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수 없는 여자들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차별과 편견을 직시하는 일

1만 5000명 대 454명. 500대 한국 기업의 임원 성별을 조사한 결과는 우리 사회의 성비 불균형을 단적으로 드러낸다. 여성 임원은 전체 임원의 3퍼센트에 불과하다. 이들이 사회생활을 시작할 때는 직장 여성이 적었다는 점을 감안해도 심각한 수준의 불균형이다.

노동 시장 구조를 연구한 저자는 이런 현상이 축적된 불평등의 결과라고 지적한다. 여성은 가사와 육아를 이유로 노동 시장에서 이탈할 가능성이 높은 존재일 수밖에 없었다. 기업은 언제든 회사를 떠날 수 있는 여성들을 교육하지 않았고, 여성들은 고숙련 노동자를 중심으로 하는 핵심 노동에서 소외되는 악순환의 고리가 만들어진다. 결국 여성의 일은 임금이 낮은 직무에 한정되고, 아이를 위해 경력 단절을 택한 여성은 다시 사회로 복귀하지 못한다. 여성은 아무리 배워도 일할 수 없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차별이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지 않는 사회는 편견에 물들기 쉽다. 아이를 데리러 가기 위해 퇴근하는 여성 동료를 보며 ‘여자들은 근로 의욕이 떨어진다’거나 ‘자기 생각만 한다’고 생각하기 쉽다. 맞벌이 부부라도 아이에게 더 많은 시간을 쓰는 쪽은 여성이라는 현실을 직시하지 않으면 여성의 역량이나 성향을 탓하게 된다. 여성 리더가 적은 현실을 적극적으로 해석하지 않으면 ‘여성은 강단이 없다’거나 ‘여성은 세심한 편이라 리더보다는 팔로어에 적합하다’는 고정 관념에 빠지게 된다. 전업 주부에게 ‘남편이 벌어다 주는 돈으로 편하게 살라’는 말은 위로가 아니다. 여성이 육아를 위해 커리어를 포기해야 하는 현실을 외면하는 시각이기 때문이다.

고학력 여성의 노동 시장 환경에 주목한 저자의 이야기는 단순히 더 배운 사람이 더 좋은 대우를 받아야 한다는 주장이 아니다. 저자는 여성이 일하지 못하는 이유를 개인의 능력 부족이 아니라 구조의 문제에서 찾아야 한다는 점을 밝히고 있다. 2017년 한국 여성의 대학 진학률은 72.7퍼센트로 65.3퍼센트였던 남성보다 높았다. 여성이라는 성별이 취업이나 승진에 불이익을 주는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평균 학력이 높아진들 여성의 일자리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는 여성의 권리에 대한 논의가 확산되고 있다. 직장 내의 성차별이나 불균형을 해소하기 위한 정책들도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한국의 직장 문화에 성차별이 실재한다는 공감대는 여전히 부족하다. 여성이 성별이 아니라 능력으로 평가받는 사회, 결혼이나 출산을 이유로 커리어를 포기하지 않는 사회를 위해서는 차별이라는 문제를 직시해야 한다. 변화는 현실을 바로 보는 데서 출발한다.

곽민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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