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가구와 기술
5화

코리빙 하우스 탐방기

혼자 잘 살기 연구소는 리빙랩이다. 리빙랩의 취지에 맞게 서울 구석구석 위치한 여러 코리빙 하우스를 직접 탐방했다. 납작한 논의를 넘어 코리빙 하우스를 더 생생하게 만나볼 수 있는 경험이었다. 여러 전문가로부터 추천받은 코리빙 하우스 중 우리가 자리했던 관악구의 ‘쉐어원’을 비롯해 종로구의 ‘맹그로브’, ‘셀립 순라’와 강남구의 ‘홈즈 스튜디오’, ‘테이블’을 선정해 둘러 본 후 각 건물이 가지는 특장점을 분석하고, 거주하며 느낀 점을 글로 옮겼다.

 

쉐어원 신림 ; 가성비 좋은 여성 전용 공간


주소: 서울시 관악구 서림3길 64
사업자: 어반 하이브리드
가격: 2022년 기준 월 30만 원대(2020년 기준 20만 원대)

소득에 알맞은 가격 내에서 시설도 괜찮은 방을 찾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실제로 주변 친구들의 독립 프로젝트가 ‘나 홀로 자취’에서 ‘룸메 구하기’로 틀어졌던 경우도 잦았다. 국내 코리빙 하우스는 시설과 콘텐츠, 입지에 따라 가격이 천차만별이다. 코리빙 하우스에서 지내고 싶은 마음이 들어도 높은 가격이 입주자의 발목을 잡는다. 쉐어원 신림은 그런 점에서 꽤 경제적인 가격을 제시하고 있다. 입주자의 고민을 잘 눌러 담은 공간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쉐어원의 다른 지점과 다르게 신림점은 여성 전용이라는 점이 특징적이다. 합리적인 가격으로 안전에 대한 니즈를 충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쉐어원 신림이 눈에 띄게 저렴한 이유는 서울시에서 지원하는 서울시 사회 주택이기 때문이다. 그 외에도 쉐어원은 개발 및 금융 구조 조정을 통해 1인 가구가 지불 가능한 범위 내에서 주거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학원가와의 접근성도 좋아서 고시나 취업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이 거주한다. 보통 고시 준비자나 취업 준비생이라고 하면 작은 고시원 단칸방을 떠올리기 쉽다. 하지만 절반의 가격에도 있을 건 다 있다. 특히 프리미엄 서비스처럼 느껴지는 홈 짐(home gym)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놀라웠다. 홈 짐에는 여타 헬스장을 방불케 하는 기구들이 있고 바로 옆에는 샤워실, 정수기, 심지어는 파우더 룸까지 준비돼 있었다. 기구들이 다소 장엄한 탓에 사용하는 사람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았던 것이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었다. 이외에도 세탁실이 구비돼 있었다. 미래를 준비하느라 지친 사람들을 위해 ‘신림서재’라는 공유 서가를 운영하는 등 지하 1층의 넓은 공간에서 다양한 여가 문화 생활을 지원하고 있었다.

여성 1인 가구의 라이프 스타일을 연구해 만든 만큼 세심함이 돋보이는 구석이 많았다. 특히 보안에 더욱 심혈을 기울였다. 건물 내 공동 현관이나 거주 공간, 각종 공용 시설 등에 접근하려면 모든 게이트에서 일일이 지문 인식을 거쳐야 한다. 퇴근 후 코리빙 하우스 내에서 운동을 하고 방에 돌아가기까지 총 다섯 번이나 도어 록(door lock)을 열어야 한다. 이 과정은 입주민들에게 성가심보다는 내 공간을 보호받는다는 든든함으로 다가온다. 원룸 건물이 즐비한 서림동 골목에서, 이 건물은 늘 굳건히 문을 걸어 잠그고 있다.

쉐어원 신림의 가장 독특한 점은 바로 공간의 구성이다. 공용 공간이 잘게 쪼개져 층마다 마련되어 있다. 쉐어원 신림의 거주 공간에 해당하는 층 가운데에는 공용 시설인 커다란 주방과 거실이 있는데, 이곳을 기준 삼아 좌우로 분리된다. 각 윙에는 네다섯 개 정도의 개인 공간, 각각 두 개의 샤워실과 화장실, 그리고 하나의 작은 주방이 마련되어 있다. 그렇기 때문에 방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은 굳이 공용 공간으로 나가지 않아도, 열 걸음 안에 기본적인 필요 사항을 충족할 수 있다.

이곳의 청춘들은 제각각 독립적인 공간에서 치열한 삶을 살고 있다. 벽 너머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기에, 서로를 배려하는 그들만의 문법을 암묵적으로 만들어 나갔다. 늦은 새벽에는 샤워를 자제한다든지, 방과 가까운 작은 주방에서는 냄새나는 요리를 지양한다든지, 통화가 길어지면 방음벽이 설치된 홈 스튜디오로 이동한다든지 하는 것들 말이다. 공간의 콤팩트한 분리와 철저한 보안은 코리빙의 본질, 즉 ‘혼자가 모여 함께 살아가는 곳’이라는 느낌을 준다. 최소한의 반경에서 생활이 가능해 ‘혼자’ 살아가도 괜찮은, 그러면서도 서로를 생각하며 ‘같이’ 살아가는 곳이 바로 쉐어원 신림이다.

 

맹그로브 ; 코리빙 속 웰니스와 게더링

맹그로브 홈페이지 ⓒ맹그로브
주소: 서울특별시 종로구 지봉로12길 17
사업자: MGRV
가격: 2020년 기준 월 60만 원대

준수한 시설을 합리적인 가격에 제공하여 놀라움을 줬던 쉐어원 신림에 이어, 창신역과 동묘앞역 사이 한적한 주택가에 위치한 ‘맹그로브(MGRV)’ 숭인점에 방문했다. 오래된 주택과 공원으로 둘러싸여 한껏 고즈넉한 동네의 분위기와 달리, 이 건물은 외관부터 어딘가 젊은 기운을 내뿜고 있었다. 내부를 기대하게 만드는 디자인이었다.

맹그로브는 각 지점마다 공용 공간 구성이 다른데 이는 기능적 특성보다 분위기 변주에 가깝다. 홈페이지에는 해당 지점이 위치한 동네를 소개하는 재미있는 약도가 나온다. 지역이 가진 특유의 무드에 자연스럽게 녹아들 수 있게끔 예비 입주민에게 손짓하는 것 같다. 입주 형태도 다양하다. 라이프 스타일에 따라 어느 지점에 입주할지를 정하고 하루에서 한 달 정도 살아보는 스테이(Stay), 한 달 이상 길게 살아보는 리브(Live) 두 가지 입주 형태를 제시한다.

맹그로브의 가장 큰 매력은 분위기다. 사람들과 마주하기 좋고 또 마주치고 싶게 만든다. 처음 맹그로브에 방문하던 날, 언덕을 지나면 보이는 1층 모노 톤의 카페에서는 그루비한 리듬의 음악이 흘러나왔다. 매니저는 곧 뮤지션이 입주할 것이라고 귀띔해 줬다. 건물 초입부터 느껴지는 젊은 감각은 비단 뮤지션 뿐 아니라 젊은 세대 누구라도 살아보고 싶을 만큼 역동적이었다. 도로 쪽 출입문과 연결된 지하 1층에는 공유 주방과 공유 거실, 무인 택배함 그리고 세탁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푹신한 대형 소파를 갖춘 공유 거실에는 자취방에선 꿈도 꾸지 못할 큼직한 TV가 있다. 유튜브와 넷플릭스까지 제공된다. 소파에 몸을 맡기며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면, 바로 옆 공동 주방에서 모처럼 휴일을 맞이한 사람들의 요리 냄새가 풍겨 와 자연스럽게 배고픔을 달래고 싶어진다.

물론 층마다 공유 시설이 있는 쉐어원 신림에 비해 다소 귀찮을 수도 있는 구조다. 하지만 입주민들의 개성과 활력이 느껴지는 공용 공간에 내려오지 않고서는 못 배길 것이다. 맹그로브는 MSC(Mangrove Social Club)이라는 이름의 웰니스 커뮤니티를 운영한다. 건강한 일상을 가꾸고 자기다운 성장을 돕는다는 취지다. 다양한 클래스가 정기적으로 열리는데 우리는 ‘제철 다이닝(seasonal dining)’과 마음 챙김을 의미하는 ‘마인드풀니스(mindfulness)’를 경험했다. 한 달에 한 번씩 건강한 만찬을 즐기며 처음 본 사람들과도 어색함 없이 대화할 수도, 매주 주말에는 명상·요가를 하며 지쳤던 심신을 달랠 수도 있다. 이외에도 강연이나 홈 라이브 공연, 지역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해볼 수 있는 다양한 프로그램이 준비돼 있다.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성격이라면 공용 공간의 장점보다 개인 공간의 안락함을 더 중시할 것이다. 커뮤니티가 강한 만큼 살다 보면 간혹 불편함을 느낄 수 있다. 코리빙이라 해도 가끔 혼자 방에서 컵라면을 하나 끓여 놓고 영화나 보고 싶은 순간도 생긴다. 그런 입주민을 위해 맹그로브 내 개인 세면대는 싱크대로 사용할 수 있는 컨버터블 구조로 설계됐다. 또한 이사철이 되면 어떤 물건을 버리고 챙길지 고민하는 혼족을 고려해 수납 가구도 다양한 버전으로 구비돼 있으며, 철제 옷장과 서랍장은 이동이 쉬워 자유롭게 배치를 바꿀 수 있다. 도심 생활의 걱정인 미세 먼지 퇴치를 위해 천장에는 공기 정화 장치가, 복도에는 리추얼이나 심신의 안정에 도움이 되는 방향제가 있다. 그 외에도 개인실의 스마트 도어 록, 신속한 인터넷 연결을 위해 방마다 비치된 와이파이 공유기 등 젊은 세대가 필요로 하는 것을 고루 갖추고 있다. 전 세계의 공유 하우스를 경험해 본 매니저의 노련함이 느껴지는 부분들이었다.

코리빙의 정의에 알맞게 맹그로브는 개인 공간을 보장하면서도 원한다면 사람들과 쉽게 마주할 수 있는 구조를 지닌다. 혼자가 편하지만 때때로 누군가와 함께하고 싶어 하는 이 시대의 혼족에게, 그리고 특히나 젊음을 공유하고 좋은 영향력을 나누고 싶은 청년들에게 맹그로브는 코리빙 속에서도 웰니스(wellness)를 추구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다양한 게더링(gathering) 프로그램을 통해 커뮤니티 효과를 극대화한 맹그로브는 혼자인 당신도 같이 다채로운 일상을 누려보자고 말을 걸어 온다.

 

홈즈 스튜디오 ; 기술을 입은 미래형 코리빙

홈즈스튜디오의 공용 공간 ⓒ홈즈스튜디오 인스타그램
주소: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404
사업자: 홈즈컴퍼니
가격: 2022년 기준 월 100만 원대(2020년 기준 80만 원대)

1인 가구는 보통 작은 공간에 살지만 그 공간을 기술로 효과적으로 제어하기란 쉽지 않다. 사물인터넷은 주로 4인 가구가 거주하는 아파트나 값비싼 거주 공간에서 볼 수 있다. 모든 것을 혼자 감당해야 하는 만큼 누구보다 기술의 도움이 필요한 것은 1인 가구일지 모른다. 코리빙 하우스라면 혼자 살면서도 기술의 수혜를 입을 수 있지 않을까? 선정릉에 위치한 ‘홈즈 스튜디오(HOMES Studio)’는 단연 ‘기술 친화적인 코리빙’이라 부를 만했다. 쇼룸 투어에서 느낀 점은 독립 공간과 공유 공간 모두 ‘내 공간’처럼 편안하게 느껴지게끔 설계됐다는 것이다.

안내에 따라 처음 다다른 곳은 13층에 위치한 홈즈 리빙 라운지였다.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마주한 것은 큰 모니터였는데, 그곳에는 각 공유 공간의 공기 상태와 건물 밖의 기상 정보가 실시간으로 업데이트되고 있었다. 더욱 깊숙이 들어가 보니 다양한 IoT 가전제품 및 스마트 자판기는 물론, 천장에는 공유 거실 무인 운영을 원활하게 할 센서까지 붙어 있었다. 가장 미래적인 코리빙 하우스라는 인상을 받았다. 홈즈 스튜디오의 기술은 작게는 스마트폰의 애플리케이션부터 크게는 내 방과 공유 거실 곳곳의 IoT 시스템까지 포괄한다. 섬세한 기술이 입주민들의 모든 일상에 함께하고 있었다. “혼삶을 풍요롭게 해줄 모든 서비스의 디지털화를 꿈꾼다”는 매니저의 말을 들으니, 다소 높은 가격임에도 공실이 거의 없는 입주 상황이 단번에 이해됐다. 한편으로는 기술이 입주민 개개인 차원을 넘어 입주민들을 얼기설기 모으고 서로 교류하게끔 하는 방향으로까지 나아가면 좋겠다 싶었다.

혼자 사는 것만큼 편하고 자유로운 게 없지만, 동시에 혼자 사는 것만큼 귀찮고 번거로운 일이 없다. 집주인과의 연락, 월세와 공과금 납부부터 시작해 생활에 필요한 모든 물건과 공간을 혼자 관리하는 일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신경 쓰인다. 홈즈 스튜디오는 놀랍게도 이러한 영역까지 기술로 해결하고자 했다. 이는 홈즈 스튜디오가 개발과 중개, 임대 관리, 공간 기획까지의 전 과정에 개입하는 부동산 스타트업이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즉, 실제 사는 사람과 그들의 생활 방식, 건물의 특성을 고려해 공간을 만들고, 임대인과 임차인 모두의 고충을 이해해 애플리케이션으로 관련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다. 홈즈 스튜디오 앱을 통해 입주민들의 목소리를 모두 듣고 답한다는 점은 1인 가구 입장에서 가장 솔깃한 부분이었다. 이러한 서비스는 2022년 10월 임대 관리 자동화 서비스인 ‘홈즈 케어’라는 이름으로 더욱 확장됐다. 청구와 수납 관리를 모바일로 쉽게 진행할 수 있어 누구라도 어렵지 않게 혼삶을 시작할 수 있다.

감각적인 이름도 눈에 띈다. 홈즈 스튜디오는 리빙 라운지 구성을 나무 블록을 활용해 설명하는데, 리빙 라운지의 이름은 ‘우리동네 내 거실’이다. 리빙 라운지를 구성하는 ‘각자의 거실’, ‘우리의 주방’, ‘당신만의 방’ 등의 이름에서 개인에 최적화된 경험을 제시하겠다는 포부가 읽힌다. 강남과 선정릉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라운지의 경치는 고급스러우면서 안락한 느낌을 준다.

홈즈 스튜디오를 둘러보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문득 박태원의 1938년 소설 《소설가 구보 씨의 일일》 이 생각났다. 무기력한 식민지 시대 지식인의 삶과 지금의 1인 가구의 삶은 경제 형편부터 목적 의식까지 많은 부분 오버랩되기도 한다. 억지스러운 생각이지만 구보 씨가 홈즈 스튜디오의 입주민이라면 그의 일기가 어땠을지를 상상해 봤다.

“홈즈 스튜디오 생활 4개월 차, 주말이라 입주민 전용 소카Socar를 빌려 드라이브를 가려 했는데 하루 종일 비가 온다고 하니 나가기가 싫다. 더군다나 스마트폰의 홈즈 패밀리 앱 알람은 오늘 엘리베이터 공사와 월세 납부가 일주일 남았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다리 건강과 카드값을 생각하니 오늘 나가는 것은 사치다. 나는 계획을 변경해 13층 거실로 가서 하루종일 뒹굴며 넷플릭스를 볼 생각이다. 홈즈 앱에서 TV 방 사용을 예약하고 거실에 도착해 스마트 자판기에서 간단하게 먹을 만두를 사 데워지기를 기다리니 벌써 신이 난다.”
- 입주민 구보 씨의 일일

셀립 순라 ; 종로의 아름다움을 담다

셀립 순라 1층에 위치한 공용주방 ⓒcelib life & stay
주소: 서울 종로구 율곡로 10길 11
사업자: 쉐어하우스우주
가격: 2022년 기준 월 150만 원대(2020년 기준 70만 원대)

종로구에 위치한 코리빙 하우스를 찾았다. 창덕궁과 종묘 사이 골목에 위치한 ‘셀립 순라(Célib Soonra)’는 ‘혼자 살아도 나답게’를 뜻하는 ‘셀립’과 조선 시대 때 지어진 길의 명칭인 ‘순라’를 합친 의미다. 이름처럼 전통이 느껴지는 분위기와 구조를 가진 코리빙 하우스다. 정감 넘치는 익선동과 북촌, 종로 3가의 감성이 담겼다.

셀립 순라는 복고풍 호텔 분위기를 연상시킨다. 짙은 갈색의 나무 벽면과 곳곳에 보이는 병풍, 그리고 옛 내음을 담은 가구들은 주변 길과 어우러지면서도 이 건물만의 개성을 자랑하고 있다. 주황색 조명은 감성을 더했다. 정문을 들어서자마자 반겨주는 것은 공용 부엌이었다. 카페와 부엌이 넓게 펼쳐진 구조다. 확실히 다른 코리빙 하우스에서는 볼 수 없는 특별한 구조였다. 1층의 또 다른 공간인 라운지도 좌식의 느낌을 살려 전통적인 분위기가 물씬 났다. 의자가 아닌 방석, 식탁이 아닌 전통 상이 배치된 라운지 공간은 입주민이 오롯이 자신에 집중할 수 있게 구성됐다는 느낌을 준다. 다른 사람과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압박감은 내려놓을 수 있다. 활기찬 느낌의 맹그로브와는 다르게 정적인 느낌이라 커뮤니티가 부담스러운 1인 가구 사이에서 반응이 좋을 것 같았다.

앞서 설명한 라운지는 식사 공간으로 활용된다. 이곳은 월요일부터 목요일까지 모든 입주민들에게 무료로 저녁을 제공한다. 편리하게 제공되는 밀 플랜(meal plan)은 셀립 순라의 또 다른 장점이라 할 수 있다. 공용 부엌이 왜 그렇게 구성됐는지 그제야 알 수 있었다. 카페의 크기가 컸던 이유는 입주민들이 편안하게 식사를 할 수 있게끔 하기 위한 것이었고, 부엌이 카페 옆에 있던 이유는 입주민들이 무료 제공되는 저녁과 곁들여 먹을 것을 편하게 준비할 수 있게 하기 위함이었다. 저녁 제공 서비스와 그로 인한 독특한 공용 공간 구조는 커뮤니티 효과를 자연스레 유도한다. 긴 테이블에 옹기종기 둘러앉지 않더라도 각자의 밥상에서 저녁을 먹으며 부담스럽지 않게 소통하고 친해질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는 것이다.
1층 라운지 식사공간 ⓒcelib life & stay
옥상에 위치한 ‘셀립 루프탑’ 역시 셀립 순라의 특색있는 공용 공간이었다. 창경궁과 종묘가 한눈에 보이는 루프탑의 전경은 다른 코리빙 하우스에서 보이는 도시 야경과 달리 고즈넉하고 아름다웠다. 널찍한 루프탑은 1층 카페에서 저녁을 함께 먹으며 친해진 입주민들이 간단히 맥주도 마시고 경치도 즐길 수 있도록 테이블과 의자로 빼곡했다. 루프탑 구석에서 살짝 더 위로 올라가면 지인들과 프라이빗하게 모여서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작은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세심한 구조와 고풍스러운 디자인, 정적이면서 편안한 부대 시설과 개인 공간은 여유가 있는 입주민이라면 한 번쯤 꿈꿔볼 만한 종로살이를 제공한다. 숨 가쁜 일상을 떠나 잠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고 싶은 1인 가구가 지내봄 직한 공간이었다.

 

테이블 ; 코리빙에 멤버십을 더하다


주소: 서울 강남구 역삼로 106
사업자: SK D&D
가격: 2020년 기준 월 90만 원대

셀립 순라가 특유의 분위기로 우리를 매료시켰다면, ‘테이블(Table)’은 가는 길부터 우리를 압도했다. 번화가인 신분당선 강남역에서 5분만 걸으면 도착할 만한 놀라운 접근성을 확보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테이블은 에스케이디앤디(SK D&D)에서 만든 소셜 아파트먼트다. 테이블로서 5년 간의 여정을 뒤로 한 채 2022년 6월부터 건물 이름이 ‘비엘(BIEL)106’으로 바뀌었다. 테이블이라는 브랜드는 ‘에피소드(episode)’로 리브랜딩되어 서초, 성수, 신촌, 강남, 수유 등에 오픈했다. 우리가 방문했을 당시의 테이블은 다른 코리빙 하우스에 비해 가격대가 높았지만, 그에 걸맞은 다양한 형태의 프리미엄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었다.

들어서자마자 우리를 반긴 것은 ‘멤버 온리 라운지’였다.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이 라운지를 사용하기 위해서는 입주 여부와는 별개로 멤버십에 가입해야 했다. 구독 경제를 주거 환경에 옮겨 놓은 듯한 모습이었다. 24시간 운영되는 무인 스낵바, 커피와 맥주, 서재와 복합기 등을 제한 없이 이용할 수 있어 1인 가구에게 매력적이었다. 거기다 플리 마켓, 매월 다양한 취향을 반영하는 커뮤니티 활동, 술, 음악, 영화 등을 즐기는 멤버십 프로그램 등 각종 소셜 이벤트가 열려 사람들과 다양한 소통의 장을 마련하고 있었다. 무엇보다 이러한 모든 이벤트들을 관리하는 커뮤니티 매니저가 따로 존재한다는 점이 독특했다. 어떤 커뮤니티 프로그램이더라도 구심점이 없이는 지속하기 어려운데 커뮤니티 매니저 덕에 모임에 활기가 더해질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고급 멤버십 서비스는 라운지뿐만 아니라 개인 공간에서도 누릴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방마다 세탁기, 주방, 화장실 및 샤워실이 포함되어 있어서 집의 구조는 오피스텔과 크게 다르지 않다. 방 내부에 설치된 스마트 시스템을 통해 방문자, 택배 도착 알림을 확인할 수 있으며, 전기·가스·수도 사용량도 확인할 수 있다. 거기에 바쁜 현대인들을 위한 컨시어지 서비스(concierge service)도 있다. 갑작스럽게 몸이 아픈데 약이 없을 때를 대비해 테이블에서는 상비약을 제공하기도 한다. 입주민은 아픈 몸을 이끌고 약국까지 가야 하는 수고를 덜 수 있다. 또 세탁이 까다로운 의류는 동네의 세탁소를 찾을 수밖에 없는데, 런드리고와 같이 세탁물을 수거 및 배달 하는 자체 컨시어지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침구류 교체와 더불어 룸 클리닝도 월 2회 제공된다. 더불어 택배 대행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추가 비용을 지불하고 가입하는 멤버십 서비스는 이러한 호텔급 컨시어지 서비스와 커뮤니티 프로그램 자유 이용을 포괄하는데, 동일 서비스를 밖에서 이용할 때 들어가는 비용을 고려하면 오히려 경제적 선택이 될 수도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멤버십 서비스는 필수가 아닌 옵션이다. 이를 반영하듯 테이블은 ‘선택적 라이프 셰어링 하우스’로 불리기도 한다. 가격이 만만치 않지만 라이프 스타일의 지향점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마련하는 것은 다른 코리빙 하우스에서 적용해 볼 만한 서비스라고 생각됐다.

 

코리빙의 장단점


코리빙 하우스가 늘어나고 있고 저마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혼자 살게 된 사람이 선뜻 코리빙을 선택하기란 쉽지 않다. ‘따로’는 익숙하지만 ‘같이’는 불편함을 내재하기 때문이다. 다만 공용 공간을 공유한다는 불편함을 감수하면 쪼개진 방에서 사는 것 보다 한층 나은 삶의 질을 영위할 수 있다. 다섯 군데의 코리빙 하우스를 탐방한 결과, 1인 가구를 위한 좋은 서비스가 있음에도 개인의 성향과 경제적 여건에 따라 서비스 접근성의 차이가 있었다. 코리빙의 장단점은 뭘까? 한 공유 주거 트렌드 리포트[1]에 따르면 사람들이 코리빙 하우스를 선택하는 이유는 지리적 이점과 공간 활용에 있다. 장점이 될 수도 있는 커뮤니티는 오히려 코리빙의 한계를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지리적 이점

코리빙 하우스는 경쟁력 확보를 위해 주로 교통 요충지에 자리를 잡는다. 거주자에게 직장과 주거지 간의 수월한 이동은 매력적인 요소다. 국내 코리빙 하우스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평균적으로 지하철역에서 도보 10분 거리인 약 400미터 반경 내 위치한다. 서울 오피스텔이 역에서 평균 589미터 떨어진 곳에 위치한 것과 비교하면, 코리빙 하우스가 직주 근접에 유리하다. 직주 근접은 직장과 거주지가 가깝다는 뜻의 부동산 용어다.

시간과 공간 활용

공용 공간 형태는 말 그대로 공간을 나눠 쓰는 것을 말한다. 노동 구조의 유연화, 자유로운 출퇴근 등으로 거주자들의 마주침이 적어졌다는 점은 오히려 공간 공유를 원활하게 했다. 거주자들이 공용 공간을 사용하는 시간과 패턴에 따라 넓은 공간을 혼자 누릴 수도 있다. 주거비 한도 내에서 더 넓은 공간을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정해진 공간에만 머무는 것보다 경우에 따라서 훨씬 자유로울 수 있다.

커뮤니티의 한계

코리빙 하우스를 선택하는 데 있어 여전히 1인 가구의 발목을 잡는 것은 커뮤니티다. 새로 들어온 입주민의 경우 기존에 형성된 커뮤니티에 쉽게 접근하기 어려울 수 있다. 코리빙 하우스가 가진 분위기도 거주자 구성원의 성향에 영향을 받는다. 활발한 커뮤니티를 가진 코리빙 하우스가 있는 반면, 퍼스널 스페이스 personal space를 존중하며 소극적 커뮤니티를 유지하는 곳도 있다. 커뮤니티가 자발적으로 형성되기도 하지만, 일정한 목적에 따라 혹은 필요에 의해서 형성되기도 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부족한 것은 지속적으로 발생하는 일상의 어려움에 대해 입주민들 간 현실적인 정보를 나눌 수 있는 환경이었다.

소통의 어려움은 공용 공간 이용의 어려움으로 나타난다. 공용 공간을 이용하려 해도 그 공간을 누가 이용하는지 직관적으로 파악할 수 없는 경우가 많다. 대표적으로 샤워 시설의 경우, 출근 전 아침 시간과 잠들기 전 밤 시간에 이용 밀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생활 패턴을 비껴가는 입주민의 경우 공간 이용에 제한이 없어 오히려 유용하지만, 일반적인 경우에는 일찍 일어나 사람이 많이 모이기 전에 씻는 등 혼잡 시간대를 일부러 피해야 하는 불편함이 따른다. 행동의 자율성이 제한되는 것이다.

사생활 노출과 안전의 문제도 있다. 보통 1인 주거 형태에서는 도움을 청할 곳이 없어 보안에 다방면 신경을 써야 하지만 코리빙의 경우 그러한 종류의 부담은 줄어든다. 다만 코리빙은 공용 공간을 입주민들과 같이 사용하는 만큼 개인의 생활 패턴이 자연스레 타인에게 노출된다. 몇 시에 출근해서 몇 시에 퇴근하는지 다른 거주자가 쉽게 파악할 수 있다. 생활 패턴이 노출되며 개인 공간이 비는 시간을 쉽게 파악할 수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지문 인식 등 보안 시설을 마련해 외부인의 침입은 막을 수 있지만, 건물 내부에서 일어나는 일까지 막을 순 없다.

높은 가격

보통 코리빙 하우스의 경우 보증금은 고사하고 월세만 해도 60~200만 원 선이다. 저소득 1인 가구에 큰 부담이다. 다만 반대 의견도 있다. 전술한 리포트는 단순 숫자만 비교하면 공유 주거 월세가 높아 보일 수 있으나 제공하는 서비스나 콘텐츠의 가치 value, 편의성을 고려하면 경제성이 더 부각된다고 설명한다. 리포트는 코리빙 하우스가 주는 가치를 크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로 구분하는데, 하드웨어는 기본 옵션이 제공(퍼니시드furnished)되는 개인 특화 공간, 공용 라운지·카페·회의실 등의 커뮤니티 공간 그리고 창고·공유 키친 등 생활 공간으로 나뉜다. 소프트웨어는 룸 클리닝·보안·렌탈 등의 주거 서비스, 각종 강연이나 파티 등의 커뮤니티 콘텐츠, 의식주나 취미·건강 등을 포함하는 제휴 서비스로 나뉜다.

서울 소재 두 곳의 공유 주거가 제공하는 서비스 및 콘텐츠를 대상으로, 외부에서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필요한 가격을 계산한 결과, 주변 월세에 관련 서비스 및 콘텐츠 가격을 더할 경우 적정 가격은 약 130~140만 원대였다. 즉, 주변 어딘가에 혼자 살며 이 모든 서비스를 각각 결제할 경우 드는 총비용이라는 뜻이다. 반면 두 공유 주거의 실제 월세는 해당 가격의 90~94퍼센트였다. 리포트는 이를 근거로 공유 주거 시설 이용이 오히려 경제적임을 역설한다.

다만 이것은 코리빙 하우스의 모든 서비스를 적극적으로 이용할 때의 얘기다. 소통 등의 문제로 공용 시설을 이용하는 데 어려움이 있거나, 딱히 필요치 않은 시설에 대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면 모순이 발생한다. 청년 1인 가구로 한정해, 이들의 평균 소득을 감안하면 코리빙 하우스의 가격은 꽤 부담스러울 수 있다.
[1]
디앤디프라퍼티매니지먼트, 〈공유주거 2020 트렌드 리포트〉, 2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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