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글이 이겼습니다

bkjn review

앞으로 꽤 오래, AI 산업의 권좌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 같습니다.

구글이 이겼습니다

2025년 11월 26일

“미쳤다(Holy shit). 3년 동안 매일 챗GPT를 썼는데, 방금 제미나이 3를 두 시간 써보고 나서 다시 돌아갈 수 없다는 걸 알았어. 도약의 폭이 미쳤어. 추론, 속도, 이미지, 영상… 모든 게 더 날카롭고 빨라졌어. 세상이 또 한 번 바뀐 느낌이야.”

세일즈포스의 CEO 마크 베니오프가 11월 24일 X에 올린 트윗입니다. 구글이 이달 18일 출시한 AI 모델 제미나이(Gemini) 3는 겉으로 보기에는 또 하나의 모델 업데이트에 불과했습니다. 그러나 실리콘밸리 내부의 기류는 달라지고 있습니다. 제미나이 3가 나오면서 AI 산업 전체의 무게 중심이 구글로 넘어가게 되었습니다.

앞으로도 경쟁은 계속되고 모델은 진화하겠지만, 승부가 끝난 경기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AI 경쟁을 결정하는 세 축 ― 모델, 칩, 유통 ― 이 모두 구글 안에서 통합적 구조로 완성되었기 때문입니다. 제미나이 3는 그 정렬이 완성되고 나온 첫 모델입니다.

모델

2022년 11월 30일 오픈AI가 챗GPT를 출시했습니다. 이후 3년간 AI와 관련된 거의 모든 이야기의 중심에 오픈AI가 있었습니다. AI 시대의 첫 승자는 누가 봐도, 오픈AI였습니다. 세계는 미래 기술 패권의 지형이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의 양강 체제로 굳어질 것이라 예상했습니다.

챗GPT 출시 초기에 구글은 느리고 머뭇거리는 기업으로 평가되었습니다. 방대한 인프라와 지식 자산을 갖고 있었지만, 너무 덩치가 커서 혁신을 주도하기보다 실수를 피하는 데 더 많은 에너지를 쓰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알파고와 알파폴드를 만든 구글 딥마인드, 트랜스포머를 고안한 구글 브레인조차 거대 조직의 관성에 갇혀 버렸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실리콘밸리 내부에선 “AI 기술의 절반을 발명한 회사가 정작 그 기술을 가까스로 지켜내려 애쓰고 있다”는 비아냥까지 들렸습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들은 이미 과거형입니다. 2023년 4월 구글은 딥마인드와 브레인을 통합하며 AI 연구 역량을 하나로 모았습니다. 그리고 그해 12월 제미나이 1을 내놓습니다. 너무 서둘러서 그랬는지, 혹평을 받았죠. 뒤이어 등장한 1.5는 장문 문맥 처리 능력으로 주목을 받았습니다. 2.0과 2.5는 더 이상 추격이 아니라 추월의 신호로 받아들여졌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제미나이 3는 시장의 인식을 바꿨습니다. 구글도 좋은 모델을 갖고 있다는 정도가 아니라, 현 시점 기준으로 가장 강력한 모델은 제미나이라는 합의가 형성된 겁니다. 제미나이 3의 우위는 벤치마크 점수만으로 설명되지 않습니다. 진짜 변화는 사용 경험에서 드러납니다. 제미나이 3는 긴 문맥에서도 논리를 유지하고, 복잡한 데이터와 문서를 넘나들며, 영상·스크린샷·UI 구조를 통합적으로 이해하고, 실제 문제 해결에 필요한 작업을 수행합니다.

개발자들은 제미나이 3가 대규모 코드베이스를 무너지지 않고 분석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합니다. 비즈니스 사용자는 방대한 문서를 재구성하고 전략적 의사 결정을 도출하는 능력을 높이 평가합니다. 실제 업무 환경에서 제미나이 3는 보조 도구 수준이 아니라 함께 일하는 존재에 가까워졌습니다. 챗GPT가 한때 갖고 있던 ‘기준점’ 역할을 이제 제미나이가 가져갔다고 봐야 합니다.



그러나 AI 경쟁의 승패는 모델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이 전쟁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칩을 보유해야 합니다. AI 혁신은 결국 데이터센터 내부를 채우는 실리콘에서 갈라집니다. 현재 대부분의 기업은 엔비디아의 GPU 공급에 의존할 수밖에 없고, 제한된 물량을 두고 경쟁하는 구조에 갇혀 있습니다. 이 구조는 모델 훈련 속도를 제약하고, 서비스 확장 비용을 높이고, 대규모 실험을 위한 자율성을 떨어트립니다.

구글은 지난 10년간 자체 설계한 TPU(Tensor Processing Unit)를 꾸준히 발전시켜 왔습니다. TPU는 학습과 추론 같은 특정 목적에 최적화된 칩입니다. 범용 처리가 가능한 GPU와는 구조적으로 달라서, 모델 훈련 비용이 낮고 전력 효율이 높습니다. 업계 분석에 따르면 TPU는 GPU 대비 학습 비용을 최대 80퍼센트까지 절감할 수 있습니다.

구글은 이 TPU로 제미나이 3를 훈련시켰습니다. 구글은 TPU를 외부에 직접 판매하지는 않지만, 메타를 포함한 일부 기술 기업이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습니다. 제미나이 3가 출시되자 구글 주가는 오르고 엔비디아 주가는 떨어진 이유입니다.

구글은 모델과 칩, 데이터센터를 하나의 수직 구조로 통합했습니다. 이건 단순히 비용 절감으로만 볼 수 없습니다. 전략적 독립의 문제입니다. 외부 공급망에 좌우되지 않고 모델 발전 속도와 훈련 일정, 서비스 규모를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기업은 현재 전 세계에서 구글뿐입니다. 모델과 칩이 함께 발전하는 기업과, 모델은 있지만 칩은 외부에서 조달해야 하는 기업 사이의 격차는 시간이 흐를수록 벌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유통

AI 경쟁의 마지막 축은 유통입니다. 이 영역이 구글을 사실상 독보적인 위치에 올려놓습니다. 우리가 온라인에서 자주 통과하는 관문들은 대부분 구글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구글 검색은 여전히 세계 정보의 첫 접점이고, 안드로이드는 인류 절반이 사용하는 모바일 생태계입니다. 크롬은 웹의 관문입니다. 유튜브는 영상 기반 지식과 엔터테인먼트의 핵심 플랫폼이죠. 지메일, 드라이브, 포토, 캘린더, 워크스페이스는 직장인의 업무 그 자체입니다.

제미나이가 이러한 공간에 통합된다는 것은 새로운 서비스를 출시하는 것과는 과정이 완전히 다릅니다. 사용자는 구글의 AI를 쓰기 위해 별도의 웹사이트에 ― 예컨대 chatgpt.com에 ― 접속하거나 앱을 설치할 필요가 없습니다. 매일 사용하는 도구가 업데이트되는 형태로 AI 기능이 들어올 테니까요.

구글은 AI를 백그라운드에서 항상 실행되는 기본 기능으로 만들어 버립니다. 몇백만 얼리어답터의 실험이 아니라, 수십억 인류의 일상 속으로 바로 침투할 수 있습니다. 구글이라 가능한 일입니다.

플라이휠

오픈AI는 뛰어난 모델을 갖고 있지만, 연산에서 외부 의존을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유통망도 제한적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는 모델과 배포 채널이 있지만, 칩이 없습니다. 메타는 모델이 있지만, 자체 칩 개발은 초기 단계이고 유통망도 소셜 미디어에 그칩니다. 이들 기업은 하나 또는 두 개의 강점을 갖고 있지만, 세 요소 ― 압도적 모델, 독자적 실리콘, 지구 규모의 유통망 ― 를 모두 갖춘 기업은 구글밖에 없습니다.

기술 경쟁은 종종 모델 성능이나 기능, 속도 같은 단기 지표 중심으로 평가됩니다. 그러나 길게 봤을 때 진짜 승리는 플라이휠이 돌아가는 구조를 누가 먼저 완성하느냐에 달렸습니다. 구글은 이미 그 플라이휠을 돌리기 시작했습니다.

더 나은 모델은 더 많은 사용자와 데이터, 더 많은 수익을 가져옵니다. 그 수익은 다시 더 많은 TPU와 데이터센터 투자로 연결됩니다. 결국 더 빠른 훈련과 더 나은 모델로 되돌아옵니다. 동시에 구글 생태계 전반에 걸쳐 AI 기능이 기본값으로 탑재되면서, 사용자 경험은 매끄럽게 통합되고 사용자당 AI 활용 시간은 자연스럽게 증가합니다.

제미나이 3 이후의 AI 전쟁은 더 이상 평평한 트랙에서 달리는 경주가 아닙니다. 구글은 내리막 레일에 올라타 가속을 확보했고, 경쟁자들은 경사를 오르며 추격해야 하는 위치에 놓였습니다. 11월 24일 구글 모회사인 알파벳의 주가는 전날보다 6.31퍼센트 올랐습니다. 마이크로소프트를 제치고 시가 총액 3위가 되었습니다.
* bkjn review 시리즈는 월~목 오후 5시에 발행됩니다. 테크와 컬처, 국제 정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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