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이 만든 MZ세대
2화

참여하고 소비하는 세대

3. 참여하는 세대 ; 일상에 녹아든 정치 물결


MZ세대는 이전 세대보다 한층 자유롭고 평등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성장했다. 1993년 대한민국 첫 문민정부의 출범과 함께 유년기를 시작한 MZ세대는 1995년 전직 대통령들의 구속, 2004년 노무현 대통령 탄핵 소추, 2005년 호주제 헌법 불합치 선고, 2008년 광우병 촛불 집회, 2010년의 학생 인권 조례 공포, 그리고 촛불 항쟁을 통해 현직 대통령을 탄핵하고 새로운 정부를 세우는 경험을 축적하면서 정치 권력과 권위, 그리고 자신들의 권리와 성평등에 대해 기성세대와는 매우 다른 인지 및 감정 구조를 체화했으며, 스스로에 대한 정치적인 효용감 역시 높다.

그러나 불과 몇 년 전까지 MZ세대는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로 간주됐다. 근거는 다른 세대에 비해 저조한 투표율이었다. 2008년 총선부터 2017년 19대 대선까지 20대의 투표율은 매번 평균 이하였다. 낮아진 학생 운동에 대한 관심과 참여도 역시, 항상 민주화 운동의 핵심 주체였던 청년 세대에 익숙한 기성세대의 관점에서 이들이 정치에 무관심한 세대라는 시각을 강화했다. 그러나 2016년 탄핵 집회부터 시작하여 제20대 대선까지 MZ세대의 정치 세력화 경향을 놓고 본다면, 그간 기성세대가 MZ세대의 특징적인 새로운 유형의 정치 참여 방식을 잡아내지 못하고 있던 것은 아닐까.

직업과 정치 성향, 정치 관심도를 고려하여 할당 표집한 22명의 MZ세대 연구 참여자를 대상으로 2019년에 수행한 정치 참여에 관한 심층 면접 결과는 MZ세대의 특징이 발현된 정치를 엿보게 해준다[1]. 일단 근간에는 기성 정치에 대한 뿌리 깊은 불신과 냉소적 시각이 있다. 기성 정치를 대척점에 놓고 자신들의 정치를 경계 짓고 구별한다. 그렇기 때문에 기성 정치의 시각에서는 이들의 정치 활동이 인지되지 않을 수 있다. 이들은 자신들의 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지 않으며 오히려 훨씬 많은 수가 일상 속에서 다양한 방식으로 정치에 참여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단지 정치 참여의 스펙트럼을 투표, 정당 활동, 집회 참여부터 “정치 관련 유튜브·팟캐스트 시청, 뉴스 기사에 댓글 달기, 페이스북 좋아요 누르기, 리트윗하기, 해시태그(#) 운동, 직·간접적인 소비를 통한 후원 활동 등 특정 사회 문제와 관련해 의견을 개진하고 공유하며 공감하는 것”까지 확장해서 규정한다. 디지털 네이티브적 특징이 발현된 참여 방식이다. 

이들은 본인들의 세대가 정치에 무관심하다고 인지되는 이유에 관해, 기성세대가 청년이었을 때는 “국가 전체의 방향을 좌지우지하는 거대 담론”에 관심을 가졌다면 자신들은 ‘나’와 직접적으로 관계가 있는 것에만 관심을 갖고 적극적으로 참여하기 때문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기성세대의 물리적 시위와 비교할 때, 온라인상에서 기하급수적으로 확장이 가능하며 필요할 때는 언제든지 오프라인으로 결집할 수 있는 자신 세대의 정치 참여가 ‘더 쉽고, 더 빠르며, 무엇보다 효과적’이라고 평가한다. 특히 본인들의 직장 업무와 일상생활이 침범받지 않으면서 정치 활동을 할 수 있다는 실용주의적인 관점에서의 효율성을 강조한다.

또한 본인 세대를 대표하는 정치 참여는 많은 시간이나 비용의 투자가 필요 없는, 놀이처럼 여길 수 있는 가벼운 형식의 ‘짤방’ 만들기나 밈(meme)화 같은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정치가 진지하고 심각하기만 해서 사람들이 접근하기가 어려운 것보다는, 놀이처럼 재미있게 즐길 수 있어야 더 많은 이에게 더 빠르게 사회 문제를 알릴 수 있고 힘도 모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이들은 사회적으로 심각하고 중대한 정치적 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행어를 만들고, 패러디하고, 짤과 밈을 양산하며 거대 권력과 유력 정치가를 희화함으로써 권위를 비틀어 버린다.

윤리적 소비, 착한 소비 또는 가치 소비라고 부르는 MZ세대의 특징적인 소비 행위는 그들에게 있어 일상 속의 정치 행위이다. 자신의 소신이나 가치관에 부합한다면 사용 과정에 불편함이 있어도 충분히 감수한다. 때문에 투박하더라도 환경을 보호하기 위해 업사이클링 제품을 구매하고, 동물권을 보호하기 위해 비싸더라도 비건 식당을 찾고 비건 화장품을 구매한다. 자신이 가지고 있는 신념과 가치관을 공유하는 기업의 물품을 구매하고, 선행을 베푼 가게를 온라인을 통해 공유하고 서로 독려해 이른바 ‘돈쭐’을 내준다.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킨 기업이나 소비자를 무시하는 가게는 ‘불매 운동’으로 혼쭐을 낸다.

이처럼 타 세대와 비교할 때 MZ세대는 환경, 젠더, 인권, 동물권 이슈에 적극 동참한다. 물건을 고를 때 기업이 환경을 파괴하는지, 사회에 기부를 하는지, 어떤 기업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꼼꼼히 확인하는 MZ세대의 소비 경향으로 기업의 ESG(Environmental, Social and Governance) 경영의 중요성이 점차 강화되고 있다. 자신의 일상을 영유하면서, 자신이 즐거운 소비 행위를 통해, 온라인상의 많은 이들과 함께, 자신의 가치와 신념을 구현하여, 기업과 더 나가 사회를 바꿀 수 있는 효율성 높은 MZ세대 정치 활동 문법의 발현이다.
 

4. 취향의 세대 ; 소비와 존중을 외치다


‘개취(개인의 취향)’, ‘취존(취향존중)’이란 용어가 이제는 대세가 된 듯하다. 타인에게 간섭이나 규정 받는 것을 싫어하고, 자기 자신을 탐구하고 계발하고 스스로 선택하는 삶을 추구하는 MZ세대를 가장 잘 보여주는 말이다. 

사전적인 의미로 ‘하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방향. 또는 그런 경향’이란 뜻인 취향은 일상생활에서의 다양한 소비 활동으로 나타나고 타인에게 인지된다.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Pierre Bourdieu)는 ‘개인적인 것으로 간주되는 한 사람의 취향은 그의 계급 위치의 발현으로, 사회의 계급 구조를 재생산하는 강력한 기제로 작용’함을 밝혀냈다. 이미 1970년대에 나온 논의이지만 자신의 취향이나 가치를 공동체에 맞춰 타인의 눈에 띄지 않는 것과 근검절약이 미덕으로 추앙되는 한국 사회에서 취향과 소비에 대한 분석은 피상적인 수준에 머무를 수밖에 없었다.

MZ세대는 한국 사회 최초의 취향과 소비의 세대다. 이들은 소비를 통해 무엇인가를 소유하기보다는 자신의 취향, 가치를 표현하길 원하고 이를 위해 기민하게 움직인다. 그러나 현재 이들의 소비와 취향에 대한 양적, 질적 자료는 단편적인 소비자 조사에 머물고 있다. 향후 이들의 취향과 소비에 대한 사회과학적인 자료 구축이 필요하다. 뿐만 아니라 한국 사회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심도 있는 분석이 요구된다.
[1]
김수정 외 2인, 〈청년세대의 정치: 정치의 주변화인가 새로운 정치의 등장인가〉, 《사회과학연구논총》 36(2), 2020., 283-318쪽.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