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의 미디어 9

북저널리즘; 책처럼 깊이 있게, 뉴스처럼 빠르게

책처럼 깊이 있게, 뉴스처럼 빠르게


“저널리즘이 우리에게 제공하는 정보는 혼란스러우리만치 뒤죽박죽이다. 이는 저널리스트가 잘 숙고된 심리적 의제에 따라서가 아니라 출판, 영화, 미술관 산업의 홍보 계획에 따라 보도의 우선순위를 정하는 성향을 갖고 있어서다.” (알랭 드 보통 《뉴스의 시대》 중)

2014년 작가 알랭 드 보통은 저널리즘에 ‘중병’ 진단을 내렸다. 4년이 지난 지금도 그의 주장은 유효하다. 여전히 많은 뉴스가 대중의 불안을 무책임하게 양산하고, 선정적인 보도로 눈길을 빼앗는다.

알랭 드 보통의 저작이 처방에 그친 것과 달리, 실제 ‘집도’에 나선 출판 스타트업이 있다. 2017년 2월 북저널리즘(book journalism)을 론칭한 스리체어스(threechairs)가 그 주인공이다. ‘책처럼 깊이 있게, 뉴스처럼 빠르게’ 지적 콘텐츠를 전달하겠다는 북저널리즘은 웹사이트에 게재한 비전을 통해 저널리즘 소비문화를 새로 정의한다.

“얼리어답터들은 기계적 중립에 갇힌 반쪽짜리 정보를 원하지 않습니다. 이제는 사실만이 아니라 사실을 바탕으로 축조한 인식 틀과 세계관을 제시해야 합니다. 정보 나열에서 분석과 의견으로 넘어가야 하는 이유입니다.”

북저널리즘은 책과 뉴스 사이에 있는 콘텐츠다. 책의 깊이와 뉴스의 속도를 지향한다. 2018년 8월까지 종이와 디지털로 34종의 콘텐츠를 발행했다. 발행물의 성격은 정의하기 어렵다. “분량이 짧으면 기사, 길면 책, 날마다 나오면 일간지, 월마다 나오면 월간지라는 구분은 요즘 독자들에게 어떤 효용도 가져다주지 않는다. 발행 방식이나 주기, 분량이 아니라 이용자의 니즈와 이용 형태에 따라 구분해야 한다”는 것이 이연대 대표의 설명이다.

북저널리즘은 종이책으로 시작해 최근 디지털 콘텐츠로 영역을 넓혔다. 먼저 나온 종이책은 시장의 반응이 뜨겁다. 《검사는 문관이다》, 《넷플릭스하다》, 《레전드는 슬럼프로 만들어진다》, 《합니다, 독립술집》, 《차이나 핀테크》, 《노동 4.0》 등 발간물 9종이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3쇄를 찍은 책도 여러 종이다.

2018년 5월 말에 론칭한 디지털 플랫폼은 아직 성과를 논하기 이르지만, 눈에 띄는 새로운 시도들이 엿보인다. 종이책으로 발행된 콘텐츠를 디지털화한 것도 있지만, 디지털 전용 콘텐츠도 시도하고 있다. 북저널리즘은 자사의 디지털 전용 콘텐츠가 ‘미드(미국 드라마) 분량’임을 강조한다. 대부분의 텍스트 콘텐츠가 아주 짧거나 아주 긴데, 20분 내외의 부담 없는 분량이 다른 미디어와 차별화되는 지점이라는 것. 독자가 길지 않은 시간을 들여서, 깊이 있는 이해를 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함이라는 게 북저널리즘의 설명이다. 지적 콘텐츠 중에서 저런 분량만을 특화하여 펴내는 곳은 드물다.

매주 금요일 오후 4시, 나의 편지함에는 ‘새터데이 에디션(Saturday Edition)’이라는 이메일이 도착한다. 2017년 4월부터 지금까지 68호가 발행되었다. 6000자 분량의 인터뷰가 담긴 이 뉴스레터는 신문사 기자가 아닌, 북저널리즘 에디터가 쓴 ‘기사’다. 언론이 받아쓴 단독 인터뷰도 여럿이다. 우윤근 주러시아 대사, 장강명 작가, TV 리얼리티 쇼 〈효리네 민박〉을 연출한 마건영 PD, 모노클의 한국 특별판을 만든 제임스 챔버스 홍콩 지국장 등 신문의 종합, 문화면을 장식할 만한 인사들이 이 출판사의 실험에 동참했다. 북저널리즘 에디터는 기획과 편집뿐 아니라 취재와 기사 작성까지 한다.

북저널리즘은 일간지와 단행본, 주간지, 월간지의 벽을 허문, 새로운 시도를 선보이고 있다. 깊이와 시의성을 갖춘 심층 리포트를 1년 내 월 20개씩 발행하겠다는 이 대표의 포부를 듣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저자 수급은 어떻게 하지’였다. 이에 북저널리즘 제작진은 ‘전문가의 기자화’를 내세운다. 저자도 에디터도, 북저널리즘에서는 기자다. 책보다 빠르고 뉴스보다 깊이 있는 콘텐츠를 지향하는 브랜드 콘셉트에 걸맞다. 이 스타트업의 퍼포먼스를 그저 언론사 베끼기로 보기엔, 신문의 그것과 성격이 다르다.

북저널리즘은 ‘저널리즘의 뿌리가 책에 있다’는 오래된 명제를 꺼내 들고 2017년에 등장했다.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은 속도는 빨라졌지만 깊이는 아쉽다. 반면 책은 너무 두껍다. 북저널리즘은 짧게는 20분, 길게는 2시간이면 완독할 수 있는 콘텐츠를 제공한다. 최근 공개한 웹사이트에는 리딩 타임을 표기해 디지털 콘텐츠에서도 두께감을 느끼도록 도왔다. 최근에는 프리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고 플랫폼 확장에 나서고 있다.

이런 성과를 증명하듯, 북저널리즘은 올해 8월 197년 역사의 영국 일간지 가디언(The Guardian)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이 매체는 전 세계에서 이용자 수가 가장 많은 영어 뉴스 사이트를 보유하고 있다. 앞서 6월에는 영국의 4대 일간지 중 하나인 인디펜던트(The Independent)와 손을 잡았다. 두 매체 모두 국내 미디어 회사와의 협업은 이번이 처음이다.

내 시선을 끈 콘텐츠는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 《레전드는 슬럼프로 만들어진다》이다. 버닝맨은 매년 8월 미국 네바다주 블랙록 사막에서 열리는 축제다. 《버닝맨, 혁신을 실험하다》는 일종의 르포 기사다. IT 전문가인 저자가 직접 버닝맨 축제에 참가해 열흘간 허허벌판에서 조형물을 태우고 수만 명의 괴짜들과 어울린 경험을 집필했다. IT 전문가답게 버닝맨과 일론 머스크, 구글, 실리콘밸리를 한데 엮은 자신만의 관점을 제공한다.

《레전드는 슬럼프로 만들어진다》는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선수 네 명을 분석한 인터뷰집이자 경영서, 심리서다. 개인적으로 북저널리즘 시리즈 중 첫째로 꼽는 콘텐츠다. 내용 전개와 필력은 물론이고, 심리학을 전공하고 야구 선수의 멘탈을 연구한 전문성, 한국야구위원회(KBO) 산하 야구발전위원회의 위원 활동 경력까지, 저자의 ‘30년 야구 덕력’을 엿볼 수 있다.

 

이연대 대표 인터뷰 ; “WORTH TO READ보다 MUST READ를 지향한다”


북저널리즘은 2018년 7월 월 유료 이용자가 2300명을 넘어서며 순항하고 있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독자를 합한 수치다. 분기별 성장률은 최근 4분기 평균 43퍼센트. 미디어, 특히 출판의 업황을 고려하면 주목할 만한 성과다. 이연대 스리체어스 대표에게 그 비결을 묻자 “고급 정보와 깊이 있는 뉴스에 대한 수요는 항상 있었다. 소비자의 지속적인 요구, 기존 공급자의 무관심, 고객의 요구를 충족하는 역량이 결합할 때 새로운 독점 공간이 열린다고 판단했다”고 답했다.

이연대 대표를 처음 만난 것은 2017년 7월이었다. 북악산과 북한산 사이에 위치한 단층 사무실이었다. 스리체어스는 해가 바뀌고 팀원이 늘면서, 인왕산 자락으로 자리를 옮겼다. 앞서 이어령 초대 문화부 장관, 이문열 소설가, 김범수 카카오 의장 등 내로라하는 거장들과의 인터뷰집을 펴낸 이 대표는 인터뷰 내내 펜을 놓지 않았다. 그러고는 주말이 채 지나기 전에 장문의 이메일을 보내와 의견을 더했다.
이연대 스리체어스 대표
북저널리즘이라는 새로운 용어를 제시했다. 어떤 뜻인가?

북저널리즘은 북(book)과 저널리즘(journalism)의 합성어다. ‘책처럼 깊이 있게, 뉴스처럼 빠르게’ 우리가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주제를 다룬다.

책과 뉴스를 결합한 개념인데, 둘의 어떤 장단점에 주목했나?

먼저, 뉴스는 시의성이 있지만 깊이가 부족하다. 뉴스 이용자들은 ‘믿고 읽을 만한 뉴스가 없다’, ‘맥락과 배경까지 깊이 알기 어렵다’고 말한다. 반면 책은 깊이가 있지만 시의성이 부족하다. ‘책은 언제 읽어도 그만이다’, ‘지적 호기심은 있지만 책을 찾아서 읽자니 과하다’는 의견이 많다. 그래서 우리는 책의 깊이와 뉴스의 시의성을 두루 갖춘 콘텐츠를 펴내기로 했다.

디지털 퍼스트를 내세우는 다른 미디어 스타트업과 달리, 출판(종이책)이라는 전통 산업에서 출발했다.

북저널리즘으로 피벗팅하기 전까지 출판업에서 쌓아 온 경험이 있었다. 우리가 지닌 고유한 자산을 활용하기 위해 종이책부터 시작했다. 시장 규모 면에서도 현 시점에서는 종이책이 유리하다고 판단했다. 한국보다 전자책이 보편화된 미국에서도 전자책은 전체 시장의 20퍼센트를 넘지 않는다. 최근 디지털 버전을 론칭했지만, 종이라는 매체는 다양한 형태로 계속 활용할 계획이다. 이용자의 니즈와 이용 형태와 일치한다면 타블로이드판이나 브로슈어 형태로 낼 수도 있다. 한두 가지 컨테이너에 종속되고 싶지는 않다.

흔히 스타트업의 우선 조건으로 고유 기술을 꼽는다. 스리체어스만의 기술과 노하우가 있다면.

스타트업의 우선 조건이 고유 기술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스타트업을 이용자의 문제를 해결하고, 반복과 확장이 가능한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곳이라고 정의한다. 대개 반복과 확장은 IT 기술을 통해 이뤄지는 경우가 많기에, 기술과 스타트업이 동의어처럼 여겨진다. 우리가 내린 정의에 따르면, 콘텐츠 분야에 스타트업이라 부를 만한 곳이 많지 않다. 젊은 층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짧은 영상 콘텐츠 역시 마찬가지다. 콘텐츠를 유통하는 채널이 새로워졌을 뿐, 생산자의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것은 수십 년 전 제작 현장과 다를 바 없다.
저널리즘 분야도 상황은 비슷하다. 뉴스 스타트업을 표방하는 곳이 많지만, 데이터, 기술 기반의 뉴스 큐레이션 회사를 제외하고, 뉴스를 자체 생산하는 곳 중 스타트업이라 할 만한 곳이 드물다. 레거시 미디어보다 뉴스 생산자(기자)의 수는 훨씬 적은데 제작 방식은 같다. 기자의 개인 역량과 노동력에만 전적으로 의존하고 있다. 더 좋은 기사를 더 많이 발행하려면 더 많은 기자를 채용하는 수밖에 없다. 레거시 미디어가 다루지 않는 독특한 주제에 천착한다고 해서 뉴스 스타트업이 될 수는 없다.

그럼, 북저널리즘의 해법은 뭔가?

‘전문가의 기자화’다. 기성 언론은 직접 취재해 보도하지만, 북저널리즘은 각계 전문가가 저술한다. 학술적 깊이와 현장 경험을 두루 갖춘 저자들이 우리 플랫폼을 통해 심도 있고 시의성 있는 저널리즘 콘텐츠를 생산하도록 하고 있다. 일간지의 매거진화, 기자의 전문화도 같은 문제의식에서 출발했지만, 제한적인 변화로는 레거시 미디어의 붕괴를 막을 수 없다.

왜 지금 출판 저널리즘인가?

출판 저널리즘은 새로운 게 아니다. 출판이 저널리즘의 영역을 벗어난 적은 없다. 확장 해석하자면 찰스 다윈의 《종의 기원》보다 뛰어난 저널은 없다. 유발 하라리의 《사피엔스》,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도 마찬가지다. 훌륭한 저작 하나는 수많은 기사보다 큰 영향력을 발휘해 왔다.

일반 단행본과 북저널리즘은 어떻게 다른가?

북저널리즘을 론칭하기 전 이용자들이 지적 콘텐츠를 어떤 목적으로 소비하는지 고민했다. 지식과 정보라는 단어 사이에 약간의 뉘앙스 차이가 있다고 생각했다. 지식은 ‘WORTH TO READ(읽을 가치가 있는)’에 가깝고, 정보는 ‘MUST READ(읽어야 하는)’에 가깝다. 우리는 MUST READ를 지향한다. 고담준론이나 사변적인 텍스트보다는 현실과 밀착한 지식, 지혜로운 정보에 집중한다. 간단히 말하자면, 《논어》는 마흔이 넘어서 읽어도 된다. 하지만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주제들이 분명히 있다.

지금 깊이 읽어야 할 주제란 어떤 것인가?

빠르게 변화하는 세상을 깊이 이해하는 데 도움을 주는 주제다.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미국의 보호무역주의를 예로 들자면, 무역 분쟁 일지와 같은 단순 사실 보도만으로는 사건의 맥락과 배경을 깊이 이해하기 어렵다. 지적 갈증이 해소되지 않는다. 우리는 사실 전달에 더해, 전문가의 고유한 시각을 빌려 왜 자유무역주의가 탄생했는지, 보호무역주의와 자유무역주의의 장단점은 무엇인지 하나씩 살펴 가며 트럼프 행정부의 무역 정책을 분석한다.
카테고리는 밀레니얼스(Millennials), 밸런스(Balance), 퓨처(Future), 폴리틱스(Politics), 비즈니스(Business)로 구분한다. 밀레니얼스에서는 밀레니얼 세대의 문화와 사회 현상을 다룬다. 밸런스는 여가와 라이프 스타일, 퓨처는 테크와 미래, 폴리틱스는 정치와 힘의 문제, 비즈니스는 경제와 산업 부문을 조명한다.

한국의 언론 환경은 객관주의 저널리즘에 익숙하다.

뉴스의 개념과 형태, 소비 방식은 끊임없이 바뀌어 왔다. 근대적인 신문이 등장한 20세기 초부터 1990년대 후반까지 뉴스는 팔목을 움직여 소비하는 것이었고, 2000년대 후반까지는 마우스를 스크롤하여 소비하는 것이었다. 스마트폰이 등장한 2009년부터는 엄지손가락으로 액정 화면을 밀어 올리며 소비하는 것이 되었다. 주요 일간지 1면의 기사 개수도 1960년대 평균 15개에서 현재 4개로 바뀌었다. 뉴스의 개념 역시 고정불변한 것이 아니다. 한 세기 가까이 이어져 온 객관주의 저널리즘은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며 위기를 맞고 있다. 단순 사실은 누구나 손쉽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다. 머지않은 미래에 단순 사실의 전달은 비트(bit)의 조합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이제는 고유한 관점과 통찰을 전달해야 한다.

취지에는 공감하지만 현실적 어려움이 상당할 것 같다. 깊이와 시의성을 모두 갖추려면 제작 기간을 감안할 때 결국 미래 이슈를 예측해야 한다는 뜻인데.

일간지, 방송 뉴스와 콘텐츠의 속성이 달라서 아직 큰 어려움을 겪고 있지는 않다. 우리가 제시하는 고유한 관점과 통찰은 단순 사실을 다루는 데일리 뉴스보다 콘텐츠의 생명력이 길다. 예컨대 아마존의 무인점포와 라스트 마일 배송(last mile delivery) 소식을 단순 소개하면 며칠 내로 휘발되지만, 아마존을 비롯한 물류업의 혁신 사례를 통해 물류와 산업의 미래를 전망하면 오래 읽힐 수 있다. 미래 이슈를 제시하는 또 하나의 방법은 주목받지 않던 주제를 이슈가 되도록 만드는 것이다. 아직 사회 이슈로 부상하지 않았지만 숙고할 가치가 있는 주제라면 우리가 먼저 나서서 조명하고자 한다. 의제 설정은 저널리즘의 주요한 역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최근 디지털 버전을 출시했다. 수많은 디지털 플랫폼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있다면.

먼저, 분량의 다양화다. 대부분의 읽기 콘텐츠는 아주 짧거나 아주 길다. 우리는 20~30분이면 완독이 가능한 ‘미드’ 분량의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칼럼은 너무 짧고 책은 너무 길다고 느꼈던 독자라면 최소 시간에 최상의 지적 경험을 할 수 있다. 연재 콘텐츠도 시작했다. 실시간으로 이용자의 피드백을 받아 원고에 반영한다. 이용자 경험에도 극도로 신경을 쓰고 있다. 웹 환경에서도 긴 글이 주는 지적 만족감을 경험할 수 있도록 전자책 수준의 가독성을 구현했다.

디지털에 익숙한 10~30대의 밀레니얼 세대는 긴 글에 익숙하지 않다고들 한다.

흔히들 짧고 선정적인 내용에 독자들이 반응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긴 글을 기피한다는 뜻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문제는 긴 분량이나 깊은 내용이 아니라, 읽을 만한 가치가 있느냐에 있다. 긴 글에 익숙하지 않은 세대라고 하지만, 웹소설은 급성장하고 있다. 읽는 목적이 재미든 정보든 지식이든 읽을 가치가 있는 글은 언제나 소비되기 마련이다.

타깃 독자는 어떻게 되나?

와이어드의 광고 문구인 “Don’t let the future leave you behind”에 견줘 설명하자면, 최신 정보에 뒤처지고 싶지 않고 트렌드에 민감한 사람들이다. 이용자 FGI에 따르면, 북저널리즘 이용자는 새로운 기술과 문화에 거부감이 없고, 다양한 경험을 통해 세상을 더 깊이 알기를 원한다. 전체 이용자의 65퍼센트가 25~39세다. 거주 지역별로는 서울 종로, 강남, 마포, 서초, 중구, 분당, 송파, 용산구 순서로 높다. 직업군은 지식 산업과 스타트업 종사자가 많은 편이다.

국내 롱폼 저널리즘의 수요는 어디에 있을까?

호흡이 길고 심도 있으며 문장이 뛰어난 기사를 원하는 이용자는 늘 있었다. 주간지, 월간지 정기 구독자가 대표적이다. 다만 특정 분야만을 다루는 기존의 정기 간행물은 확장성에 한계가 있다. 우리는 사회 전 분야를 다루되, 미래 이슈에 집중하고자 한다. 여기서 말하는 미래는 SF 영화의 그것이 아니라, 일과 삶에 있어 어제보다 성장하기 위해 알아야 하는 주제를 뜻한다. 지적 호기심과 자기 계발 욕구가 강한 독자들이 우리 플랫폼에 들어와서 관심이 가는 주제를 골라 읽을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반응이 가장 좋았던 프로젝트는?

《검사는 문관이다》가 반응이 가장 좋았다. 3쇄를 찍었다. 새 정부 출범 직후 검찰 개혁이 화두가 되리라 생각하고, 2017년 3월에 착수해서 5월 중순에 펴냈는데, 예상대로 화제가 되면서 좋은 성과를 냈다. 최고의 저자(‘PD수첩 검사’로 유명한 임수빈 변호사), 콘텐츠의 깊이, 시의성이 맞아떨어져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검경 수사권 조정이나 공수처(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설치 같은 뻔한 담론이 아닌 ‘검찰 내부로부터의 개혁’이라는 신선한 스토리를 담았다.

이용자 수는 얼마나 되나?

2018년 7월 디지털 상품과 종이 상품을 합해 월 유료 이용자가 2300명을 넘었다. 론칭 후 분기별로 평균 43퍼센트씩 성장해 왔는데, 최근 성장세가 빨라지고 있어 8월에는 이전 달을 크게 상회하는 이용자 수를 기대하고 있다.

위기에 처한 한국 저널리즘의 틈새를 공략하는 시도로 볼 수 있을까?

틈새 공략이라기보다 새 장르 개척이라고 말하고 싶다. 현재 언론 비즈니스를 지탱하고 있는 육하원칙에 따른 사실 보도는 가까운 미래에 더 이상 저널리스트의 영역이 아닐 것이다. 탐사 보도나 기획 취재, 해설 기사가 주 영역이 될 것이다. 엇비슷한 콘텐츠로는 플랫폼 이코노미에서 좋은 성과를 거두기 어렵다. 소비자의 효용 가치를 극대화한 콘텐츠를 내놓아야 한다. 무척 재밌거나(Buzzfeed), 무척 새롭거나(VICE), 무척 전문적이거나(Politico), 무척 깊어야 한다. 앞의 세 영역에는 많은 도전자가 나타나고 있다. 유의미한 성공을 거둔 기업도 많다. 그러나 깊이 있는 콘텐츠를 제공하는 매체는 손에 꼽을 정도다. 지혜로운 정보와 현실과 밀착한 지식을 원하는 소비자는 분명히 있다.

최근 영국의 가디언, 인디펜던트와 국내 최초로 파트너십을 맺었다.

한국인의 영어 구사 능력이 과거보다 월등히 늘었지만, 영어를 국문만큼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우리 독자를 1980~1990년대 초에 태어난, 스마트한 코즈모폴리턴(cosmopolitan)이라 상정할 때 국내 콘텐츠만으로는 독자의 다양한 니즈를 충족하기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해외 매체들과의 협업을 고민했다. 롱폼 저널리즘의 전형인 가디언의 롱리드(The Long Read)를 읽을 때마다 필진들의 고유한 관점과 사유, 문학적 서사가 탐났다. 단편 소설 한 편 분량이라 지루할 새 없이 깊은 통찰을 얻을 수 있다. 세계 각지의 이슈를 현장감 있게 다루고 있어 지적 호기심을 채우고 텍스트 편식을 막기에도 좋다. 좋은 글 중에서도 더 좋은 글을 가려내어 북저널리즘에서 번역, 소개한다. 두 매체 외에 다른 미디어 회사와의 협업도 꾸준히 논의하고 있다.

북저널리즘의 향후 1년을 전망한다면.

모든 계획은 실제 업무에 착수하는 순간 틀어지기 마련이다. 스타트업은 더욱 그렇다. 바뀔 것보다 바뀌지 않을 것에 대해 말하고 싶다. 영원하다고는 못해도 꽤 오랜 시간이 지나도 변하지 않을 것에 집중하려고 한다. 우리는 최고의 저자를 찾아, 최상의 콘텐츠를 만들어, 독자에게 전하고자 한다. 그것이 독자에게 가장 유리하기 때문이다. 이 조건은 시장 환경이 아무리 바뀌어도 변하지 않을 것이다. 이 전제하에서 다양한 시도를 펼칠 생각이다. 콘텐츠 종수를 점차 늘리고 발행 프로세스를 가다듬어 올가을부터는 정기 구독 서비스를 도입할 계획이다. 아직 공개하기는 어렵지만 이용자 편의 측면에서 획기적인 시도들을 준비하고 있다. 스타트업의 존재 이유는 문제 해결이다. 콘텐츠 이용자 입장에서 불합리했던 부분, 불편했던 부분을 하나씩 개선해 나가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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