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 홍콩 민주화 운동
1화

민중 대 권력

홍콩의 법치가 무너진다면, 고통받는 것은 홍콩 시민만이 아니다

©TheEconomist/Shutterstock
이번 주 홍콩을 뒤흔들었던 시위대에게는 눈에 띄는 세 가지가 있었다. 우선은 아주 많은 사람들이 모였다는 것이다. 1997년에 홍콩이 중국에 반환된 이후로 아마도 가장 거대한 규모인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길거리를 점령했다.[1] 두 번째는 시위대의 대부분이 젊은이들이었다는 것이다. 너무 어려서 영국 식민 시기의 법치에 대한 향수가 없는 이들은 온전히 스스로의 의지로 베이징의 압력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세 번째는 그들이 놀라운 용기를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2014년의 ‘우산 혁명’ 이후, 공산당은 더 이상의 불복종을 용인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공권력은 시위 사흘째 되던 날 고무탄과 최루 가스를 발사하고, 강력한 법적 처벌 의사를 밝혔다. 그리고 시위대는 용감하게 맞섰다. 홍콩 시민들 다수가 생각하듯 이러한 모든 상황은 이 도시의 불안정한 미래에 대한 예고편인지도 모른다.

간단히 살펴보자면 현재의 시위는 한 가지 법적인 절차에 관한 것이다(2화 참조). 지난해에 홍콩 남성 한 명이 함께 대만을 여행 중이던 여자 친구를 살해한 뒤에 홍콩으로 도주한 사건이 있었다. 그러나 용의자는 범죄를 저지른 대만에서 재판을 받을 수가 없다. 홍콩의 현행법으로는 그를 대만으로 인도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홍콩 정부는 대만은 물론이고 범죄인 인도 조약을 맺지 않은 다른 나라들로 범죄 용의자들을 보낼 수 있는 새로운 법을 만들기로 했다. 그 다른 나라들에는 중국 본토도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실질적인 의미를 들여다보면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한 문제가 있다는 걸 알 수 있다. 홍콩 현행법의 초안은 영국 식민 시기에 만들어졌다. 그래서 중국 대륙으로의 범죄인 인도 조항이 제외되어 있다. 중국 법원의 공정성을 신뢰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범죄인 인도 조항이 존재한다면, 모든 홍콩인들이 변덕스런 중국 사법 체계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다. 중국에서는 당의 지배가 법의 지배보다 우선하기 때문이다. 반체제 인사들이 베이징으로 송환된다면 중국 법원의 혹독한 형벌을 받게 될 것이다. 홍콩의 사업가들은 든든한 연줄을 가진 중국의 경쟁자들의 모략에 휘둘리는 법정에 끌려갈 리스크를 안게 될 것이다.

일당 독재 국가와 자유로운 세계 시장을 연결하는 연약한 교각인 홍콩에게 이런 상황은 재앙이 될 수도 있다. 세계의 많은 기업들은 중국이라는 거대한 시장과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뿐 아니라, 서양 경제에서는 상식인 투명성이라는 원칙이 적용되는 곳이라는 이유로 홍콩을 선택한다. 중국 본토 덕분에 홍콩은 세계 8위의 수출국이며,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주식 시장을 보유하고 있다. 그리고 홍콩의 거대한 은행 시스템은 서양과 아주 매끄럽게 연결되어 있고, 홍콩 달러의 환율은 위안화가 아닌 달러와 연동되어 있다. 수많은 글로벌 기업들에게 홍콩은 중국 시장의 관문인 동시에, 아시아 대륙의 중심이다. 홍콩에 아시아 지역 본부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의 수만 해도 1300개가 넘는다. 만약 홍콩이 중국의 다른 도시들과 비슷한 곳이 되어 버린다면, 고통받는 것은 홍콩 시민들만이 아니다.

우려는 현실이 되고 있다. 2012년 중국의 지도자 자리에 오른 시진핑은 홍콩의 사법 체계가 당의 지시에 따라야 한다는 점을 훨씬 더 명확하게 밝혀 왔다. 지난 2월 연설에서 그는 이렇게 공표했다. “중국이 ‘사법부의 독립성’이라는 서양의 방식을 따를 필요는 없다.” 2015년에 시진핑은 민간 변호사들과 인권 활동가들의 목소리를 억압하기 위한 작업을 시작했다. 수백 명의 변호사와 활동가들이 경찰에 구금되고 박해를 받았다. 중국 당국은 사람들을 납치하기 위해서 별개의 법치 구역인 홍콩에 폭력배들을 보내기까지 했다. 그들이 표적으로 삼았던 사람들 중에는 당에 대해 비판적인 책을 발간하던 출판인도 있었다. 그가 납치된 곳은 홍콩의 어느 주차장이었다. 2017년에는 재계의 거물 한 명이 포시즌스 호텔에서 납치되기도 했다. 이러한 사건들의 메시지는 분명하다. 시진핑이 법의 지배를 무시하는 곳은 중국만이 아니다. 그는 중국 밖에서도 법치를 경멸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새로운 법안을 안전 장치라고 말하고 있다. 하지만 시위대는 그 주장을 단번에 일축한다. 원칙적으로 보면 정치적 사건에는 범죄인 인도 조항이 적용될 수 없다. 형량이 높은 다른 범죄들에만 적용할 수 있을 뿐이다. 하지만 중국은 이미 오래전부터 비판적인 인사들을 비정치적인 죄목으로 기소해서 처벌하고 있다. 홍콩 정부는 화이트칼라의 범죄 건수가 줄어들고 있기 때문에, 신규 법안의 적용 범위가 크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사기와 협박 범죄는 줄어들지 않았다. 홍콩 정부는 중국으로 범죄인을 인도하는 일은 중국 대법관들의 요청이 있을 때만 고려될 것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인도 여부는 홍콩의 행정 장관이 결정하게 될 것이다. 그 결정을 하게 될, 홍콩 정부의 수반은 현재 캐리 람(林鄭月娥)이다. 그녀는 당에 충성하는 대의원들에 의해 선출되었으며, 베이징의 당과 보조를 맞추고 있다. 홍콩의 법원이 그 결정에 반대할 여지는 거의 없을 것이다. 새로운 법안은 당에 비판적인 사람들을 국경 너머로 넘길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그래서 홍콩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는 것이다.

지금은 일촉즉발의 상황이다. 시위는 폭력적인 양상이 되었다. 1967년 식민 반대 시위 이후보다 더 폭력적으로 보인다. 베이징의 관료들은 시위대 안에 외국인들이 섞여 있다고 비난한다. 람 행정 장관은 완강하게 버티고 있다. 하지만 그녀에게 생각할 시간은 아직 남아 있다.

새로운 법안이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명분으로 내세웠던 살인 사건 용의자의 인도라는 목표는 달성되지 않을 전망이다. 정작 대만 정부는 대만을 중국의 영토로 규정한 법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좀 더 간단한 해결책으로는 홍콩의 법원이 홍콩 밖에서 발생한 살인 사건들을 다룰 수 있게 하자는 주장이 있다.[2]

2003년 추진된 반체제 인사들을 처벌하는 법률은 대규모 시위 이후 보류된 상태로 남아 있었다. 홍콩 정부가 이번 기회를 오랫동안 잠자고 있었던 법안을 통과시킬 기회로 보고 있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람 행정 장관은 결국 법안이 통과되지 못했던 2003년의 선례를 교훈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세계 각국의 정부가 압박을 가할 수도 있을 것이다. 최소 2047년까지 홍콩의 자치권을 보장한다는 조약에 서명한 영국에게는 더 큰 책임이 있다. 영국 정부는 새로운 법안의 ‘잠재적 영향’에 대한 우려를 표하하는 수준에 그칠 것이 아니라, 이 법안은 잘못된 것이라고 강경하고 분명한 목소리로 밝혀야 한다. 중국과의 무역 전쟁에 휘말려 있는 미국으로서는 홍콩이 두 강대국이 충돌하는 격전지가 될 리스크가 있다. 미국 정치권에서는 이 법안이 통과되면 미국이 홍콩에 부여하고 있는 특별한 지위가 흔들릴 것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이는 신중하게 접근해야 하는 문제다. 홍콩과의 관계를 끊는 것은 홍콩에서 발생하는 미국의 이익에 반하는 것일 뿐 아니라, 홍콩 사람들의 미래 역시도 망가뜨리는 것이다. 민주주의를 원하는 그들에게 해서는 안 될 일이다. 미국 입장에서는 중국 정부에 압력을 가하거나, 미국인의 범죄인 인도 요청을 각 사건별로 엄격하게 조사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홍콩 정부를 압박하는 것이 더 낫다.

하지만 그런다고 해서 효과가 있을까? 답하기 어려운 질문이다. 왜냐하면 결정권은 시진핑의 손에 있기 때문이다. 중국은 홍콩에 대한 지배권을 강화하기 위해 값비싼 대가를 치러 왔다. 중국은 대외적으로 중국과 홍콩의 조화로운 모습을 보여 주고 싶어 하지만, 전 세계는 중국이 얼마나 무자비하면서도 비타협적인지를 목도해 왔다. 22년 전, 홍콩이 중국으로 반환되었을 때는 두 개의 체제가 서로 함께 성장한다는 목표가 있었다. 이번 시위는 그 계획이 제대로 진행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1]
6월 16일 시위에는 홍콩 인구 744만 명의 3분의 1 수준인 200만 명(주최 측 추산)이 참여했다.
[2]
홍콩의 현행 형법은 속지주의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영외인 대만에서 여자 친구를 살해한 용의자에게 살인 혐의를 적용할 수 없다. 따라서 용의자에게는 여자 친구의 현금 카드를 훔쳐서 돈을 인출한 혐의만을 적용할 수 있었다. 용의자에게는 돈세탁 방지법 위반으로 29개월의 징역형이 선고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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