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MBTI
1화

프롤로그 ;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전 세계가 멈췄다. 다른 나라와의 교류는 중단됐고,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자가 자국으로 들어오는 것을 막기 위해 많은 국가들이 안간힘을 썼다. 우리 모두는 그렇게 판데믹에 대응했고, 누구도 예외는 없었다. 하지만 세상의 모든 게 멈춘 것은 아니었다. 온라인 세상은 더 활발해졌다. 우리는 매 순간 전 세계의 코로나19 상황을 온라인을 통해 접했다. 변이 바이러스가 출현할 때마다 사람들은 자의로든 타의로든 이동을 자제했다. 대신 온라인 세계에서 전 세계 사람들과 교류를 늘렸다. 온라인에는 인간이 살아가는 과정과 관련한 모든 정보가 있다. 과거의 정보는 현재의 수준에 맞게 업데이트되기 시작했고, 현재의 정보는 지금 시대의 사람들이 받아들일 수 있는 포맷으로 바뀌었다. 판데믹으로 인해 세상은 잠시 멈칫했지만 끊임없이 새로운 모습을 만들어온 셈이다.

인간은 관계를 통해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는 사회적 동물이다. 코로나19는 물리적 관계 형성과 관계의 확장을 막았다. 청소년기와 청년기의 사람에게 활동과 관계는 특히 중요하다. 이 시기의 사람들은 교류를 통해 대인 관계의 폭과 깊이를 확장하고 자기 자신을 드러낸다. 사회적 동물이자 적응의 동물인 인간은 온라인 세계로 이동했고, 그 속에서 새로운 관계망을 형성했다.

인간은 온라인 세계 속에서 정보를 오직 소비하는 존재가 아니다. 그보다는 교류하는 존재에 가깝다. 소셜 미디어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행위는 잘나가는 누군가를 흉내 내는 것만으로 가능하지 않다. 타인과 구별되는 나만의 정체성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다. 자신의 정체성은 단순하면서도 거창한 질문에서 찾을 수 있다. “나는 누구인가?” 이 질문에 스스로 답하지 않는다면 자신의 정체성을 찾을 수 없다. 그러나 이 질문에 답하기는 쉽지 않다. 온라인으로 눈을 돌린 이들은 불특정 다수에게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을 수 있는지에 대해 물었다. 친절한 온라인 세상은 다양한 방법을 제시했다.

그러나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은 심리학에서도, 심리검사에서도, MBTI에서도 찾을 수 없다. 누군가는 MBTI와 유사한 문항으로 만들어진 온라인 무료 간이 검사 사이트 주소를 던진다. 그냥 한 번 해보라는 식이다. 1940년대에 최초로 문항이 만들어진 MBTI는 그렇게 다시 한 번 대중에 의해 소환됐다. 많은 이들은 MBTI에 대한 자신의 이해와 활용 경험에 대한 후기를 공유했다. 확산의 과정 속에서 MBTI에 대한 무수히 많은 정보가 양산됐다. 목적은 선의였으나 이 정보들은 여과 없이 몸집을 불렸다. 온라인 세계 속 MBTI에 대한 정보는 마치 마인드맵처럼 무궁무진하다. 사람들은 알고리즘에 이끌려 MBTI와 관련된 정보가 보이면 마치 블랙홀처럼 클릭을 무한 반복했다. MBTI는 이 무한한 클릭 과정 속에서 끝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퍼져 나갔다. 그 과정에서 진짜 MBTI는 잊혔다.

몇 년 전부터 방송, 뉴스, 매거진, 기업 교육, 대학교, 영상 등 대중이 접하는 거의 모든 매체와 기관은 MBTI를 찾았다. 17년간 한국MBTI연구소에서 MBTI를 연구한 연구자의 입장에서, 또 MBTI를 올바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전문가를 양성하는 교육자의 입장에서 MBTI에 대해 자세히 설명했으나 소통의 장벽은 높았다. MBTI의 16가지 성격유형의 특징에 관심의 초점이 맞춰진 상황에서 MBTI 자체가 무엇인지를 알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시간과 지면에 한계가 있었다.

국내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MBTI를 활용할 수 있도록 특징을 자세히 정리한 서적이 많이 출판돼 있다. 이 책은 16가지 성격유형별 특징을 자세히 전달하는 책이 아니다. 이 책은 MBTI가 무엇인지, 또 지금 MBTI를 눈여겨 봐야할 이유는 무엇인지를 분석한다. 16가지 성격유형을 접할 때, 또 자신과 다른 유형의 성격을 이해할 때, 불편한 성격을 만날 때 어떤 관점으로 그를 받아들여야 하는지를 제시하는 하나의 길잡이에 가깝다.

MBTI라는 심리검사도구는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 개발됐다. 시대를 거치며 동시대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지속적으로 업데이트되고 있기도 하다. MBTI와 관련해 사람들이 가진 다양한 편견들이 있다. ‘MBTI는 과학이다’, ‘MBTI는 단정적이다’, ‘MBTI는 사람을 틀에 가둔다’ 등의 피드백에서 알 수 있다. 그러나 MBTI 도구 자체는 MBTI에 대해 말하지 않는다. 다양한 편견들은 MBTI라는 도구가 아닌 그를 사용하는 사람의 문제일 가능성이 크다.

MBTI를 통해 “나는 누구인가?”에 대한 답을 찾고자 하는 이와 MBTI가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한 이들에게 이 책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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