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을 해산해야 한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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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교 유착은 정당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정당을 해산해야 한다면

2025년 9월 22일

국민의힘 권성동 의원이 9월 16일 구속됐습니다. 통일교로부터 교단 현안 청탁과 함께 현금 1억 원을 받은 혐의입니다. 특별검사팀은 윤석열 정부와 통일교 간 정교 유착의 고리로 권 의원을 지목하고 있습니다. 통일교 측이 20대 대선을 앞두고 윤석열 후보를 지원할 테니, 윤 후보가 당선되면 교단 현안을 국가 정책에 반영해 달라고 ‘윤핵관’ 권성동 의원에게 청탁했다는 겁니다.

앞서 특검은 국민의힘과 통일교를 압수 수색해, 당원 명부와 교인 명단을 확보했습니다. 국민의힘 당원은 500만 명이고, 통일교 교인은 120만 명입니다. 두 명단을 대조했더니, 약 11만 명이 겹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특검은 통일교 측이 국민의힘 당 대표 선거 등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부부가 원하는 후보를 지지하게 할 목적으로 교인을 집단 가입시켰다는 의혹을 수사하고 있습니다.

통일교 측은 불법 금품 전달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윤영호 전 통일교 세계본부장 개인의 일탈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나 특검이 한학자 통일교 총재를 소환 조사하고 구속 영장을 청구한 걸 보면, 교단의 조직적 개입에 대한 증거를 어느 정도 확보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감히’ 통일교 총재에게 구속 영장을 칠 수 없었을 테니까요.

제기되는 의혹이 모두 사실이라면 정당 운영의 근간을 종교 단체가 흔든 셈입니다.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해산 가능성을 언급합니다. 정청래 민주당 대표는 “국민의힘이 통일교와 연루되었다는 것이 밝혀지면, 국민의힘은 정당 해산을 피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죠.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라는 헌법 제20조를 위반했다는 이유입니다.

2014년 헌법재판소는 통합진보당 해산을 결정하면서 정당 해산이 민주적 기본 질서를 수호하기 위한 “예외적이고 최후적인 수단”이라고 했습니다. 국민의 선택을 받은 정치 세력을 선거를 통한 심판이 아니라 헌법에 따라 해산하는 것은 민주주의에서 가장 강력한 제재입니다. 민주주의를 지키기 위한 자해적 조치라고도 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이번 사안은 중대합니다. 단순한 불법 정치 자금 수수나 개인 비리가 아닙니다. 특정 종교 단체가 특정 정당 내부의 의사결정과 당내 선거 과정에 조직적으로 개입했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런 정당이라면 민주적 기본 질서에 실질적인 해악을 끼칠 수 있는 구체적 위험성을 초래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당 해산이 공익에 더 부합할 수 있습니다.

정교 유착의 다른 한 축

그런데 정교 유착은 정당 혼자서 할 수 없습니다. 국민의힘이 헌법상 정교분리 원칙을 어긴 위헌 정당이어서 해산되어야 한다면, 통일교도 종교 단체 해산이 되어야 합니다. 정치가 종교를 이용하는 것도 문제이지만, 종교가 정치를 조직적으로 장악하려 하는 것도 문제입니다. 정교분리는 정치에만 책임을 지우는 원칙이 아닙니다.

통일교는 이미 일본 법원에서 지난 3월 해산 명령을 받았습니다. 2022년 7월 아베 신조 전 총리를 총격 살해한 범인이 “어머니가 통일교에 거액을 기부해 집안이 엉망이 됐다”라며 범행 배경을 밝히면서 일본 사회가 발칵 뒤집혔죠. 이듬해 일본 정부는 법원에 통일교 해산 명령을 청구했습니다. 1심 법원은 통일교의 고액 헌금 강요와 피해자들의 고통을 이유로 종교 법인 해산 명령을 내렸고요. 통일교는 “종교의 자유 침해”라며 상급 법원에 항소한 상태입니다.

일본 사회는 옴진리교에 이어 통일교까지, 국가와 사회를 위협한 종교 단체를 법적 절차로 정리해 왔습니다. 한국 역시 몇 년 전에 신천지 유관 단체인 HWPL 사건을 겪었죠. 코로나19 확산 당시 신천지의 불법적 전도 행위와 방역 방해가 사회적 분노를 불러일으켰습니다. 당시 서울시는 HWPL이 회계 감사도 하지 않는 등 설립 허가 조건을 위반했고, 목적 외 사업을 벌였고, 공공 시설을 불법 점유해 공익을 침해했다며 민법 제38조[1]에 따라 법인 설립 허가를 취소했습니다. 

HWPL은 서울시의 취소 처분에 대한 취소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2심까지 가서 결국 HWPL이 승소했죠. 서울시가 상고를 포기하면서 이 판결이 확정됐고요. 판결문을 요약하자면, HWPL이 잘못한 점이 분명히 있지만, 서울시가 HWPL에게 시정할 기회를 주지 않고 바로 취소 처분을 한 건 재량권 남용으로 위법하다는 것이었습니다. 한마디로, 민법은 좀 어겼지만 결사의 자유, 종교의 자유가 더 중요하다는 얘깁니다.

종교법인법

그러나 국민의힘과 통일교 유착 사건은 의혹이 사실이라면, 민법을 조금 어긴 수준이 아닙니다. 당시 여당과 종교 단체가 결탁해 표와 정책을 거래한 것은 정당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들고, 헌법이 금지하는 정교분리 원칙을 정면으로 위배한 행위입니다. 국가 권력이 특정 종교의 이해관계를 대리하는 구조를 제도화한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정당의 종교 단체 종속은 물론이고 종교 단체의 반사회적 행위에도 법적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한국은 일본처럼 종교 단체 해산에 대한 명확한 법적 장치가 부족하다는 것입니다. 일본에는 ‘종교법인법’이라는 법률이 있습니다. 종교법인법은 종교 단체에 법적 지위를 부여하는 동시에, 공익과 공공복리에 명확히 해가 되는 종교 단체의 해산 요건과 절차를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이 법을 근거로 옴진리교, 통일교 같은 종교 단체의 비리에 적극 대응할 수 있었습니다.

종교법인법에 따라 일본에서 종교 활동을 하려면 반드시 종교 법인으로 설립 허가를 받아야 합니다. 종교 법인이 민주주의 질서를 위협하거나 중대한 범죄를 저지르면 종교법인법 제81조에 따라 법원에서 해산 명령을 받을 수 있습니다. 해산 명령이 내려지면 해산된 종교 법인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종교의 활동이 금지됩니다. 사실상 그 종교는 끝입니다.

그런데 한국에는 그런 법이 없습니다. 아예 종교 관련 법 자체가 없습니다. 그래서 한국의 종교 단체는 민법상 비영리 법인으로 등록합니다. 한국에서 공익을 해치는 종교 단체를 해산하려면, 민법 제38조에 근거해 비영리 법인의 설립 허가를 취소해야 합니다. 그런데 이 비영리 법인의 설립 허가가 취소되더라도 비법인 사단의 형태로 유사 종교 단체를 만들어 활동할 수 있습니다. 교회와 사찰이 대표적인 비법인 사단입니다. 법인격은 아니지만 종교 단체로 인정되어 세제 혜택도 받을 수 있습니다. 종교 활동에 아무런 제약이 없습니다.

한국도 종교 자유의 본질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종교 단체의 조직적 범죄 행위를 제재할 수 있는 법적 근거를 마련할 필요가 있습니다. 종교 단체 해산 요건과 절차를 명확히 규정해야 합니다. 법령 위반, 조직적 불법 행위, 광범위한 피해 등 해산의 구체적 사유를 적시해야 합니다. 특히 공익 침해 기준을 구체화해야 합니다. 단순 위법이 아닌 반복적·구조적 불법, 대규모 피해, 시정 불가능성을 법률에 명시해야 합니다. 그래야 법원의 자의적 판단 여지를 줄이고, 공익 침해 종교 단체를 효과적으로 제재할 수 있습니다.

권한 주체와 절차도 강화해야 합니다. 현재는 문체부와 지자체 같은 주무 관청이 취소권을 갖는데, 정치적 부담이 커서 어지간해서는 행사하기 어렵습니다. 국회, 수사 기관, 시민 단체 등에 해산 청구권을 부여해, 정치적 중립성과 실효성을 확보해야 합니다. 헌금 환수, 배상 기금, 교인 보호 프로그램 같은 피해자 구체 절차도 함께 설계해야 하고요.

권성동 의원의 구속은 시작일 뿐입니다. 국민의힘 내부의 부패 고리를 도려내는 것은 정치와 사법의 당연한 책무입니다. 그러나 그와 동시에, 통일교라는 종교 단체가 한국 정치의 심장부까지 파고든 구조를 해체하지 않는다면 문제는 반복될 겁니다. 몇몇 사람을 보여 주기식으로 처벌하고 끝내면, 통일교와 신천지와 전광훈 목사 같은 세력에 정당이 다시 휘둘릴 수밖에 없습니다.

정교분리 원칙은 정당이나 종교 단체 어느 한쪽만 지켜서 될 일이 아닙니다. 종교의 자유는 신앙 본연의 영역을 지키는 진짜 종교가 누릴 수 있는 권리입니다. 그 원칙 뒤에 숨어 정교일치를 조직적으로 실현하려는 집단까지 보호해서는 안 됩니다.
[1]
제38조(법인의 설립 허가의 취소) 법인이 목적 이외의 사업을 하거나 설립 허가의 조건에 위반하거나 기타 공익을 해하는 행위를 한 때에는 주무관청은 그 허가를 취소할 수 있다.
* bkjn review 시리즈는 월~목 오후 5시에 발행됩니다. 테크와 컬처, 국제 정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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