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 감사는 어쩌다 쇼가 되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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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감이 쇼츠 전쟁으로 비화했다면,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볼 때도 되었습니다. 

국정 감사는 어쩌다 쇼가 되었나?

2025년 11월 10일

2025년 국회 국정 감사가 끝났습니다. 10월 13일부터 25일간 진행됐습니다. 여의도의 가장 큰 연례행사입니다만, 올해 국감은 유독 호된 평가를 받았습니다. 280여 곳의 시민단체가 연합해 매년 국감 결과에 성적표를 매기고 있는데, 올해 내놓은 성적표는 ‘F’입니다. 낙제란 얘깁니다. 국감에 대한 비판은 어제오늘 이야기가 아니지만, F 학점은 드문 일입니다. 사실, 2016년 국감 이래 처음입니다. 탄핵으로 물러난 박근혜 전 대통령 집권 마지막 해였던 2016년 국감 말입니다.

매년 국감이 끝나면 도돌이표처럼 반복되는 것이 ‘국감 무용론’입니다. 취지와는 관계없이 여야 간의 극한 대립이 이어지고, 헛웃음이 나오는 ‘연출’만 반복되기 때문입니다. 국회가 가장 뜨거운 시기는 국감이고, 국감 기간 질의서 한 장을 쓰기 위해 각 의원실의 보좌 직원들은 기꺼이 밤을 새웁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국감은 망가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그만해야 합니다.

가을은 ‘단독’의 계절

국정 감사는 입법부가 직접 행정부의 업무 상황을 살피고, 잘못된 부분에는 시정을 요구하는 제도입니다. 우리나라는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행정부의 권한이 막강합니다. 그래서 국감의 중요성이 더 큽니다. 유권자가 직접 뽑은 국회의원이 정부 부처가 일을 잘하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니 의미가 깊습니다.

국정 감사는 매년 최대 30일씩 할 수 있습니다. 으로 정해져 있죠. 보통 가을에 진행됩니다. 그래서 각 의원실에서는 여름부터 ‘기획’에 들어갑니다. 상임위별로 할당된 ‘피감 기관’을 중심으로 자료를 요청하고, 관련 제보도 받습니다. 예를 들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의원실에 난임 치료 관련 제보가 들어오면, 해당 의원실에서 제보의 신빙성이나 문제의 심각성 등을 검토합니다. 국감에서 다룰만한 사안이라고 판단하면, 보건복지부에 최근 10년간 난임 치료로 태어난 출생아 수 통계 등 관련 자료를 요청해 문제가 없는지 살펴보는 식입니다.

각 의원실로 상상을 초월할 정도의 제보가 쏟아집니다. 각 직역 및 이익 단체, 기업에서까지 하루에도 몇 번씩 의원실을 찾아 국감 이슈가 될 만한 내용을 제안합니다. 혹은, 국감에서 문제시될 만한 내용에 관해 미리 ‘설명’을 하러 찾아오기도 하죠. 당연히 피감 기관으로 엄청난 자료 요구가 쏟아집니다. 따라서 국감 기간에는 피감 기관에도 비상이 걸립니다. 요구받은 자료를 작성하느라 일상적인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죠. 때로는 기업에도 자료를 요청합니다. 기업도 요청을 거절하기 힘듭니다. 기업 총수도 종종 증인 출석을 요구받게 되니까요.

국감 기간을 앞두고, 혹은 국감 기간에 언론이 ‘단독’을 많이 내는 이유가 바로 이겁니다. 의원실에서는 국감 이슈로 ‘발굴’한 내용을 널리 알리고 싶습니다. 언론사는 단독 보도를 많이 내고 싶습니다. 양측의 필요가 만나 국감 기간 특유의 단독이 쏟아집니다. 예를 들면, 공유 킥보드 업체가 관련 법규 미비를 적극적으로 홍보했다거나, 고가의 의류 브랜드들이 마케팅 전략의 일환으로 새 옷을 태우고 있다는 내용 같은 겁니다. 보통 ‘○○○ 의원실과 언론사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이라는 설명이 따라붙습니다.

그 고양이의 불운

하지만 언론사를 통해 ‘단독’ 딱지를 달고 나간 기사로는 ‘돋보이기’ 어렵죠. 실적으로 쌓이지만, 유권자에게 국회의원의 이름을 각인시키기에는 부족합니다. 본게임은 국감장에서 벌어집니다. 국감 당일에는 ‘질의’가 이루어지는데, 이 순간이 전국에 생중계됩니다. ‘국회방송’을 통해 모든 과정이 영상으로 기록되어 남습니다. 국감을 진행하는 국회도, 피감 기관도 피를 말리는 준비 끝에 국감장에 들어설 수밖에 없죠. 

물론, 대다수의 유권자는 간추린 버전을 저녁 뉴스 프로그램이나 유튜브를 통해 보게 될 겁니다. 각 언론사가 전체 국감 영상 중 시청자에게 전달할 장면을 골라 뉴스 리포트, 혹은 기사 글을 작성하니까요. 국감 당일 날카로운 질의를 통해 주목을 받아야 두고두고 회자될 수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각종 무리수가 등장합니다.
이 벵갈 고양이는 국정 감사장 촌극의 주인공으로 두고두고 회자되고 있습니다. / 출처: 채널A
2018년 국감에서는 당시 자유한국당 소속의 김진태 의원이 국감장에 벵갈 고양이를 데리고 나왔습니다. 철창 속에서 떨고 있는 고양이가 등장한 까닭은 대전 동물원에서 탈출한 뒤 사살된 ‘퓨마 사건’을 지적하기 위한 것이었습니다. 퓨마를 데려올 수는 없으니 최대한 가까운 종인 벵갈 고양이를 데려왔다는 건데, 당시 동물 학대라는 비난이 이어졌습니다.

증인 선정도 같은 맥락에서 이루어집니다. 같은 해 선동렬 당시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증언대에 섰는데, 선 감독을 향한 의원들의 질문에 전문성이 너무 떨어진다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선 감독을 증인대에 세워놓긴 했지만, 정작 의원들은 문제가 뭔지 제대로 알지도 못했다는 겁니다. 특히 당시 더불어민주당의 손혜원 의원은 선 감독을 향해 ‘아시안게임 우승이 어렵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발언하기도 했죠. 선 감독은 국감장에서의 수모를 이유로 자진 사퇴했고요.
 
당시 바른미래당의 김수민 의원의 질의 또한 전년도 기록을 근거로 한 것이어서 논란이 됐습니다. 선수들의 컨디션은 몇 달 만에 달라집니다. / 출처: JTBC
하지만 2025년도 기준으로 이 정도는 낙제 수준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국감이 시작되는 것부터가 난항이기 때문입니다. 여야가 정쟁 이슈로 서로를 향해 항의성 피켓을 내걸었다 국감은 시작도 하지 못하고 파행되는 것이 이제 정해진 수순이 되었습니다. 겨우 자리에 앉아도 질의다운 질의가 안 나옵니다. 각 부처의 수뇌부를 앉혀놓고 질의를 빙자한 ‘호통’을 이어가는 겁니다. 답변을 듣겠다며 불러 놓고, 어린아이 혼내듯 소리만 치다 답변자에게는 한마디 할 시간도 겨우 줍니다.

이러는 이유가 있습니다. 유튜브 때문입니다. 정확히는 ‘쇼츠’ 때문이고요.

분노의 확성기

미국 정치를 쥐고 흔드는 매체가 ‘팟캐스트’라면, 우리나라는 ‘유튜브’입니다. 이 새로운 매체는 특징이 있습니다. 특정 채널이나 사람에 조회수가 몰리기도 하지만, 주제를 따라 적극적인 수용자 선택이 이루어집니다. ‘검색’을 통해 말이죠.

특히 정치 관련 유튜브 콘텐츠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해서는 이미 여러 연구가 진행됐습니다. 〈유튜브 이용의 정치적 효과 연구: 이용 방식과 정서의 매개효과를 중심으로〉(전창영, 2022)는 유튜브에서 정치 정보를 접한 후 ‘분노’를 경험할 경우 온라인 정치 참여가 강하게 유발된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분노를 느낀 이용자들은 ‘싫어요’ 클릭, 댓글 작성 및 동영상 공유 활동 증가 등의 행동 패턴을 보였습니다. 반면, ‘희망’을 느낀 수용자는 이런 활동에 소극적인 경향을 보였고요. 즉, 유튜브는 정치적 분노를 더욱 크게 퍼트리는 확성기입니다.

정치적 논의는 언제나 환영할 만합니다. 그 동기가 분노에서 온 것이라 해도 말이죠. 하지만, 분노에 기반한 정치 참여는 숙의나 토론을 통한 문제 해결보다는 반대 집단에 관한 적대감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분노란 빠르게 불타올라 무엇이라도 해야 하는 감정이기 때문입니다. ‘우려’와는 분명 다릅니다. 결국 유튜브는 정치적 ‘동원’의 공간, 양극화를 심화시키는 프리즘으로 기능하게 된다는 얘깁니다.

게다가 최근에는 유튜브 동영상을 진득이 보는 비율도 줄고 있습니다. 대세는 ‘쇼츠’니까요. 앞뒤 맥락은 삭제된 채 도파민 가득한 장면만 짧게 보고 넘어갑니다. 숙의와는 더더욱 멀어지죠. 행정안전위원회 국감에서 행정과 안전이 사라진 채 오세훈 시장과 명태균 씨만 남았습니다. 운영위원회 국감에서도 국가의 운영은 테이블에 오르지도 못하고 김현지 실장과 배치기만 남았죠. 반대 진영을 불러 놓고 호통을 쳐야 쇼츠가 알고리즘을 타고, 반복 재생되기 때문입니다. 우리 편의 분노에는 사이다를, 상대편의 분노에는 기름을 끼얹는 겁니다.
 
언론사들은 이번 국감을 ‘쇼츠’ 국감으로 정의합니다. / 출처: YTN
이런 흐름은 양극화를 낳습니다. 진보와 보수, 여와 야 사이의 양극화뿐만이 아닙니다. 정치에 대한 관심 자체에 대한 양극화입니다. 미국의 정치학자 야나 크루프니코프는 지난 2020년 《뉴욕타임스》에 기고한 글에서 ‘관심 격차(attention divide)’에 관한 우려를 제기했습니다. 연구 결과, 미국인의 80~85퍼센트가량은 정치를 가볍게 보거나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았다고 합니다. 정치에 밀접하게 관심을 기울이는 사람들은 15퍼센트 정도인데, 이들의 시각과 감정이 마치 유권자 전체를 대표하는 것처럼 과대 표상되고 있다는 것이죠.

우리나라의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을 겁니다. 특히 정치 관련 콘텐츠가 더 시끄럽고 분노에 가득 찰수록 정치 뉴스를 회피하고자 하는 유권자는 늘어날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시끄러운 소수가 정치 현실과 인식을 왜곡하는 현상이 심화합니다. 정치가 우리의 삶과 분리되는 겁니다. ‘쇼츠 국감’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든 대다수의 유권자는 심드렁해집니다.

17개 상임위, 피감 기관 834곳, 25일

국감은 어쩌다 이런 쇼츠 촬영장이 되었을까요. 사실 국감을 향한 문제 제기는 반복되어 왔습니다. 〈국정 감사 제도의 문제점과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임은옥 외, 2019)에서 전문가들은 국정 감사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국회의원을 꼽았습니다. 전문성이 부족하고 정쟁에만 몰두한다는 겁니다. 사실입니다. 대다수의 국회의원은 정치를 해 온 사람들입니다. 의료, 교육, 국방, 행정 등을 현장에서 겪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전문성 있는 국회의원들은 어떨까요? 의사 출신 국회의원이라면, 변호사나 회계사 출신 국회의원이라면 전문성이 있을 겁니다. 하지만 각 직역의 입장에서 사안을 바라볼 위험성이 있습니다. 전문성이란 양날의 검입니다. 국회의원이 행정 기관을 감사하는 권한을 갖게 된 근본적인 이유로 되돌아가야 합니다. 국회의원은 유권자의 대리인입니다. 진짜 문제는 전문성의 부재가 아니라 유권자의 시각을 잃어버렸다는 점입니다. 삶으로부터 유리된 국회의원들의 의정 활동입니다.

국감이 한 달간의 쇼츠 전쟁으로 비화했다면, 여의도를 우리의 삶으로부터 더 멀리 떨어뜨려 놓는 이벤트로 전락했다면 이제는 다른 방법을 찾아볼 때도 되었습니다. 국감을 없애자는 얘기도 나오지만, 그건 안될 말입니다. 다만, 이런 ‘기획 국감’은 멈춰야 합니다. 상시 국감 체제로의 개편이 필요합니다.

세계적으로 특정 기간을 정해 놓고 대대적인 국감을 벌이는 국가가 별로 없습니다. 입법부의 행정부 감시는 상시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미국을 비롯한 많은 나라가 상시로 국정 감사 업무를 진행합니다. 이슈가 한 달 안에 몰리지 않으니 애써 관심받고자 무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전략적으로 시기를 골라 진행하기도 하고요.

물론, 국감만 고친다고 모든 문제가 해결되진 않을 겁니다. 정치를 맥락 없이 사이다와 고구마, 혐오와 조롱의 콘텐츠로 반복 재생하게 된 이 상황을 어떻게든 멈춰야 합니다. 쇼츠만의 잘못은 아닐 겁니다.
* bkjn review 시리즈는 월~목 오후 5시에 발행됩니다. 테크와 컬처, 국제 정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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