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셜 미디어를 금지한 나라

bkjn review

멍하니 스크롤하는 동안 우리 뇌의 ‘발견 모드’가 꺼지고, ‘방어 모드’가 켜집니다.

소셜 미디어를 금지한 나라

2025년 12월 11일

흡연은 몸에 나쁩니다. 1950년대부터 과학자들은 이 사실을 눈치채기 시작했죠. 하지만 그 사실을 온전히 인정하는 데에는 참으로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담배가 일찍이 산업으로 발전했기 때문입니다. 호주 정부는 소셜 미디어도 담배와 같은 속성이 있다고 판단한 것 같습니다. 쾌락을 선사하고 중독성 있으며 건강을 해치는 속성 말입니다. 2025년 12월 10일부터 호주의 16세 미만 청소년은 소셜 미디어 플랫폼에 접속할 수 없습니다.

인스타그램과 틱톡은 물론이고 유튜브, X.com, 페이스북, 레딧 등 10대 플랫폼이 대상입니다. 사용자를 규제하는 것이 아닙니다. 플랫폼이 걸러 내야 합니다. 16세 미만 사용자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면 우리 돈으로 최대 482억 원가량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습니다. 각 플랫폼은 공인 신분증은 물론이고 검색 기록과 친구 목록 등을 근거로 사용자의 연령을 추론해야 합니다.

물론, 이 규제가 처음부터 완벽하게 작동하긴 힘들 겁니다. 발 빠르게 VPN 등을 이용한 우회 방법이 퍼지고 있으니까요. 아이들이 또래 집단으로부터 소외될까 두려운 부모들이 나서 우회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는 보도까지 나왔습니다. 하지만 정부가 직접 나서 규제를 시작하면, 사용량은 줄어들 수 있을 겁니다. 무엇보다 사회에 전달하는 메시지의 힘이 강력합니다. 소셜 미디어가 우리 사회에 해롭다는 메시지 말이죠. 시대를 생각하면 억지스럽게 느껴지기도 하지만, 저는 꽤 일리 있는 정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악마라면

“만약 네가 악마라면, 다음 세대를 어떻게 파멸시킬 거야? 아무도 눈치채지 못하게 말이야.”

“내가 악마라면, 뿔이나 창을 들고 나타나지는 않을 것이다. 대신 그들이 원하는 모든 것을 주고, 정작 필요한 것은 빼앗을 것이다. 그들의 손에 작은 스크린을 쥐여주고, 끊임없는 도파민과 무한 스크롤로 현실을 잊게 할 것이다. 그들을 수천 명과 연결되어 있다고 믿게 만들겠지만, 실제로는 그 어느 때보다 외롭게 만들 것이다. 사실과 의견의 경계를 무너뜨려 무엇이 진짜인지 모르게 할 것이다. 부모의 권위를 낡은 것으로 치부하게 하고, 인터넷 인플루언서를 더 따르게 만들 것이다. 결국, 그들은 자신이 자유롭다고 믿으며 스스로 파멸 속으로 걸어 들어갈 것이다.”

2024년경부터 틱톡과 인스타그램 릴스 등에서 유행했던 챌린지 내용입니다. 챗GPT에게 세계를 파멸시키는 방법에 관해 묻고, 그 답변을 공유하는 겁니다. 바이럴이 된 이유가 너무나 명확히 보입니다. 현재 우리가 겪고 있는 스마트폰 중독과 그로 인한 사회적 갈등, 정신 건강 문제 등을 날카롭게 지적했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비인간 지능인 AI가 내놓은 답변이니, 객관성까지 확보한 듯한 느낌이 듭니다.

물론, 2024년의 생성형 AI는 자신의 주관대로 답변하는 수준에 이르지는 못했습니다. 이 섬뜩한 묘사는 사실 오리지널이 있습니다. 1965년 미국의 방송인 폴 하비의 ‘내가 악마라면(If I were the devil)’이라는 제목의 연설에서 따 온 것입니다. 자신이 악마라면, 교회를 약화하고, 선정적인 미디어를 앞세우며, 도박과 알코올을 널리 팔아 미국을 망가뜨릴 것이라는 내용입니다.
폴 하비의 라디오 연설은 여전히 회자됩니다. 여전히 누군가에겐 사회를 바라보는 인사이트가 되고 있기 때문이겠죠. 챗 GPT를 포함해서 말입니다.
어떤 이유에선가 AI 모델은 ‘악마’와 ‘파멸’이라는 키워드에 딱 맞는 레퍼런스로 하비의 연설을 고른 것 같습니다. 1960년대의 사회상을 2024년으로 번역하기만 하면 그럴듯한 답변이 생성되니 영리한 선택이긴 합니다. 그리고 1965년 하비의 연설을 듣고 충격에 빠진 사람들처럼, 2024년에도 챗GPT의 답변에도 사람들은 충격을 받았죠.

그런데 정말 소셜 미디어가 그렇게까지 해로운 것일까요? 인플루언서의 부러운 일상을 조금 엿보는 일이, 귀여운 강아지가 재롱을 부리는 숏폼 동영상을 몇십 분 스크롤 하는 일이 이 사회를 파멸로 이끌게 될까요? 《불안 세대》의 저자인 사회심리학자 조너선 하이트는 그렇다고 이야기합니다.

ADHD가 급증한 이유

하이트는 아동과 청소년의 경우 전두엽이 아직 제대로 발달하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에 의지력이 약하고 조종에도 가장 취약한 계층이라고 지적합니다. 즉, ‘스크린’에 엄청나게 끌린다는 겁니다. 텔레비전의 시대에는 집 밖으로 화면을 가지고 다닐 수 없었습니다. 하지만 스마트폰은 다릅니다. 어디든 가지고 다닙니다. 심지어 잠을 자는 순간에도 멀리 떨어뜨려 놓지 않는 물건이 되었죠. 문제의 시작입니다.

2015년 기준으로 미국의 십대 중 70퍼센트 이상이 터치스크린 기기를 갖게 되었습니다. 관계를 맺고 유지하는 방법이 소셜 미디어 중심으로 재편되었죠. 그런데 소셜 미디어에서의 관계 맺기는 현실 세계에서와는 완전히 다른 특징을 지닙니다. 먼저, 몸이 없고 언어만 있는 관계입니다. 실시간 상호 작용 없이, 텍스트 기반 게시물과 댓글을 통해 비 동기화된 방식으로 일어납니다. 일대다 의사소통이 많고, 동시에 여러 상호 작용이 병렬적으로 발생합니다. 마지막으로, 관계 맺기와 관계 끊기가 모두 손쉽습니다. 친구 추가, 혹은 취소 버튼을 누르기만 하면 되죠.

이런 관계에 익숙해지면, 아주 오랜 시간 동안 인류가 아동기에 겪었던 발달 과정을 제대로 거칠 수가 없게 됩니다. ‘놀이 기반 아동기’라는 것인데, 실수의 비용이 그다지 크지 않은 자유 놀이 활동을 통해 물리적인 세계와 공동체의 작동 원리를 배우는 과정입니다. 특히 9세부터 15세 사이에는 ‘문화 학습’에 민감해집니다. 사람들과 눈을 마주치며 대화하고, 교감과 공감의 의미를 체득합니다. 또래 집단이나 친족 집단에서 인정받기 위해 스스로를 증명합니다. 집단의 문화를 수용하고, 자신의 문화적 배경 속에서 성공하는 데 필요한 기술을 학습합니다.

그런데 스마트폰이 등장하면서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로의 전환이 발생했습니다. 문화 학습을 시작해야 할 나이에 인스타그램을 시작하는 겁니다. 새로운 현실 세계의 경험이 차단됩니다. 타인과 실시간으로 소통하며 동기화될 기회를 박탈당합니다. 표정이나 눈짓을 읽는 법을 배울 수도, 친구들과 ‘모험’을 감행할 기회도 없어집니다. 이렇게 물리적인 세계에서 유리되어 좌절과 실패, 충격과 실수에 노출되지 못하면 문제가 생깁니다. 새로운 세계 속에서 기회를 찾고 스스로 생각하며 성장을 원하는 ‘발견 모드’는 꺼집니다. 위험을 경계하며 의존적이고, 안전만을 챙기는 ‘방어 모드’가 켜집니다.

2014년도에 대학에 입학한 학생들부터 ADHD 등의 심리적, 정신적 장애를 호소하는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아진 주요 원인이 안전을 지나치게 강조하는 양육 문화와 함께 스마트폰 기반 아동기에 있다는 것이 하이트의 주장입니다. 온라인에서 위험을 감수하는 활동만으로는 공포에 대항하는 힘을 길러주지 못한다는 것이죠.

우울의 시작점

세계를 인식하고 반응하는 방식에 세대 간의 차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게 큰 문제는 아닙니다. 하지만 그 차이의 저변에 ‘결핍’이 있다면 얘기가 다릅니다. 사회적 관계 맺기, 수면 시간, 집중의 경험 등이 소셜 미디어 중독으로 인해 결핍됩니다. 그리고 그 중독은 아주 치밀하게 설계된 장치입니다. 내부 고발자에 의해 폭로된 페이스북 사내 문건에는 십 대의 뇌가 아직 미성숙하다는 점이 설명되어 있습니다. 보상과 새로운 것, 감정 등을 이용해 십 대 이용자들을 ‘사로잡을 수’ 있다는 내용과 함께 말입니다.
페이스북의 수석 프로덕트 매니저였던 프랜시스 하우건은 미 상원 청문회에서 페이스북이 의도적으로 십 대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중독을 유도했다고 증언했습니다. / 출처: Wall Street Journal
흡연이 그러했듯, 소셜 미디어도 유해성을 입증하고 인정하는 데에 이르는 과정이 순탄치는 않습니다. 특히 그 영향이 시작된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과학적인 검증에 어려움이 있습니다. 인스타그램이 메타에 인수된 것이 2012년입니다. 틱톡이 등장한 것은 2017년이고요. 지금과 같은 소셜 미디어 환경은 10년도 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소셜 미디어가 얼마나 해로운지 확실히는 모릅니다. 어떤 요인이 인간에게 정말 해를 끼치는지, 얼마나 해로운지를 확인하려면 보통 장기적인 실험 및 추적 관찰 연구가 필요합니다.

기간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소셜 미디어 기업들은 연구자들에게 상세 이용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습니다. 특히 각종 지원금이나 연구 펀딩 등과 관계없이 움직이는 독립 연구자들에게는 더욱 그렇습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전체 스크린 타임과 같이 정확도가 떨어지는 간접 지표에 의존할 수밖에 없습니다. 소셜 미디어가 해로운지를 연구하는 사람들은 손이 묶이고 눈이 가려진 채 데이터를 더듬어 찾아가는 중입니다.

다만 제한적이긴 해도, 몇몇 의미 있는 연구 결과가 발표되고 있습니다. 케임브리지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10대 초중반의 청소년들은 소셜 미디어 사용이 증가하면 삶의 만족도가 하락합니다. 뇌가 변화하는 사춘기의 특정 시기에 소셜 미디어를 제한 없이 사용하게 되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것이 연구팀의 설명입니다. 틱톡이나 릴스 등 숏폼 동영상을 많이 시청하는 사람들은 주의력, 억제력, 기억력이 떨어졌다는 연구 결과도 발표되었습니다. 단, 이 연구의 경우에는 인과관계를 증명한 것은 아닙니다. 미국 고등학교 졸업반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소셜 미디어의 영향이 본격화한 2010년대 중반부터 생각하거나 집중하는 것, 새로운 것을 배우는 데 어려움을 호소하는 학생들의 비율이 치솟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정신 건강의 악화는 비용으로 돌아옵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우울과 불안으로 인한 세계 경제 손실이 연간 1조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됩니다. 일해야 할 사람들이 정신 건강 문제로 일하지 못하는 날짜를 헤아려 추산한 수치입니다. 그렇다면 16세 이하 청소년의 소셜 미디어 접근을 금지한 호주 정부의 정책은 일종의 ‘보건 정책’입니다. 사회의 생산성을 떨어트리는 건강 유해 요소로부터 성장기 청소년을 분리한 겁니다. 금연 캠페인과 다를 바 없지요. 인도네시아, 스위스, 네덜란드, 프랑스 등도 아동을 대상으로 소셜 미디어 금지를 검토하고 있습니다.

인류 역사상 요즘처럼 정신 건강에 엄청난 관심을 기울였던 때는 없었습니다. ‘마음 챙김’이라는 용어는 이미 돈이 되는 비즈니스 영역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몇 년 전까지는 생소했던 ADHD, HSP와 같은 용어가 상식이 되었고요. 그럼에도 우울증은 늘어납니다. 우리나라에서도 아동기, 청소년기의 우울증 증가세가 심상치 않습니다. 뭐라도 해야 한다면,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는 것부터 살펴보는 것이 이치에 맞을 겁니다.

다만, 전향적인 정책이 더 많은 국가에서 채택될 수 있을지는 미지수입니다. 실리콘 밸리는 백악관을 향한 로비 활동을 통해 정치적 영향력을 키우고 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해외에서 돈을 벌어들이는 빅테크 편이고요. 게다가 정신 건강 문제도 그 원인을 소셜 미디어로 한정 지을 수는 없습니다. 암이라는 질병의 원인이 흡연뿐이라고 단정 지을 수 없는 것처럼 말입니다. 미국 정부가 이런 논리로 밀어붙이기 시작하면, 소셜 미디어 규제 정책 확산에 제동이 걸릴 수 있겠습니다.
* bkjn review 시리즈는 월~목 오후 5시에 발행됩니다. 테크와 컬처, 국제 정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