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튜버의 일
7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 커뮤니티를 만드는 관종의 시대

유튜버 오눅의 브이로그를 즐겨 본다. 도쿄에 사는 직장인인 오눅은 일하고, 출퇴근하고, 옷을 입고, 요리하고 밥을 먹는 일상을 콘텐츠로 만든다. 평범한 장면들이 이어지지만, 무려 21만 명이 채널을 구독하고 있다. ‘눅이꾼’으로 불리는 구독자들은 영상에 댓글을 달고, 라이브 방송에서 질문을 쏟아 낸다. 구독자 질문에 대답하는 Q&A 영상이 콘텐츠가 되기도 한다. 본업과 유튜버 활동을 겸하는 이들은 이외에도 많다. 퇴근 후 본업과 관계없는 콘텐츠를 만드는 이들도 있고, ‘변호사 브이로그’가 등장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아예 유튜버로 전업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영상을 자주 보는 구독자이면서도 유튜버들이 마냥 신기했다. 어떻게 부족한 시간을 쪼개 미래가 불확실한 활동에 투자하는 것일까? 호의와 적대가 뒤섞인 관심을 진심으로 즐길 수 있을까?

유튜버로 활동했던 저자가 만난 유튜버들의 이야기를 읽고 의문이 풀렸다. 유튜버는 취미가 아닌 직업이었다. 유튜버들은 진지한 태도로 직업에 종사하고 있었다. 본업이 있더라도, 그 일보다 더 가능성 있는 미래 직업에 투자하는 차원에서 유튜브에 뛰어들었다. 유튜버가 직업인 이유는 꾸준히 수익이 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무엇보다 유튜버 스스로가 자신의 일을 직업으로 대하기 때문이다.

유튜버들은 스스로를 관종이라고 서슴없이 말한다. 오히려 관종이어야 유튜버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관종끼’는 유튜버의 직업적 역량이다. 유튜버는 각자의 특별함을 스스로 발굴하고 보여 주는 데 능한 퍼포머이자 기획자다. 광고 수익을 고려해 자신의 이미지를 만들고, 원하는 광고를 수주하며, 유튜브 플랫폼 밖으로의 확장까지 고려하는 사업가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유튜버를 중심으로 커뮤니티를 구성하는 시청자다. 유튜버는 시청자의 이야기를 콘텐츠에 반영하는 법을 가장 잘 알고 있는 크리에이터이자 스타다.

2018년 8월 기준 국내 유튜브 애플리케이션의 월간 순 사용자 수는 3093만 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유튜버가 만드는 커뮤니티의 일원이다. 유튜브 사용자들은 보고 싶은 영상을 요청하고 댓글을 달면서 유튜버와 친구가 되고 싶어 한다. 유튜브의 시대, 유튜브 사용자는 곧 모든 콘텐츠와 제품, 서비스의 소비자다. 유튜버의 일을 이해하는 것은, 이 시대의 커뮤니티, 콘텐츠, 그리고 소비자를 이해하는 방법이다.

소희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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