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치는 재미가 없습니다. 승자의 얼굴이 늘 똑같기 때문입니다. 1955년 창당된 이후 일본의 제1당은 자민당이었습니다. 자연스럽게 총리도 자민당 소속이고요. 70년의 역사를 통틀어 정권을 놓쳤던 적은 약 3년 3개월가량입니다. 일본은 자민당의 나라입니다.
하지만, 이 독점이 뒤집힐지도 모릅니다. 오는 7월 20일 치러질 참의원 선거 결과가 관건입니다. 지지율은 떨어지고 있습니다. 지난 7월 11일부터 13일 사이에 진행된 NHK의 여론조사에서는 24퍼센트를 기록했습니다. 잠시 정권을 내줬던 민주당으로부터 자민당이 여당 자리를 탈환했던 것이 2012년 12월입니다. 그 이후 자민당의 지지율이 이렇게까지 낮았던 적이 없습니다. 좋지 않은 시그널입니다.
자민당을 향한 지지는 떨어지는데 신생 정당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이 정당들이 약진하고 있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주목받는 것이 ‘참정당’입니다. 현지 언론은 ‘태풍의 눈’이 될 수 있다며 주목합니다. 그런데 이 정당, 정치를 유튜브 하듯 합니다. 좀 위험해 보입니다.
참여할 수 있는 정치, 참정당
일본 의회는 중의원과 참의원으로 나뉩니다. 각각 하원, 상원과 비슷한 개념입니다. 자민당은 공명당과 연립 여당을 구성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연립 여당은 이미 중의원에서 과반을 잃었습니다. 참의원 선거에서도 과반을 지키지 못하면 이시다 내각은 총사퇴 수순을 밟을 것으로 보입니다. 이렇게 되면, 국정 운영의 주도권을 빼앗깁니다. 야당이 어떻게 합종연횡하느냐에 따라 일본 정계는 급격한 변화의 물살을 탈 수도 있게 됩니다.
이번 선거에서 자민당과 공명당이 사수해야 하는 의석은 50석입니다. 그런데 여론조사 결과에 따라 참정당이 15석까지도 가져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옵니다. 《요미우리신문》은 19석까지도 가능하다는
조사 결과까지 내놓았습니다. 참정당이 의석을 확보할수록 연립 여당의 과반은 멀어집니다. 최종적으로 참정당이 두 자릿수 의석을 확보하게 된다면, 그 발언권은 무시 못 할 수준이 될 테고요.
참정당은 2020년 창당되었습니다. 대표는 가미야 소헤이, 1977년생입니다. 일본 정계에서는 꽤 젊은 축에 속합니다. 가미야는 일본 유권자에게 익숙한 정치인 유형이 아닙니다. 먼저 세습 정치인이 아닙니다. 일본은 대체로 대를 이어 정계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정치도 가업으로 하는 겁니다. 하지만 가미야의 집안은 정치와 아무런 상관이 없습니다. 가미야 본인은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다 가족이 운영하던 슈퍼마켓 점장을 맡았던 이력이 있습니다. 이 슈퍼마켓이 도산한 뒤 본격적으로 정계에 입문합니다.
그러니까, 가미야는 자민당의 쟁쟁한 엘리트 정치인들과는 달리 현실을 아는 사람입니다. 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쳤고, 자영업자의 고충도 겪었습니다. 스스로도 이 점을 내세웁니다. 자신의 경력이 교육이나 지방 경제에 관한 고민으로 이어졌고, 이 때문에 정치에 뛰어들었다는 겁니다.
하지만 당연히 쉽지 않았습니다. 시스템이 자리 잡은 대부분의 국가가 그렇습니다만, 일본 정계야말로 전형적인 ‘그들만의 리그’입니다. 정치 신인이 의회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가업을 이어받는 방식을 택하거나 주요 정당의 주요 계파에 몸담는 것 외에 방법이 없습니다. 가미야도 그 길을 걷고자 했습니다. 자민당 소속으로 중의원 선거에까지 입후보했죠. 하지만 낙선했고 이후 자리를 제대로 잡지 못했습니다. 보통은 여기까지입니다. 하지만 가미야는 다른 방법을 찾아냈습니다. 바로 ‘유튜브’입니다.
유튜브로 창당하는 방법
가미야는 낙선 이후 유튜브 채널을 개설하고 정치 평론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팬덤을 만듭니다. 콘텐츠의 주요 내용은 일본 정치와 역사에 대한 극우적인 해석, 역사 수정주의, 일본 제국주의 옹호, 한국과 중국 등 주변국 비판 등입니다. 유튜브라는 플랫폼에서 클릭과 후원금이 되는 주제들이죠. 2012년에 개설한 채널은 꾸준히 성장합니다. 그러다 2020년, 코로나19가 닥쳤습니다.
일본도 당시 강력한 방역 정책을 추진했던 국가 중 하나입니다. 거리의 상점은 문을 닫았고, 거리두기를 엄격하게 시행했습니다. 당연히 일상은 불편해졌고, 불만도 쌓였죠. 가미야는 이 기회를 놓치지 않았습니다. 마스크 착용이나 봉쇄, 백신 의무화 등에 반대하는 공약을 내세우면서 신당 창당에 나선 겁니다. 참정당의 시작입니다.
가미야는 창당 과정을 유튜브로
공개했습니다. 어차피 거리에 사람을 모을 수도 없던 시절입니다. 코로나19 방역에 반대하는 공약을 내세우며 2022년 참의원 선거에서 비례대표 1석을 확보합니다. 가미야가 드디어 의회에 입성한 겁니다. 이 경험은 가미야 자신에게도, 일본에도 중요한 경험이 됩니다. 온라인에서 ‘먹히는’ 이야기가 정치적 의제가 되고, 권력이 되는 과정입니다.
혐오 정치 101
창당 이후 참정당은 가미야의 개인 유튜브 채널과 한몸으로 움직이고 있습니다. 가미야가 주요 의제를 소위 ‘전문가’들과 대담 형식으로 풀어 올리면, 이를 바탕으로 참정당의 주요 정책을 만들어 내놓는 식입니다. 그러니까, 참정당은 유튜브 채널 운영의 확장판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그렇다 보니, 참정당의 주요 정책이나 주장도 극우 유튜브 채널이 주로 다루는 이슈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습니다. 예를 들면 음모론 같은 것 말입니다. 실제로 참정당 창당 멤버였던 보수 정치 유튜버 카즈야(KAZUYA)는 2021년 탈당을 선언하면서 참정당이 ‘딥 스테이트(Deep State)’같은 이야기를 들고나오는 이상, 함께 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