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그플레이션이란 느낌적 느낌
2화

세계 경제는 1970년대로 되돌아가고 있는가?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부 기이한 공통점이 있다 하더라도, 과거가 현재에 대한 최고의 지침서가 될 수 없다.

거의 반세기 전,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미국에 대한 석유 금수조치를 단행하면서, 적당한 수준의 인플레이션이 유지되던 이 나라에서는 오랫동안 물가가 치솟고 경제적 고통이 야기되는 상황이 벌어졌다. 그런데 요즘에도 인플레이션이 거세지고 경제활동은 실망스러운 수준에 그치면서, 1970년대에 벌어졌던 이러한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의 모습이 다시금 경제학자들의 머릿속에 떠오르고 있다. 현재의 모습이 과거의 상황과 불편할 정도로 유사하다며 경고의 목소리를 내는 이들은 상당한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이다. 대표적으로는 하버드대학교의 로렌스 서머스(Lawrence Summers)와 케네스 로고프(Kenneth Rogoff), 케임브리지대학교의 현직 교수이자 채권회사 핌코(PIMCO)의 CEO를 지냈던 모하메드 엘-에리안(Mohamed El-Erian)이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이 특히나 골치 아픈 문제인 이유는, 일반적으로는 동시에 발생하지 않는 높은 인플레이션과 경기의 약세라는 두 가지의 병폐가 함께 결합되기 때문이다. 올해 지금까지 전 세계 대부분 지역의 경제 성장세는 비교적 탄탄했고, 아직까지는 전반적으로 판데믹 발생 이전의 수준을 상회하고 있기는 하지만 실업률도 떨어지고 있는 추세이다. 그러나 회복세가 탄력을 잃은 것으로 보이면서 스태그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부채질하고 있다. 코로나19는 동남아시아 일부 지역의 공장들을 폐쇄시키면서 제조업 생산에 타격을 입혔다. 미국에서는 소비심리가 흔들리고 있다. 한편, 지난 10년간의 부진을 겪은 이후로, 물가에 대한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표1 참조) 물가는 전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 중앙은행들이 정한 목표치를 초과했는데, 영국 및 유럽에서는 3퍼센트를, 미국에서는 5퍼센트를 넘어섰다.

현재의 경제적 모습이 1970년대의 상황만큼 나쁜 것은 아니다. (표2 참조)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사람들을 걱정하게 만드는 것은 어떤 냉정한 숫자들이라기보다는, 성장이 둔화되는 상황에서도 물가를 계속해서 상승하게끔 위협하는 일련의 요인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이다. 그리고 그러한 요인들이 바로 1970년대에 발생한 스태그플레이션의 이면에 있었던 요소들과 기이할 정도로 유사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한 가지 유사점은 세계 경제가 다시 한 번 에너지 가격과 식료품 가격의 충격을 견뎌내고 있다는 것이다. 전 세계의 식료품 가격은 지난해를 거치면서 3분의 1 정도 올랐다. 아시아와 유럽에서의 가스와 석탄 가격은 기록적인 수준에 근접했다. 중국이나 인도와 같은 경제권에서는 두 가지 원료의 재고량이 모두 당혹스러울 정도로 낮은 편이다. 중국에서는 이미 문제가 되고 있는 정전 사태가 더욱 확대될 수도 있다. 에너지 가격의 상승은 물가상승을 더욱 부채질할 것이고, 전 세계의 경제 분위기를 더욱 어둡게 만들 것이다.

다른 가격들도 상승하고 있다. 소비자들의 지출이 (서비스보다는) 실물 상품 위주로 옮겨갔고, 코로나19로 인해서 항구에서는 적체현상이 발생하면서 선적 비용이 치솟았다. 노동력을 충분히 확보하려는 기업들에 의한 인력 수요가 급증하면서, 올해 들어 노동자들의 협상력은 더욱 강해졌다. 그래서 독일의 노동조합들은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고, 일부 노동자들은 파업을 벌이고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이들은 현재의 정책 환경에서 과거와 유사한 또 다른 사례들을 발견한다. 그들은 거시경제적인 사고가 퇴보하면서 지속적인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수 있는 여지가 만들어졌다고 걱정한다. 1960년대와 1970년대에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은 어느 정도의 물가상승을 용인했는데, 그 이유는 물가안정보다 실업률을 낮추는 것에 더욱 중점을 두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에 경험했던 스태그플레이션의 고통으로 인해 사고방식이 바뀌었고, 이후로는 중앙은행들이 물가를 안정시키는데 책임의식을 갖게 만들었다. 그러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수요가 부족한 시기를 거치면서 물가보다는 실업률을 훨씬 더 중요히 여기게 되었다. 금리가 낮았기 때문에 재정에 대한 절제력이 약해졌고, 이런 분위기 속에서 2020년에 막대한 액수의 경기부양책이 가능할 수 있었다. 1970년대와 마찬가지로 현재에도 스태그플레이션을 우려하는 이들은 각국 정부와 중앙은행들이 경제를 훨씬 더 뜨겁게 가동시키면서 공급자 측면(supply side)으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면, 오히려 더욱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망스러운 경제성장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러한 유사성들을 제외하면, 현재의 문제점들에 대하여 1970년대에서 배울 수 있는 교훈은 거의 없다. 이러한 특성을 확인하려면, 역사적인 유사성이 발견되지 않는 영역을 살펴보면 된다. 에너지와 식료품 가격의 충격이 경제학자들을 우려하게 만드는 이유는, 그것이 임금인상에 대한 요구와 추가적인 물가상승에 대한 예상으로 이어지면서 물가를 더욱 치솟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랫동안 노동력이 힘을 가질 수 있도록 뒷받침하던 제도들이 현재는 대부분의 국가에서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대부분 선진국들로 구성된 기구인 OECD를 살펴보면, 1970년 당시에 노동조합이 임금 단체협상을 진행하던 노동자들의 비율은 약 38퍼센트였다. 2019년이 되자 그 비율은 16퍼센트로 떨어졌는데, 이는 기록적으로 낮은 수치이다.

1970년대에 임금 협상을 할 때는 물가상승 정도를 자동적으로 임금 인상에 반영하는 생계비 조정(COLA) 원칙이 흔히 적용되었다. 그러나 그 이후로 그러한 관행은 급격히 줄어들었다. 1976년에는 미국에서 노동조합에 속한 노동자들의 60퍼센트 이상이 COLA 원칙이 적용된 단체협상의 대상이었다. 1995년에는 그 비율이 22퍼센트로 줄어들었다. 2020년에 발표한 논문에서 하버드대학교의 애나 스탠스버리(Anna Stansbury)와 로렌스 서머스는 노동 진영에서 나타난 그러한 협상력의 약화가, 실업률이 오랜 기간에 걸쳐서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물가상승률이 낮게 유지되는 것과 같은 거시경제적 차원에서 나타나는 최근의 대표적인 현상들을 설명하는 “주요한 구조적 변화”라고 주장한다. 이번 판데믹이 극적이었던 것과 마찬가지로, 그러한 거대한 차원의 변화가 아주 빠르게 역전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게다가 1970년대의 스태그플레이션은 부유한 경제권 전반에서 생산성 성장세가 급격히 위축되면서 더욱 악화되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수십 년 동안 각국 정부들이 수요의 상승을 유지하기 위해 전념을 다하면서 생산설비 용량이 가파르게 치솟았다. (프랑스 사람들은 이 시기를 “영광의 30년(les Trente Glorieuses)”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1970년대 초가 되자 오랫동안 이어져 온 이러한 생산성의 성장세가 그 기력을 다했다. 수요를 부추기는데 익숙해져 있었던 사회의 분위기는 생산성의 잠재력을 더욱 확대하는데 도움이 되기보다는 가격을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그 뒤로는 오랫동안 생산성의 정체 시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지금의 판데믹이 최악의 시기를 지난 이후로 생산성은 계속해서 강화되어 왔다. 미국의 시간당 노동생산성은 지난 6월까지 1년 사이에 약 2퍼센트 상승했는데, 이는 지난 2010년대 전체 평균 성장률의 거의 두 배에 달하는 수치이다. 자본지출이 증가한다는 사실은 그로 인해 얻어지는 혜택들이 지속되리라는 걸 의미한다.

1970년대와 다른 또 하나의 중대한 차이점은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인플레이션을 억제하는 방법을 잊지도 않았고 물가 안정에 대한 책임을 외면하지도 않고 있다는 점이다. 1970년대에는 심지어 일부 중앙은행들조차도 자신들에게 임금과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는 힘이 있는지에 대해서 의구심을 갖고 있었다. 당시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연준)의 의장이었던 아서 번스(Arthur Burns)는 “통화정책은 임금 비용(wage cost)의 압박에 크게 영향을 받는 물가를 억제하는 데 있어서 거의 아무런 역할을 하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의 크리스티나 로머(Christina Romer)와 데이비드 로머(David Romer) 부부가 수행한 연구에 의하면, 당시에는 번스와 같은 견해가 일반적이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높은 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종식되면서 중앙은행들이 그러한 물가 상승을 억제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고, 이를 통해 얻은 지식도 사라지지 않고 있다. 현재의 연준 의장인 제롬 파월(Jerome Powell)은 지난달 이렇게 선언했다. “만약 높은 인플레이션의 지속이 심각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면, 우리는 인플레이션의 추세를 우리의 장기적인 목표인 2퍼센트와 일치하는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하여 우리가 가진 모든 수단을 활용하고 확실하게 대응할 것이다.”

그러나 국가재정에 있어서 이처럼 새로운 정설에도 한계는 존재한다. 전 세계의 적자 예산 추세는 올해부터 내년 사이에 급격하게 위축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민주당의 온건파 진영은 과도한 예산 지출에 대해 우려하고 있는데, 이는 조 바이든 대통령의 거대한 투자 계획안이 삭감되거나 아예 통과되지 못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

그런데 1970년대가 재현되지 않는다면, 세계 경제의 다음 단계는 과연 무엇일까? 치솟는 에너지 가격은 경제 회복에 심각한 위협으로 작용한다. 치솟는 물가, 또는 정부가 물가를 억제하려 시도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물자 부족 현상은 가계와 기업들의 예산을 축소시킬 것이고, 결국엔 생산과 소비에도 타격을 줄 것이다. 각국 정부들이 경기부양책을 중단하고 중앙은행들이 다시 통화정책을 더욱 엄격하게 시행하는 것과 동시에 그런 현상이 발생하게 될 것이다. 수요가 둔화되면 공급에 차질을 빚었던 분야에 가해지는 압박감은 완화될 것이다. 그러고 나면 미국인들은 눈물이 날 정도로 상승한 전기요금 청구서를 받게 될 것이고, 공급이 줄어든 자동차나 컴퓨터를 구입할 여력을 줄어들 것이다. 이는 코로나19로 거의 2년을 보내면서 맞이하는 또 하나의 시련이 될 것이다.

1970년대 이후로 세계 경제에서 일어난 또 다른 중요한 측면은 금융시장과 공급망 전체를 통틀어서 전 세계의 경제가 훨씬 더 거대하게 통합되었다는 점이다. 예를 들자면, 전 세계 GDP에서 무역이 차지하는 비중은 1970년 이후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세계 각국이 판데믹으로부터 회복하는 속도가 들쑥날쑥한데, 이는 서로 다른 경제권들을 연결해주고 있던 관계의 일부를 심각하게 압박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혹시라도 각국 정부들이 공황상태에 빠져서 자원을 비축하기라도 한다면, 더욱 많은 혼란을 야기하게 될 것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과거의 경험은 현재의 글로벌 경제를 뒤흔들고 있는 영향력들을 파악할 수 있는 좋은 렌즈가 아니다. 세계는 1970년대 이후로 극적으로 변화했고,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상호의존적인 거대한 네트워크가 형성되었다. 그러한 체제는 이제 새롭고도 특별한 시험을 마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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