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의 일
6화

에필로그 ; 유튜브 그리고 유튜버의 내일

유튜버는 요즘 젊은 세대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어린이들은 유튜버를 장래 희망 목록에 올린다. 교육부와 한국 직업 능력 개발원의 조사에서 유튜버가 초등학교 학생들의 장래 희망 5위에 오르기도 했다.[1]

스타급 인기를 누리고 있는 유튜버들이 자신의 수입을 하나둘씩 공개하면서 이들이 웬만한 직장인보다도 훨씬 높은 소득을 올리고 있음이 알려졌다. 이례적으로 높은 그들의 연 수익은 불경기와 취업난이 계속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을 수밖에 없었다. ‘유튜브계의 유재석’으로 불리는 유명 게임 유튜버 대도서관은 연 17억 원, 자타공인 1세대 뷰티 유튜버 씬님은 연 12억 원, 먹방 유튜버 밴쯔는 연 10억 원의 소득을 올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2]

유튜브 이용자와 그들의 콘텐츠 시청 시간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한 것 또한 유튜버가 새로운 직업으로 각광받는 데 한몫했다. 애플리케이션 분석 업체인 와이즈앱이 국내 안드로이드 스마트폰 이용자의 애플리케이션별 사용 시간을 조사한 결과, 2018년 8월의 유튜브 총 이용 시간은 333억 분으로, 타 애플리케이션에 비해 이용 시간이 가장 많았다. 이는 같은 조사 기관에서 2017년 8월에 집계했던 234억 분보다 42퍼센트가량 증가한 것으로, 국내 1위 메신저 애플리케이션인 카카오톡의 이용 시간인 199억 분보다도 훨씬 많은 양이다.[3] 1년 만에 사용량이 급격히 늘어난 것으로 미루어 보아, 앞으로 시청자들의 유튜브 사용량은 더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다.

유튜버의 활발한 콘텐츠 생산 활동이 많은 사람들로부터 관심을 받게 되면서 유튜버들을 지원, 관리하며 수익을 공유하는 MCN 사업이 형성됐다. 유튜버들의 저작권 관리, 광고 유치, 제작 자금 등을 서포트하고 콘텐츠로부터 발생하는 수익을 유튜버와 나눠 갖는 비즈니스 모델이 구축되었고, 그에 따라 유튜버들의 수입원 또한 확장되어 왔다. CJ E&M의 다이아 티브이(DIA TV)는 우리나라에서 최초로 MCN 사업을 시작한 MCN 사업의 대표 주자다. 소속 유튜버만 1500명 이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 외에도 샌드박스 네트워크, 비디오 빌리지, 트레저헌터 등 다양한 MCN 사업체들이 등장해 수억 원대의 투자 유치에 성공하고 있다. 게임 유튜버 도티가 설립한 샌드박스 네트워크는 최근 250억 원 규모의 투자를 유치해 400억 원의 누적 투자액을 달성하며 사업 영역을 확장하고 있다.[4]

유튜버들의 상업적 가치와 파급력은 유튜브 밖으로 확장된다. 유명 유튜버의 영상에 등장하는 제품들은 매출이 두세 배씩 오르기도 하고, 유튜버가 추천하는 제품이 순식간에 완판되기도 한다. 뷰티 유튜버 홀리와 함께한 화장품 기업의 신제품 사전 판매 이벤트에서는 단 2분 30초 만에 3000개의 제품이 모두 판매되었고[5], 뷰티 유튜버 헤이즐과 화장품 기업이 협업해 제작하고 헤이즐을 제품 모델로 내세운 메이크업 제품은 한 달 만에 모두 팔렸다.[6]

유튜버들은 콘텐츠 시장에서도 새로운 트렌드의 중심이다. 이들이 만들어 낸 새로운 콘텐츠 형식은 기성 미디어 시장에도 영향을 끼쳤다.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있는 MBC 예능 프로그램 〈마이 리틀 텔레비전〉이 대표적인 예다. 유튜브를 비롯한 다양한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이 생산하는 콘텐츠가 소수 마니아들의 전유물에서 시작해 점차 대중화되면서, 기성 미디어인 지상파 방송이 그들의 콘텐츠 형태를 적극적으로 수용한 것이다. 온라인에서 구축된 콘텐츠 형태가 고유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한 채 주류 미디어 속으로 흡수된 셈이다. 이러한 역전 현상은 1인 미디어 콘텐츠가 하나의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는 것을 증명한다.

‘먹방’ 역시 역전 현상을 통해 새로운 TV 방송 포맷이 되었다. 특별한 구성 없이 음식을 먹는 모습을 오랫동안 보여 주면서 시청자의 미각을 자극하는 데에 집중했던 유튜버들의 먹방은 올리브(Olive) 채널 인기 프로그램인 〈밥블레스유〉, 코미디 티브이(Comedy TV)의 대표 예능 〈맛있는 녀석들〉 같은 인기 먹방 프로그램을 탄생시킨 기반이다. 지금도 유튜브에서는 ASMR, 스터디 위드 미처럼 전에 없던 새로운 장르의 콘텐츠 포맷이 생산되고 있다. 그리고 이는 많은 미디어 콘텐츠 제작자들에게 영감을 준다. 유튜브가 콘텐츠 시장의 변화를 선도하는 출발점이 된 것이다.

전통 매체와 유튜브 사이의 경계가 점점 흐려지면서 유튜버들이 연예인들과 함께 TV나 라디오에 출연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유튜버들이 대거 출연하는 JTBC 프로그램 〈랜선라이프〉, 뷰티 유튜버 이사배가 출연해 화제가 된 MBC 간판 예능 프로그램 〈라디오스타〉처럼 말이다. 유튜버의 활동 범위 또한 온라인 플랫폼을 벗어나 점차 넓어지고 있다.

‘유튜버가 직업이야?’ 유튜버를 직업으로 볼 수 있는지 의문을 갖는 사람들은 여전히 많다. 하지만 내가 만나 본 유튜버들은 자신의 일에 진지하게, 열정적으로 임하고 있었다. 창의성을 발휘해 영상을 만들며 콘텐츠 시장을 이끌어 나가는 유튜버는 미래에 더 큰 영향력을 갖게 될 직업이다. 새로운 콘텐츠 생산의 최전선에 있는 유튜버를 하나의 직업으로 바라본 이 책이 콘텐츠 시장의 변화와 직업의 미래를 그리는 밑바탕이 될 수 있기를 바란다.
[3]
금준경, 〈유튜브, 전 연령대에서 사용 시간 1위〉, 《미디어오늘》, 2018. 9. 11.
[6]
홍승해, 〈제이에스티나뷰티, 유튜버 '헤이즐' 쿠션 완판〉, 《패션비즈》, 2018. 7.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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