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새로운 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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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골적인 수자원의 무기화가 시작되었습니다.

중국의 새로운 무기

2025년 8월 4일

중국에서 아주 큰 공사가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2025년 7월 19일 착공식을 가졌습니다. 댐을 짓습니다. 위치는 얄룽창포강 유역입니다. 고원의 빙하가 녹은 물이 티베트 자치구를 서에서 동으로 가로질러 흐릅니다. 이 댐은 수력 발전을 위해 건설됩니다. 현재 세계 최대 규모의 수력 발전소는 중국 양쯔강 중류의 싼샤댐입니다. 완성되면 싼샤댐의 3.4배 용량, 연간 3000억 킬로와트시의 전력을 생산하게 됩니다. 영국이 1년 동안 쓰는 전력량과 맞먹는 수준이죠. 

엄청난 공사인 만큼, 침체한 중국 경제에도 활력이 될 전망입니다. 시멘트, 철강은 물론 모래나 골재, 구리 등의 원자재가 엄청나게 투입됩니다. 투자될 자금만 최소 17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됩니다. 우리 돈으로 약 23조 5000억 원이 넘습니다.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중국이 이 댐을 원하는 만큼, 주변 국가는 이 댐에 반대하고 있는 겁니다.

물을 다스리는 방법

중국의 역사는 ‘치수(治水)’의 역사입니다. 다른 고대 문명이 그러했듯, 중국 문명도 커다란 강 유역에서 시작되었습니다. 북부의 황허강(黃河)과 남부 양쯔강(長江) 유역을 중심으로 농경 사회가 발달하면서입니다. 강은 계절에 따라 주기적으로 범람해 주변 토지를 비옥하게 만들었습니다. 가물면 기근에 시달렸습니다. 치수는 생존의 문제였으니 곧 정치의 문제이기도 했습니다.

농경의 시대를 지나 20세기에 들어서도 마찬가지였죠. 현대 중국의 치수를 상징하는 것이 바로 싼샤댐입니다. 이를 처음 계획한 것은 쑨원(1866~1925)입니다. 1919년 출간한 《건국방략》에서 댐 건설을 제안했습니다. 싼샤댐이 자리 잡은 양쯔강은 아마존강과 나일강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긴 강입니다. 규모만큼 크고 작은 범람이 끊이질 않았죠. 쑨원은 이 양쯔강을 잘 관리해 홍수를 예방하고 전력을 생산하고자 했습니다. 중국의 근대화를 상징하는 업적이 될 것이라 봤습니다.

하지만 기술이 없었습니다. 결국 싼샤댐은 1994년 겨우 착공됩니다. 하지만 우려는 여전했습니다. 1992년 건설 여부를 결정하는 표결에서는 대의원의 3분의 1이 반대하거나 기권했죠. 중국에서는 이례적인 일입니다. 그야말로 턱걸이 합격증을 받아 들고 공사를 시작한 겁니다. 2009년 완공 후에도 뒷말이 따랐습니다. 일단 부실 공사 스캔들이 줄줄이 터졌습니다. 수몰 지역 주민들의 인권 문제, 환경 파괴 문제도 당연히 제기되었죠. 세계 최대의 규모를 자랑하다 보니 엄청난 물의 무게로 인해 지구의 자전 속도가 느려졌다는 계산, 주변 지역의 대규모 지진 발생 위험을 높였다는 주장 등도 이어졌습니다.

그럼에도 싼샤댐은 현대 중국 경제의 한 축입니다. 제조업의 나라 중국은 전력 공급량이 곧 GDP 성장률과 직결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싼샤댐은 중국 총발전량의 11퍼센트를 담당합니다. 게다가 댐을 건설하면서 양쯔강 유역을 다닐 수 있는 선박의 크기가 1.5톤 규모에서 6~7톤급으로 커져 물류 효율까지 좋아졌습니다. 중국 제조업의 성장과 유지에 싼샤댐은 이제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되었습니다.

시진핑의 마셜 플랜

시진핑 정권은 이제 제2의 싼샤댐을 건설하고자 합니다. 들어가는 돈은 싼샤댐의 5배, 사용될 콘크리트 양도 5배가 될 전망입니다. 이렇게 엄청난 자원을 쏟아붓는 이유가 있습니다. 중국은 여전히 전기가 부족하기 때문입니다. 예전보다는 덜하다고는 하지만, 중국은 여전히 압도적인 세계 최고의 제조업 국가입니다. 제조업 비중이 30퍼센트에 달하고, 2023년까지 14년 연속 제조업 생산력 세계 1위를 기록했습니다. 게다가 국가 차원에서 AI와 자율주행 자동차 분야를 밀어주고 있습니다. 둘 다 미국과의 경쟁을 위해서는 엄청난 전력이 필요한 분야입니다.

여기에 중국이 만성적인 물 부족 국가라는 점도 한몫합니다. 전 세계 인구의 20퍼센트가 중국인입니다. 그런데 수자원은 6~7퍼센트 수준이죠. 물이 모자란 것만 해도 괴로운데, 지역에 따라 수자원의 불균형이 심각합니다. 간단히 보자면, 양쯔강의 남쪽은 물이 넘치고, 황허강의 북쪽은 물이 부족합니다.

이걸 해결하기 위해 중국이 추진해 온 수자원 개발 프로젝트 중 하나가 싼샤댐이었습니다. 다음으로 남수북조 프로젝트라 해서, 양쯔강의 물을 황하 쪽으로 돌리는 대규모 운하 건설도 추진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티베트고원을 거대한 물탱크 개념으로 활용하려는 계획이 가세합니다. 이 계획이 바로 이번에 새로 지을 댐과 연결되어 있습니다. 

중국 경제 전체를 추락시키고 있는 건설 경기, 부동산 경기를 회복시킬 것이라는 기대도 큽니다. 이 댐은 2013년까지는 도로도 뚫리지 않았던 외딴 지역에 건설될 예정입니다. 도로가 깔리고 철도가 들어오고, 공항 건설 가능성까지 거론됩니다. 인구 밀도가 워낙 희박한 곳이니 건설 노동자들이 머무를 주택 지구를 새로 개발해야 합니다. 먹고, 입고, 즐길 거리도 필요하겠죠. 이 모든 것이 내수를 일으키는 원동력이 될 수 있습니다. 미국 씨티 그룹 등 서구권 금융 기관들은 이 댐 건설로 중국 GDP가 연간 0.1~0.2퍼센트까지 상승할 것이라고 봅니다.

메콩강의 비극

하지만 이번에도 싼샤댐 당시와 같이 반대 여론이 따라붙습니다. 그런데 가장 큰 목소리는 중국이 아니라 인도에서 나왔죠. 물은 국경을 개의치 않고 흐르기 때문입니다. 물길이 흐르는 방향을 보면 인도가 얼마나 다급할지 보입니다. 댐이 건설될 얄룽창포강은 동에서 서로 흘러가다 댐이 건설될 위치에서 갑자기 방향을 바꿔 동남쪽으로 향합니다. 국경을 넘어 인도로 흘러 들어가다 다시 남쪽 방글라데시를 관통하는 겁니다.
이번 댐 건설은 중국과 인도의 대립을 한층 강화하고 있습니다. / 츨처: YTN
즉, 중국이 이 댐을 통해 수도꼭지를 틀고 잠글 때마다 인도는 홍수와 가뭄을 걱정해야 합니다. 안 그래도 중국과 국경 지역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았던 인도로서는 불안할 수밖에 없습니다. 게다가 댐이 건설될 지역은 분쟁지역인 ‘아루나찰프라데시주’ 코앞입니다. 이곳은 인도가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중국은 ‘남티베트(藏南)’ 지역이라며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습니다. 지난 2020년 6월에는 양국 군대가 또 다른 분쟁지역인 ‘라다크’에서 충돌해 인도군 20명과 중국군 4명이 사망하는 사건이 발생하기도 했죠.

댐이 건설되면 중국은 인도를 향해 배치한 핵미사일 한 개를 얻게 되는 셈입니다. 당연히 중국은 부인합니다. 오히려 상호 협력하여 운영하면 홍수와 가뭄을 예방할 수 있다는 입장이죠. 그러나 인도는 이 댐을 심각한 안보 문제로 인식하고 있습니다. 그럴 만합니다. 이미 2014년 중국이 인도에 알리지도 않고 얄룽창포강에 짱무댐을 완공해 버린 선례가 있기 때문입니다.

중국이 얼마만큼 잔인해질 수 있을 것인가는 메콩강의 상황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최근 메콩강이 관통하는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등의 국가는 말라버린 메콩강 때문에 큰 피해를 보고 있습니다. 이들 국가에서는 메콩강의 물을 따라 고기를 잡고 강물로 농사를 지으며 대대로 살아왔습니다. 하지만 중국이 1996년부터 본격적으로 메콩강 상류에 댐을 건설하기 시작했습니다. 무려 13개나요. 여기에 물을 가두어 이 수자원을 중국 안에서 사용하려는 겁니다.

조상 대대로 메콩강의 범람 주기에 맞춰 살아온 주변 지역 사람들은 살길을 잃었습니다. 농사를 지을 수 없게 되었고, 고기를 잡을 수 없게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다른 일자리를 찾아 떠납니다.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겁니다. 하지만 피해국들은 인도처럼 대놓고 항의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중국은 동남아시아 국가들에 우주 기술 전수를 비롯해 각종 경제 협력을 약속하고, 또 추진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실, 이 지역은 미국에도 전략적으로 중요한 곳입니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등이 위치한 인도차이나반도는 인도양과 태평양을 잇는 지정학적 요충지이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중국이 메콩강의 물줄기를 틀어쥐면서 이들 국가의 목을 틀어쥔 꼴이 되었습니다. 지난 2016년 메콩강에 심각한 가뭄이 찾아오자, 주변국들은 중국에 그야말로 ‘애원’했습니다. 중국은 이웃의 가뭄을 ‘돕겠다’라며 댐에 가둬뒀던 물을 방류했죠. 중국은 미국과의 패권 경쟁에서 메콩강을 틀어쥐면서 이미 우위를 점한 겁니다.

어쩌면 더 잔인한

노골적인 ‘수자원의 무기화’입니다. 인도가 이번 댐 건설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는 이유입니다. 게다가 인도는 이 위험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습니다. 수자원이라는 무기를 틀어쥐고 휘둘러본 경험자이기 때문입니다. 바로 인더스강입니다. 지난 2025년 5월 카슈미르 지역에서 인도와 파키스탄이 충돌한 이후에도 인도는 보복 차원에서 파키스탄 수자원의 80퍼센트를 차지하는 인더스강 물줄기를 막아버렸습니다.

이렇게 상류에 위치한 국가가 강줄기를 쥐고 흔드는 일을 막기 위한 국제 협약이 있긴 합니다. UN의 ‘다국적 수로 협약’입니다. 하지만 상류에 있는 중국이나 인도로서는 가입할 이유가 없습니다. 협약은 유명무실합니다. 결국 인도가 대응할 방법은 또 다른 댐 건설입니다. 하지만 댐이 늘어날수록 하류 쪽의 삶은 더욱 메마를 수밖에 없습니다. 환경적 영향 또한 걷잡을 수 없이 커지겠죠.

2050년이 되면 전 세계적으로 50억 명이 물 부족을 겪을 것으로 전망됩니다. 도시화와 농업, 기후 변화 때문입니다. 수자원을 독점하고 있는 국가의 힘은 더욱 강해질 겁니다. 물 부족 국가 중국은 물줄기를 틀어쥐면서 패권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물은 전혀 새로운 종류의 무기입니다. 우리도 비슷한 공포를 겪었지만, 현재 인도가 우려하는 것처럼 엄청난 물을 터뜨려 하류로 보내 홍수를 일으키는 시나리오는 사실상 핵미사일과 크게 다를 바 없습니다. 하류 지역을 단숨에 파괴합니다. 복구에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그런데 물이 부족할 때 물줄기를 막아서면 서서히 말라 갑니다. 오늘보다 내일 더 괴로운 것이 자명합니다. 외교적 주도권이 물을 쥔 쪽으로 완전히 기울어 버립니다. 한때 전문가들은 지정학의 시대가 끝났다고 이야기했죠. 하지만 인간은 단 한 번도 자연을 ‘극복’한 적이 없습니다. 여전히 자연이 가장 큰 무기입니다. 중국은 본격적으로 그 무기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 bkjn review 시리즈는 월~목 오후 5시에 발행됩니다. 테크와 컬처, 국제 정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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