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덤 3.0
9화

북저널리즘 인사이드; 가장 적극적인 소비자가 원하는 것

팬덤은 가장 적극적인 소비자다. 좋아하는 것에 대한 애정을 열정적으로 표현하고, 집중적으로 소비한다. 새로운 3세대 팬덤은 한 걸음 더 나아간다. 취향에 맞는 스타를 만들어 내고, 전략을 세워 홍보 활동을 한다. 소비자로서 자신이 상품의 주인이 되기를 바라며 의견을 피력한다. 이들의 의견은 아이돌 산업에 실제로 반영되고, 팬들은 그만큼 스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느낀다.

팬들은 스타를 성공시키기 위해 다양한 전략을 구사한다. 음원 사이트의 순위 집계에 최적화된 스트리밍 방식을 찾아내고 ‘스밍단’을 꾸려 조직적으로 음원 순위를 올린다. 스타가 광고하는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물론, 광고주가 성과를 확인하는 방식을 고려해 후기 글을 작성하기도 한다. 적극적인 소비를 넘어 자신이 만든 아이돌을 대중에게 홍보하는 활동이다.

스타로부터 독립된 시각에서 신념을 표현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스타와 관련된 이슈가 발생하면 소신에 따라 사안을 판단한다. 3세대 팬덤을 대표하는 워너원 팬덤은 워너원과 관련된 논란이 발생했을 때 무조건 스타를 감싸거나 논란을 축소하려 하지 않고, 사건에 대한 판단을 먼저 내린 후 행동을 결정했다. 스타에 대한 애정보다 자신의 신념이 중요하다는 태도다.

이런 팬덤의 모습은 새로운 소비자의 태도를 고스란히 보여 준다. 새로운 소비자들은 애정 표현에도, 비판에도 적극적이다. 지지하는 기업 혹은 상품에 아낌없는 성원을 보낸다. 최근에는 영화를 응원하기 위해 관람하지 않더라도 티켓을 사는 ‘영혼 보내기’가 화제가 됐다. 마음에 드는 상품을 구매하는 데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품과 기업의 가치를 스스로 판단한 후 지지한다면 소비자 운동의 차원에서 대대적인 소비와 홍보를 이끌어 내는 것이다.

기업이 부적절한 방식으로 영업하거나 가치관에 맞지 않는 광고를 게시하면 문제를 제기한다. 피드백이 오지 않을 경우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한다. ‘대리점 갑질’ 논란으로 불매 운동의 대상이 된 남양유업이나 사내 성폭행 사건에 대한 대처 문제로 논란이 된 한샘 등이 대표적이다. SNS를 통해 팬을 만들며 규모를 키운 쇼핑몰 임블리 역시 VIP 소비자의 반발로 사업에 큰 타격을 입었다.

상품의 ‘주인’을 자임하는 새로운 소비자들은 강력하게 의견을 밝히고 요구한다. 그리고 이런 요구를 들어주는 기업을 유능하다고 평가하고, 그렇지 않으면 무능한 것으로 여긴다. 소비자들이 어떤 생각을 하는지, 이들 사이에 자리 잡은 문화는 무엇인지 파악해야 하는 이유다. 팬덤은 적극적인 소비자의 전형이고, 상품에 대한 애정이 가장 큰 소비자이자 행동주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주체다. 팬덤 문화의 변화에서 소비자의 인식 변화를 가장 먼저 읽을 수 있다.

소희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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