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운동장
5화

생물학적 우위의 진실

큰 키와 긴 팔다리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트랜스 여성 선수가 시스젠더 여성 선수보다 운동에 더 적합한 신체와 정신력 그리고 기술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를 세밀하게 표현하자면 다음과 같다. “트랜스 여성 선수들은 남성일 때 얻은 신체 조건과 경험 때문에 실제로 운동에 더 유리한 신체 크기나 근신경을 가지고 있다.” 이 믿음은 남자가 여자보다 육체적, 심리적, 기술적으로 더 우월하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다만 이와 같은 일반적 믿음이 모든 스포츠 종목에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특정 종목에서 무조건 남성이 유리하다고 볼 과학적 근거는 없다. 그럼에도 트랜스 여성이 시스젠더 여성보다 무조건 더 유리하다고 볼 수 있을까? 로렐 허버드에 비해 신체적 이점이 부각되어 보도된 리아 토머스의 사례를 신체 조건 및 기록의 측면에서 다른 경쟁자들과 비교해 보자.

리아 토머스의 신장은 약 184센티미터로, 2016 리우 올림픽 여성부 수영 결승 진출자들의 평균 키 175센티미터보다 약 9센티미터가 크다. NCAA의 전설이자 올림픽 7회 금메달리스트인 시스젠더 여성 케이티 러데키(Katie Ledecky)는 키가 약 183센티미터다. 또 여섯 번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건 미시 프랭클린(Missy Franklin)은 약 188센티미터다. 토머스의 키는 물론 큰 편이지만 더 장신인 선수들도 존재하므로 아주 압도적인 키는 아니다. 그렇다면 큰 키는 수영에서 유리한가?

키가 크면 레인(lane)에서 긴 몸으로 레이스를 펼치므로 시작점에서 반대 점까지 작은 선수들에 비해 수월하게 이동할 수 있다. 하지만 큰 키가 우승의 필수 조건은 아니다. 호주의 수영 스타 레이셀 존스(Leisel Jones)는 178센티미터의 키로 올림픽에서 아홉 개의 메달을 목에 걸었다. 단신으로도 이와 같은 압도적 성적을 내는 데 무리가 없다는 의미다. 한편 수영은 키뿐 아니라 손과 발 크기에도 영향을 받는다. 장신인 선수들은 보통 손과 발이 크다. 그러나 토머스의 손발 크기에 대해서는 정확히 밝혀진 바 없다.

언론이 보도한 ‘1등’이라는 키워드에 가려져 있지만 더 중요하게 봐야할 것은 토머스의 기록이다. 토머스는 여성부 경기에서 밥 먹듯 1등만 하지도 않았고 늘 신기록을 갈아치우지도 않았다. 토머스가 우승을 해 논란이 된 주요 경기를 기록으로 살펴보자면 다음과 같다. 먼저 지피인비테이셔널에서 토머스의 1650야드 자유형 기록은 15분 59초 71이다. 대회 2등과 38초 격차를 보였다는 그 경기다. 그러나 케이티 러데키의 세계 기록과 비교하면 그 벽을 쉽게 실감할 수 있다. 러데키는 2016년 오하이오주 인비테이셔널 경기에서 15분 3초 92의 기록으로 신기록을 세웠다. 토머스는 NCAA의 500야드 자유형 경기에서는 4분 33초 82의 성적을 거뒀으며 2등을 1.75초 차이로, 마지막 주자를 6.84초 차이로 이겼다. 이 역시 러데키의 신기록에 비하면 9.18초나 느리다. 200야드 자유형 경기에서는 다섯 번째로 결승점에 들어왔고 1등과는 약 2.28초 차이가 났다. 100야드 자유형 경기에서는 8등을 했으며 1등과는 약 2.12초 차이가 났다. 물론 남성부일 때 462위 정도의 경기 성적으로 여성부에 와 1등을 거머쥐었다는 비판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하지만 기록의 상대성 측면에서 토머스가 무작정 압도적이라고만 보기는 힘든 것이다.

육안상 체형으로만 보면 토머스는 분명 경쟁자들보다 우위가 있다. 평균적인 경쟁자들보다 키와 골격이 크고 손발의 크기도 평균보다 클 것이기 때문이다. 다만 위 내용을 종합했을 때 토머스의 신체 조건이 기록에 얼마나 영향을 미쳤는지는 판별이 어렵다. 평균보다 작은 신장에도 불구하고 메달 순위권에 수차례 든 선수도 있고, 수영 종목은 애초에 격투기와 같이 체급을 세분화하지도 않는다.

기록을 통해 본 선수로서의 토머스는 중·장거리에 탁월하고 단거리는 약한 선수다. 외형만으로, 혹은 트랜스젠더라는 사실만으로 토머스가 경기를 압도할 것이라는 판단은 편견인 셈이다. 오히려 토머스의 경기를 분석할수록 이 선수의 기술적 장단점이 드러난다. 그렇다면 스포츠 과학자들의 의견은 어떨까? 생리적 조건에 대한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한다.



이점이 곧 불공정은 아니다


조안나 하퍼는 앞장에서 소개한 것처럼 트랜스 여성 육상 선수 출신으로 현재 IOC에 자문을 제공한다. 영국 러프버러대학교에서 스포츠, 운동 및 건강 과학의 박사 학위가 있다. 하퍼는 여러 매체에서 다양한 패널과 이 문제를 논의했는데 BBC의 팟캐스트 코너 ‘스포츠 데스크(Sports Desk)’에서 로스 터커(Ross Tucker)와 토론한 내용을 요약해 소개하고자 한다. 터커는 세계럭비연맹의 연구 컨설턴트로 재직 중인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운동 생리학 박사다. 선수 건강과 성과, 법률과 관련된 전략적 결정을 지원하는 역할을 맡는다. 그는 트랜스 여성의 여성 스포츠 참여를 반대하는 대표적 인물이다.

“스포츠에서 남성과 여성을 구분하는 이유는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한 이점을 구분해 배제하자는 것이다. 남자들은 13~14세가 되면 신체가 변한다. 근육량이 늘어나고 뼈의 밀도와 구조가 변한다. 그뿐만 아니라 심폐 지구력과 헤모글로빈의 농도가 달라진다. 이 같은 변화는 운동 수행 능력에 중대한 영향을 미친다.” - 로스 터커
짐 제프리 쇼(The Jim Jefferies Show)에서 인터뷰하는 조안나 하퍼 ⓒComedy Central 유튜브
터커의 말처럼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운동 수행 능력, 즉 위에 나열한 신체 구조 및 생리 구조에 영향을 미친다. IOC 등이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요구했던 이유다. 다만 낮은 테스토스테론만을 기준으로 삼기에는 부족한 점이 많은데, 그 이유는 청소년기에 이미 테스토스테론에 의해 만들어진 생물학적 차이가 성전환 후에도 지속하거나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는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운동 수행 능력이 높다는 점에서 알 수 있다고 터커는 말한다.

이에 더해 트랜스 여성 선수가 이점이 있다는 근거를 담은 13개의 논문이 있다고 주장하며 한 연구를 소개한다. 전립선암으로 인해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낮은 선수들이 운동이나 훈련을 통해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다시 높아졌다는 것이다. 이 결과를 트랜스 여성 선수 선수들에게 적용하면 생리학적으로 명백하게 어떤 현상이 나타날지 예측할 수 있다고 터커는 주장한다. 호르몬 요법으로 낮춰놓은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언제든 운동으로 높아질 수 있다는 것이다. 터커는 트랜스 여성 선수에게 남성의 이점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근거가 없다면 여성 스포츠에 참여시키지 않는 정책이 곧 신중한 출발점이 될 것이라 말한다.

“이 분야에 있어 현대 과학은 아직 걸음마 수준이다. 아마도 우리는 앞으로 20년 안 동안은 명확한 답을 찾기 어려울 것이다.” - 조안나 하퍼

한편 하퍼의 주장은 다른 결의 신중함을 말하고 있다. 확실히 트랜스 여성 선수에게 이점은 있지만 불공정은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그는 두 가지 예를 들어 이를 설명한다. 먼저, 많은 종목에서 왼손잡이 운동선수는 오른손잡이보다 이점이 있다. 손이나 팔을 주로 사용하는 대결 종목을 떠올리면 쉽다. 왼손잡이를 상대하는 건 더 까다로운 법이다. 실제로 왼손잡이는 세계 인구의 약 10퍼센트인데 무려 40퍼센트의 펜싱 선수가 왼손잡이다. 이와 같은 이점이 있음에도 오른손잡이 펜싱 선수와 왼손잡이 펜싱 선수는 의미 있는 경쟁을 할 수 있다는 게 하퍼의 논지다. 한편 이점이 불공정이 되는 예도 들었다. 예를 들어 복싱의 체급이 그렇다. 체급이 다른 복싱 선수는 같은 링에서 경쟁하지 않는다. 작은 체급의 선수가 어떤 노력을 해도 큰 체급의 선수를 이기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다. 이는 의미 있는 경쟁, 공정한 경쟁이라고 볼 수 없다 역설한다.

따라서 논의의 핵심은 “트랜스 여성 선수에게 이점이 존재하는가”가 아니라 “일부 이점에도 불구하고 트랜스 여성 선수와 시스젠더 여성 선수가 의미 있는 경쟁이 가능한가”의 질문이 되어야 한다고 하퍼는 말한다. 복싱으로 예를 들면 트랜스 여성 선수의 이점이 ‘사우스포와 오소독스의 차이’인지, ‘체급의 차이’인지를 살펴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의학적으로 아직 명확한 답이 없다고 설명한다. 가령 트랜스 여성 선수는 체구는 크지만 체구에 걸맞은 골밀도나 근육량은 없다. 따라서 적은 근육량과 골밀도로 힘을 내야 한다. 이는 오히려 트랜스 여성 선수에게 불이익이 될 수 있다. 단순히 체구가 큰 게 이득이 될 수 없다는 뜻이 된다. 그는 미세한 차이로 승부가 결정되기도 하지만 그 미세한 차이라는 게 사실 다방면의 요소를 포괄하므로 체구가 크다는 이유만으로 단순하게 트랜스 여성 선수가 불공정한 이득을 갖고 있다고는 보기 어렵다 말한다.

터커와 하퍼는 동일한 논점에서 다투고 있지 않지만 각자 의미 있는 분석을 내놓았다. 터커의 주장에 따르면 성장기 이후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으로 얻은 신체적 이점이 명백히 존재하며 낮아진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운동으로 다시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이에 따라 터커는 트랜스 여성 선수의 참여 제한을 주장한다. 하퍼의 주장에 따르면 테스토스테론이 낮아짐에 따라 근육과 골밀도는 체형만큼 발달하지 못하며, 트랜스 여성의 이점이 정말 경기의 공정성을 해칠 수준인지를 따져봐야 한다. 하퍼는 테스토스테론을 낮게 유지했을 시 일단은 참여를 허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가용한 과학(the available science)’을 최대한 동원해 트랜스 여성 선수들의 참여를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재 IOC 등 국제 연맹이 주로 채택하는 것은 테스토스테론 농도이며 이것은 하퍼가 말한 가용한 과학 중 하나로 볼 수 있다. 하지만 여기서 다른 논점을 던져보겠다. 과연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 있을까?



호르몬이 말하는 것

일반적으로 여성의 평균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리터당 약 0.5에서 2.5나노몰, 남성의 경우 9~35나노몰이다. IOC와 세계육상연맹 IAAF는 남성의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여성보다 현저하게 높으므로 트랜스 여성 선수가 불공정한 이득을 취한다고 본다. 따라서 IOC와 IAAF는 남성성의 불공정을 제거하기 위해 일반 남성 기준에서도 낮은 테스토스테론 수치 리터당 5~10나노몰을 기준으로 채택했다.

좌측 그래프는 미국의 교육 자료 배포 기관인 ‘하워드 휴즈 메디컬 인스티튜트(HHMI·Howard Hughes Medical Instituted)’에서 제공한 교육용 그래프다. 이 연구는 2014년 국가 대표 선수 남, 여 676명을 대상으로 시합 종료 2시간 안에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측정한 결과다. 한 점은 한 명의 선수를 나타낸다. 실험군에 간성(間性), 즉 양성 모두의 특질을 가진 인터섹스(intersex) 선수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이미 도핑을 통과해 테스토스테론 농도에 영향을 미칠 금지 약물을 투약하지 않은 상태다.

그래프는 종목, 성, 개인별 차이가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여성 선수 중에서도 약 4.8퍼센트에 해당하는 10명의 선수는 호르몬 수치가 리터당 10나노몰을 넘었으며 주로 수영 및 조정에서 발견된다. 특히 두 명의 여성 선수는 거의 리터당 30나노몰에 가까운 수치를 보여주고 있으며 한 명의 조정 선수는 심지어 30나노몰을 초과한다. 알파인 스키와 크로스컨트리 스키를 제외하고 남성 올림픽 선수 중 호르몬 수치가 리터당 10나노몰에 미치지 못하는 선수도 25.4퍼센트나 발견되었다.

이를 기반으로 생각해보면 국제 스포츠 연맹과 협회의 기준인 “출전 12개월 전부터”, “테스토스테론 농도를 리터당 10나노몰 이하로 유지”는 일부 시스젠더 여성 선수조차 통과할 수 없는 기준이라 볼 수 있다. 이는 오로지 여성의 약 95퍼센트의 테스토스테론 농도가 리터당 10나노몰 미만이라는 점, 남성의 최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보통 리터당 9나노몰이라는 점만 근거로 들어 만들어진 기준이다. 그래프에 드러난 것처럼 종목, 성, 개인별 호르몬의 차이는 제대로 고려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실제 테스토스테론은 운동 경기에 필요한 신체 능력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테스토스테론과 헤모글로빈의 관계

보통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한 이점은 근육과 골밀도 등으로 대표된다. 하지만 테스토스테론은 헤모글로빈 수치에도 영향을 미친다. 테스토스테론이 적혈구 생산에 관여하기 때문이다. 체외에서 흡입한 산소를 근육, 심장, 폐 등 몸 전체에 운반하는 헤모글로빈은 근력과 심폐 지구력에 필수적이다. 테스토스테론으로 인해 남성은 여성보다 많은 헤모글로빈을 갖고 있다. 트랜스젠더의 경우 ‘호르몬 요법(GAHT·Gender Affirming Hormone Treatment)’을 통해 젠더 정체성에 맞게끔 치료를 받게 되는데, 인위적으로 호르몬 수치를 낮춘 여성 트랜스젠더에게도 이것이 적용될까?

이와 관련해 스웨덴 카롤린스카 연구소의 토미 룬드버그(Tommy Lundberg) 교수와 연구진의 연구는 흥미롭다.[1] 연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보다 헤모글로빈 수치가 약 12퍼센트 높다. 또 호르몬 요법을 받은 트랜스 여성은 헤모글로빈 수치가 약 11~14퍼센트 정도 낮아졌다고 한다. 이는 테스토스테론 농도에 민감한 트랜스 여성 장거리 육상 선수에게도 나타난 현상이다. 낮아진 헤모글로빈 수치는 운동, 특히 유산소성 운동 수행 능력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 운동을 수행하는 신체 기관에 산소를 공급하는 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그에 상응해 떨어진 운동 능력은 약 2~5퍼센트포인트로 밝혀졌다.

물론 헤모글로빈의 숫자가 줄었다고 해서 산소를 받아들이는 모세 혈관, 미토콘드리아 등의 기능이 떨어지는 것은 아니고 피의 양과 같은 기타 요소가 영향을 받는 것도 아니다. 최종 산소 섭취량은 단지 헤모글로빈의 농도뿐 아니라 총 혈액량과 심장 크기 및 수축력, 모세 혈관, 미토콘드리아 함량 등에도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연구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유산소 능력 및 지구력 감소에 영향을 미치긴 하겠지만 그것이 남성과 여성 사이의 운동 능력 차이를 완전히 상쇄할 정도는 아니라고 말하고 있다.

장거리 운동선수는 체중, 특히 체지방에도 영향을 받는데, 호르몬 요법으로 줄어든 헤모글로빈은 체지방을 증가시킨다.[2] 이는 트랜스 여성 선수에게는 악재다. 특히 체지방은 달리기와 같이 체중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종목에서는 기록에 미세한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 체지방과 기록의 명확한 상관관계가 밝혀진 바는 없지만 이 역시 체중이므로 선수 입장에서는 민감할 수밖에 없다. 연구에서는 체지방이 얼마나 증가해야 영양과 운동에 악영향을 끼치는지는 밝히고 있지 않으며 개인차가 있음을 강조한다.

종합하자면 룬드버그 연구진은 호르몬 요법을 받은 트랜스 여성 장거리 육상 선수의 체내 테스토스테론의 감소가 헤모글로빈 수치를 줄일 순 있지만, 이것이 유산소 능력 등의 확실한 감소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사실상 근력 및 골격, 근육량에서 파생된 이점이 더 크기 때문에 IOC의 기준이 다소 포용적이라 주장한다. 하지만 반대로 호르몬 요법으로 인해 필요 이상으로 경기력이 떨어지는 이른바 ‘역효과’를 주장한 연구도 있다.

역효과는 존재하는가

일반 엘리트 장거리 선수를 대상으로 헤모글로빈의 영향에 대해 조사한 하퍼는 룬드버그 연구진과 조금 다른 결론을 냈다. 영국 브라이튼대학교와의 공동 연구에서, 3~4개월 호르몬 요법을 받은 여덟 명의 트랜스 여성 장거리 육상 선수들이 남성이었을 때 만큼의 경쟁력을 여성 경기에서 갖지 못했다는 점을 밝혔다.[3] 헤모글로빈 수치가 낮아진 만큼, 운동으로 활성화된 근육에 산소를 효과적으로 전달하지 못한 것이 원인이다.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인인 체중은 성전환 후 일반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지만, 이는 심리적 요인과 더불어 개인차가 있음을 덧붙였다.

테스토스테론의 감소가 헤모글로빈의 감소를 부른 것이 트랜스 여성 선수에게 영향을 준다는 점은 알 수 있으나 이것이 남성일 때의 이점을 공정하게 상쇄한 수준인지 혹은 필요 이상의 신체 능력 감소를 야기하는지는 과학계에서 통일된 의견이 존재하지 않는다. 다만 테스토스테론의 영향을 덜 받는 것으로 간주되었던 장거리 선수도 사실상 헤모글로빈을 통해 경기력의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을 뿐이다. 하퍼와 룬드버그의 연구는 모집단도 다르고, 특히 하퍼의 연구의 경우 표본의 수가 적으므로 대표성이 떨어진다. 효과와 역효과의 존재는 앞으로 더 밝혀나가야 할 부분이다.

실험 데이터를 현실 경기에 대입해 보면 나름의 시사점을 얻을 수 있다. 토머스의 우승 기록을 보면 토머스는 장거리 레이스에서 더 뛰어난 결과를 보였다. 레이스가 길어질수록 장시간 동안 산소를 사용하며 헤모글로빈의 영향을 더 많이 받는다. 만약 이 영향으로 중·장거리에 강했던 것이라면 토머스는 헤모글로빈 수치가 감소했음에도 남성일 때 얻은 헤모글로빈의 기능적 이점을 십분 살린 것이라 볼 수 있다.

근육량과 근력에 관하여

테스토스테론은 근육 생성에도 관여한다. 흔히 도핑을 목적으로 투약하는 스테로이드는 근육량을 늘려 힘을 강하게 만들려는 목적에 기인한 것이다. 절대적인 것은 아니지만 근육의 양은 근력과 양의 상관관계가 있으며 이는 선수 선발과 훈련 모니터링에도 사용되는 지표다. 복잡하게 생각하지 않아도 체중이 더 나가는 사람이 덜 나가는 사람보다 힘이 세다. 투기 스포츠에서 체급을 나누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근력과 근육량이 모든 스포츠에서 절대적인 기준이 될 수는 없다. 다음의 실험 결과는 남성, 여성, 트랜스 여성의 근육량과 힘의 차이에 관한 연구 결과다.

룬드버그는 2020년 발행된 그의 논문에서 성인 남성은 평균적으로 성인 여성보다 근육이 약 37퍼센트 많고 근력도 55퍼센트 강하다고 밝혔다.[4] 호르몬 요법을 약 1년간 받은 트랜스젠더는 근육량이 약 5퍼센트포인트, 근력이 4퍼센트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호르몬 요법을 2 년 이상 지속한다고 해도 더 이상의 변화를 보이지 않았다. 이는 충분한 수치일까?

미국 워퍼드대학교의 해부학 교수 제레미 모리스(Jeremy Morris)의 연구는 남성과 여성의 상체 근력에 대한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일주일에 두세 번 운동하는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연구에서 팔로 돌리는 자전거 형태의 운동 기구인 ‘암 에르고미터(Arm Ergometer)’ 테스트를 수행한 결과 전방으로 돌리는 운동의 경우 남성이 여성보다 162퍼센트 강한 힘을 냈다고 밝힌다. 근육량과 근력이 일부 감소하는 것을 고려해도 쉽게 상쇄하기 어려운 수치다.

룬드버그 교수가 참여한 다른 연구에 따르면 상체뿐 아니라 하체에도 뚜렷한 차이가 나타난다.[5] 호르몬 요법을 약 1년 동안 받은 일반인 트랜스젠더의 운동 능력에 관한 연구에서 트랜스 여성은 1년 후 약 5퍼센트의 하체 근육이 줄었으나, 근육의 밀도와 하체 힘은 호르몬 치료를 받기 전과 비슷했다. 하체를 주로 사용하는 스포츠에서 트랜스 여성 선수의 힘은 여성 선수보다 강할 수 있음을 암시하는 대목이다.

하퍼는 이 실험의 한계에 대해 지적했다. 이 실험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실험 결과일 뿐 선수를 대상으로 한 실험이 아니라는 점, 뿐만 아니라 모집단의 숫자가 매우 작고 연구의 기간도 1년으로 짧았다는 점 등이다.[6] 따라서 룬드버그 교수의 연구 결과는 다른 실험들에 비해 근골격에 중점 둔 실험이지 생리학에 초점을 맞춘 실험이 아니라 주장한다. 하퍼는 미국 미주리대학교 캔자스시티캠퍼스의 티머시 로버츠(Timothy Roberts)의 연구 결과에 주목한다. 이 연구는 호르몬 요법을 사용한 트랜스 남성 군인 29명과 트랜스 여성 군인 46명을 대상으로 36개월간 진행한 연구다. 이 연구는 하퍼가 지적한 룬드버그 연구의 약점이 일부 보완된 상태에서 진행되었으며, 통상적으로 얘기하는 근력보다는 기초 체력, 수행 능력에 방점을 뒀다.



근력도, 경기력도 아닌 체력


트랜스젠더 선수의 운동 수행 능력에 관한 연구는 피험자 확보부터 모집단의 크기까지, 많은 어려움을 내포하고 있다. 몇몇 올림픽 출전 선수를 대상으로 진행된 연구는 있지만, 전반적인 엘리트 선수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는 거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같은 연구 성과가 없는 가운데 신체 활동이 많은 군인을 대상으로 한 티머시 로버츠 박사 팀의 연구는 귀한 자료다. 이 연구는 근력도, 경기력도 아닌 체력에 대한 연구다. 연구팀은 1년간 호르몬 요법을 받으며 정기적 군대 훈련을 받는 트랜스 여성 군인들을 대상으로 기초 체력 테스트를 진행했다. 이들은 대조군인 여성 군인들에 비해 뛰어난 운동 능력을 보였으나 2년 후엔 그 차이가 크게 줄었다. 이 연구에서는 호르몬 요법을 받기 전과 2년간 받은 후 1분간 팔 굽혀 펴기 및 윗몸 일으키기 횟수와 1.5마일 달리기 시간을 측정했다. 트랜스 여성들은 호르몬 요법을 받은 후 팔 굽혀 펴기 테스트와 윗몸 일으키기에서는 여성들에 비해 갖는 이점이 사라졌다. 1.5마일 달리기는 일반 여성보다 약 12퍼센트가량 더 빨랐다.

하지만 상위 10퍼센트 안에 들어가는 여성 선수들에 비하면 12퍼센트는 그다지 유의미한 숫자가 아니다. 상위 10퍼센트 여성 달리기 선수가 되려면 일반 여성보다 29퍼센트나 더 빨라야 하고 엘리트 여성 선수는 일반 여성보다 약 59퍼센트가 더 빠르기 때문이다.[7]

팔 굽혀 펴기, 달리기, 윗몸 일으키기보단 단순하지만, 악력을 통해 알아보는 방법도 있다. 악력은 전신 근력을 파악하는 지표이며 체력 수준을 대변한다. 암스테르담대학교 메디컬센터와 오슬로대학교 병원이 공동으로 진행한 연구에서, 약 1년간 호르몬 요법을 받은 트랜스 여성은 테스토스테론의 농도 저하로 인해 악력이 약 1.8킬로그램 약해졌다.[8] 특히 악력 약화는 9~12개월 사이에 두드러졌다. 악력이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암벽 등반, 유도, 역도와 같은 스포츠에서 악력 약화는 매우 유의미한 척도다.

물론 이들 연구는 운동의 움직임을 몇 가지 기초 체력 테스트로 단순화했다는 약점이 있다. 스포츠는 종목마다 여러 운동 능력의 요소, 협응력, 민첩성, 심폐 지구력 등 운동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 다양하므로 몇 가지 테스트로 일반화하여 트랜스 여성 선수의 이점을 논하기엔 여전히 부족하다. 로버츠의 연구는 군인을 대상으로 했지만 운동선수와 완전히 동일한 신체 조건이라 보기는 어렵다. 엘리트 선수나 성장기 전후로 성전환한 선수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다만 로버츠의 연구에 토머스의 사례를 대입해 유추해 볼 가치는 있다. 먼저 팔 굽혀 펴기를 보자. 악력 테스트보다 수영에 대한 상관관계가 두드러진다. 물리치료사이자 트레이너인 존 뮬런(John Mullen) 박사에 따르면 팔 굽혀 펴기는 등과 가슴 근육을 사용하고, 이 근육은 수영에서 추진력을 내는데 필요한 근육이다. 따라서 로버츠의 실험에서 2년간 호르몬 요법으로 피험자의 팔 굽혀 펴기 횟수가 줄었다는 점은 토머스의 추진력이 약화했을 수 있다는 점을 암시한다. 게다가 수영은 달리기와 유사한 지점이 있다. 둘 다 심폐 지구력과 하체 근지구력이 중요하다. 다만 달리기는 지면을 딛으며 관절에 가해지는 충격이 있어, 수영에 대입하긴 어렵다.[9]

한편 윗몸 일으키기 결과는 앞선 실험보다 유의미할 수 있다. 몸 중앙을 의미하는 코어(core) 근육은 수영에 있어 중요한 역할을 한다. 팔과 다리를 지탱해 주고 물에서 안정적인 몸의 각도를 유지할 수 있게 해주기 때문이다. 하체에서 생긴 힘을 상체로 전달하는 역할도 한다. 만약 호르몬 요법 이후 윗몸 일으키기 개수가 떨어진 것처럼 코어 근육이 약해졌다면 수영 경기에서 안정감을 감소시키고 힘 전달을 방해했을 수 있다.

이처럼 근력과 체력에 대해 일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은 존재하나 토머스가 얻은 이익 혹은 역효과를 정확하게 짚어낼 수는 없는 실정이다. 무엇보다 어떤 스포츠든 기술력의 중요성을 간과할 수 없다. 남성일 때는 운동 기술을 더 얻기 유리한가? 그렇다면 그 기술은 이점에 해당하는 변수인가? 토머스의 기록에 영향을 미치는 것에 기술력과 체력, 근력의 영향도는 각각 얼마인가? 물음은 끊임없이 파생될 수 있다. 그럼에도 제도는 데이터를 필요로 하기에 관련 연구는 지속적으로 이뤄져야 할 것이다.



부상이라는 복병


신체적 우위를 논하는 것과 별개로, 경기력에 영향을 주는 생각지 못한 복병이 있다. 스포츠 경기에서 뗄 수 없는 요소, 부상이다. 경기력과 부상은 동전의 양면 같은 관계다. 더 뛰어난 기술을 얻기 위한 훈련, 자신이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줘야 하는 경기는 자칫 부상으로 이어진다. 호르몬 요법으로 테스토스테론의 농도가 낮아지면 근골격계의 부상과 위험도가 올라갈 수 있다. 다만 이 점은 트랜스 여성의 신체적 이점 논의에서 매우 간과되고 있다. 아쉽게도 트랜스 여성 선수의 근골격계 부상과 부상 위험도에 대한 자료는 많지 않은 실정이다.

미국 노스웨스턴대학교 연구진은 트랜스 여성이 호르몬 요법을 받을 시 골밀도가 떨어진다고 밝혔다. 연구에 따르면, 실험을 진행한 트랜스 여성 47명 중 23퍼센트는 허리에, 9퍼센트는 대퇴경부에 2퍼센트는 엉덩이에 골다공증 증상이 발견되었다. 골밀도의 저하는 골격근의 약화를 유발한다. 실제로 성전환 수술을 받은 트랜스 여성들은 흉곽 또는 골반에 통증을 호소하는 경우가 확인된다고 연구는 밝히고 있다. CNBC 뉴스 프로듀서 출신이자 미국 뉴욕대학교의 연구자 에이미 번바움(Amy Birnbaum) 교수도 비슷한 사례를 제시했다.[10] 하지만 골밀도 저하가 골절까지 유발하는 수준은 아니었다. 50세 이하 트랜스 여성의 골절 위험이 여성들에 비해 비율상 많이 보고되고 있는데, 번바움 교수는 이것이 성전환 전부터 골절 위험도가 높았기 때문인지 호르몬 요법에 의한 위험 증가인지는 알 수 없다고 밝힌다.

번바움 교수가 지적하는 진짜 문제는 심혈관 질환이다. 특히 정맥혈전색전증의 위협을 경고하고 있다. 정맥혈전색전증이란 다리 심부정맥에 생긴 혈전이 폐의 동맥으로 이동하여 혈관을 막는 증상이다. 호르몬 요법을 받는 트랜스젠더는 이 질환에 노출되는 정도가 두 배나 높았다. 또 일반인보단 운동선수에게 많이 보고되는 질환이다.[11] 장시간 이동 또는 비행 여행으로 인한 혈액 응고 장애 역시 트랜스젠더에게 위협 요소다. 혈액이 응고가 과하게 활성화된 응고 항진 상태가 발생하면 호흡이 거칠어지며, 손발에 통증이 생기고 부어오르는 등의 증상이 생긴다. 심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종합하자면 트랜스젠더 선수는 심혈관계의 위험을 경쟁자보다 더 많이 안고 경기에 출전하는 셈이다.

토머스도 마찬가지다. 만약 경기 중 이와 같은 질환이나 부상이 발생하면 생명을 위협할 만큼 치명적인 사고가 될 수 있다. 아직 논의할 만한 충분한 자료가 나와있지는 않지만 논의를 이어갈 때 절대 간과해서는 안 되는 내용이다.



비생물학적 논란의 진실


캐나다의 작가 말콤 글래드웰(Malcomn Gladwell)은 저서 《아웃라이어(OUTLIERS)》에서 환경 요인이 성공에 절대적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누적된 이득과 함께 집중적인 훈련과 지원을 받으면 기량 성숙도가 높아지고 성장의 경험이 곧 실질적 효과로 나타난다는 것이다. 저자는 다수의 하키 선수가 1월생이 많음을 밝히며 이후 출생보다 누적된 이득이 많음을 역설한다. 물론 이 책은 트랜스젠더 선수에 대한 논의이므로, 지금부터 논하는 누적된 이득은 출생 시점이 아닌 훈련과 경기 경험으로 누적된 이득으로 치환해 설명할 것이다.


누적된 이득

트랜스 여성이 성장기 이후 성전환을 한 경우, 성장기의 훈련 환경은 남성 기준에 맞춰져 있다. 상대 선수는 남성이기에 남성을 기준으로 한 훈련 방법과 기술이 누적되어 있다. 어차피 하는 운동은 똑같은데 왜 누적 경험의 차이가 논란이 되는지 이해가 쉽지 않을 것이다. 이렇게 상상해 보자. NBA(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 출신 트랜스 여성 선수는 이제껏 3점 슛을 WNBA(Women’s National Basketball Association) 선수보다 더 멀리서 쐈다. 만약 골을 넣을 확률이 평균적인 WNBA 선수와 비슷하다면 어떨까? 기술적으로 유리한 지점이 생길 수 있다. 3점 슛을 멀리서 쏠 수 있다는 의미는 코트를 더 넓게 쓴다는 의미다. 공격팀이 돌파하는 등의 전술을 원활하게 쓸 수 있는 동력이 된다. 이는 팀과 개인 모두에게 이득이다.

경기로 누적된 라이벌 효과도 무시할 수 없다. 라이벌은 선수에게 부담감과 스트레스를 주지만 선수의 기록을 빠르게 성장시킬 수 있는 자극제다. 반면 기록이 현저하게 차이나는 선수는 경쟁 심리를 자극하지 못하고 상호 간 기록 향상을 도모하지 못한다. 전반적으로 요구되는 기록 수준이 더 가혹한 남성 선수와의 라이벌 경험은 여성부 경기에 있어 누적된 이득으로 작용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

하지만 여성이 우세한 종목에서는 오히려 트랜스 여성 선수에게 불리한 지점이 생긴다. 가령 기계 체조가 그렇다. 기계 체조 종목의 마루, 평균대, 이단평행봉은 여자 체조 선수로서의 누적 이득이 더 큰 종목이다. 여성 선수와의 라이벌 경험이 전무한 트랜스 여성 선수는 기계 체조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어려운 것이다. 미국 체조협회(USA Gymnastics)와 영국 체조협회는(British Gymnastics) 트랜스젠더 선수를 적극적으로 수용키로 했는데 현재까지 트랜스 여성 선수의 기계 체조의 진출 사례는 보이지 않으며 앞으로도 불투명하다.

양궁이나 사격도 마찬가지다. 여성이 남성보다 월등하다. 144발을 쏘는 양궁 올림픽 예선 라운드에선 여성 선수인 박성현이 1405점으로, 남성 선수인 김우진의 1387점을 한참 상회한다. 사격은 대부분의 종목에서 여성이 남성의 기록을 훨씬 앞선다. 누적된 이득이 남성 선수들에게만 적용되는 게 아니라는 점을 알 수 있다.

리아 토머스의 어린 시절인 윌 토머스는 다섯 살 때부터 수영을 시작했다. 고등학교 재학 중 수영 선수로 활약하며 주(州)수영 대회에 출전할 만큼의 실력을 갖추고 있었다. 2017년 윌 토머스는 펜실베니아대학교 남자 대표 선수로 1000야드에서 6위, 500야드와 1650야드에서 전국 100위 안에 들었다. 2018년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며 커밍아웃하지만, 2019 시즌 남자 아이비리그 챔피언십에 출전하여 입상하는 등 뛰어난 성적을 기록했다.

2019년 5월, 그는 리아 토머스가 됐다. 토머스의 누적 경험을 앞선 기준으로 따져보자면 다섯 살 때부터 남성 선수들과의 훈련으로 인해 약 15년 이상의 누적된 이득이 있다고 볼 수 있다. 토머스의 성적은 남자 리그에서도 수준급이었기 때문에 남자 선수로서의 기술과 경험이 여성 경기에서 유리하게 작용했을 것이다. 물론 이것이 불공정을 논할 수준인지에 대해서는 마련된 기준이 없다.

홈 코트, 어웨이 코트의 디스 어드벤티지

비생물학적 논란을 하나 더 짚자면 홈 코트 어드밴티지와 어웨이 코트 디스어드밴티지를 짚을 수 있다. 지금까지 토머스를 중심으로 불공정 시비를 과학적으로 논하며 간과된 또 하나의 요소다.

이제 고인이 된 채드윅 보스먼(Chadwick Boseman) 주연의 영화 〈42〉는 최초 흑인 메이저 리그 선수를 그린 영화다. 경기장 안팎으로 주인공이 차별받는 모습이 영화 내내 드러난다. 관중들은 야유를 퍼붓고, 경찰에 의해 경기 중 쫓겨나게 되며, 한 시민의 경고에 자신의 거주지에서 도망치는 일도 발생한다. 차별은 메이저 리그에서도 계속된다. 동료 선수들은 주인공과 같이 뛰는 것을 반대하는 청원을 낸다. 심판은 명백한 세이프를 아웃으로 판정하며, 시즌 첫 경기 상대 팀의 감독은 주인공의 피부색을 모욕하는 언사를 퍼붓는다. 보스턴의 홈구장 펜웨이파크(Fenway Park)에서도 모욕적 언사가 흘러나온다. 주인공은 일류 선수이지만 심리적 압박을 받으며 실수를 연발한다. 홈구장임에도 오히려 어웨이 코트 디스어드밴티지를 겪으며 경기를 해야 했던 것이다.

이와 같은 일은 과거 시점, 영화에서만 발생하는 일이 아니다. 토머스도 경기장에서 유사한 야유를 받으며 경기했다. 홈 코트 어드밴티지는 왜 생길까? 사회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한 사람의 감정은 다른 사람에게 전염된다. 이를 감정 전염 현상이라고 하며, 이는 선수, 동료, 관중에게 동시에 전염된다. 감정은 상호 호응하고 강도는 이에 비례한다. 흥분한 관중에 둘러싸였을 때 선수들은 더욱 강렬한 에너지를 낼 수 있다.

미국의 스포츠 매체 블리처리포트(Bleacher Report)에 따르면 NBA에서 정규 시즌 중 홈 팀의 승률은 약 60.6퍼센트였다. 플레이오프로 가면 홈 코트 어드밴티지 효과는 더 강해졌다. 홈 팀의 승률이 64.9퍼센트로 5퍼센트포인트가량 더 상승했다. 구체적으로 홈 팀의 실책은 3.1퍼센트포인트 줄었고 점수는 약 3.4퍼센트포인트 올랐다. 특히 속공 득점은 약 12.7퍼센트포인트 올랐으며 파울도 4.7퍼센트포인트 줄어들었다.

토머스는 홈 코트나 어웨이 코트와 무관한 경기를 펼쳤다. 그러나 그가 마주한 환경은 어웨이 코트에서나 볼 법한 상황이었다. 관중석은 사방이 트랜스 여성의 경기 참여 찬반을 논하는 광장이었고 트랜스젠더 참여를 반대하는 플래카드로 도배되어있었다. 경기 중 토머스가 호명될 때마다 야유 소리가 들려왔고 동료 선수들은 눈초리는 따갑기 그지없다. 위에 인용한 영화의 상황과 유사한 심리적 압박을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판정의 문제는 대두된 적 없으나 심판도 사람이기에 관중석의 분위기에 휩쓸려 토머스에게 불리한 판정을 내릴 가능성이 있다. 아직까지 토머스의 경기 기록은 우수한 편이지만 다른 트랜스 여성 선수들은 앞으로 지속적인 어웨이 코트 디스어드밴티지를 감내해야 할 수도 있다. 사회적 논의가 지속적으로 필요한 이유다.

결국 현대 의학을 포함한 스포츠 과학으로는 현재 트랜스 여성 선수와 시스젠더 여성 선수와의 시합이 공정한지 판단을 내릴 수 없다. 지금까지 소개한 다양한 쟁점을 가지고 유추할 수 있을 뿐이다. 다만 호르몬 기준 일변도인 현행 제도는 문제의 소지가 있어 보인다. 호르몬만을 기준으로 잡게 되면 테스토스테론이 리터당 5~10나노몰 이하인 남성들의 경우 성전환 후 호르몬 요법 없이 여성부 경기 참여가 가능하다. 이 경우 상술한 호르몬 요법의 부작용은 전혀 없는 것이 된다.

호르몬, 근력과 근육량, 종목별 차이, 골밀도, 부상의 위험, 심리 등의 다양한 요인을 소개하며 이 요인들 간의 인과 관계나 상관관계 등을 고려한 복합적 연구나 지표가 부재한 것은 아쉬운 부분이다. 그러나 연구에 기꺼이 참여할 선수를 확보하는 것조차 어려운 일이며 스포츠의 고정적 성 관념, 스포츠 과학의 더딘 발전 속도를 감안하면 양질의 연구는 요원해 보인다.

결국 제도의 변화를 이끌어내려면 정확한 과학적 데이터가 필요하고, 과학적 데이터를 더 적극적으로 얻기 위해서는 성 소수자가 더 당당해지고 권익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 분위기가 선행되어야 하고, 그러한 분위기가 만들어지려면 정치권이 이를 정쟁의 도구로 사용해야 하지 말아야 하며, 역으로 정치권이 이를 표몰이로 이용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여론이 다시 성숙해져야 한다. 엄청난 딜레마다. 그렇다면 사회 전반의 인식은 어떨까? 전 세계적으로 다양성에 대한 인식은 높아지고 있으니 이 문제 역시 오래지 않아 해결될 수 있을까? 이를 위해 토머스가 촉발한 또 하나의 논쟁인 라커룸, 그리고 화장실 문제에 대해 살펴봐야 한다. 사회의 저항이 어느 곳에서 발생하고 또 어떤 양상으로 달라지는지를 관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음 장에서는 사회 전반의 인식과 함께 어떤 대안이나 절충안이 있을지 함께 살펴보고자 한다.
[1]
Emma N. Hilton & Tommy R. Lundberg, 〈Transgender Women in the Female Category of Sport: Perspectives on Testosterone Suppression and Performance Advantage〉, 《Sports Medicine》, 51, 2021., pp.199-214.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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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Joanna Harper, 〈Race Times for Transgender Athletes〉, 《Journal of Sporting Cultures and Identities》, Common Ground Research Networks, 2015.
[4]
Dr Georgina Stebbings et al, 〈The BASES Expert Statement on Eligibility for Sex Categories in Sport: Trans Athletes〉, 《The Sport and Exercise Scientist》, 68, The British Association of Sport and Exercise Sciences, 202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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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Joanna Harper et al, 〈How does hormone transition in transgender women change body composition, muscle strength and haemoglobin? Systematic review with a focus on the implications for sport participation〉,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55, 2021., pp. 865-87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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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Scharff, M et al, 〈Change in grip strength in trans people and its association with lean body mass and bone density〉, 《Endocrine Connections》, 8(7), pp. 1020-1028.
[9]
Austin Carmody, 〈Are Swimmers Good Runners? (Here’s What the Research Says)〉, Hydropursuit.
[10]
Birnbaum A, Karamitopoulos M, Carter CW, 〈Musculoskeletal health considerations for the transgender athlete〉, 《The Physician and Sportsmedicine》, 2022.
[11]
Swan D, Carter-Brzezinski L, Thachil J., 〈Management of venous thromboembolism in athletes〉, 《Blood Reviews》, 2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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