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토크하다
1화

프롤로그 ; 토크 뉴스의 시대

우리는 지금 토크 뉴스(Talk News) 시대에 살고 있다. 토크 뉴스는 새롭고 쓸모 있는 정보를 의미하는 뉴스(News)와 사람 간의 대화를 의미하는 토크(Talk)가 결합된 용어다. 이 책을 위해 만든 용어기도 하다. 뉴스라는 단어는 쉽게 쓰이지만 무엇이 뉴스고 어디까지가 뉴스인지 정의하기란 무척 복잡한 일이다. 낯선 단어인 만큼 토크 뉴스가 무엇인지에 대한 설명이 먼저 필요할 것이다.

뉴스와 커뮤니케이션의 오랜 역사가 그러했듯이, 새로운 기술이 등장하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바뀌면서 뉴스의 형식 역시 바뀐다. 지금 대한민국에서 뉴스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방식은 무척 다양하다. 생산자는 뉴스를 글로 쓰기도 하고, 영상으로 보여 주기도 하고, 말로써 전달하기도 한다. 인터넷과 모바일이 발전하면서부터는 그래픽과 이미지를 활용한 카드 뉴스가 등장했다. 최근에는 각종 동영상 플랫폼이 인기를 끌면서 틱톡이나 유튜브, 인스타그램 등에서 60초 전후의 짧은 ‘숏폼(short-form)’ 뉴스가 인기를 끌고 있다. 뉴스를 전달하는 매체들도 신문, 라디오, TV, OTT 등으로 무척 다양해졌다. 뉴스와 소비자가 만나는 지점이 확대되며 생긴 변화다. 디지털 기술의 영향으로 아예 매체 간 경계가 사라지고 융합되는 추세이기도 하다.

토크 뉴스는 이러한 변화에 맞춰 성장하고 있는 강력하고 새로운 뉴스 형식이다. 필자가 생각하는 토크 뉴스란, 진행자와 출연자가 자유로운 대화를 통해 대중이 관심 있어 하는 이슈를 전달하고, 의견과 관점을 담아 분석하는 뉴스 형식이다. 같은 말이라도 아 다르고 어 다른 법이다. 뉴스를 말로 전한다는 점은 기존과 같지만 토크는 딱딱한 대담이나 토론과는 분명 다르다. 출연자의 캐릭터와 화법, 맥락에 따라 더 풍성하게 연출된다는 점은 일종의 토크 쇼(Talk Show)와도 닮았다.

토크 뉴스에 앞서 이러한 형식의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용어들이 있는 게 사실이다. 정치 예능이나 정치 토크 쇼, 시사 토크 쇼 등이다. JTBC 〈썰전〉, TV조선 〈강적들〉 같은 프로그램, 또는 종합 편성 채널의 낮 시간 시사 프로그램을 가리키는 뜻으로 주로 사용되고 있다. 지상파 예능 프로그램에 유력 정치인이 특별 출연하는 경우 등도 여기에 포함된다. 요컨대 이러한 용어들은 일회성 이벤트 프로그램, 또는 종합 편성 채널의 독특한 뉴스 형식이라는 의미가 강하다. 요즘처럼 지상파·종편·라디오 등 매체를 가리지 않고 토크 형식의 뉴스 프로그램들이 매일 끊임없이 방송되고 있는 상황을 제대로 설명하기도 어렵다. 이를 통해 전달되는 뉴스의 양과 영향력은 더 이상 예능이나 토크 쇼의 그것이 아니다. 그래서 이 책은 변화된 방송 뉴스 환경에 맞춰 “토크 뉴스”라는 새 용어를 제안한다.

필자는 20년간 기자 생활을 경험하고, 최근 MBC 시사 토론 프로그램 〈100분 토론〉과 낮 뉴스 〈2시 뉴스외전〉, 그리고 대통령 선거 방송 기획단에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만들어 왔다. 그동안 앞서 말한 추세는 더 강해졌다. 토크 뉴스는 사실 미국의 TV 뉴스나 OTT 스트리밍 뉴스에서 보다 쉽게 접할 수 있다. 필자는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리노(Reno)에서 네바다주립대학교(UNR) 교수진, 현지 방송국 관계자, 정치인 등과 토크 뉴스에 대해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결론적으로 많은 시청자가 토크 뉴스를 좋아하고 있으며, 이 흐름은 점점 강화되고 있다는 것에 대부분 동의했다.

토크 뉴스가 정치적으로 편향된 의견을 전파해 갈등을 부추기고, 자극적인 발언들로 문제가 되는 것은 한국과 미국의 공통된 부작용이다. ‘표현의 자유’를 중시하고 상업 방송 시스템이 확고한 미국 뉴스들은 발언 수위가 한국보다 훨씬 더 세기도 하다. 물론, 우리나라의 미디어 환경은 미국과 다르다. 뉴스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 법적 규제 등에서 여러 가지 차이가 있다. 하지만 토크 뉴스가 인기를 끄는 정치적·사회적·미디어 산업적 배경은 비슷하다. 결국 주목할 것은 한국적 미디어 환경에서 트렌드가 된 토크 뉴스를 어떻게 잘 활용하느냐다. 이는 뉴스 제작자와 뉴스 소비자 모두가 함께 생각해 볼 주제다. 좋은 뉴스, 신뢰할 만한 뉴스를 만드는 것은 제작자의 의무이고, 좋은 뉴스를 선택하고 격려하는 것은 소비자의 몫이기 때문이다. 뉴스가 만들어지는 구조와 트렌드를 아는 것은 좋은 뉴스를 선택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다.

이 책을 쓰는 데 아낌없는 조언을 해주신 윤기웅 교수님, 김경환 교수님, 한정훈 기자, 그리고 미국인의 시각을 솔직하게 공유해 준 UNR 교수들과 현지 방송국 관계자들에게 감사를 표한다. 아빠의 책을 손꼽아 기다려준 두 아이 세현·세령과 사랑하는 아내 지원, 그리고 어머니에게 이 책을 바친다.

지금부터 토크 뉴스는 기존 뉴스와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왜 새로운 트렌드가 되고 있는지, 매일 뉴스를 접하는 뉴스 소비자는 이 현상을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지 하나씩 재미있게 풀어 보고자 한다.

미국 네바다주립대학교 레이놀즈 저널리즘스쿨 연구실에서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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