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사면 기분이 좋거든요

5월 10일 - FORECAST

국내 미술 시장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된다. 이 흐름은 지속가능할까?

©일러스트: 김지연/북저널리즘

국내 미술 시장이 MZ세대를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시장을 견인하는 주체가 바뀌었다. 새로운 주체에 따라 미술 시장이 움직인다. 갤러리는 인사동에서 강남으로, 정보 제공은 딜러에서 커뮤니티로 이동했다. 이 현상은 무엇을 대변하고 무엇을 놓치고 있나?


WHY_ 지금 컬렉터가 된 MZ세대를 읽어야 하는 이유

MZ세대는 현재와 미래의 소비권력이다. 스니커즈에서 시작한 리셀은 이제 품목을 가리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 명품 구매를 위한 오픈런은 뉴노멀이 됐다. MZ세대가 주목하는 미래의 투자 시장은 미술품이다. 자신이 선택한 작품은 자신만의 취향을 대변한다. 취향으로 돈을 벌 수 있다. 다양한 특성은 MZ세대를 미술 시장으로 끌어들였다. 미술 시장의 광풍에서 미래의 투자 시장이 갖춰야 할 모습을 읽을 수 있다.


DEFINITION_ 컬렉팅

예술작품은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작품을 만드는 예술가의 손에서, 또 한 번은 그 작품을 향유하는 향유자에 의해서다. 선별된 작품은 또 다른 창작의 장작이 된다. 향유로부터 제작이, 제작으로부터 향유가 태어나는 순환이 이뤄진다. 미술계에는 “큰손 컬렉터 5명만 있다면 갤러리 비즈니스가 순탄하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컬렉팅은 미술계 전반에 윤활유가 된다. 컬렉터로부터 선택받은 작품이 다시 경매 시장에 들어오면서 몸집을 불린다. 몸집을 불리는 과정 속에서 새로운 갤러리와 소비층이 생겨난다.

NUMBER_ 2040

현재 한국 미술 시장의 호황을 바라보며 많은 이들이 2007년을 떠올렸다. 2007년과 달라진 것은 구매층이다. 과거 구매층이 5, 60대를 중심으로 형성됐다면 지금은 20대부터 40대가 변화의 주체다. 경매회사와 디렉터 등을 설문한 결과 구매층 중 78퍼센트가 30대로 가장 컸다. 그 뒤를 40대와 20대가 뒤따랐다. 온라인 경매 플랫폼인 ‘서울옥션’의 신규 회원도 이 흐름을 반영했다. 1년 간 40대 신규 회원이 87퍼센트, 2, 30대는 82퍼센트 증가했다. MZ세대의 입김이 미술 시장에 주요하게 작용하기 시작한 것이다.


KEYMAN_ 이건희

지난 해 미술 시장의 가장 큰 이슈는 이건희의 미술창고였다. 지난해 7월 개막한 국립현대미술관의 이건희 컬렉션 전시에는 관람객 10만 명이 모였다. 전시 기간은 두 번 연장됐다. 개인이 모은 작품들이 이목을 끌면서 미술품 수집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MZ세대에게 테니스와 골프의 셀링 포인트는 귀족 스포츠라는 지점이었다. 마찬가지로 미술 컬렉팅은 매력적인 취미생활이 됐다.

MONEY_ 1조 원

예술경영지원센터의 결산에 따르면 2021년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는 9223억 원이다. 성장세에 따르면 올해 한국 미술시장의 규모가 1조 원 대로 형성될 가능성이 크다. 이 성장세는 다양한 원인에 의해 빚어졌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 경매 시장이 크게 성장했다. 온라인 시장은 신규 컬렉터의 미술 시장 진입을 도왔다. 밀레니얼 세대의 69퍼센트가 온라인으로 미술품을 구매한다. NFT 미술과 새로운 소비 동향도 큰 몫을 했다.


RECIPE_ 일석이조

MZ세대에게 있어 미술시장은 자신의 개성을 드러낼 수 있는 PR의 요소이자 빠르게 움직이는 투자 대상이다. 미술 시장이 개성과 재테크의 합성이라면 MZ세대에게 뜨거운 스니커즈 리셀 시장과도 크게 다르지 않다. 한정판 스니커즈를 SNS에 자랑하고 정보를 나누듯 그림을 감상하고 자랑한다. 시세를 확인하며 수익을 확인하고 판매한다. 일석이조다. NFT와 조각투자 등으로 뻗어나가며 미술품에도 대체투자시장이 형성됐다. 언제나 고소득 소비층에게 의존해온 미술 시장의 장벽이 낮아지고 있다. 새로운 시장과 성향은 과연 지속 가능할까?

CONFLICT_ SNS

과거의 컬렉터는 화랑과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딜러와 컨설턴트의 의견을 구했다. 최근 등장한 신규 컬렉터는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미술 정보를 습득한다. 미술 조각투자 플랫폼인 ‘아트앤가이드’는 뉴스레터를 통해 미술계의 소식과 트렌드를 전한다. MZ세대에게 어필하려는 작가들은 SNS를 통해 자신을 적극적으로 세일즈한다. ‘아트 컬렉터’라는 느슨한 커뮤니티가 형성된다. 느슨한 커뮤니티 안에서는 자유롭게 이합집산하며 정보를 나눌 수 있다. 미술 정보는 더 이상 독점적이거나 고귀하지 않다. 경계해야 할 것은 남아있다. 입소문을 탄 몇 작품이 급등하거나 급락하는 식의 큰 투자 파동이다. 2007년 버블을 타고 비싸게 팔린 팝아트 작품들은 아직도 그 당시의 가격을 회복하지 못했다. 버블을 악몽이 아닌 선순환의 시작으로 만들기 위해서 필요한 건 결국 지속 가능성이다. 입소문과 유행만이 그 답이 될 수는 없다.


REFERENCE_ 조각투자

블록체인 기반 미술품 조각투자 플랫폼 ‘테사’는 페인 포인트 분석과 극복을 비즈니스의 첫 걸음으로 삼았다. 테사가 직접 작품을 소유하고 관리하면서 소비자의 페인 포인트를 해결했다. 성동구에 위치한 테사 뮤지엄에서는 자신이 소유한 작품의 실물을 확인할 수 있다. 어떤 작품이 시장성이 있을지 몰라 쉽게 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신규 컬렉터를 위해 테사는 직접 전문가 풀을 운영한다. 미리 블루칩 작품을 선별해 제공한다. 더 이상 오프라인 갤러리를 돌아다니며 일일이 동향을 파악할 필요가 없다. 미술품이 고가라는 난점은 조각투자로 극복한다. 블록체인 기반 분할 투자를 통해 10만 원만 있어도 미술의 소유권을 주장할 수 있다. 진입장벽이 낮아지자 많은 이들이 몰렸다. 얼마 전 테사의 누적 회원 수는 10만 명을 돌파했다.


RISK_ 양극화

그럼에도 여전히 미술품은 고소득층을 위한 시장이다. 신규 컬렉터 중 절반은 IT업계와 스타트업에 근무하는 신흥 부유층이다. 그 뒤를 변호사, 의사 등의 전문직, 주식 투자자 등이 잇는다. 코로나를 거치며 부의 격차는 더욱 커졌다. 부동산과 코인은 그 격차의 주역이었다. 미래에셋이 MZ세대의 자산 규모를 조사한 결과, 4000만 원 미만의 자산을 가진 이와 2억 원 이상을 가진 이가 전체의 70퍼센트에 달했다. 청년 세대의 70퍼센트는 돈이 없거나 너무 많다. 근로소득을 모은 이들은 전자에, 부동산과 암호화폐를 가진 이들은 후자에 위치한다. 소득의 양극화는 어떤 시장도 반기지 않는다. 브랜드의 F&B 전략이나 새로운 스포츠 시장 모두가 이 문제를 마주하고 있다. 거대 구조의 문제가 더 거대해지면 트렌드의 수명은 짧아진다.

INSIGHT_ 프랙탈

지금의 미술품은 하나의 가치로만 소비되지 않는다. 미술품은 미래 아트씬을 선도하는 새로운 가치이면서 동시에 제2의 코인 시장이다. 누군가에게는 아트페어와 강남의 갤러리를 활보하며 누리는 오프라인 경험일 수도 있다. 가치의 다변화는 미술 시장만의 현상이 아니다. 모든 트렌드, 콘텐츠, 자산 시장의 모습도 크게 다르지 않다. 새로운 현상이 모여 MZ세대를 특징짓는다. 부분은 전체를 닮아있고, 전체는 부분을 대변한다. 프랙탈이다. MZ세대의 투자와 자산 시장은 밝은 미래만 보여주지는 않는다. 삐에로밈영끌, 과도한 부채와 같은 기형적 모습도 지금의 자산 시장이다. 프랙탈 구조에서 부분의 위기는 곧 전체의 위기다. 전체의 위기는 다른 부분의 위기가 될 수 있다. MZ세대와 그들을 떠받드는 구조가 튼튼하지 않으면 미술 시장도 자연스레 기형화될 수 있다.


FORESIGHT_ 현상 뒤에는 규제가

현상은 언제나 과대표 된다. 아트테이너의 등장과 이건희 컬렉션 신드롬이라는 현상만으로 미술 시장이 지속 가능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able을 넘어 나아가기 위해서는 구매층과 저변을 확대해야 한다. MZ세대의 열풍을 출발점 삼아 미술 시장의 저변이 지속 가능할 정도로 확장된다면 다음 단계는 규제와의 충돌일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는 음악 저작권 조각투자 플랫폼인 ‘뮤직카우’의 비즈니스 구조가 증권에 해당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코인 시장에는 트래블룰이 적용됐다. 현재 미술품 거래액이 6000만 원 미만일 시 부과되는 세금은 0원이다. 미술 시장에 규제가 개입되는 미래에도 아트테크는 뜨거운 감자일까? 미술 시장이 극복해야 할 위험 요소의 프랙탈이 현재와 미래 모두에 분포하는 셈이다.


새로운 투자 시장의 구조와 위험 요소에 대해 더 알고 싶다면 《지노는 언제나 우리를 유혹한다》를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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