않는다. 생산 과정에 관여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페이스북은 플랫폼에 대한 소유권을 근거로 이용자들의 감정과 자유노동이 생산하는 경제적 가치를 독점하고 있다.

페이스북은 이용자의 페이지 오른쪽에 노출되는 측면 광고(Sidebar Ad), 페이지 우측면이나 뉴스피드에 노출되는 후원 게시물(Sponsored Stories), 이용자 뉴스피드에 노출되는 추천 게시물(Suggested Post), 기업 페이지 등을 통해 광고를 판매한다. 측면 광고는 이용자들의 클릭 1회에 1달러, 후원 게시물은 클릭 1회에 50센트, 추천 게시물은 1000명의 맞춤 광고 대상에게 노출되는 데에 5달러의 광고료를 받는다. 말하자면, 페이스북은 사이트를 기업 영업의 장소로 빌려주고 임대 수익을 얻는다. 임대 수익의 원천은 플랫폼에 집중된 사용자 규모와 사용자가 표출하는 감정의 다양성이다. 사용자들의 모든 플랫폼 활동은 페이스북 서버에 저장되며, 페이스북은 그것을 개별 이용자 페이지에 노출시킬 맞춤 광고를 고르는 데 사용하고 있다.

구글 역시 마찬가지다. 구글은 정보와 지식 검색 활동의 세계적 중심이다. 구글의 월간 검색 수는 10억 건 이상이다.[4] 엄청난 규모의 이용자 수와 활동은 막대한 광고 수익으로 이어진다. 2017년도에 구글은 전체 수익의 약 87퍼센트에 달하는 953억 달러의 수익을 광고에서 얻었다.[5] 그런데 이처럼 막대한 광고 수익을 벌어다 주는 검색 결과에서 구글이 직접 관리하고 조직하고 생산한 콘텐츠는 사실상 전무하다. 구글은 수십억 인터넷 이용자들의 웹 사이트와 정보 검색 노동이 생산한 콘텐츠와 데이터를 활용할 뿐이다. 모든 이용자들의 콘텐츠 생산 노동은 디지털 네트워크 속에서 거의 대부분 분산적이고 독자적으로 수행된다. 구글은 콘텐츠 생산을 명령하지도, 지휘하지도 않는다. 구글 또한 생산 과정에는 참여하지 않으면서 광고 영업의 장소를 빌려주는 대가로 임대 수익을 얻고 있는 것이다.

구글은 이용자의 자유노동을 지휘하지는 않지만, 관리하는 장치는 갖고 있다. 광고를 판매하는 애드워즈(AdWords)와 애드센스(AdSense) 프로그램이다. 이들 프로그램은 검색 플랫폼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활동을 상품으로 전환시킨다. 애드워즈는 하루 수십억 건에 달하는 검색 키워드를 광고주에게 판매한다. 이 프로그램을 통해 구글은 이용자들이 입력한 검색어를 광고주들 사이에서 경매에 부친다.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검색 활동과 감정 표출이 바로 구글이 광고주에게 판매하는 상품이다. 애드센스는 이용자들의 다양한 검색 활동을 추적하고 분류함으로써 행동 맞춤형(behavioral targeting) 광고 수단을 광고주에게 판매한다. 애드센스는 일반 이용자들이 블로그나 웹사이트의 특정 위치에 광고를 게재할 수 있는 장치로, 구글은 맞춤형 광고를 중개하고 수익을 얻는다. 이 프로그램은 이용자들의 관심사나 과거 검색 활동과 연관된 광고를 지원한다. 구글은 쿠키를 사용하여 이용자들이 방문한 사이트를 추적하고, 사이트 내용에 따라 이용자들을 일정한 범주로 구분한다. 그리고 이를 활용해 이용자 각자의 관심과 연관된 광고를 노출시킨다. 이용자들의 검색 내역, 관심사, 선호 등과 같은 자유로운 감정 표출을 광고 노출에 활용함으로써 더 높은 수익을 얻는 셈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플랫폼 이용자들의 감정 표출은 광고뿐만 아니라 금융 수익 창출에도 기여하고 있다. 오늘날 기업들의 금융 수익 가운데 상당 부분은 시가 총액의 변동에 따른 것이다. 주가의 총합인 시가 총액은 기업의 브랜드 가치에 크게 의존한다. 그리고 브랜드 가치의 많은 부분은 네트워크 속 인구들이 기업에 대해 어떤 감정을 갖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실제로 구글과 페이스북이 그동안 거둔 금융 수익은 광고 수익을 훨씬 상회한다. 구글은 2004년에 실시한 기업공개(IPO·Initial Public Offering)에서 주당 85달러의 가격으로 약 1906만 주를 판매하여 16억 7000만 달러의 자본을 확충했다.[6] 이로써 구글의 시가 총액은 230억 달러를 넘어서게 되었으며, 2018년 7월 현재 구글의 시가 총액은 7700억 달러에 달한다.[7] 페이스북의 경우, 2012년 5월 기업공개에서는 38달러였던 주당 가치가 2018년 현재 약 192달러로 상승했다. 2012년에 1040억 달러였던 페이스북의 기업 가치는 2018년 현재 약 5580억 달러에 달한다.[8]

이처럼 플랫폼 기업은 이용자들의 일상적인 감정 표출을 통해 막대한 광고와 금융 수익을 얻고 있다. 임대료나 지대처럼, 불로소득(unearned income)이라고 할 수 있는 수익이다. 광고주에게 판매되는 상품을 만들어 내는 것은 플랫폼이 아니라 이용자들이기 때문이다. 플랫폼 기업의 소득에 어떤 특성이 있는지를 밝히고, 그 사회적 의미를 논의해야 하는 이유다.

 

상품이 되는 감정, 정동


플랫폼 기업이 수익의 원천으로 삼고 있는 이용자들의 감정 표출을 정확히 개념화하면 ‘정동(情動, affect)’이라고 할 수 있다. 정동은 영향을 주고받을 수 있는 신체 능력을 뜻한다. 행동 능력을 증강 또는 감소시키는 신체적 힘이다. 정동이 곧 감정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개인이 인식할 때의 정동은 주체의 감정이 될 수 있다.[9] 정동은 우리의 몸을 자극하고 우리를 행동하게 만든다. 그렇기 때문에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화의 대상이 되어 왔다.

정동은 시장에서 거래되는 모든 상품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과 애착, 평판 형성의 토대가 된다. 이에 따라 점점 더 많은 기업들이 소비자 감정의 실시간 흐름을 포착하고 관리하고 활용함으로써 수익을 얻는 것에 집중한다. 그리하여 정동은 소비자의 욕망, 감정, 선호에 영향을 미칠 수 있도록 생산적으로 조정되고 조종될 수 있는 일상적 감정[10]이 되었다. 자본은 정동의 상업적 통제와 관리에서 창출되는 경제적 부와 가치를 사실상 독점한다. 정보 검색과 사회관계망을 통해 이용자의 감정 표출을 관리해 수익을 얻는 구글과 페이스북의 정동 경제는 디지털 자본주의의 새로운 모범이 되었다. 많은 전통적 기업들도 디지털 네트워크 플랫폼을 통해 사용자와 소비자의 정동을 이익의 지렛대로 삼는 경영 전략을 적극적으로 도입하고 있다.

 

독보적인 우월함, 독점 지대


구글과 페이스북이 이용자들의 정동을 사유화함으로써 얻는 수익은 지대다. 플랫폼의 소유자인 기업은 가치 생산에 참여하지 않고도 수익을 얻는다.

토지 지대 수익의 형태는 크게 세 가지로 분류할 수 있다. 우선, 절대 지대(absolute rent)는 토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토지 소유자가 강제할 수 있는 소득이다. 토지의 생산성이 아무리 낮더라도 무료로 다른 사람에게 빌려주는 지주는 없기 때문에, 모든 토지는 지대를 징수할 수 있다. 다음으로, 차액 지대(differential rent)는 토지의 비옥도나 산출량의 차이 그리고 위치 요인에서 발생하는 지대다. 마지막으로, 독점 지대(monopoly rent)는 토지 생산물의 독점 가격에서 발생하는 지대다. 다른 토지에 비해 특별히 뛰어난 생산물을 내고 있을 때 창출된다.

구글, 페이스북 등 네트워크 자본은 플랫폼에 집중되는 인구를 바탕으로 지대를 얻는다. 여기에 사용자들이 몰리는 것은 이들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의 특출함이나 탁월성 때문이다. 정보 경제에서 지대는 결국 소비자들이 독점 가격을 감당할 만큼 해당 서비스가 탁월하다고 느끼는지에 달려 있다. 따라서 네트워크 자본이 누리는 지대는 서비스가 독특하고 뛰어날 때 발생하는 독점 지대로 설명할 수 있다.[11]

독점 지대는 재화와 자원의 특출함으로 인해 독점 가격이 실현될 수 있을 때 발생한다. 이러한 점에서 오늘날 독점 지대는 주로 지식 재산권에서 나온다. 지식 재산권 소유자는 토지 소유자가 토지를 빌려주고 수익을 얻는 것처럼 지식 재산권을 빌려주고 사용료를 받는다. 따라서 사용료는 일종의 지대다. 복제 불가능한 독창성, 특이성 등과 같은 문화적이고 상징적인 의미를 소비자들에게 각인시킬 수 있다면, 지적 재화뿐 아니라 다양한 상품들도 독점 지대를 창출할 수 있다.

현대 경제에서 기업과 상품의 브랜드 가치가 갖는 중요성도 독점 지대 개념으로 설명할 수 있다. 브랜드는 금융 시장에서 기업이 물질적 자산 이상의 가치로 거래될 수 있게 하는 전략적 무형 자산이 되었다. 2018년 현재 주요 기업들의 시가 총액에 대한 브랜드 기여율은 맥도날드와 코카콜라가 약 32퍼센트, 나이키 29퍼센트, IBM 24퍼센트, 애플 20퍼센트, 구글 17퍼센트, 그리고 페이스북이 18퍼센트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12] 성공적인 브랜드가 상품의 매출이나 기업의 시가 총액에 커다란 긍정적 기여를 한다는 것은 해당 브랜드가 소비자들로부터 독보적이고 우월적인 의미를 인정받았다는 뜻이라고 할 수 있다. 현대 경제에서 기업들은 소비자의 욕망, 선호, 감정 등을 포괄하는 정동을 관리해 상품의 문화적, 상징적 가치를 부각시키고 있다. 이를 통해 기업은 대체 불가능한 독특함, 즉 독점적 지위를 확보하고 독점 지대를 획득할 수 있게 된다.

 

알고리즘, 인구를 집중시키다


구글과 페이스북이 많은 이용자들을 끌어들여 독점적인 지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은 알고리즘 덕이다. 구글의 검색 결과에 반영되는 알고리즘 페이지랭크(PageRank)와 페이스북의 뉴스피드에 활용되는 사회관계망 알고리즘 에지랭크(EdgeRank)에는 경쟁 기업들의 알고리즘에 비해 독특한 점이 있다. 바로 이용자들의 감정을 효율적으로 평가하고 정리해서 상품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결국 이들 기업은 디지털 네트워크 속 일반인의 자유로운 활동을 효율적으로 정리해 보여 준 덕에 인구 집중을 얻게 된 것이다. 페이지랭크, 에지랭크 등 알고리즘은 지식 재산권의 보호를 받는 재산이자, 인구 집중을 자동적으로 만들어 내는 일종의 기계다. 알고리즘은 수십억 웹 이용자들이 자유롭게 생산한 콘텐츠와 그 콘텐츠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발생한 연결망을 분류하고 처리할 뿐이다. 페이지랭크가 색인하는 수백억 개의 웹 사이트 중에서 구글이 스스로 생산한 사이트는 사실상 전무하다. 에지랭크가 처리하는 수백억 개의 사진 중에서 페이스북이 직접 제작한 사진도 거의 없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콘텐츠 생산의 외부에 머물러 있을 뿐이다. 그리고 이들 알고리즘이 이용자들에게 제공하는 검색과 사회관계망 서비스는 상품으로 거래되는 것도 아니다. 알고리즘이 만들어 내는 상품은 각각의 사이트로의 인구 집중 그 자체다. 사이트 이용자들과 그들의 검색과 사회관계망 활동이 곧 구글과 페이스북의 상품인 것이다.

구글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은 특정 페이지와 연결되어 있는 다른 페이지들의 수와 질에 따라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다. 페이지의 랭킹은 연결되어 들어오는 페이지의 수가 많을수록, 많은 페이지의 연결을 받을수록 올라가게 되어 있다. 이러한 랭킹 부여 방식은 기존의 야후나 그 밖의 다른 검색 서비스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두 가지 강점을 갖는다. 첫째, 인터넷을 기존의 평편한 정보의 바다에서 정동의 위계 구조로 바꿔 놓았다. 웹 페이지들 사이의 연결 상태는 방문자들이 개별 페이지의 유용성이나 중요성을 평가한 결과로 해석된다. 예컨대 사용자가 검색을 통해 무작위로 따라 들어간 링크의 최종 도착 페이지는 중간 단계로 거쳐 간 페이지에 비해 높은 중요도를 갖는다. 이에 따라 모든 페이지들은 정동의 위계 속에서 각기 상이한 위치를 차지하는 대상이 된다. 검색 결과를 페이지들의 서열화된 정동 가치의 양에 따라 제공한 페이지랭크 알고리즘의 혁신은 오늘날 검색 서비스 시장에서 구글이 거두어들이고 있는 독점 지대의 핵심이다.

둘째, 페이지 랭킹은 특정 개인이나 조직이 임의로 결정하는 것이 아니라, 수많은 페이지들의 연결 현황에 의해 거의 자연 발생적으로 결정된다. 소수의 권력자나 엘리트 집단을 대신해 네트워크 속 인구들의 집단 지성이 랭킹 부여의 주체가 되면서 랭킹 부여 작업이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13]된 것이다. 그리고 사용자들은 평면적으로 나열된 무수한 페이지들 속에서 자신이 관심 있는 정보를 일일이 솎아 내야 하는 수고를 덜게 되었다. 이런 알고리즘 원리는 구글 검색 결과에 대한 이용자들의 신뢰를 높인다. 구글이 독점 지대를 얻고 있는 이유다.

페이스북 에지랭크도 게시물에 대한 이용자들의 정서적 반응에 랭킹을 부여하고 그것을 사회관계망 관리 자원으로 사용하게 한다. 에지랭크 알고리즘은 친밀성(affinity), 중요성(weight), 시간 감쇠성(time decay)이라는 세 가지 핵심 요소에 따라 페이스북에서 일어나는 모든 소통에 순위를 부여한다. 따라서 특정 이용자가 모든 페이스북 친구를 대상으로 포스팅을 올려도 그것이 모든 친구들의 페이스북 페이지에 동일한 방식으로 노출되지는 않는다. 페이스북 소통이 소원했던 관계보다는 활발했던 관계, ‘좋아요’, ‘댓글 달기’, ‘공유하기’ 등의 반응을 별로 얻지 못한 포스팅보다는 많은 반응을 얻은 포스팅, 오래된 것보다는 최근 작성된 게시물 등과 같이 정동 가치가 더 높은 콘텐츠가 다른 친구들의 페이지에 우선 노출된다.

에지랭크의 이러한 랭킹 부여 방식은 다른 사회관계망 사이트와 구별되는 두 가지 중요한 특성을 지닌다. 우선 블로그나 마이스페이스 그리고 싸이월드와 같은 사회 연결망 사이트가 자신의 집을 방문한 손님을 맞는 개인 사랑방 같은 공간이라면, 페이스북은 개인이 친구들과 어울리기 위해 한데 모이는 집 바깥의 선술집이면서도 그 속에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각자의 방이 있는 공간으로 비유할 수 있다. 친구들 사이의 모임이 끊임없이 진행되는 선술집과 같은 공간에서는 개인 사랑방 같은 공간에 비해 소통이 발생할 가능성이 현저하게 높아진다.

또한 이용자의 포스팅을 시간 순으로 게시하는 대다수 사회관계망 사이트와는 달리, 페이스북은 친밀성이나 중요성을 더 중시한다. 시간 감쇠성은 여러 기준 가운데 하나에 불과하다. 시간 순서보다는 게시물이 지닌 정동 가치를 더욱 중요하게 간주한다는 뜻이다. 이용자들 사이 관계적 소통의 발생 가능성을 높이고 직접적인 정동의 표출을 촉진시키는 이러한 두 가지 특징은 페이스북이 압도적 다수를 끌어들여 지배적인 사회관계망 사이트의 지위를 확립하는 데 크게 기여했다.

 

인터넷 플랫폼과 불로소득


재산의 소유권에서 나오는 소득은 대부분 불로소득이다. 자신의 노력이나 기여와는 무관하게 얻게 된 소득, 경쟁에서 자유로운 독점력에서 생기는 소득, 인구 증가로 특정 지역이나 대상의 가치가 상승함으로써 발생하는 소득은 모두 불로소득에 속한다. 부동산 지대, 금융 이자, 주식 배당금, 지식 재산권 사용료 등이 대표적이다.

플랫폼 기업의 수익도 불로소득이다. 구글과 페이스북 등 플랫폼 기업은 수십억 인터넷 사용자들의 자유노동을 활용하여 막대한 수익을 얻는다. 사용자들에게 검색과 사회관계망 서비스를 무료로 제공하는 대신, 그들의 온라인 활동을 추적하고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맞춤형 광고 수익을 얻는 것이다. 이러한 사업 모델은 흔히 사용자와 기업 모두에게 혜택을 주는 매우 성공적인 혁신으로 간주된다. 간혹 제기되는 플랫폼 기업에 대한 비판은 기업이 관리하는 사용자 데이터의 프라이버시 문제에만 머무를 뿐, 불로소득이라는 측면을 지적하는 경우는 드물다. 사용자 제작 콘텐츠와 데이터의 광범위한 활용에서 나오는 수익을 플랫폼 기업이 독점하는 것이 정당한가 하는 문제는 좀처럼 논의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플랫폼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콘텐츠와 데이터 생산이 플랫폼 기업들에 많은 불로소득을 제공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플랫폼 기업이 얻고 있는 이익을 불로소득으로 볼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인지, 이익에 대한 정당한 과세나 사회적 환수는 어떻게 이루어져야 하는지 논의할 필요가 있다.

 

구글세(Google Tax)를 넘어


이처럼 막대한 규모의 불로소득을 거두어들이면서도, 정작 구글과 페이스북은 세계 대부분의 나라에서  법인세 납부를 사실상 회피하고 있다. 이른바 ‘더블 아이리시(Double Irish)’와 ‘더치 샌드위치(Dutch Sandwich)’ 기법을 통해서다. 이는 아일랜드에 두 개, 네덜란드에 하나의 자회사를 두고 해외 수익을 아일랜드 자회사에서 네덜란드 자회사로, 다시 아일랜드의 다른 자회사로 옮겨 조세를 회피하는 수법이다. 아일랜드 자회사의 관리 회사를 조세 회피처(tax haven)인 영국령 버뮤다 제도에 두어 법인세를 피하고, 아일랜드와 네덜란드 간의 조세 협약 등 각국의 조세 제도를 교묘히 이용한다. 세계 각국의 기존 법인세 제도는 불로소득에 대해 적절히 과세하지 못하고 있다.

구글과 페이스북을 포함한 많은 다국적 기업들은 이처럼 국제 세금 체제의 맹점을 활용하여 막대한 세금을 회피하고 있다. 이는 비록 불법적인 것은 아닐지라도 공정한 것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세금 회피를 단속하기 위해 영국 정부는 허위로 해외에 빼돌린 이윤에 대해 25퍼센트의 법인세율을 부과하는 이른바 구글세를 도입하여 2015년부터 시행하였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2015년 ‘기반 침식 이윤 이전(Base erosion and profit shifting)’ 퇴치 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다국적 기업들이 수익 발생처와 세금 납부 국가를 보고하도록 강제한다. 이윤을 조세 회피처나 세율이 낮은 국가로 이전시키는 다국적 기업들의 세금 회피를 단속해야 한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유럽 연합의 지속적인 압박으로 아일랜드 세법이 개정되어 더블 아이리시 수법도 2020년까지만 유효하다.

그런데 과연 더블 아이리시를 통한 세금 회피를 막고 정상적인 법인세를 징수하기만 하면 이들 플랫폼 기업이 거두어들이는 막대한 지대 수익에 대한 공정한 과세가 이루어진다고 말할 수 있을까. 플랫폼 기업이 점점 독점 지대와 같은 성격의 이윤을 얻고 있다면, 법인세에도 이윤의 변화된 성격을 반영해야 한다.

오늘날 많은 플랫폼 기업들이 얻고 있는 수익은 부동산 소유자의 수익과 유사하다고 볼 수 있다. 부동산 소유자는 자신의 노력과는 무관한 사회 경제적 요인에 의해 발생한 개발 이익을 사적으로 수취한다. 부동산 개발 이익은 흔히 개발 사업이나 토지 이용 계획 변경 혹은 여타의 사회 경제적 요인에 의해 상승한 부동산 가치 증가분 중 통상적인 부동산 가치 상승을 초과한 상승분을 가리킨다. 부동산 불로소득의 사회적 환수 방법의 하나인 양도 소득세는 지가 상승분 총액에서 토지 소유자의 직접 투자액을 공제한 이득 중 일부를 세금으로 징수하는 제도다.[14]

한국의 경우, 개인의 부동산 양도 차익은 양도 소득세로 과세한다. 하지만 법인의 양도 차익은 해당 사업 연도의 소득으로 계상되어 법인세 과세 대상이 될 뿐만 아니라, 통상 10퍼센트의 추가 과세 항목이 된다. 법인세 특별 부가세 혹은 토지 등 양도 소득에 대한 법인세로도 불리는 이 제도는 법인세법상의 특례 조항으로 운용되고 있다. 부동산 개발 이익은 법인세 특례 조항을 통해 이미 일정 정도 사회적으로 환수되고 있다. 이는 플랫폼 기업의 지대 수익에 대한 통상적인 법인세율을 넘어서는 과세 장치 도입의 정당성과 가능성을 뒷받침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 분배의 가능성


플랫폼 기업이 불로소득을 거둘 수 있는 것은 수많은 인터넷 이용자들의 자유로운 활동 덕이다. 경제적인 가치를 생산하는 이러한 활동에 보상이 돌아갈 수 있게 하는 방안은 블록체인(Blockchain)과 암호 화폐(Cryptocurrency)를 통해 논의할 수 있다.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는 디지털 시대의 사회적 권력을 소수의 기업과 정부가 아니라 개별 사용자들에게 돌려줄 수 있다. 인터넷의 탈중심성, 수평성, 자율성, 개방성 원리를 회복시킬 수 있는 기술이다.

2008년 비트코인(Bitcoin)의 등장을 뒷받침한 블록체인은 P2P(Peer to Peer) 네트워크 속의 모든 사용자들에게 조작 불가능한 거래 장부를 배포하여 역사상 처음으로 완전히 탈중심화된 디지털 거래 시스템을 구축했다. 어떤 거래도 개인들 사이에 직접적이고 즉각적으로 이루어질 수 있고, 어떤 주체도 블록체인을 독점하거나 통제할 수 없다. P2P 네트워크 자체가 기존의 관료제적 위계는 물론, 은행, 증권 거래소, 등기소, 게이트키퍼, 포털, 검색 엔진, 이메일, 사회관계망 플랫폼 등 거의 모든 제3자와 중간 매개자의 역할을 대체하기 때문이다.

블록체인과 암호 화폐는 공정한 인터넷 경제 모델의 창출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과 같은 클라우드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이용자들의 다양한 자유노동에 직접적으로 화폐 보상을 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예컨대, 수십억 인터넷 이용자들의 불용 컴퓨팅과 네트워킹 자원으로 구성된 네트워크 시스템 ‘메이드세이프(MaidSafe)’는 클라우드 자본의 방대한 서버 시스템과 데이터 센터를 대신할 수 있으며, 참가자들의 물질적 기여는 ‘세이프코인(Safecoin)’이라는 암호 화폐로 보상받을 수 있다. 페이스북이나 트위터를 대체하는 새로운 분산 사회관계망 플랫폼을 지향하는 시너리오(Synereo)는 운영자의 경제적 이익에 휘둘리지 않고, 폐쇄 불가능하며, 콘텐츠 생산자들에게 화폐로 보상하고, 중앙 통제권이 없는 전혀 새로운 유형의 사회관계망 사이트다.

이처럼 블록체인은 명성, 평판, 인정, 사회적 상호 작용, 관계, 취향, 관심, 경험, 기억 등과 같은 다양한 사회적 가치들이 P2P 환경에서 적절한 화폐 보상을 받도록 하는 기술이 될 수 있다. 블록체인은 구글, 페이스북, 아마존 등과 같은 클라우드 플랫폼 자본이 독점 지대를 수취하는 경제를 대체하고, 자원을 공유하는 서로 동등한 사람들 사이의 비위계적 사회관계의 출현과 확산에 기여할 수 있다.
 
[1]
하비(Harvey)에 따르면, 모든 지대는 지구상의 특정 부분에 대한 사적 소유자의 독점적 권력에 토대를 두고 있다. 재산의 독점적 소유권자는 가치 생산의 외부에서도 자신의 소득을 강제할 수 있다.
[6]
BusinessWeek, 〈Google: Whiz Kids or Naughty Boys?〉, 2004.
[7]
Marketwatch, 〈Alphabet Inc. Overview〉, 2018.
[8]
Marketwatch, 〈Facebook Inc. Overview〉, 2018.
[9]
스피노자(Spinoza)가 제시한 정동 개념은 다른 존재, 단위 그리고 과정에 영향을 미치고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능력 혹은 몸의 행동하는 능력을 증강하거나 감소시키는 개인적이고 신체적인 힘을 지칭한다. 스피노자의 정동 관념에서 신체는 인간 신체에만 국한되지 않으며,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넘어서는 것으로 이해된다. 예컨대, 교회나 절과 같은 종교 장소와 그 속에 있는 물품과 상징 등의 요소들은 신성함이나 속됨과 같은 종교적 정동의 출현에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한다.
[10]
Mark Andrejevic, 〈The Work That Affective Economics Does〉, 《Cultural Studies》25(4-5), 2011.
[11]
강남훈, 파스퀴넬리(Pasquinelli) 등은 네트워크 속의 중심성이나 접근성으로부터 차액 지대가 발생한다고 본다. 그런데 하비에 따르면, 모든 차액 지대의 원천은 일차적으로 특정 장소가 갖는 생산성의 자연적 우위성에 있다. 따라서 구글과 같은 네트워크 자본이 누리는 초과 이윤을 차액 지대로 볼 수 있으려면, 그것의 영구적인 자연적 우위성이 무엇인지를 밝힐 수 있어야 한다. 네트워크 자본은 중심성, 접근성, 수요의 집중 등에서 지대를 얻는다고 말할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것들이 영구적인 자연력의 차이에서 비롯되었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디지털 네트워크는 어떤 구성 부분도 본질적인 생산력의 차이를 갖지 않으며, 어떤 장소도 중심이 될 수 있을 정도로 물리적 접근성이 거의 문제가 되지 않기 때문이다.
[13]
군중(crowd)과 아웃소싱(outsourcing)의 합성어로 일반 대중이 기업 내부 인력을 대체하는 현상을 일컫는 것으로 칼럼니스트 제프 하우(Jeff Howe)가 만든 용어다. 소셜 네트워킹 기법을 이용하여 제품이나 지식의 생성과 서비스 과정에 대중을 참여시킴으로써 생산 단가를 낮추고, 부가 가치를 증대시키며 발생된 수익의 일부를 다시 대중에게 보상하는 새로운 경영 혁신 방법이다. 〈크라우드 소싱〉, 《IT용어사전 - 네이버 지식백과》
[14]
길준규, 〈재건축 개발이익환수제도의 법적 문제〉, 《공법학연구》 7(3), 200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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