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이 몰랐던 MBTI
5화

MBTI를 둘러싼 이해와 오해

네 가지 알파벳이 말하는 것


MBTI는 네 가지 코드를 조합해 성격유형을 16가지로 분류한다. MBTI를 접한 이들은 대부분 네 가지 코드의 개별적 의미보다 조합된 코드가 드러내는 포괄적 유형에 많은 관심을 보인다. 그러나 16가지의 유형 각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네 가지 대극과 여덟 가지 선호지표 개념을 이해해야 한다. 이 구조를 이해해야만 조합된 단일 유형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다. 이는 자신의 심리와 행동 패턴뿐 아니라 타인을 이해하는 데도 효과적이다. 더불어, MBTI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일상의 용어와 혼동하지 않는 게 중요하다. MBTI가 말하는 ‘외향(E)’은 일상의 ‘외향적이다’와 같은 의미가 아니다. MBTI가 말하는 외향은 자신의 감정과 생각을 외부로 표현하기를 편안해 하는 사람이다. 마찬가지로 ‘내향(I)’은 소수의 친밀한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이지 소심한 사람이 아니다. MBTI를 정확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MBTI가 말하는 MBTI를 살펴볼 필요가 있다. MBTI를 구성하는 각각의 알파벳이 의미하는 것은 무엇일까?[1]

에너지의 방향: 외향(E)과 내향(I)

외향(Extraversion)-내향(Introversion) 선호지표는 주의의 초점이 어느 곳으로 향하는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에너지의 원천은 어디인지, 에너지가 향하는 방향과 에너지를 얻는 방법의 차이를 의미한다.

외향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타인과의 소통이나 활동을 통해 외부 세계에 집중한다. 이들은 에너지와 주의 집중의 방향이 외부를 향한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상호작용하고 행동하는 것에서 에너지를 얻는다.

외향 E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경향성
  • 말을 통한 의사소통을 선호한다.
  • 생각보다 행동하는 것을 선호한다.
  • 사교적이다.
  • 대화를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 흥미 영역이 넓다.
  • 업무나 관계에서 자주 주도권을 잡는다.
  • 생각을 자유롭게 말한다.
  • 빠르게 반응하고 행동한다.
  • 다른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 외부 환경에 적응한다.
내향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내부 세계의 생각과 경험에 집중한다. 이들은 에너지와 주의 집중 방향이 내부를 향한다. 자신의 생각이나 기억, 감정에 집중하고 홀로 사색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내향 I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경향성
  • 글을 통한 의사소통을 선호한다.
  • 행동하는 것보다 생각을 선호한다.
  • 생각이 겉으로 쉽게 드러나지 않는다.
  • 사색을 통해 아이디어를 발전시킨다.
  • 관심사에 심도 있게 접근한다.
  • 상황이나 문제가 자신에게 매우 중요할 때 주도권을 잡는다.
  • 생각이 정리되지 않으면 쉽게 말하지 않는다.
  • 심사숙고한다.
  • 혼자, 혹은 소수의 사람과 일하는 것을 선호한다.
  • 자신의 내부 세계에 끌린다.

정보 수용 방식: 감각(S)과 직관(N)

감각(Sensing)-직관(Intuition) 선호지표는 정보 수집 및 수용과 관련하여 드러나는 방식의 차이다. 인식한 정보 중 어떤 정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고 수용하는지를 나타낸다.

감각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실제적으로 눈에 보이는 정보, 즉 실제로 일어난 사실에 기반을 둔 정보를 중점적으로 수집한다. 이들은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구체적인 사실을 관찰하며 실용적인 정보 습득에 능숙하다.

감각(S)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경향성
  • 현재 사건이 일어나고 있는 현실에 집중한다.
  • 오감을 사용하여 얻은 사실적이고 구체적인 정보를 선호한다.
  • 확실히 검증된 것을 선호한다.
  • 실용적이고, 실제적인 것에 집중한다.
  • 구체적인 사실을 관찰하고 기억한다.
  • 자신의 경험을 신뢰한다.
  • 경험에 대한 실제적인 적용을 통해 추상적인 아이디어와 이론을 이해한다.
  • 예측 가능성을 원한다.
  • 문제가 발생하면 과거 경험에 기반을 둔 구체적 해결 방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현실주의에 가치를 둔다.

직관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큰 그림을 보고 독립된 사실 간의 관계와 연관성에 초점을 두어 정보를 수집한다. 개별 사건을 연결하여 전체적인 패턴을 파악하려고 하며 새로운 가능성을 찾는데 능하다.

직관(N)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경향성
  • 미래의 가능성에 집중한다.
  • 상상력이 풍부하며 창의적인 언어를 구사한다.
  • 새롭고 아직 검증되지 않은 것을 선호한다.
  • 자료의 패턴과 의미에 집중한다.
  • 구체적인 사실보다 전체적인 패턴과의 연관성을 중시한다.
  • 자신의 영감을 신뢰한다.
  • 실제로 적용하기 전에 아이디어와 이론을 명백히 밝히기를 원한다.
  • 변화와 다양성을 원한다.
  • 문제가 발생하면 자신의 영감을 토대로 혁신할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
  • 상상력에 가치를 둔다.

결정 방식: 사고(T)와 감정(F)

사고(Thinking)-감정(Feeling) 선호지표는 어떤 방식으로 결정을 내리는가를 보여준다. 결정을 내리고 결론에 이르는 방식의 차이다.

사고를 선호하는 사람들은 의사 결정 시 선택이나 행동의 논리적인 절차를 보는 경향이 있다. 상황에서 떨어져 객관적으로 장점과 단점을 파악한다. 비판과 분석을 통해 잘못된 점을 파악하여 문제의 실마리를 찾으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사고형 사람들의 목표는 유사한 모든 상황에 적용할 수 있는 기준이나 원칙을 찾는 것이다.

사고(T)를 선호하는 사람들의 경향성
  • 논리적으로 명료한 것을 추구한다.
  • 분석적이다.
  • 인과관계를 중시한다.
  • 객관적인 것을 선호한다.
  • 공정성을 갖추려 노력한다.
  • 공평하다. 즉, 모든 사람을 동등하게 대하기를 원한다.
  • 의사 결정 시, 장단점을 고려하며 제3자의 입장을 취한다.
  • 주장에서 결정을 찾으려 한다.
  • 일과 사건에 대해 객관적인 기준을 추구한다.
  • 합리적이고, 문제를 논리로 해결한다.

감정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의사 결정 시 자신 그리고 관련된 사람들에게 중요한 사항을 고려한다. 사람을 존중하는 자신의 가치에 근거하여 결정을 내리려고 하고, 사람들의 상황이나 특성을 고려하여 판단하거나 결정한다. 타인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도움을 줌으로써 에너지를 얻으며 칭찬할 내용을 탐색한다. 감정형은 조화를 추구하며 각 사람을 개성을 가진 유일한 인간으로 본다.

감정(F)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경향성
  • 정서적으로 명료한 것을 추구한다.
  • 공감적이다.
  • 개인적인 가치를 중시한다.
  • 감성적인 것을 선호한다.
  • 타인을 배려하려 노력한다.
  • 모든 사람을 각기 다른 인격체로 공평하게 대하기를 원한다.
  • 의사 결정 시, 가치를 고려하며 사적으로 관여한다.
  • 주장에서 합의점을 찾으려 한다.
  • 조화와 긍정적인 상호 작용을 추구한다.
  • 자신의 결정이 주변 사람들에게 미칠 영향을 고려한다.

외부 세계 대처 방식: 판단(J)과 인식(P)

판단(Judging)-인식(Perceiving) 선호지표는 어떤 방식으로 외부 세계에 대처하는가를 드러낸다. 외부 세계에 대처하는 라이프스타일의 차이다.

판단을 선호하는 사람은 계획적이고 질서 정연한 방식으로 생활하며 자신의 삶을 통제하고자 한다. 판단형은 결정을 내리고 마무리를 지은 이후 그 다음 단계로 진행하기를 바란다. 판단형 사람들은 구조적이고 조직적이며 안정된 삶을 선호한다. 계획과 일정은 매우 중요하며 일이 마무리되는 것을 통해 에너지를 얻는다.

판단(J)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경향성
  • 체계적이다.
  • 계획적이다.
  • 예상치 못한 상황이 발생하지 않도록 한다.
  • 삶을 조직화한다.
  • 안정되고 정돈된 상태를 바란다.
  • 목표와 결과를 좋아한다.
  • 반복되는 일상 업무가 효율적이라고 생각한다.
  • 마감에 임박해서 처리할 때 받는 스트레스를 피하려고 한다.
  • 마감일보다 여유 있게 완료하는 경향이 있다.
  • 일이 확실하게 결정되기를 바란다.

인식을 선호하는 사람들은 외부 세계에서 유연하고 즉흥적인 방식으로 생활하며 삶을 통제하기 보다는 직접 경험하고 이해하고자 한다. 세부적인 계획과 최종 결정은 틀에 박힌 것 같다는 인상을 받는다. 새로운 정보에 열려 있으며 마지막 순간에 결정하는 것을 선호한다. 상황에 임기응변으로 대처하는 지략을 발휘하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인식(P)을 선호하는 사람들의 경향성
  • 유연하다.
  • 즉흥적이고 자발적이다.
  • 예상치 못한 상황을 즐긴다.
  • 삶을 적응력 있게 받아들인다.
  • 융통성 있고 개방적인 상태를 바란다.
  • 무슨 일이 생길지 기대한다.
  • 반복되는 일상 업무가 제한적이라고 생각한다.
  • 임박착수의 압박을 느끼면서 에너지를 얻는다.
  • 마감일에 완료한다.
  • 일이 유연하게 진행되며 변화가 가능하기를 바란다.

MBTI가 말하는 여덟 가지 선호지표 개념 각각에 대한 이해와 함께 자신의 선호와 반대의 선호를 동등한 위치에서 수용하려는 관점이 동반될 때 비로소 MBTI를 올바르게 활용할 수 있다. 소셜 미디어에서는 MBTI를 편 가르기 식으로 사용하는 경우가 잦다. 외향은 ‘인싸’, 내향은 ‘아싸’, 감각은 숫자만 보는 사람, 직관은 뜬구름 잡는 사람, 사고는 피도 눈물도 없는 사람, 감정은 우유부단한 사람, 판단은 계획만 중요한 사람, 인식은 게으른 사람이라는 등의 표현이 넘쳐난다. 선호지표의 개별 특징과 개념에서 꼭 기억해야 할 것은 그들이 모두 가치중립적이라는 점이다. 대극은 반대말 개념이 아니다. 또한 한 개인이 반대 선호를 가진 사람에게서 경험했던 부정적 감정과 상황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는 진리가 되어서도 안 된다. 개인은 자신의 성격유형을 이해하는 수준에서 타인의 성격유형도 수용하게 된다. 단순한 이치다. 내가 나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면 나와 관계하는 타인도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고, 내가 나를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하면 동시에 내 주변의 타인도 부정적으로 바라보고 평가하게 된다. MBTI의 8가지 선호지표는 하나의 렌즈일 뿐이다. 이 렌즈를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는 본인의 몫이다.

 

E는 모두 같은 E일까?


가장 이상적이거나 완벽한 MBTI의 모습이 존재할까? 예를 들어, 이상적 외향, 혹은 완벽한 내향이 존재할까? MBTI는 이를 상정할 필요도 없고, 상상할 필요도 없다고 말한다. ‘이상적인’이라는 수식어는 언급조차 하지 않는다. 그러나 전문가의 해석 과정이 동반되지 않을 시, 각종 오해가 생길 수 있다. MBTI 의 검사 결과에는 1부터 30까지의 선호 분명도 점수가 있다. 결과를 오해한다면 높은 지수가 우월한 것이라고 받아들일 수 있다. 혹은 약간의 경향성을 모호하거나 불분명하다고 판단할 수도 있다.

심리검사는 팔, 다리 등에 골절상을 입어 찍는 X-ray나 미세한 차이를 더 명확히 확인하기 위해 찍는 MRI와는 다르다. MBTI 검사를 포함한 다양한 심리검사는 다양한 검사 문항에 대한 자신의 심리 상태를 보고한 자기 보고(self-reported)의 결과다. 심리검사에 반응한 것은 피검자 자기 자신이라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러나 이 검사 결과만으로 그것이 편안한 본연의 선호인지, 혹은 주변 환경에 맞추기 위한 노력의 결과인지는 드러나지 않는다. 검사 결과에 대한 전문가와 피검자 간의 해석과 상담이 중요한 이유다.

MBTI를 활용한 다양한 집단 프로그램 과정 중에는 동일 선호인 구성원과 함께 대화를 나누는 프로그램이 있다. 이 과정에서 빠지지 않고 나오는 질문이 있다. “저는 외향이지만 저 정도는 아닌데요?”가 그것이다. 이들은 자신이 저렇게까지 극단적이지 않다고 말한다. 이때 쓰이는 ‘극단적’이라는 표현은 객관적이지 않다. 타인과 경험했던 부정적인 상황과 감정이 만든 표현일 가능성이 높다. 개인은 모두 스스로 상정한 선호지표에 대한 개념과 수준이 존재한다. 그러나 MBTI의 선호지표는 여러 세부 사항이 어우러진 결과물이다. 일반적으로 우리는 외향을 선호하는 이들이 말과 행동을 잘한다고 국한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말과 행동을 잘한다는 특성만으로 외향 선호를 규정할 수는 없다.

MBTI는 시대의 흐름에 맞게 다양한 버전으로 업그레이드를 거듭하고 있다. 2022년 기준으로 MBTI 기본형은 93개 문항으로 구성된 Form M 버전이다. Form M 버전에 다양한 문항을 추가하여 각 유형의 세부적인 특징을 파악할 수 있도록 개발된 버전이 있는데 144문항으로 구성된 Form Q 버전이다. Form Q 버전에서는 동일한 선호 내 사람들 간의 개인차를 선호지표별로 다섯 가지의 다면척도로 구분했다. 해당 다면척도는 각 선호지표의 세부적인 특징을 설명하고 있다.
MBTI Form Q 다면척도[2]
외향 핵심용어 내향
능동성 행동표현 수동성
표현적 정서표현 보유적
다양한 관계 대인관계 밀접한 관계
활동적 학습 및 여가 반추적
열성적 의사소통 정적
감각 핵심용어 직관
구체적 정보근거 추상적
현실적 인식태도 창의적
실용적 인식내용 개념적
경험적 의미부여 이론적
전통적 사회적 선호 독창적
사고 핵심용어 감정
논리적 이상적 의사 결정양식 정서적
이성적 실제 의사 결정양식 감성적
질문지향 의사결정 첫 단계 협응지향
비평적 의사결정 태도 허용적
강인한 결정에 대한 태도 온건한
판단 핵심용어 인식
체계성 조직화 패턴 유연성
목표지향적 여가활동의 조직 개방적
조기착수 시간관리 태도 임박착수
계획성 일상 활동의 조적 자발성
방법적 현재 과업과의 관련성 과정적
사람들이 외향의 일반적인 특징으로 표현하는 ‘말과 행동을 잘한다는 것’은 외향 선호의 다면척도상, 자신의 생각, 감정, 느낌 등을 표현하는 것을 선호하는 ‘표현적’에 해당한다. ‘표현적’이라는 특징은 외향 선호의 단일한 특징이 아니고, 부분적인 특징이다.

또한 외향에 대한 선호 경향성을 나타내는 사람이 모두 동일한 수준의 경향성을 드러내지는 않는다. 예를 들어, 외향 선호인 A는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외부로 표현하는 것을 선호하지만, B는 A와 같은 외향 선호를 보인다고 해도,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자신의 내면에 보유하기를 선호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볼 때, B는 내향의 특징을 나타내기 때문에 내향 선호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B는 외향의 일반적인 특징을 보이면서도 특정 상황에서 내향적인 특징도 공유하는 독특한 모습을 보이는 것에 가깝다. 이러한 관점에서 볼 때, MBTI 검사 결과가 외향인 사람들을 모두 똑같은 외향, 동일한 수준의 외향이라고 말할 수 없다.

 

MBTI가 던지는 숙제


융의 심리학은 중년기 이후의 심리학이라고 표현할 수 있다. 출생부터 중년기[3] 전까지 이르는 인생의 전반기, 인간은 자신의 선천적 선호를 파악하고 자기다움의 모습으로 살아간다. 중년기 이후 인생의 후반기에는 선천적 선호의 대극을 이해하고 수용하며 성격의 통합과 균형을 이루기 위해 노력한다. 중년기 이후의 과정은 한 번도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처럼 낯설고 어색하겠지만 한편으로는 새로운 것을 배우는 설렘도 자리할 것이다. 중년기는 미지의 나를 찾아나서는 여정의 시작이다. MBTI 는 그 여정에 길잡이가 되어줄 수 있다.

모두가 중년기에 들어섰다고 자신의 대극 선호를 개발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그를 위해서는 조건이 한 가지 있다. 바로 자아존중감이다. 유형발달의 측면에서 이 자존감은 인생의 전반기에 발달한다. 청년기까지 자신의 선천적 선호를 발달시키고 이를 삶의 과정에서 긍정적으로 강화한다면 자연스레 자존감은 높아진다. 이 자존감은 소위 말하는 내공이 된다. 이 자기다움의 힘이 중년기 이후의 통합을 가능케 한다.

그렇다면 중년기 이후 이뤄야 하는 통합이란 무엇일까? MBTI는 어느 쪽이 자신에게 편안한 방향인지를 일러준다. 먼저 자신의 선천적 선호 경향성을 파악하고 탐색해야 한다. 통합은 그 다음이다. 통합은 밝음과 어두움이 적절히 섞인 상태라고 할 수 있다. 자신이 편안해하는 선호인 빛이 있다면 그 반대에는 그림자가 있다. 빛과 그림자가 함께이듯, 개인 안에는 밝음과 어두움이 공존한다. 이것이 대극이다. 선천적 선호만으로 평생을 살아갈 수는 없다. 어둠을 수용해야만 통합에 이를 수 있다. MBTI는 내 안에 공존하는 빛과 그림자를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통합은 자신의 그림자를 밝게 만드는 과정과 유사하다.

ISTJ 유형인 사람이 중년기를 성공적으로 거쳐 자신의 대극 선호를 개발했다고 ENFP 유형이 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달라지는 것은 분명히 있다. 정확히 말하면, 여유 있고, 유연한, 내・외적으로 조금 더 폭이 넓어진 ISTJ가 된다. 통합의 과정을 통해 성격유형의 넓이와 깊이를 조금 더 확대할 수 있다. 통합은 대극 양쪽을 모두 사용할 줄 아는 완벽한 존재, 혹은 슈퍼맨이 되는 것이 아니다. 중년기 전까지 좋아하고 잘하는 것을 개발하며 자신의 선호가 두드러지게 살았다면 중년기 이후에는 그 두드러진 부분을 둥글게 만드는 과정이다. 원만하고 유연한 나를 만들기 위해 MBTI를 사용할 수 있다.

 

새로운 언어를 배우듯


최근 취업준비생에게 MBTI 성격유형 정보를 기재하도록 요구했던 기업의 사례가 기사화됐다.[4] 해당 기업은 MZ세대의 트렌드를 따라 성격유형 기재를 요구했다고 밝혔다. MBTI는 업무적 역량과 무관한 성격유형이다. MBTI는 다른 유형의 사람들이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며 다양성이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자는 모토에서 개발됐다. 기업이 생각해야 할 것은 취업준비생의 MBTI 유형이 아니다. 16가지의 모든 성격유형이 자기다움을 발휘하며 일할 수 있는 건설적인 기업 문화를 만드는 일이다.

기업에서 MBTI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방법이 있다. 다양한 성격의 직원이 섞인 팀이 의사소통에서 어려움을 겪거나, 성과가 현저히 떨어지는 경우 그 원인을 파악하기 위해 MBTI를 활용할 수 있다. 혹자는 성격유형을 토대로 그룹이나 팀을 나누는 방법을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MBTI 의 유형이 같다고 해서 모두 똑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네 개의 코드가 동일한 사람들이 선천적인 선호 경향성을 공유하는 부분이 많을 수는 있지만 똑같은 말과 행동을 하지는 않는다. 양육 환경, 가족 구성원, 친구 관계, 학력, 취미, 직업, 성역할 등 다양한 환경적 요인에 의해 4개 코드가 동일하다 해도 색채와 결이 다르다. 개인이 부족하다고 생각한 자신의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다면 일과 관련된 역량, 관계와 관련된 역량 또한 제각각일 것이다. 결국 ‘나’는 성격유형만으로 설명할 수 없는 존재다. 독특하고 개별적인 존재를 성격유형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개인의 독특성과 역량을 무시하는 태도가 될 수 있다. MBTI는 두 명 이상이 모인 집단, 조직, 관계에서 모두 활용 가능하다. 다만 중요한 것은 타인에 대한 이해와 존중의 태도다.

인터넷에 떠도는 MBTI 궁합도 비슷한 맥락에서 바라봐야 한다. 더 편안한 사람을 만나고 싶은 대인 관계적 욕구는 지극히 자연스럽다. 그러나 누군가를 깊이 사랑하기 위해서는 관계를 쌓는 경험이 필수적이다. 만남 이전에 네 개의 코드만 보고 타인을 판단하는 것은 섣부르다. MBTI만으로 관계를 규정할 수 없다. 심리검사는 개인이 타인을 받아들이는 과정 전반을 진단할 수 없다. 시간이 걸린다고 하더라도 나와 잘 맞지 않는 유형이 드러내는 특징을 알아보고 그들과 더 나은 관계를 맺기 위한 방법을 고민하는 것이 생산적이다. 이런 자신의 노력을 시작으로 상대방도 나를 이해하고 수용하려 노력할 수 있다.

비유하자면 MBTI는 나와 다른 이들이 사용하는 언어를 파악할 수 있게 하는 도구라고 할 수 있다. 다양한 상황에서 상대를 설득시키기 위해서는 상대의 언어를 사용해야 한다. 다른 언어를 사용한다는 장벽 때문에 혹자는 타인이 자신의 언어를 이해하지 못한다며 화를 내기도 한다. 상대방은 그 과정에서 소통이 불편하다는 생각을 하고, 대화는 악순환에 빠진다. 타인과 원활한 대화를 하기 위해서는 안테나를 세우고 주파수를 맞춰야 한다. 이런 맥락에서 나와는 다른 이들의 성격을 알아가는 것은 새로운 언어를 배우는 것과 같다.

마지막으로, 성격유형을 활용할 때 쉽게 빠지는 함정이 하나 있다. 성격유형을 자신의 삶의 변명의 근거로 사용하는 것이다. 다른 유형에 대한 부정적인 비판이나 낙인을 찍는 행위를 넘어 자신의 실수나 잘못에 대한 변명이나 면죄부로 성격유형을 오용하는 경우도 빈번하다. 약속 시간에 늦거나, 함께 정한 계획을 어길 경우 누군가는 자신을 인식형이라고 표현하며 면죄를 바란다. 혹은 팀에서 몇 개월에 걸쳐 준비한 프로젝트의 프레젠테이션을 담당해야 할 때 자신은 내향형이기 때문에 일을 맡기 어렵다고 말하는 경우도 있다. 자신의 성격유형을 변명으로 삼거나 회피의 수단으로 삼을 수는 없다. MBTI는 이해를 위한 도구일 뿐 능력이 없다는 것의 원인이나 잘못의 변명이 될 수 없다.

MBTI를 자신과 타인을 이해하는 도구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MBTI를 잘 활용한 초등학교 어느 학급의 이야기를 하고 싶다. MBTI 전문가 과정을 수료한 어떤 선생님께서 학급 담임을 맡고 있었다. 해당 담임 선생님이 출장을 가셔서 다른 선생님께 임시로 하루 그 학급을 맡아 달라고 부탁하셨다고 한다. 임시로 하루 동안 해당 학급을 맡으신 선생님은 아이들을 운동장에서 뛰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발야구를 하러 학생들과 함께 모두 운동장으로 나갔다. 한 아이가 공을 차러 나왔는데 쭈뼛거리기만 하고 공을 차지 못하고 있었다. 선생님은 조금 답답한 마음에 “그냥 발로 차면 된다”는 말을 몇 번이고 되풀이 하고 있었다. 그때 그 반 아이들이 선생님께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선생님, 쟤는 내향이어서 조금 기다려줘야 해요.” 임시로 학급을 맡으셨던 선생님은 당황스럽기도, 창피하기도 하셨다고 말했다. 다음날, 출장을 다녀온 담임 선생님과 전날 있었던 일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서 본격적으로 MBTI 공부를 시작했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어떤 일을 편하게 하기 위해, 혹은 사람의 힘만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을 할 때 다양한 도구를 사용한다. 사실 어떠한 도구든 도구 자체에 문제가 있는 경우는 거의 없다. 문제는 도구를 사용하는 사람이다. 심리검사라는 도구도 마찬가지다. MBTI는 자기 이해를 위해 만들어진 도구다. 누가 어떻게 사용하느냐에 따라 MBTI는 길잡이가 될 수도, 무기가 될 수도 있다.
[1]
16가지 성격유형 각각에 대한 특징과 자세한 유형해설은 다음 참고문헌을 통해 확인가능하다.
린다 커비 외(김명준·안여진 譯), 《성격유형 안내》, 어세스타, 2013, 9-10쪽.
엘리자베스 허쉬 외 2인(김명준·송미리 譯), 《성격유형과 팀》, 어세스타, 2018, 3-4쪽.
[2]
나오미 퀭크 외(김정택 외 3인 譯), 《MBTI Form Q 매뉴얼》, 어세스타, 2013.
[3]
융은 중년기의 전환이 35세에서 50세에 이르는 나이에 나타난다고 말한다.
캐서린 마이어스·린다 커비(김정택·김명준 譯), 《심리유형의 역동과 발달》, 어세스타, 2013, 19쪽.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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