긱 이코노미의 게이미피케이션
완결

긱 이코노미의 게이미피케이션

평점, 경쟁, 보너스를 이용해 직원을 독려하는 것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그러나 리프트 드라이버로 일하면서 나는 긱 이코노미가 전혀 다른 차원으로 들어서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2016년 5월 나는 몇 달 동안 전통적인 직업을 찾다가 실패하고 차량 공유 서비스 리프트(Lyft)의 운전 일을 시작했다. 로스앤젤레스 지역에서 새로 가입한 드라이버가 첫 75회 주행을 채우면 500달러(57만 원)의 가입 보너스를 지급한다는 온라인 광고에 혹해서였다. 오래 고민할 필요도 없었다. 나는 차가 있었고, 돈이 필요했으니까. 나는 광고를 클릭했고, 지원서를 작성했고,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가장 가까운 펩 보이즈(Pep Boys, 미국의 자동차 수리 체인점)로 가서 차량 검사를 받았다. 거의 곧바로 핑크색 리프트 엠블럼 스티커가 나왔다. 그걸 차에 부착하고 며칠 뒤 나는 도로로 나섰다.

처음에는 이런 종류의 임시 노동(gig work)이 매일 9시에 출근해서 6시에 퇴근하는 직장보다 낫다고 자위했다. 어차피 잠깐만 하는 일이라고 생각했으니까. 게다가 나는 통계학 수업도 새로 듣고 대학원 원서 작성도 끝내야 했다. 이런 모든 일을 한 시간씩 통근하고 여덟 시간씩 책상 업무를 보면서 병행할 수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러나 원하면 언제든 할 수 있는 이상하고 불안정한 이 일을 시작한 지 몇 달 만에, 나는 내 뜻과 달리 점점 여기에 말려들었다.

2012년 짐라이드(Zimride)라는 이름으로 론칭해서 1년 뒤 지금의 이름으로 바꾼 리프트는 우버(Uber)와 비슷한 차량 공유 서비스다. 미국 내 300개 도시에서 운영 중이고, 2017년에는 캐나다(현재까지는 온타리오주 한 군데)에도 진출했다. 리프트는 소속 드라이버에게 개인화된 ‘주간 피드백 요약’을 매주 보내 준다. 여기에는 지난주 고객들이 남긴 의견과 새롭게 산출한 드라이버 평점이 들어 있다. 드라이버의 현재 평점이 지난 몇 주간 ‘어떻게 쌓여 왔는지’ 보여 주는 막대그래프와, 청결이나 친절, 정확, 안전 부문에서 ‘불만족 지적’을 받았는지도 알려 준다.

처음에는 피드백 요약이 기다려졌다. 대부분의 내용이 내 자부심을 북돋우는 격려가 되었기 때문이다. 내 평점은 5개 만점인 별점에서 4.89점과 4.96점 사이를 꾸준히 오갔다. 이용자 평가도 “자세가 긍정적인 좋은 드라이버였다”, “늦지 않게 공항에 데려다줘서 고마워요!” 같은 말이 달렸다. 가끔 “이상한 여자”라든가, 밑도 끝도 없이 “태도”라고 적은 비판도 있었지만, 이용자 평가는 대체로 일종의 긍정적인 강화 메커니즘으로 작용했다. 내가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고, 사람들도 날 좋아한다고 하니 기분이 좋았다.
리프트의 주간 피드백 요약 ⓒSimon Kwok
그러나 백만 번은 주행한 것처럼 바쁜 일주일을 보낸 뒤 나는 주간 피드백을 열어 보고 내 평점이 4.91점(Awesome 등급)에서 4.79점(OK 등급)으로 추락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왜 그런지 설명도 없었다. 나는 깜짝 놀라서 조금이라도 보통 때와 다른 대화를 했거나 언짢아한 고객이 있었는지 기억해 내려고 그 전까지의 승객 기록을 샅샅이 뒤졌다. 하지만 없었다. 뭐가 어떻게 된 거야? 내가 뭘 어쨌길래? 나는 속이 울렁거렸다.

드라이버 평점은 가장 최근 고객 100명의 이용자 평가를 근거로 산출된다. 논리적인 해결책 중 하나는 오래된 나쁜 평을 그보다 나은 새로운 평으로 최대한 빠르게 밀어내는 것이었다.

그날 이후 몇 주 동안 나는 주간 피드백을 일부러 안 열어 봤다. 대신 생수병과 아침 식사용 시리얼 바, 갖가지 작은 사탕을 차에 채우는 방식으로 부디 승객들이 내 다섯 번째 별점의 불을 밝혀 주도록 유도했다. 나는 진공청소기로 청소할 때 경계선에 집착하는 버릇이 생겼고, 세차 주기도 일주일에 두 번에서 이틀에 한 번으로 늘렸다. 차량 방향제도 여러 가지를 써봤고, 라디오 방송도 다양하게 선국해 봤다. 그렇게 나는 미친 듯이 운전하고 또 운전했다.
 

불빛이 바뀌는 계산대 화면 정도는 상당히 초보적인 수준의 게이미피케이션이다. 한 사람의 활동 거의 전부가 화면 속 안내와 지시를 따르게 되는 차량 공유 서비스에서는 게임화로 못할 것이 없다.


호출형 차량 공유 서비스(ride-hailing)에 관한 논의는 선택, 자유, 자율이라는 단어로 가득하다. 우버의 창업자이자 전 CEO인 트래비스 칼라닉(Travis Kalanick)은 2015년 10월에 이런 글을 썼다. “이용자의 요구에 기반한 회사들이야말로 보다 밝은 미래로 가는 길을 제시한다. 그 미래에는 사람들이 언제 어디서 일할지 선택할 자유를 더 많이 누리게 된다. 간단히 말해, 일자리의 미래는 독립성과 유연성에 있다.”

어떤 면에서는 칼라닉의 말이 맞다. 공간적으로 고정된 작업장(공장, 사무실, 유통 센터)에서 일하는 근로자들과는 달리, 차량 공유 서비스의 드라이버들은 언제 일할지, 어디서 일할지, 언제까지 일할지 자유롭게 정할 수 있다. 이론적으로는 그렇다. 이들은 전통적인 직장이나 교대 근무의 강제된 리듬으로부터 해방됐다. 그러나 바로 그 명백한 자유 때문에, ‘이용자가 원하면 언제든(on demand)’ 믿음직한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플랫폼의 요구 조건은 전례 없는 도전에 직면한다. 그렇기 때문에 드라이버의 자유는, 눈에 띄지 않게, 그러나 공격적으로 관리되어야만 하는 것이다. 플랫폼 회사들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찾아낸 주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게임화)의 도입이다.

단순하게 정의하면 게이미피케이션은 점수, 레벨, 타인과의 경쟁, 성과의 양적 증거, 등급, 규칙 등 게임 요소를 게임이 아닌 환경에서 사용하는 것이다. 성공과 보상이 즉각적이고 본능적으로 이루어지는 게이미피케이션은 갈수록 많은 직장에 도입되고 있다. 작업 과정에 대한 직원들의 감정적 참여를 유도하고, (이렇게 하지 않으면) 따분한 임무를 완수하는 데 직원들이 정신을 더 집중하게 하고, 직원들의 행동에 영향을 주거나 넌지시 방향을 제시하는 이른바 ‘넛지(nudge)’ 효과를 주기 위해서다. 리프트 앱의 주간 피드백과 별점, 그 밖의 여러 게임 요소들이 나에게 한 일이 바로 이것이다.

사업 운영을 게임화하면 현실적이고 수량화할 수 있는 효과가 나타난다는 걸 보여 주는 증거들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미국의 거대 소매점 체인인 타깃(Target)은 매장 내 계산 절차를 게임화했더니, 고객의 대기 시간이 줄고 기다리는 줄이 짧아졌다는 보고를 내놨다. 계산을 하는 동안 계산원이 상품 스캔을 ‘적정 속도’로 하면 계산원의 화면에 녹색 불이 반짝인다. 너무 느리게 작업하면 빨간 불로 바뀐다. 이 점수는 시스템에 쌓이는데, 계산원들은 평균 88퍼센트의 녹색 불 비율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타깃의 직원용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계산원들이 서로 점수를 비교하고, 고득점 기술을 공유하고, 이 게임의 가장 어려운 장애물을 두고 한탄한다.

그러나 불빛이 바뀌는 계산대 화면 정도는 상당히 초보적인 수준의 게이미피케이션이다. 한 사람의 활동 거의 전부가 화면 속 안내와 지시를 따르게 되는 ― 그리고 모든 것이 측정되고 시스템에 쌓이고 분석되는 ― 차량 공유 서비스에서는 게임화로 못할 것이 없다.
 

게임은 자기 결정권과 자기표현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욕구를 파고든다. 그런 다음 그 욕구를 고용주의 이윤 창출 쪽으로 안내한다.


1974년 시카고 대학에서 사회학 박사 과정을 밟고 있던 자칭 마르크스주의자 마이클 부라보이(Michael Burawoy)는 대규모 농업 장비 제조업체인 얼라이드 코퍼레이션(Allied Corporation)의 엔진 사업부에서 전산기 조작원으로 일하기 시작했다. 그는 다음 질문에 대한 답을 구하고 있었다. “노동자들은 왜 그렇게 열심히 일하는가?”

마르크스 시대에는 간단한 답이 있었다. 강압. 당시 노동자들은 보호 수단이 없었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쉽게 해고당했다. 최저 생활 임금이라도 버는 능력은 작업 과정에 투입하는 노력의 양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었다. 그러나 20세기 초에 노동자 보호 조치들이 생기고, 작업량에 따라 임금을 지급받던 시스템이 폐기되고, 강력한 산업 노조들이 부상하고, 보다 튼튼한 사회 안전망이 구축되면서 고용주의 강압적 권력이 약해졌다.

그럼에도 부라보이가 보기에 노동자들은 여전히 열심히 일했다. 그들은 회사의 능률 향상 방안에 협조했고 생산 목표를 초과 달성했다. 그들은 추가 임무를 맡았고 여가 시간을 생산적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아다녔다. 그들은 초과 근무를 했고 시간 외 근무를 했다. 정말이지 미친 듯이 일했다. 얼라이드 코퍼레이션에서 10개월을 근무한 뒤, 부라보이는 노동자들이 이렇듯 기꺼이, 심지어 열정적으로 스스로를 착취하는 데 동참한다는 결론을 내렸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부라보이가 내놓은 답은 ‘게임’이었다.

노동자들이 다양한 물질적·비물질적 보상을 얻기 위해 작업 과정을 처리하는 모습은 게임으로 설명이 됐다. 이 처리를 성공적으로 해내면 그들은 이른바 ‘잘 해내는 중’이라는 말을 들었다. 비디오 게임의 레벨이 올라가듯 공장 기사들은 연이어 맞닥뜨리는 장애물들을 극복해야 했다. 계속 잘 해내서 이 게임에서 이기기 위해.

공장에서의 일과는 이런 식이었다. 매번 교대 근무가 시작될 때마다 기계 담당 기사들은 그날의 첫 번째 도전을 만난다. 직원들에게 일감을 할당하는 책임자인 ‘스케줄 담당’한테서 가장 유리한 일을 확보하는 것이다. 그다음 도전은 ‘도구실’로 가서 그 일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도면과 공구를 찾는 것이다. 필요한 물품을 나눠 주는 도구실 직원의 행동이 굼뜰 경우, 기사는 그날 할당량을 맞추거나 혹은 초과 달성할 소중한 시간의 상당량을 허비할 수도 있다(부라보이는 크리스마스 햄을 선물하는 방법으로 도구실 직원의 협조를 얻어 냈다). 그다음엔 원료를 기계에 공급하는 담당인 트럭 운전사들과, 설계도면의 세부 특이 사항을 전달하는 담당인 감독관들과 각각 한바탕하고 나서야, 공장 기사는 마침내 기계와 단둘이 남아 촌각을 다투며 맡은 임무와 씨름하게 된다.

부라보이에 따르면 이런 얼라이드의 생산 라인은 직원들이 게임을 하게 되도록 경영진이 의도적으로 짜 놓은 구조다. 노동이 게임의 형태를 띠게 되면 흥미로운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 부라보이의 주장이다. 즉, 직원들의 주된 갈등 대상이 더 이상 고용주가 아니라는 것이다. 대신 동료 직원들(스케줄 담당, 트럭 운전사, 감독관 등) 사이로, 기사와 기계 사이로, 기사와 자신의 한계(체력, 움직임의 정확도, 집중력) 사이로 긴장이 분산된다.

할당량을 넘기려는 싸움 또한 단조롭고 몰개성적인 작업을 직원들의 창의력과 속도와 기술을 단련하는 흥미진진한 놀이터로 탈바꿈시킨다. 직원들은 자신의 생산물에 자신의 지위와 명예가 묻어난다고 생각하는데, 게임은 그들이 하루 종일 작업하는 과정에서 일련의 선택을 할 수 있도록 하여 상대적으로 자율과 통제권을 가진 듯한 느낌을 제공한다. 게임은 자기 결정권과 자기표현을 원하는 노동자들의 욕구를 파고든다. 그런 다음 그 욕구를 고용주의 이윤 창출 쪽으로 유도한다.
 

리프트의 도전 상황표는 항상 화면에 떠서 지금 내 등급이 어떤지, 이제까지 몇 번의 주행을 완료했는지,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를 항상 상기시킨다.


매주 일요일 아침, 나는 컴퓨터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되는 다음과 같은 ‘도전’을 리프트로부터 받는다. “월요일 오전 5시부터 일요일 오전 5시 사이에 34회 주행을 완료하고 63달러(7만 원) 보너스를 받으세요.” 나는 스크롤을 내린다. 한때는 주당 100달러(11만 3000원)에서 220달러(24만 9000원) 사이에 머물던 내 보너스 금액이 지금은 그 절반도 안 되는 가치로 내려와 있는 게 마음에 걸린다.

“여기를 클릭하고 도전에 참여하세요.” 나는 클릭하고 참여한다. 이제부턴 내가 드라이버 모드에 접속할 때마다 내 진척 상황을 보여 주는 도전 상황표가 뜬다. “첫 번째 보너스를 받기까지 단 21회의 주행이 남았습니다.” 이런 주간 주행 도전이 어떤 방식으로 생성되는지 리프트가 밝히진 않지만, 기대 수요와 드라이버의 행동 스타일에 따라 보너스 금액은 다양하게 산출되는 것으로 보인다. 기대 수요가 높을수록 내 보너스 금액도 올라가는 것이다. 내가 보너스 목표에 도달하거나 주행 할당량을 더 많이 채울수록, 그다음 목표는 더 높아지게 된다. 로그인을 한동안 안 하면 두루뭉술하게 넉넉한 액수인 100달러 이상의 금액이 보너스로 제시될 때도 있다. 내 경우에는 그나마도 최근 뜸해졌지만.

사람들은 자신이 맡은 임무가 그 전에 설정된 보다 큰 목표로 나아가는 과정의 일부라고 인식하게 되면 훨씬 의욕적이고 빠르게 목표를 완수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행동 과학을 연구하는 학자들과 비디오 게임 디자이너들은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리프트의 도전 상황표는 항상 화면에 떠서 지금 내 등급이 어떤지, 이제까지 몇 번의 주행을 완료했는지, 목표 달성을 위해 앞으로 얼마나 더 가야 하는지를 항상 상기시킨다.

고객이 나타나면 그 시간과 장소로 드라이버가 달려가게끔 유도하는 것 외에, 게이미피케이션을 도입하는 주요 목적 중에는 드라이버 잔존율(retention)도 있다. 우버에 따르면 드라이버의 50퍼센트가 일한 지 두 달 안에 앱을 더 이상 사용하지 않는다고 한다. 캘리포니아 대학교 데이비스 캠퍼스 내 교통 연구소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호출형 차량 공유 서비스의 드라이버 중 1년을 채우는 사람은 겨우 4퍼센트밖에 안 될 거라고 한다.

드라이버 잔존율은 큰 문제다. 운전 분야의 조건이 너무 안 좋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연구자들은 드라이버들이 정확히 얼마를 버는지 산정하는 데 애를 먹었는데, 최근 경제 정책 연구소와 MIT에서 나온 두 건의 보고서를 통해 드라이버 임금에 대한 합의된 의견이 드러나고 있다. 이들에 따르면 드라이버들은 시간당 평균 9.21달러(1만 402원)와 10.87달러(1만 2277원) 사이를 번다. 즉 미국 주요 도시 대부분에서 지역 최저 임금에도 미치지 못하는 벌이를 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업계에 몸담고 있는 많은 우리 같은 사람들 중 다수가 이미 알고 있던 사실이다. 《뉴욕타임스》가 입수한 우버의 내부 자료를 보면, 실제로 우버는 새 드라이버를 모집하는 데 있어 가장 큰 경쟁 상태로 맥도날드를 꼽는다. 내가 리프트의 운전 일을 시작한 것은 대부분의 드라이버와 같은 계산을 했기 때문이다. 한 푼도 못 버는 것보다야 시간당 9달러라도 버는 편이 낫다는 것이다.

리프트가 주간 주행 도전을 시행하기 전에는 ‘파워 드라이버 보너스’라는 것이 있었다. 드라이버들이 일정 횟수의 일반 주행을 채워야 하는 주간 도전 캠페인이었다. 파워 드라이버 보너스를 받으려고 나는 일주일에 50시간 이상을 일한 적도 있었다. 이 말은 내가 자주 안전하지 않은 조건에서, 불규칙한 시간대에, 거의 모든 콜을 받으면서 운전했다는 뜻이다. 이 중엔 잠재적인 위험이 느껴진 콜들(특히 만취 상태였던 승객, 딱 봐도 잔뜩 화가 나 있던 심야 승객이 생각난다)도 있었다.

물론 주당 수입을 늘리려는 현실적인 필요가 주된 동기였다. 하지만 어떻게든 리프트의 형편없는 수익 구조를 초월해 보겠다는 희망에 더해, 파워 드라이버 보너스를 받고자 한 나의 집중력은 부라보이가 40년 전에 통찰한 결과와 같았다. 바로 이 게임에서 꼭 이기고야 말겠다는 불가해한 욕망이다.
 

서라고 하면 서고, 태우라고 하면 태우고, 돌라고 하면 돌고. 그 리듬에 맞추게 되면 내가 거의 안드로이드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하죠.


드라이버는 주행 거리당 수입 외에 물질적·비물질적 형태의 몇 가지 보상도 받는다. 우버 드라이버들은 별점 만점짜리 주행을 일정 횟수 채우면 ‘성공 배지’를, 고객이 만족한 경우 ‘1등 서비스 배지’를 달 수 있다. 리프트의 ‘보상 가속’ 프로그램은 쉘 주유소의 주유 할인권(골드 등급)이나 무료 긴급 출동 서비스(플래티넘 등급)를 상으로 걸어 놓고 드라이버들이 매달 일정 주행 횟수를 채워 등급을 올리도록 유도한다.

아무 의미 없는 배지와 미미한 할인율의 주유권에 더해, 호출형 차량 공유 서비스는 도박 회사들이 슬롯머신 이용자들의 중독 성향을 촉진하기 위해 쓰는 것과 같은 디자인 요소까지 도입했다. 인류학자이자 뉴욕 대학교 미디어학과 교수인 나타샤 도우 슐(Natasha Dow Schüll)은 라스베이거스의 슬롯머신 도박꾼들을 10년 동안 연구한 결과 다음 사실을 발견했다. 카지노들이 네트워크화된 슬롯머신을 이용해서 도박하는 사람 개개인의 행동을 실시간으로 감시하고 추적하고 분석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카지노가 “어떤 도박꾼이든 그의 도박 데이터와 그의 인구 통계학적 데이터를 갖고 삼각 측량하여, 특별히 그 사람에게만 맞춘 게임 광고와 마케팅 선전을 할 수 있는 새로운 프로필을 짜낸다”는 뜻이다. 호출형 차량 공유 서비스 앱이 하는 일과 똑같다. 이런 개인별 맞춤 게임 광고처럼 리프트도 내 주간 주행 도전 내용이 ‘나만을 위해 특별 맞춤 제공된 것’이라고 말한다.

한때 구글에서 ‘디자인 윤리학자’로 일했던 트리스탄 해리스(Tristan Harris)는 대부분의 소셜 미디어 화면에서 사용하는 ‘당겨서 새로 고침’ 방식이 실은 슬롯머신의 기발한 구조를 닮았음을 역설했다. 즉, 이용자는 자신이 언제 ― 열 몇 개의 ‘좋아요’나 리트윗 같은 것들로 ― 만족감을 느끼게 될지 모르지만, 언젠가는 반드시 그렇게 되리라는 것을 안다. 이런 예측 불가능성이 계속 새로 고침을 누르게 하는 중독을 만든다는 것이다. 행동 심리학자들은 도박이 불확실성, 기대감, 피드백의 예측할 수 없는 간격과 같은 가변적인 강화 스케줄을 이용해, 도박꾼을 계속 한 판만 더 하겠다고 하는 상태로 길들인다는 사실을 오래전부터 파악하고 있었다.

우리는 이런 강화 스케줄이 호출형 차량 공유 서비스 앱에 어느 정도까지 적용됐는지 이제 겨우 조금씩 알아 가고 있는 중이다. 하지만 지금 예를 들 수 있는 것이 바로 황금 시간대 혹은 급등 요금 찬스다. 온라인 토론방에서 리프트 드라이버들이 쓰는 “분홍색을 쫓아간다”는 표현은 앱의 지도에서 분홍색으로 표시된 ‘황금 시간대’ 지역으로 운전하는 경향을 가리키는 것으로, 분홍 지점들은 요금이 높은 곳이라는 의미다. 그런데 황금 시간대 요금을 잡을 가능성이 거의 없고 황금 시간대가 언제 제공될지 도저히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이 찬스는 무용지물이다. 분홍색은 한 장소에서 다른 장소로, 어떨 땐 몇 분 간격으로 나타났다 사라졌다 한다. 자신들이 콜을 받을 거라고 예상되는 지역으로 계속 드라이버들이 운전하도록 하기 위해, 리프트와 우버는 이런 고액 요금 찬스 타임을 조금씩, 그러나 모자라지 않게 뿌려 줘야 한다. 그러다 보면 어쩌다 한 번씩, 슬롯머신의 세 그림이 체리-체리-체리로 맞춰지듯 얻어걸릴 때가 있다. 2017년에 로즈 볼 퍼레이드가 끝난 후, 내가 평소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운전해서 벌던 액수의 절반 이상을, 그날은 불과 40분 만에 벌었으니까.

이렇다 보니 호출형 차량 공유 서비스의 드라이버들이 자신의 차를 운전하는 무미건조한 행위마저 비디오 게임이나 슬롯머신을 할 때와 같은 몰입되고 중독되는 경험에 비교하는 경우가 심심찮게 있다. 《파이낸셜타임즈》에 게재된 기사에서 베테랑 운전자 허브 크로클리(Herb Croakley)는 그런 경우를 다음과 같이 완벽하게 묘사한 바 있다. “어떤 면에서는 앱이 차의 기능을 대신하는 것 같은 지경에까지 이르게 됩니다. 이럴 땐 거의 최면적인 느낌이 들죠. 다른 운전자들과 대화하다 보면 이런 소리를 듣습니다. ‘나 지금 두 시간 동안 우버 풀(UberPOOL, 우버의 합승 서비스) 몇 탕 뛰었어.’ ‘나는 30~40명은 실어 나른 것 같은데 어디 어디에 갔는지 기억이 안 나.’ 이런 상태가 되면 그냥 (드라이버 앱) 소리만 듣고 있게 됩니다. 서라고 하면 서고, 태우라고 하면 태우고, 돌라고 하면 돌고. 그 리듬에 맞추게 되면 내가 거의 안드로이드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기 시작하죠.”
 

우리로선 게임의 한계 안에서 영리하게 처신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만이 유일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옵션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게임에서 규칙을 정하는 사람은 누구일까? 이에 대해 금요일 밤 12시 30분인 지금, 현역 리프트 드라이버들이 모인 폐쇄형 페이스북 그룹 ‘리프트 드라이버 라운지(Lyft drivers lounge)’의 의견은 갈린다. 논쟁은 대개 그렇듯 알고리즘에 대한 주장으로 시작됐다. ‘알고리즘’이란 불투명하고 종종 예측도 불가능한, 데이터 기반으로 관리되는 자동화 시스템이다. 호출형 차량 공유 서비스들이 드라이버들을 배치하고, 고객들을 적당한 ‘풀’(우버의 경우)과 ‘라인’(리프트의 경우)에 연결시키고, ‘다이내믹 요금’이라고도 불리는 ‘급등’ 및 ‘황금 시간대’ 요금을 발생시킬 목적으로 사용된다.

알고리즘은 호출형 차량 공유 서비스들이 벌이는 게임, 그리고 그 게임이 은폐하는 강압의 핵심이다. 알렉스 로젠블라트(Alex Rosenblat)와 루크 스타크(Luke Stark)는 〈알고리즘적 노동과 정보의 불균형: 우버 드라이버들의 사례 연구〉라는 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우버가 스스로 자임하는 ‘서로를 연결하는 매개체’로서의 역할은, 중요한 고용 구조와 소프트웨어 및 인터페이스 디자인을 뚫고 새어 나오는 계급 구조를 볼 때 거짓이 된다.” ‘알고리즘적 관리(algorithmic management)’란 우버와 리프트 드라이버들이 지시를 받는 메커니즘을 설명하기 위해 로젠블라트와 스타크가 만든 용어다. 정확히 말하면 이때 알고리즘은 하나가 아니다. 그보다는 언제든 필요할 때 작동하고 서로 상호 작용하는 복수의 알고리즘‘들’이다. 이 모두가 같이 움직여서 인간의 개입은 거의 필요 없는, 끊임없이 이어지는 자동 의사 결정 시스템을 만들어 내는 것이다.

이용자의 요구에 기초한 많은 플랫폼들에서 알고리즘적 관리는 그전까지 교대 근무 책임자, 현장 감독, 중간부터 고위 경영진만 하던 의사 결정 역할을 완벽하게 대체했다. 우버는 실제 자신들의 알고리즘을 ‘결정 엔진’이라고 부른다. 이 결정 엔진들은 주행 빈도부터 드라이버 개개인이 브레이크를 밟는 강도까지, 매일 수백만 개의 측정 지표를 추적하고, 시스템에 기록하고, 고속 처리한다. 그런 다음 이 분석들을 이용해 드라이버의 정보 프로필에 완벽하게 들어맞는 게임화된 지시 사항을 내린다.

알고리즘의 논리가 대체로 밝혀지지 않은데다 또 끊임없이 바뀌기 때문에 드라이버들은 그것이 하는 일이 무엇이며 왜 그런지를 알아서 추측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추론들이 온라인 토론방의 단골 주제가 되는데, 드라이버들은 터무니없는 고객 콜 상황이 잡힌 스크린샷을 올리거나, 알고리즘에 의해 생성되기에 갈수록 구미가 떨어지는 보너스 제안들을 비교하고는 한다. 회사에 유리한 쪽으로 알고리즘이 프로그래밍된다고 비난하는 상황도 종종 벌어진다. 편파성이 의심될 때는 답을 알기 위해 드라이버들이 직접 가설을 세우고 시스템을 조작하거나 시스템에 ‘게임을 되걸어 보는’ 이런저런 실험을 해본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술집들이 마지막 주문 이후 새벽 두 시에 손님들을 밖으로 쏟아낼 때가 고객들의 콜이 폭증하는 순간이다. 드라이버들이 ‘급등’ 요금이나 ‘황금 시간대’ 요금을 받을 가능성이 더 커지는 때다. 그 돈을 꼭 번다는 보장은 없지만 우리가 전부 그 시간에 밖에 나와 있는 이유가 그 때문이다. 급등 요금의 상한선을 좀 더 올려 보고자, 온라인 토론방의 드라이버들은 의도적으로 동시에 많은 사람들이 한꺼번에 ‘로그아웃’을 해볼 것을 자주 제안한다. 그러면 이용 가능한 운전자 수가 갑자기 줄어들게 되고, 그것이 알고리즘을 순간 ‘속여서’ 급등 요금 수치가 확 올라갈지 모른다는 기대 때문이다. 나는 이 시도가 성공하는 것을 본 적이 한 번도 없지만, 최근 발간된 어떤 논문을 보니 대규모 로그아웃 행위가 가끔 성공할 때도 있다고 한다.

다른 각도에서 보면 대규모 로그아웃 행위는 좋았던 옛 시절 스타일의 파업으로도 이해될 수 있다. 저항의 의미로 돌입하는 잠깐의 결단력 있는 조업 정지란, 파업 행위의 핵심이자 착취와 싸우는 노동자들에게 남은 가장 날카로운 무기가 아니던가. 하지만 대규모 로그아웃을 할 수 있다고 해도 거기서 특별히 노동 해방적인 기능이 발휘되진 않았다. 왜일까. 부라보이의 통찰에 그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부라보이가 봤을 때, 게임에 다시 게임을 되거는 것으로 노동자들은 노동 과정에 대한 일부 제한적인 통제권을 행사할 수 있고 그 결과 그 판을 ‘잘 해나가게’ 된다. 그렇게 해서 이기면, 게임 당사자의 게임에 대한 몰입도와 게임의 규칙에 대한 복종심은 이후에 고스란히 재생산된다. 만약 게임이 잘 안 풀렸을 경우, 게임 당사자의 불만은 게임 안의 장애물로 향하지, 규칙을 정한 자본 계급으로 향하지 않는다. 이렇게 노동자의 마음속에, 게임을 하는 사람과 게임 사이의 내재된 반목 관계가 고용주와 노동자 사이의 더 뿌리 깊은 반목 관계를 대체하는 변화가 일어난다. 이렇게 되면 우리로선 게임의 한계 안에서 영리하게 처신하는 방법을 익히는 것만이 유일하게 생각해 볼 수 있는 옵션이다. 그리고 이젠 알고리즘이라는, 노동과 자본 사이를 치고 들어오는 또 다른 층위까지 생긴 것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쓸모 있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잘하고 싶은 우리의 욕망을 먹고 자란다.


평균 이상이었던 과거 내 드라이버 평점을 회복하기 위해 몇 주 동안 미친 듯이 주행한 후, 나는 겨우겨우 4.93점으로 다시 올라갈 수 있었다. 뿌듯한 기분은 들었으나 한편으로는 4.6점 이상이 되면 자존감 만족 외에 딱히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이 없었다. 이 사실을 인정하는 것이 나로서는 거의 수치스럽고 충격적이었다. 드라이버 평점이 높다고 주당 보너스를 받는 것도 아니고, 드라이버 평점이 높다고 임금이 오르는 것도 아닌데. 사실, 손님의 환심을 사려고 사탕을 사고 세차를 철두철미하게 하느라 나는 오히려 돈을 까먹고 있었다. 이런 판국인데도 나는 상위 랭킹 드라이버가 되고 싶었던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점이 리프트와 우버의 게이미피케이션 전략이 그토록 기발하면서도 끔찍한 부분이다. 게이미피케이션은 쓸모 있고 싶고, 사랑받고 싶고, 잘하고 싶은 우리의 욕망을 먹고 자란다. 높은 점수를 받은 주에는, 더 달려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안 좋은 점수를 받은 주에는, 그래서 더 달려야겠다는 자극을 받았다. 아무리 이게 술수라는 걸 알아도 게이미피케이션은 나한테 아주 잘 먹혔다. 이 글을 쓰는 지금까지 나는 도합 2200회의 주행을 완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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