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토크하다
2화

OTT 스트리밍과 토크 뉴스

대통령 선거와 토크 뉴스


토크 뉴스의 인기와 영향력을 가늠하는 데 있어 2022년은 중요한 해다. 두 개의 큰 선거가 약 3개월 간격을 두고 동시에 치러졌기 때문이다. 제20대 대통령 선거와 제8회 전국 동시 지방 선거다. 선거는 민주주의의 꽃이자 대형 정치 이벤트다. 미디어 입장에서는 끊임없이 속보가 쏟아지는 그야말로 ‘뉴스 화수분’이다. 특히, 지상파 방송사에 있어 대선은 5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가장 큰 뉴스 이벤트다. 통상 6개월 전부터 대통령 선거 방송을 준비한다. 하루 방송을 위해 6개월씩이나 준비를 한다니 혹자는 놀랄 것이다. 하지만 그렇게 준비해야 아침부터 밤까지 이어지는 라이브 방송에서 새로운 볼거리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실시간으로 쏟아지는 출구 조사와 개표 데이터를 쉽고 정확하게, 그리고 첨단 기술을 적용해 전달하려 노력한다.

선거 방송은 일종의 ‘뉴스 쇼(News Show)’라고 할 수 있다. 시청자의 이목을 집중시키려면 재미있고 화려해야 한다. 다양한 컴퓨터 그래픽CG, 증강 현실 AR 등의 기술이 선거 정보와 결합되고, 해외 모터쇼 같은 이벤트에서 볼 수 있는 대형 LED 무대까지 등장한다. 선거 방송 제작진은 매번 선거 때마다 새로운 방송 기술을 도입하고 아이디어를 쥐어짠다. 그래서 선거 방송은 방송 기술과 뉴스 전달 방식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측면에서 미디어의 최신 트렌드를 읽는 바로미터다. 2017년의 대선과 비교할 때, 지난 2022년 대선에서 지상파 선거 방송이 보여준 새로운 트렌드는 패널(Panel)이다. 논객의 비중이 커졌다.

선거 방송에 출연해서 선거 정보를 전달하는 사람은 크게 세 가지 분야로 나뉜다. 생방송을 진행하는 앵커, 데이터를 분석하고 속보를 전하는 기자, 그리고 패널이다. 패널은 여야 정치인 또는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해설가들이다. 이들은 정치에 대한 높은 이해와 전문성 및 실시간 선거 정보를 바탕으로 각 정당의 성적을 평가하고, 선거 결과에 담긴 정치적 맥락을 분석한다. 선거 방송 시청자들은 패널들의 분석에 귀를 기울인다. 승패의 원인, 선거 결과의 의미, 향후 정국 전망 등 해당 선거가 앞으로 대한민국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에 대한 생동감 있는 정치 뉴스를 얻게 된다.

MBC 선거방송기획단에서 데스크를 맡아 2022년 대선과 지선 개표 방송을 준비할 때였다. 패널진을 구성하면서 여야 논객들을 직접 만나서 의견을 나눴는데, 논객들은 한결같이 전문성과 함께 ‘재미있는 말 상대’를 원했다. 내로라하는 논객들이 던진 말의 요지는 이렇다.

“A는 분석은 잘하는데 선을 안 넘어서 재미가 없다.”
“B와는 한번 세게 붙어 보고 싶다. 재미있을 거다.”


실제로 MBC와 KBS가 개표 방송에 섭외한 패널도 이전 대선에 비해 달라졌다. 과거에는 여야 정치인, 정치부 기자, 시사 평론가, 여론 조사 전문가 등을 적절히 배치해 패널진을 구성했다. 이들은 주로 진행자와 질문을 주고받으며, 한마디씩 자신의 분야와 관련된 코멘트를 하는 역할을 맡았다. 그러나 지난 대선에서는 MBC와 KBS 모두 대선 전부터 해당 방송사의 프로그램에 출연하던 정치 토크 프로그램의 진행자와 출연자가 선거 방송의 패널로 출연했다. 선거 방송용 일일 패널이 아니라, 대중적으로 브랜딩(Branding)되어 있는 프로그램의 패널들을 활용해 선거 방송을 진행한 것이다.

KBS 개표 방송에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 전원책 변호사를 중심으로, TV 정치 토크 프로그램 〈정치합시다〉의 진행자와 패널진이 출연했다. 유시민 전 이사장과 전원책 변호사는 정치 뉴스를 말로 잘 풀어내는 대표적인 논객으로, 앞서 2018년 MBC 지방 선거 방송에서도 〈배철수의 선거캠프〉라는 이름을 달고 나란히 출연해 화제를 일으킨 바 있다. 대중적 인지도 또한 높다.
2022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 ⓒKBS 유튜브
2022 대통령 선거 개표방송 ⓒMBC 유튜브
MBC 개표 방송 초반부에는 정준희 교수를 진행자로 하여 패널로는 정청래 의원과 김용태 전 의원 등이 출연했다. 하지만 후반부에는 MBC 라디오의 정치 토크 프로그램 〈정치인싸〉의 진행자와 패널이 등장했다. MBC 〈정치인싸〉는 라디오와 유튜브를 통해서만 방송되는 시사 프로그램이다. 보수 패널은 장성철 교수와 천하람 변호사, 진보 패널은 현근택 변호사와 김준우 변호사다. 진행자는 허일후 아나운서다. 출연진 네 명은 모두 여야 정당 경험이 있는 논객들로 다양한 TV 정치 토크 프로그램의 단골손님이다. 이들은 TV보다 라디오에서 그 매력과 위력이 증가한다. 여러 제약이 많은 TV와 달리, 라디오 프로그램에서는 자유롭게 의견을 주고받으며 훨씬 직설적인 정치 토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어진 지방 선거에서도 MBC는 〈정치인싸〉팀을 패널로 선택했다.

KBS와 MBC는 왜 패널 구성에 변화를 줬을까? 이들의 ‘케미스트리’ 때문이다. 이러한 패널 구성 변화는 뉴스 전달 방식과 내용에도 영향을 끼친다. 정치 토크 프로그램을 통해 수차례 손발을 맞춘 출연자와 패널은 서로에게 익숙하다. 때로는 진행자의 질문을 기다리지 않고 패널끼리 수시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뉴스를 다룬다. 대선이 주는 무게감이 있으니 평소 프로그램에서만큼 편한 분위기로 이야기하진 않지만 농담을 던지거나, 분석이 틀리면 면박을 주기도 한다. 또 자기 후보 측이 잘못한 부분도 신랄하게 비판한다. 이들의 정치 토크를 축구에 비유하자면 ‘티키타카(tiqui-taca)’다.

전원책 : 민주당이 스스로 자기 분열할 가능성이 있다고 봅니다.
유시민 : 재보궐 선거와 비교하면 이재명 후보가 엄청나게 캠페인을 잘했어요. 패배했다고 해서 정치 인생이 끝날 것도 아니고요. 민주당이 분열에 빠질 가능성 거의 없습니다. 혹시라도 윤석열 캠프에서 그걸 기대하고 무슨 작업을 하려고 손대는 순간 여야 관계는 곧장 파탄으로 치닫게 될 겁니다.
전원책 : 대장동 게이트 같은 것은 검찰 수사가 정말 정권의 눈치를 보지 않고 제대로 이뤄질 것으로 봅니다. 엄청난 정계 개편 가능성이 있다고 봐요. 여야 지도자들이 손잡고 악수한다고 해서 국민 통합이 이뤄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유시민 : 변호사님, 캠프에 자문해 주시는 거 아니죠. 윤석열 후보가 저런 말을 듣고 따르면 그대로 패가망신할 겁니다. 정치적으로.


-KBS 2022년 대선 개표 방송 패널 발언 중에서

허일후 : 두 후보자의 배우자 리스크가 표심에 영향을 많이 미쳤을까요?
천하람 : 양쪽 다 네거티브가 워낙 많다 보니까⋯ 둘 다 지쳐서⋯ 할 말 없는 대선이고요.
김준우 : 다들 우리 후보가 부끄럽다는 걸 아는 거예요.
허일후 : 현 변호사님 말씀도 들어 볼까요.
현근택 : 이야기 안 해도 됩니다. (일동 웃음) 사실, 제일 방어하기 힘들었어요. 배우자 법인 카드 문제는 민감하기도 하지만 객관적인 팩트 파악도 쉽지 않고. 제가 방송에서 이야기하면 그걸로 고발도 하시더라고요.
허일후 : 국민의힘, 방어하기 힘드셨던 것은?
천하람 : 학력이나 경력 부풀리기 논란 이런 부분이죠. 본인이 사과를 했습니다만 알맹이가 잘 들어가 있지 않았고, 저희가 내놓은 초기 메시지도 굉장히 안 좋았죠. 잘못이라면 잘못이다, 말도 안 되는 소리죠.


-MBC 2022년 대선 개표 방송 패널 발언 중에서

대화에서 알 수 있듯 무겁게 격식을 차리면서, 진영 논리에 충실해 예상 가능한 대화가 오가는 일은 없다. 캐릭터가 분명한 사람들이 선거 뉴스와 투표 및 개표 상황을 놓고 서로 재치 있게 직설적으로 말을 주고받는다. 시청자들도 과거 선거 방송 패널들의 딱딱한 대화에서는 느낄 수 없었던 재미를 느낀다. 선거 방송에서 패널의 비중이 커지면서, 시청자들은 더 많은 정치 분석과 선거 정보를 패널들의 대화 속에서 얻게 된다.

KBS 〈정치합시다〉, MBC 〈정치인싸〉의 코너는 출연자들의 캐릭터와 정체성이 분명했기 때문에 12시간이 넘는 대선 라이브 개표 방송 안에서도 주목도가 높았다. 패널들이 사회적 영향력이 있는 인물들이다 보니, 생방송 중에 나눈 발언 자체가 또 다른 속보 뉴스로 보도돼 사람들의 이목을 끌기도 했다.[1] 이처럼 2022년 선거 방송에서 정치 토크 패널이 보조적 역할이 아닌 핵심 요소로 등장한 것은 최근의 뉴스 소비트렌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스트레이트, 리포트를 넘어


과거 어른들은 “세상 돌아가는 것 알려면 뉴스를 봐야지”라고 입버릇처럼 말하곤 했다. 지금 시대에 그 말을 적용하려 하면 갸우뚱해진다. 세상 돌아가는 것을 알려면 무엇을 어디서 보는 게 좋은지, 어떤 걸 봐야 뉴스를 보는 것인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기존 뉴스 형태를 고려하면 과거 이 행위는 꽤 명백했다. 가령 저녁 아홉 시 뉴스나 조간신문을 보는 행위는 뉴스를 보는 것에 해당했다.

기존 방송 뉴스는 크게 스트레이트 뉴스와 기자 리포트로 나뉜다. 스트레이트 뉴스는 기자가 글로 써서 인터넷 홈페이지 등을 통해 보도한다. 리포트에서는 기자가 사건 사고 현장 등을 담은 영상 화면과 함께 핵심 내용을 목소리로 전달한다. 보통 각 방송사가 저녁 메인 뉴스에서 뉴스를 전달하는 주된 방식은 기자의 리포트다. 보도국이 가장 공을 들이는 저녁 메인 뉴스에는 그날그날 꼭 알아야 할 뉴스들이 압축적으로 전달된다. 특종 기사나 발로 뛴 탐사 기획 기사들도 많다. 앵커가 시청자들의 관심을 끄는 리드 멘트를 하고, 이어서 방송 전에 영상으로 만들어 놓은 2분 내외의 기자 리포트가 나간다. 권력자나 정부, 기업의 민낯을 고발하는 기자의 리포트는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낳기도 하고, 앵커의 ‘촌철살인’ 멘트는 사람들에게 오랜 기간 두고두고 이야기된다.

그런데 최근에는 이러한 전통적인 뉴스 전달 형식에 변화가 일고 있다. 각종 뉴스 프로그램에 기자가 출연해 앵커와 함께 취재한 내용을 대화식으로 풀어내면서 뉴스를 전달하거나, 앵커가 뉴스메이커와 인터뷰를 하는 경우가 크게 늘었다. 뉴스를 전하는 토크 쇼, 즉 토크 뉴스가 트렌드로 형성되고 있다. 가장 큰 이유는 시청자들이 더 이상 팩트 중심의 보도만을 바라지 않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정치인 또는 이슈 당사자에게서 직접적이고 충분하게 의견을 듣는 것에 흥미를 느낀다. 시청자들의 요구가 변하면서 같은 이슈를 다루더라도 사실 나열의 리포트가 아니라 토크 뉴스 형식으로 다룰 수 있는 뉴스 아이템의 가치가 올라간다. 토크 뉴스는 다소 딱딱했던 뉴스의 문법을 깨고 대중들에게 친절하게 ‘말을 건넨다’는 의미도 있다.

하루 종일 뉴스가 만들어지고 소비되는 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토크 뉴스는 예상외로 광범위하게 자리 잡고 있다. 예를 들어 보자. 출퇴근길 라디오에는 여야 정치인과 주요 인물이 나와서 진행자와 함께 뜨거운 이슈에 대해서 이리저리 떠든다. 전통적으로 토크 하면 라디오인데, 청취율이 높고 사회적 영향력이 큰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으로는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MBC 〈김종배의 시선집중〉, CBS 〈김현정의 뉴스쇼〉 등이 있다.[2]

TV 역시 다르지 않다. 지상파와 종합 편성 채널 가릴 것 없이 낮 시간대에 뉴스 프로그램이 편성돼 있다. 낮 뉴스 프로그램에서는 진행자와 패널의 일대일 토크, 또는 여야 패널 간 토크 형식으로 주요 뉴스가 다뤄진다. 보통 한 프로그램당 1~2시간씩 편성돼 있다. 압축적으로 전달하는 기존 뉴스를 생각하면 큰 변화다. 앵커의 리드 멘트와 기자 리포트로 이뤄진 기존 형식은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보편적인 것이었다. 요즘엔 짧은 기자 리포트 비중이 낮아지고 진행자와 출연 패널 간 토크가 핵심 포맷이 됐다. 대표적인 프로그램들로는 KBS1TV 〈사사건건〉, MBC 〈2시 뉴스외전〉, SBS 〈주영진의 뉴스브리핑〉 등이 있다.

종합 편성 채널에는 이러한 프로가 더 많다. TV조선 〈보도본부 핫라인〉, 〈시사쇼 이것이 정치다〉, JTBC 〈정치부 회의〉, 〈사건반장〉, 채널A 〈뉴스TOP10〉, MBN 〈뉴스파이터〉 등이다. 하나같이 정치나 사회적 관심 이슈를 놓고 진행자와 전문 패널들이 속보도 전하고 심층적으로 분석하는 프로그램이다. 신문과 방송 같은 레거시 미디어가 아닌, 유튜브와 팟캐스트에서는 수많은 정치 토크 프로그램이 수시로 업로드되고, 라이브 방송이 진행된다. 이 가운데는 유력 신문사와 방송사에서 운영하는 것도 있고, 정치적 성향이 뚜렷한 개인이 자신의 이름을 내걸고 운영하는 프로그램들도 있다.

진행자와 패널이 특정 이슈를 놓고 쉴 새 없이 떠드는 내용이 그저 그들만의 대화에 그치거나 뉴스로서 알맹이가 없다면, 토크 뉴스를 새로운 뉴스의 형식으로 평가하기 어렵다. 그러나 TV와 라디오, 유튜브에서 주요 정치인이나 이슈메이커가 발언한 내용 가운데 상당수가 긴급 속보나 주요 뉴스로 끝없이 재생산되어 포털 사이트의 주요 뉴스들을 장식하고 있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정치 뉴스의 생산은 방송사 저녁 메인 뉴스와 신문사 조간 보도로 나뉘어 있었는데, 이 구조도 깨졌다. 최근에는 밤낮을 가리지 않고 생방송되는 토크 뉴스들이 이러한 뉴스 생산 역할을 나눠 맡고 있다. 시청자들에게 인지도를 갖춘 논객이나 정치인, 그리고 전문가가 만들어 내는 토크 뉴스들은 신뢰할 만한 뉴스 소스인 것이다.

요컨대 우리가 현재 뉴스를 소비하는 큰 패턴은 스트레이트 속보 기사를 인터넷에서 읽고 핵심을 잘 정리해 둔 기자의 TV 리포트 뉴스를 챙겨 보는 것 외에 쉴 새 없이 사방에서 떠드는 토크 뉴스를 즐기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팩트 플러스를 원한다


시청자 입장에서 토크 뉴스의 가장 큰 강점은 보고 듣기가 편하고 이해가 쉽다는 것이다. 전달 방식의 특성을 고려하면, 글로 써진 신문 기사를 읽는 것보다는 동영상 뉴스를 시청하는 게 더 쉽다. 동영상 뉴스는 문맥에 집중해서 읽어야 하는 수고로움이 덜하기 때문이다. 원래 말이 글보다 쉬운 법이기도 하다. 사람들이 유튜브의 인플루언서나 지식 정보를 전달하는 셀러브리티(celebrity)의 강연 동영상에서 정보를 얻는 것에 익숙해진 것과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토크 뉴스는 진행자와 출연자들의 대화를 통해서 뉴스를 전하기 때문에 시청자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귀를 열어 두고 대화에 집중하면 된다. 따라서 토크 뉴스는 신문 기사나 TV 리포트처럼 사안을 요약해 짧은 시간 내에 전달하는 것보다는 충분히 긴 시간에 걸쳐 이슈를 설명하고 분석하는 데 목적을 둔다.

토크 뉴스의 이런 특성은 현재 사람들이 원하는 뉴스와 정보의 형태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요즘처럼 인터넷에서 비슷비슷한 뉴스가 쏟아지는 시대에는 팩트(fact)만 나열된 뉴스로는 부족하다. 이면에 담긴 맥락을 아는 것이 좀 더 핵심 정보가 된다. 팩트를 넘어선 뉴스, 즉 ‘팩트 플러스(+)’가 요구되는 것이다. 플러스가 되는 것들은 기자와 패널의 의견이기도 하고, 이슈를 분석하는 관점이기도 하다. 토크 뉴스는 진행자와 출연자가 뉴스 소비자의 눈높이에 맞춰 핵심을 잘 짚은 뒤, 궁금한 부분을 파고들어 친절하게 설명하면서 ‘팩트 플러스’를 충족시킬 수 있는 뉴스 형식이다. 사람들은 틱톡 등에서 숏폼 콘텐츠를 즐기지만, 동시에 특정 이슈에 대해 역사와 배경까지 길게 설명하는 롱폼 콘텐츠 역시 좋아한다.

정치인이나 유명 인사 등 뉴스메이커 입장에서도 토크 뉴스는 매력적이다. 예전에는 정치인이 TV 메인 뉴스에 등장하려면, 유력 정치인이거나 국회 국정 감사에서 소위 한 건 해야 하는 등 나름 조건이 까다로웠다. 뉴스 시간이 짧은 데다, 정치인의 이야기를 그대로 다 들어 주는 경우도 드물었기 때문이다. 이제는 정치인들이 더 이상 방송사 저녁 메인 뉴스나 신문사 인터뷰만을 기다리지 않는다. 오전 라디오 시사 프로그램과 낮 시간대 TV 뉴스에 출연할 기회가 많아졌다. 여기에서는 하고 싶은 말을 더 많이 할 수 있고 뉴스의 전파 속도도 빠르다. 실제로 주요 정치인들은 라디오와 TV 토크 뉴스에 출연해 뉴스 가치가 높은 발언을 하면서 사회·정치적으로 이슈화되는 것을 노린다. 주요 발언들은 방송사 저녁 메인 뉴스에서 리포트로 다시 다뤄진다.

뉴스를 전달하는 과정에서 기자의 개입을 최소화한다는 것도 토크 뉴스의 특성이다. 출연자는 시청자와 직접 소통할 수 있고 앞뒤 맥락은 물론, 말의 뉘앙스까지 살려서 표현할 수 있다. 시청자 입장에서도 말의 맥락을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진행자가 시청자를 대신해서 송곳 질문을 해준다면 금상첨화다. 특히, 토크 뉴스는 말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더 강력한 전달력을 발휘한다. 촌철살인 멘트와 해박한 지식, 풍부한 위트를 가진 진행자나 출연자의 말을 보고 듣노라면, 평소 정치 뉴스에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해당 이슈에 관심을 갖게 된다. 유명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에 사람들이 더 많은 관심을 두는 것과 같은 이치다. 모든 배우가 유명 배우가 아닌 것처럼, 토크 뉴스를 잘하는 정치인이나 셀럽도 대체로 정해져 있다.

 

토크 뉴스는 OTT에서 강하다


보고 듣는 영상 뉴스

뉴스 생산과 소비에 있어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유튜브다. 요즘은 TV와 라디오에 편성된 대부분의 뉴스와 시사 프로그램들이 유튜브를 통해 동시에 스트리밍되고, 유튜브 동영상으로 만들어져 유통된다. 당연한 일처럼 보이지만, 수년 전만 해도 낯선 일이었다. 포털 사이트가 처음 등장했을 때처럼, 방송사들은 유튜브를 경쟁 매체로 인식해 유튜브에 콘텐츠를 제공하는 것에 소극적이었다. 아예 유튜브에 뉴스를 공급하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한 사람들도 많았다. 지금은 다르다. 현재 우리나라 뉴스 소비에서 가장 주목해야 할 트렌드는 사람들이 ‘보고 듣는 영상 뉴스’를 점점 더 선호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영상 콘텐츠를 소비하는 매체로서 유튜브와 같은 온라인 동영상 플랫폼(OTT·Over the Top)의 강세가 두드러지며 자연스레 뉴스는 유튜브와 결합하기 시작했다.
그렇다면 뉴스를 실제 OTT로 이용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한국언론재단의 〈2021년 언론수용자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뉴스를 접하는 주 경로는 영상 매체가 58.9퍼센트로 1위, 인터넷 포털이 35.9퍼센트로 2위였다. 영상 매체 중에서는 TV 비중이 크지만, OTT를 통해 뉴스를 주로 접한다는 비율이 1년 사이 2.8퍼센트에서 5퍼센트로 증가했다. 20~30대 젊은 층은 물론이고 60대 이상에서도 OTT 이용 비율이 크게 늘었다. OTT는 이미 신문이나 라디오보다 뉴스 소비의 핵심 매체가 됐다.

사람들이 영상 뉴스를 좋아하고, 그중에서도 유튜브를 통해 뉴스나 시사 정보를 얻는 추세는 시간이 갈수록 강해질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전망이다.

OTT가 미치고 있는 영향

사람들이 뭔가를 좋아하면 만드는 방식도 거기에 맞춰 변화한다. 유튜브가 사람들의 뉴스 소비에 큰 영향을 끼치면서, 뉴스 제작 방식과 뉴스 포맷 자체도 영향을 받고 있다. 유튜브가 뉴스 제작과 소비 전반에 걸쳐 미치고 있는 중요한 영향을 세 가지 꼽으라면 다음과 같다.
먼저 TV와 라디오, OTT라는 매체 간 경계가 사라졌다. 프로그램이나 뉴스 내용이 마음에 들면 매체가 무엇이든, 골라서 보고 들으면 된다. 다음으로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한 뉴스 소비가 일반화됐다. 라이브 뉴스를 보고 들으면서 ‘좋아요’를 누르거나 채팅창에서 의견을 주고 받는 인터랙티브(interactive)한 경험이 중요해졌다. 마지막으로 더 자극적이고, 더 재미있는 뉴스들이 경쟁적으로 양산되고 있다.

유튜브 같은 OTT가 만드는 이러한 변화들은 토크 뉴스가 급격히 성장하는 발판이 되고 있다. 시청자는 자신이 선호하는 진행자와 패널이 등장하는 재미있는 토크 뉴스 프로그램을 찾아서 골라 듣는다. TV, 라디오, 유튜브, 팟캐스트 등 매체는 상관이 없다. 원하는 뉴스를 매체에 상관없이 골라 듣는 시청 패턴에는 토크 뉴스가 딱 맞는다. 자신이 관심을 둔 분야의 유튜버 채널을 고르는 것과 같다. 유튜버가 재미있게 설명하고 믿을 만하다고 생각되면, 사람들은 그 콘텐츠에 계속 집중한다.
TV와 OTT의 경계 자체가 사라지고 있는 것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인 추세다. 미국의 경우, TV 시청자 3명 가운데 2명은 지상파나 케이블 프로그램을 본다. 하지만 다른 1명은 TV로 넷플릭스와 유튜브 같은 OTT 스트리밍 콘텐츠를 감상하고 있다. 특히, 2022년 7월에는 OTT가 처음으로 케이블 TV마저 제치고 플랫폼별 시청 점유율 1위를 기록했다. 미국에서는 케이블 TV의 점유 비중이 늘 최고였기에 OTT 시청이 TV를 추월한 건 매우 이례적인 일이다. 미국에서도 TV 시청 패턴이 실시간 TV 방송에서 OTT 스트리밍 콘텐츠로 이동하는 추세가 점점 더 거세지고 있다.

토크 뉴스의 전달 방식, 즉 라이브 토크 형식은 유튜브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뉴스 포맷이다. 진행자와 패널의 대화를 듣다가, 즉각적으로 자신의 의견을 채팅창에 남길 수 있는 라이브 스트리밍의 특성은 시청자들에게 인터랙티브 한 뉴스 소비를 가능하게 한다. 특정 토크 뉴스 프로그램이나 진행자에 대한 충성도 높은 팬덤이 만들어지는 요소가 되기도 한다.

라이브 스트리밍을 통해 가장 핫한 뉴스를 가공 없이 그대로 보고 있다는 사실은 사람들을 해당 뉴스에 집중하게 하는 요소이기도 하다. 이러한 라이브 스트리밍의 특성은 젊은 층의 뉴스 소비 패턴과 더 맞아떨어지는 측면이 있다. 젊은 층은 따분한 뉴스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토크 뉴스는 시청자 입장에서 가장 관심이 있는 이슈를 골라 진행자와 패널이 집중적으로 파헤치는 형태다. 때문에, 시청자는 자신이 원하는 뉴스 테마에 대해 깊고 다양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찬반 의견이 갈리는 이슈라면 보수와 진보의 다양한 관점을 가감 없이 보고 들을 수 있다. 출연자나 다루는 이슈가 제대로 관심을 끈다면, 토크 뉴스의 길이는 길든 짧든 상관이 없다.

뉴스 제작자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고 정규 편성이 까다로운 TV 프로그램이 아니어도 라디오나 유튜브에서 얼마든지 재미있는 토크 뉴스 프로그램을 만들 수 있다는 게 큰 장점이다. 유튜브에서는 탁자와 마이크, 카메라 몇 대만 있어도 성공적인 토크 뉴스 생산이 가능하다. 시청자에게 어필하면서 말할 수 있는 사람만 있으면 된다.

지금까지 토크 뉴스가 이전에 흔히 볼 수 없던 뉴스 전달 형식이며, 새로운 뉴스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음을 사례들 과 함께 짚어 봤다. 토크 뉴스는 OTT가 가져온 혁명적인 미디어 소비 패턴 변화의 산물이기도 하다. 다음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토크 뉴스는 어떻게 시작됐고, 누가 어떻게 토크 뉴스를 만들고 있는지, 그리고 사람들이 좋아하는 토크 뉴스는 어떤 특성이 있는지 집중적으로 살펴보겠다.
[2]
장세인, 〈TBS 존폐 위기 속 ‘김어준의 뉴스공장’ 청취율 부동의 1위〉, PD저널, 2022. 8. 8.
김어준 씨는 2022년 12월까지만 <뉴스공장>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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