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 101

bkjn review

기후 변화가 대학 교양의 새로운 표준이 되고 있습니다.

기후변화 101

2025년 11월 12일

기후 변화는 더 이상 뉴스의 한 꼭지가 아닙니다. 인류가 직면한 이 거대한 위기는 대학 교육의 기초 교양을 재구성하고 있습니다. 기후 변화가 ‘새로운 인문학’이 되고 있습니다.

지난가을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 샌디에이고(UCSD) 캠퍼스에서는 전공을 불문하고 수백 명의 학생이 기후 변화 관련 강의실로 향했습니다. 경제학과 수학을 전공하는 학생은 ‘지속 가능한 개발’을, 역사 전공자는 ‘젠더와 기후 정의’를, 도시 계획 전공자는 ‘재생 가능 자원’을 다루는 과목을 수강하고 있었습니다.

이들 대부분은 기후 과학자가 되려는 학생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대학은 판단했습니다. “기후 변화의 영향을 모르는 졸업생은 어떤 직업에서도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게 될 것이다.”

지난해 가을, UCSD는 미국 주요 공립대 가운데 처음으로 모든 학부생에게 기후 변화 과목 이수를 의무화했습니다. 우리 식으로 말하면 ‘교양 필수 과목’에 기후 변화 관련 과목을 포함시킨 셈입니다. 2024학년도 신입생부터는 전공과 관계없이 23개 분야, 50여 개의 과목 중 하나 이상을 들어야 학위를 받을 수 있습니다.

‘기후 변화 심리학’, ‘종교와 생태학’, ‘에너지 경제학’, ‘기후 정의와 젠더’, ‘컴퓨터의 수명 주기 분석’ 같은 과목들이 여기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기후 변화가 환경과 과학을 넘어, 철학·정치·예술·기술·심리학의 주제가 되고 있는 것이죠.

UCSD 교무처장 K. 웨인 양은 말합니다. “기후 변화의 영향에서 자유로운 산업은 없다. 의료인은 폭염과 산불 연기에 노출된 환자를 치료할 줄 알아야 하고, 심리학자는 기후 불안을 이해해야 한다. 카페 주인도 커피 재배지의 가뭄이 커피 가격과 공급망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알아야 한다.”

이른바 ‘기후변화 101’을 채택하는 움직임은 다른 대학에서도 일어나고 있습니다. 애리조나주립대는 2024년부터 모든 학생에게 ‘지속 가능성’ 과목 이수를 의무화했습니다. 이 과목은 환경 과학뿐만 아니라 인간의 사회·경제적 선택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폭넓게 다룹니다.

샌프란시스코주립대는 올가을부터 ‘기후 정의’ 과목을 모든 학생이 필수로 이수하게 했습니다. 이 수업은 기후 변화가 불평등을 심화시키는 구조에 주목합니다. 저소득층, 유색인종, 남반구 국가가 입는 피해를 사례로 들어 사회적 책임과 정의를 가르칩니다.

이처럼 미국 대학들은 기후를 학문 간 공통 언어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30년 전 대학이 ‘컴퓨터와 인터넷’을 필수 교양으로 가르쳤듯, 이제 기후는 모든 학문의 전제가 되고 있습니다. 기후는 경제학에서는 비용과 효율의 문제로, 정치학에서는 권력과 정책의 문제로, 문학에서는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재해석하는 주제로 등장합니다. 즉, 기후는 현대 지성의 새로운 문해력이 되고 있습니다.

교양의 재정의

기후 변화 교육의 핵심은 과학 지식 전달이 아닙니다. 이 수업은 지구적 사고를 배우는 인문학적 훈련입니다. 기후 수업은 학생들에게 세계를 바라보는 좌표계를 바꾸게 합니다. 인간과 자연, 기술과 윤리, 성장과 생존의 관계를 다시 생각하게 만드는 지적 훈련이자, 새로운 시민 의식의 기초입니다.

기후 문해력이 없는 지성은 이제 불완전합니다. 한때 철학·문학·역사가 교양의 중심이었다면, 오늘의 교양은 기후·생태·지속 가능성과 정의·행성의 윤리를 다뤄야 합니다.

한국은 탄소 집약적 제조업 구조 위에 서 있습니다. 폭염, 집중 호우, 미세 먼지 같은 기후 재난은 이미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대부분의 대학에서 기후 변화는 여전히 선택 과목 수준의 ‘환경학개론’에 머물러 있습니다.

이제는 전공을 막론하고 모든 학생이 ‘기후 리터러시’를 갖춰야 합니다. 공학 전공자는 기술의 친환경 전환 비용을, 경영학 전공자는 친환경 경영과 공급망 리스크를, 정치외교 전공자는 기후 외교와 탄소세 논쟁을, 예술 전공자는 생태 미학과 기후 감수성을 배워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환경 교육이 아니라 국가 경쟁력의 문제입니다. 앞으로의 기업, 공공 기관, 미디어, 정책 설계는 모두 기후 리터러시를 전제로 작동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에게 21세기의 새로운 문해력을 갖추게 하려면, 기후를 교양의 중심에 둬야 합니다.

한국 대학도 UCSD 모델을 참고해 세 가지 축으로 교육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먼저, 과학적 이해입니다. 기후 시스템, 에너지 전환, 탄소 순환 등 기초 과학을 가르칩니다. 다음은, 사회적 이해입니다. 기후 불평등, 환경 정의, 기후 심리, 기후 커뮤니케이션을 가르칩니다. 마지막으로, 실천적 이해입니다. 지역 사회의 지속 가능 프로젝트, 기업의 탄소 회계, 재생 도시 설계 등을 가르칩니다.

학생들은 세 영역 중 최소 두 영역을 포함한 과목을 이수해야 하며, 각 학문은 고유한 맥락에서 기후 주제를 접목해야 합니다. 예컨대 법학은 ‘기후 소송과 인권’을, 디자인학은 ‘순환 경제 디자인’을, 의학은 ‘기후와 공중 보건’을 다룰 수 있겠죠.

이런 제도가 정착된다면, 대학은 단순히 졸업장을 수여하는 기관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사회의 두뇌로 기능할 수 있습니다. 앞으로의 교양의 목표는 명확합니다. 지구를 이해하는 인간을 길러내는 것입니다.
* bkjn review 시리즈는 월~목 오후 5시에 발행됩니다. 테크와 컬처, 국제 정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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