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붕괴를 완성하다
9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비관의 시대를 넘어 변화를 상상하라


2019년 2월 28일 열린 2차 북미 정상 회담이 ‘노 딜(no deal)’로 끝날 줄은 몰랐다. 1년 전만 해도 북미 정상이 두 차례나 만나서 손을 맞잡을 줄 몰랐다. 3년 전에는 도널드 트럼프라는 인물이 미국의 대통령이 될 줄 몰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탄생 이후, 한반도를 비롯한 세계는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암흑 속이다. 인종 차별, 보호 무역을 앞세운 미국 제일주의와 각종 스캔들, 파격적인 북미 정상 회담 추진까지. 우리가 그동안 믿어 왔던 자유와 다양성, 법치, 합리주의라는 틀로는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잇따르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트럼프 시대의 불안을 진단하고 처방할 명확한 근거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북미 정상의 회담이 열렸지만, 휴전 상태를 뒤엎을 만한 평화의 바람도, 개전으로 이어질 만한 충돌의 기미도 분명하게 보이지는 않는다. 보호 무역 조치로 미국과 중국이 갈등하고 있지만 동시에 화해의 제스처도 보인다. 위기인지, 기회인지 알 수 없는 모호한 상황뿐이다.

미국 정치 전문가인 저자는 모른다는 사실을 인정하는 일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다고 말한다. 불확실성과 충격의 시대는 이미 도래했고 우리는 기존의 문법을 넘어 새로운 시각에서 답을 찾아야 한다.

저자는 우선 과거를 살핀다. 세계가 확장되고 연결되었던 제국의 질서가 끝나고, 질서 이탈의 시대가 시작되었다고 말한다. 제국의 논리는 불평등과 격차라는 자본주의 시스템의 오류, 환경 파괴와 지구의 위기라는 인류 생존의 위협을 낳았다. 트럼프는 제국의 붕괴를 알리는 신호탄이 아니라, 붕괴의 결과이자 붕괴의 완성이었다.

미래를 내다보기 위해 중요한 것은 자유주의와 사회주의, 보수와 진보 같은 기성의 이분법적 사고를 넘어서는 생태 문명의 관점이다. 저자는 지구 환경의 심각한 위기가 역설적으로 새로운 사고를 가능케 하는 출발점이 될 수 있다고 진단한다.

이 책은 혼돈의 시대를 이해하기 위한 통찰의 매뉴얼이라고 할 수 있다. 트럼프라는 자유 세계의 파괴적 리더가 탄생하기까지의 과정과 전조를 세밀하게 들여다보는 기회를 준다. 영화와 정치, 사회, 철학 분야 대가들의 사상이 교차하는 흥미롭고 날카로운 분석은 미래를 내다보는 시각을 만드는 과정을 돕는다.

인류가 지금껏 경험한 적 없는 거대한 전환과 위기의 시대를 과거의 문법으로 해석하면 비관적 전망이 나올 뿐이다. 폭넓은 시야에서 세계를 읽고, 생각하고 실천하는 힘을 갖춘다면 우리의 미래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김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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