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가 게임하며 돈 벌게 해줄까?

11월 30일 - FORECAST

NFT만 붙이면 게임사 주가가 폭등한다. 플레이 투 언은 정말로 가능한가?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카카오게임즈는 지난 6월 보라코인을 발행·운영하는 웨이투빗을 자회사 프렌즈게임즈와 합병했다. 블록체인에 기반한 디지털 플랫폼인 보라는 별다른 흥행작이 없지만 카카오게임즈가 NFT 시장에 발 들일 것이 예상되며 시가 총액이 한 달 새 446퍼센트 올랐다. 단순한 키워드 마법이 아니다. 게임사는 플레이하며 돈을 벌 수 있다고 주장한다. 정말로 가능한 일인가?
WHY_ 지금 게임의 NFT와 플레이 투 언을 읽어야 하는 이유

영국 사전 콜린스는 NFT를 올해의 단어로 선정했다. 최근 NFT 열풍을 주도한 것은 게임사다. 위메이드의 미르4는 블록체인 기술을 통한 NFT로 해외에서 역사를 쓰는 중이다. 엔씨소프트, 넷마블, 펄어비스, 컴투스, NHN, 게임빌, 카카오게임즈에 이르기까지 대부분의 게임사가 NFT에 도전한다. 이들의 도전에 특금법으로 규제된 가상 화폐 시장의 명운이 걸렸다.
DEFINITION_ P2E

NFT는 화제성에도 불구하고 산업 전반에서 그 존재를 체감하긴 어렵다. 게임사가 NFT에 달려드는 이유는 가상 자산과 가장 밀접하기 때문이다. 특정 게임 재화의 가치를 게임 머니가 아닌 현금화할 수 있는 코인으로 바꾸기만 하면 된다. 이 모델이 플레이 투 언(P2E)이다. 기존 게임사의 수익 모델(BM)은 페이 투 윈(P2W)이었다. 많이 결제한 사람이 이기는 구조다. P2E는 일부 재화 공급을 게임사가 아닌 유저가 한다는 것인데 미르4의 경우 기존 페이 투 윈 BM과 은근슬쩍 결합해 있다.
MONEY_ 1조 3500억 원

위메이드의 가상 화폐는 위믹스, 카카오게임즈의 가상 화폐는 보라다. 지난 11월 29일 코인마켓캡 기준으로 위믹스의 시총은 약 2조 5000억 원, 보라의 시총은 1조 3440억대다. 카카오는 카카오G의 자회사인 그라운드X에서 발행하는 클레이튼이라는 가상 화폐도 가지고 있다. 코인에 참여하는 기업과 투자자가 늘수록 가치는 상승한다. 위메이드는 NHN, 조이시티 등의 게임 사업자를 끌어모으고 있어 근거 있는 시총이다. 반면 구체적 계획 없이 업계 관계자의 전언뿐인 보라의 시총이 뛰는 것은 이례적이다. 투자자의 기대는 한껏 올라 있다.
KEYMAN_ 박관호

박관호 위메이드 의장은 게임 NFT 산업 열풍을 대표한다. 그는 위메이드의 창업자고 위메이드 지분 보유율의 45퍼센트를 차지하고 있다. 포브스 등 주요 외신은 그를 주목하고 있는데 미르4의 글로벌 흥행으로 지난 11월 21일 개인 지분평가액 국내 상위 10위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이다. 지난 3개월간 494퍼센트 올라 3조 2602억 원이다. 김대일 펄어비스 의장이나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마저 뛰어넘었다. 박 의장은 게임사 NFT 접목 실험의 중심이다. 위메이드는 위믹스를 블록체인 기축 통화로 하는 게임 수를 2022년 말까지 100개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NUMBER_ 170

미르4는 170개국에 서비스되고 있다. 지난 8월 24일 출시 당시 11개 서버에서 시작했지만 불과 3개월 만에 207개까지 서버를 늘렸다. 글로벌 동시 접속자 수는 지난 11월 11일 130만 명을 돌파했다. MMORPG로는 이례적이다. 블록체인 게임을 불허하는 스팀(STEAM)에서조차 동시 접속자 수 9만 7000명을 돌파하며 전체 게임 중 6위를 차지했다. 스팀에서는 NFT 콘텐츠 없이 게임성만으로 이룬 결과라 의미 있는 지표다.
RECIPE_ 연합전선

기업들의 출사표는 경쟁처럼 보이지만 사실 연결돼있다. 보라에 반영된 기대는 카카오게임즈가 유통한 ‘오딘: 발할라 라이징’의 NFT화 소식이다. 그런데 카카오게임즈가 인수한 오딘 개발사 라이온하트스튜디오의 지분은 위메이드도 일부 소유하고 있다. 오딘 NFT에 어떤 가상화폐가 사용될지 알 수 없다. 게임빌은 가상화폐 플랫폼인 제나애드를 인수 예정인데 광고 플랫폼을 개발해 시청자에게 보라를 지급한다고 했다. 게다가 루나코인을 개발한 테라폼랩스와 MOU를 맺으며 컴투스와의 합작 게임에 루나를 쓸 것으로 예견된다. 위메이드, 카카오게임즈, 게임빌 등의 행보는 가상 화폐 지갑을 통해 코인 교환이 유동적인 점을 이용해 불안정성을 극복하려는 그림이다. 그들은 코인 생태계이자 연합전선을 구축하고 있다.
CONFLICT_ 게관위와 특금법

한국에선 미르4를 하더라도 코인을 벌 수 없다. 게임물관리위원회 등급분류 때문이다. 바다이야기 사태로 게임 재화의 현금화를 막고자 등급분류 규정 3장에 사행성 확인 기준이 생겼다. 게임법에서 사행성은 환금성을 의미한다. 위믹스는 빗썸에 상장돼있고 2020년 통과돼 올 3월부터 시행된 특정금융정보법의 적용을 받는다. 가상자산사업자를 규제하는 이 법은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의 권고안에 따라 만들어졌다. 위메이드가 합병한 블록체인 자회사 위메이드트리는 특금법이 제시하는 요건을 갖춰 규제 불확실성이 적다곤 하지만 차기 정부의 규제 정책 유무에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전술한 스팀도 게임 코인을 사행성으로 본다. 이 때문에 에픽 게임즈와 마찰을 빚기도 했다.
RISK_ 생계형유저

한국은 그렇다 치더라도 글로벌 흥행작이라는 미르4는 독특하게도 메타크리틱 점수가 없다. 미르4가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저개발 국가 중심이다. P2E를 먼저 서비스한 베트남 게임 엑시 인피티니와 미르4 검색량을 구글 트렌드를 통해 비교하면 브라질, 포르투갈, 태국, 러시아, 우크라이나, 아르헨티나, 파라과이 등에서 검색 비중이 비슷하다. 미르4의 단독 검색량도 동남아와 남미 쪽에서 높다. 코인 변환이 가능한 게임 재화인 흑철을 24시간 내내 수집하면 월 43만 원 정도를 벌 수 있고 이는 해당 국가들의 평균 임금을 웃돈다. 엑시 인피니티는 필리핀의 생계형 국민 게임이도 하다. 이와 같은 생계형 플레이는 기존 게임 문화에서 비판받던 요소였다. 사실상 게임 이용이 아닌 작업장에 가까운 행태로 게임 생태계를 교란하기 때문이다. 미르4나 엑시 인피티니는 새로운 게임 문화나 플레이 모델을 제시했다기 보다 가상 화폐 채굴장에 가깝다.
REFERENCE_ 디아블로3

게임 재화의 현금 거래는 게임 문화에서 비판 받은 것뿐 아니라 원래 게임사 입장에서도 달갑지 않은 행위다. 이제껏 게임사는 게임 재화의 유저 간 현금 거래에 대해 NCND[1] 정책, 즉 인정하지도 부정하지도 않는 스탠스를 취해왔다. 게임 밖의 현금 거래는 흥행을 입증하는 요소이기도 했지만 금전 목적의 작업장이 양산되면 일반 유저가 피해를 본다. 게다가 수수료는 외부 거래 사이트가 벌기 때문에 게임사에 별다른 이득도 없다. 페이 투 윈이 확산하기 전에는 이 현금 거래를 내부로 들여와 수수료를 대신 챙기는 방법이 고안됐다. 대표적 사례가 블리자드의 디아블로3에 있던 현금 경매장이다. 디아블로3 현금 경매장은 해킹과 자동 매크로, 밸런스 문제 등을 겪으며 폐쇄됐다. 블록체인 기술로 보안은 해결할 수 있지만 유저의 동기와 게임 문화는 만들기 어렵고 이는 게임 자체의 퇴행을 가져온다. 디아블로3는 전작의 명성을 잇지 못한 채 크게 실패했다.
INSIGHT_ 게임의 본질

2020년부터 올해까지는 3N으로 불리는 대형 게임사들에게 악재의 연속이었다. 게임 내 재화를 독점 공급하며 결제를 유도했던 페이 투 윈 모델이 불투명한 운영과 확률형 아이템을 통해 유저 불만을 폭발시켰다. 아무리 페이 투 윈의 한계가 드러났다고 해도 게임사가 너도나도 꺼내든 P2E는 게임사의 기존 BM을 고려하면 의구심이 든다. 수수료 장사로는 게임 재화를 독점 판매한 수익을 상회하는 게 어렵기 때문이다. 유저 유입을 폭발적으로 늘려 게임 코인의 가치를 높여 부가 수익을 얻는 방식이 있을 수 있지만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 게임 재화 판매의 중앙화가 이루어지기 전의 예전 게임에서는 유저가 경제를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수익을 내는 최적화된 방법을 만들어지고 작업장이 양산되기도 했다. 현재 미르4는 이것을 게임사가 권장하는 기이한 형태다. 생계형 유저는 게임을 즐기는 플레이어라고 보기 어려울뿐더러 대부분 NFT를 이용한 게임들은 코인을 벌기 위해 어느 정도의 선 투자 비용이 요구된다. 미르4의 경우는 흑철을 안정적으로 수급하기 위해 기존 BM으로 전투력을 높일 필요가 있고 엑시 인피티니는 NFT 판매를 위해 최초에 이더리움을 지불해야 한다. 전자는 페이 투 윈 BM의 반복, 후자는 폰지 사기로 볼 여지도 있다. 돈을 번다는 개념 속에 게임의 본질은 사라질 수 있다. 크래프톤 배동근 CFO는 NFT나 P2E가 게임 흥행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은 있지만 유저가 지속적 플레이를 할 정도로 게임 자체가 매력적인지 고민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FORESIGHT_ 인플레이션

미르4는 유저가 흑철을 캐면 게임사가 사주고 있다. 10만 흑철은 현 시세 기준 1위믹스로 교환이 가능한 1드레이코로 바꿔준다. 그러나 NFT에 도전하는 게임사들은 이러한 P2E 방식에만 도전하는 것이 아니다. NFT 게임의 원조인 크립토키티는 랜덤으로 고양이를 교배하여 탄생한 종을 NFT화 하여 유저 거래가 가능하게 한다. NFT의 게임 접목 및 P2E 개념은 오히려 크립토키티에 더 가깝다. 이 경우 거래 가능한 재화를 두고 유저 간 수요와 공급이 균형 있게 일어나야 한다. 문제는 현재의 P2E 게임들에는 공급 층이 수요 층보다 훨씬 많이 유입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으로 연결되어 생계형 유저에 경제적 타격을 입힐 수 있다. 거기에 NFT의 가상 가치는 논쟁적이다. 크립토키티의 고양이는 유저가 아닌 이상 이해하기 어려운 고액의 가격이다. 재화로서 매력이 없다면 수요는 지속될 수 없다. 기존 페이 투 윈과 결합한 모델의 경우 리니지와 같이 헤비 유저의 독식 체제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미르4와 같은 리니지라이크[2] 게임에서 일부 고래 유저들이 재화 수급처를 독식하여 현금을 수거하는 형태가 나올 수도 있다. 게임사는 P2E가 새로운 패러다임이라고 말하지만 예상되는 부작용은 산적해 있다. 지속 가능성을 입증하지 못하면 한국 가상 화폐는 규제에 계속 힘이 실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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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Neither Confirm Nor Deny.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
[2]
엔씨소프트의 흥행작 리니지와 유사한 게임을 말한다. 리니지는 유저에게 엄청난 경제적 무리를 주는 수익 구조를 설계했음에도 늘 앱 스토어 매출 순위 1위 자리를 지켰고 많은 게임사가 리니지형 BM을 접목하여 수익을 올렸다. 이러한 게임류를 리니지라이크 게임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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