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국회 국정 감사가 끝났습니다. 10월 13일부터 25일간 진행됐습니다. 여의도의 가장 큰 연례행사입니다만, 올해 국감은 유독 호된 평가를 받았습니다. 280여 곳의 시민단체가 연합해 매년 국감 결과에 성적표를 매기고 있는데, 올해 내놓은 성적표는 ‘F’입니다. 낙제란 얘깁니다. 국감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F 학점은 드문 일입니다. 사실, 2016년 국감 이래 처음입니다.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마지막 해였던 2016년 국감 말입니다.
매년 국감이 끝나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것이 ‘국감 무용론’입니다. 취지와는 관계없이 여야 간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헛웃음이 나오는 ‘연출’만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국회가 가장 뜨거운 시기는 국감이고, 국감 기간 질의서 한 장을 쓰기 위해 각 의원실의 보좌 직원들은 기꺼이 밤을 새웁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국감은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만해야 합니다.
가을은 ‘단독’의 계절
국정 감사는 입법부가 직접 행정부의 업무 상황을 살피고, 잘못된 부분에는 시정을 요구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의 권한이 막강합니다. 그래서 국감의 중요성이 더 큽니다. 유권자가 직접 뽑은 국회의원이 정부 부처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니 의미가 깊습니다.
국정 감사는 매년 최대 30일씩 할 수 있습니다.
법으로 정해져 있죠. 보통 가을에 진행됩니다. 그래서 각 의원실에서는 여름부터 ‘기획’에 들어갑니다. 상임위별로 할당된 ‘피감 기관’을 중심으로 자료를 요청하고, 관련 제보도 받습니다. 예를 들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난임 치료 관련 제보가 들어오면, 해당 의원실에서 제보의 신빙성이나 문제의 심각성 등을 검토합니다. 국감에서 다룰만한 사안이라고 판단하면, 보건복지부에 최근 10년간 난임 치료로 태어난 출생아 수 통계 등 관련 자료를 요청해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식입니다.
각 의원실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제보가 쏟아집니다. 각 직역 및 이익 단체, 기업에서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의원실을 찾아 국감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을 제안합니다. 혹은, 국감에서 문제시될 만한 내용에 관해 미리 ‘설명’을 하러 찾아오기도 하죠. 당연히 피감 기관으로 엄청난 자료 요구가 쏟아집니다. 따라서 국감 기간에는 피감 기관에도 비상이 걸립니다. 요구받은 자료를 작성하느라 일상적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죠. 때로는
기업에도 자료를 요청합니다. 기업도 요청을 거절하기 힘듭니다. 기업 총수도 종종 증인 출석을 요구받게 되니까요.
국감 기간을 앞두고, 혹은 국감 기간에 언론이 ‘단독’을 많이 내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의원실에서는 국감 이슈로 ‘발굴’한 내용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언론사는 단독 보도를 많이 내고 싶습니다. 양측의 필요가 만나 국감 기간 특유의 단독이 쏟아집니다. 예를 들면, 공유
킥보드 업체가 관련 법규 미비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거나, 고가의
의류 브랜드들이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새 옷을 태우고 있다는 내용 같은 겁니다. 보통 ‘○○○ 의원실과 언론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그 고양이의 불운
하지만 언론사를 통해 ‘단독’ 딱지를 달고 나간 기사로는 ‘돋보이기’ 어렵죠. 실적으로 쌓이지만, 유권자에게 국회의원의 이름을 각인시키기에는 부족합니다. 본게임은 국감장에서 벌어집니다. 국감 당일에는 ‘질의’가 이루어지는데, 이 순간이 전국에 생중계됩니다. ‘국회방송’을 통해 모든 과정이 영상으로 기록되어 남습니다. 국감을 진행하는 국회도, 피감 기관도 피를 말리는 준비 끝에 국감장에 들어설 수밖에 없죠.
물론, 대다수의 유권자는 간추린 버전을 저녁 뉴스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보게 될 겁니다. 각 언론사가 전체 국감 영상 중 시청자에게 전달할 장면을 골라 뉴스 리포트, 혹은 기사 글을 작성하니까요. 국감 당일 날카로운 질의를 통해 주목을 받아야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종 무리수가 등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