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이징의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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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슬라와 바이두의 경쟁은 실리콘밸리와 베이징의 경쟁입니다.

베이징의 방식

2026년 1월 6일

테슬라가 왕좌를 빼앗겼습니다. 2025년 전 세계에서 전기차를 얼마나 팔았나 집계해 봤더니, 중국의 BYD(비야디)가 앞선 겁니다. 놀랄 일은 아닙니다. 생산량 기준으로는 BYD가 테슬라를 지난 2024년 앞섰으니까요. 자동차는 만들어 놓고 창고에 쌓아둘 수 있는 물건이 아닙니다. 생산했으면 팔아야죠. BYD는 많이 만든 만큼 많이 팔았습니다. 테슬라는 그러지 못했고요.

물론 중요한 시그널입니다. 그런데 이 신호를 ‘테슬라의 위기’ 정도로 해석해서는 너무 편협합니다. 오히려 지난 2024년 크리스마스 다음 날과 비교할 법합니다. 중국의 오픈소스 생성형 AI 모델인 ‘딥시크-V3’가 공개되었던 날 말입니다. 당시 메타가 쓴 돈의 1퍼센트로 비슷한 성능의 AI 모델 개발에 성공했다며 업계가 술렁였죠. 무엇보다 중국의 생성형 AI 기술이 상상 이상이라는 조급함이 미국을 덮쳤습니다.

언뜻 보기에 BYD의 약진은 성격이 좀 달라 보입니다. 아무리 전기차라고 해도, 완성차 업체입니다. 오픈AI나 알파벳 등의 기업과는 결이 좀 많이 다르죠. 그런데 우리가 간과하고 있는 것이 있습니다. 테슬라도 포장지는 완성차 기업이라는 겁니다. 하지만 시장에서는 테슬라를 ‘매그니피센트 7(Magnificent 7)’으로 꼽죠. 애플,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 알파벳, 메타, 엔비디아와 함께 말입니다. 즉, 테슬라는 일종의 상징물입니다. BYD 또한 마찬가지고요.

머스크가 받을 돈

테슬라의 시가 총액은 1조 4000억 달러입니다. 시장은 그렇게 판단했습니다. 그런데 이걸 두고 전문가들의 의견이 분분합니다. 너무 과대 평가되었다고 생각하는 쪽이 있고, 그렇지 않다고 보는 쪽도 있습니다. 그럴 만합니다. 향후 12개월의 수익 전망 대비 주식의 가치를 평가하는 지표가 있습니다. PER(Price-to-Earnings Ratio)이라고 하는데, 테슬라는 이게 세 자릿수에 달합니다. 2025년 12월 기준 300배 정도입니다. 엄청난 수치입니다. 전통적인 완성차 업체들의 PER이 대부분 한 자릿수에 머물기 때문입니다. 미래의 발전 가능성을 높게 치는 기술 기업에 비해서도 높은 편입니다. 마이크로소프트가 33배 정도, 엔비디아가 46배 정도, 삼성전자는 25배 내외였습니다.

보통 자동차 제조업체들은 가치 평가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수익과 매출의 흐름이 명확하기 때문입니다. 자동차를 살 사람은 정해져 있습니다. 자동차를 취미 삼아 이것 저것 사는 사람은 드물고요. 그래서 계산이 어렵지 않습니다. 경제 상황이나 기술의 발전에 따라 변수가 발생하지만 말이죠. 테슬라도 매출의 70퍼센트 이상을 완성차 판매로 벌어들이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테슬라의 미래도 예측할 수 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시장은 그렇게 판단하지 않습니다. 시리즈 Y나 사이버 트럭 같은 현재의 상품이 아니라, 옵티머스나 로보택시, 혹은 xAI와 같은 미래를 보는 겁니다.

머스크의 쇼맨십도 어느 정도 작용했을 겁니다. 하지만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미래를 누군가 현실로 당겨와 구현할 수 있다면, 그건 일론 머스크일 것이라는 기대는 꽤 그럴듯합니다. 레퍼런스가 있기 때문입니다. 모두가 불가능할 것으로 생각했던 테슬라와 스페이스X를 성공시켰습니다. 이 증거를 부정할 수 있는 분석가는 없습니다. 바로 그 가치가 테슬라의 주가에 포함되어 있습니다. 실제로 2025년 11월 테슬라 주주총회에서 승인된 머스크에 대한 새로운 보상안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1조 달러어치의 보상을 내걸고 요구한 조건은 주가 상승, 완성차 판매 증가와 더불어 완전 자율주행 구독 서비스 1000만 건, 휴머노이드 로봇 판매 100만 대, 로보택시 서비스 투입 100만 대 등입니다. 

테슬라의 가치

GM이나 도요타와 같은 기업에의 투자는 디트로이트를 향한 투자였습니다. 숙련된 노동력이 생산해 내는 믿을 수 있는 품질의 내연 기관 자동차 말입니다. 테슬라에 대한 투자는 실리콘밸리에의 투자입니다. 기술이 세계를 움직인다는 신념에 사로잡힌 천재들이 모여들어 자신들이 개발한 AI가 사람들의 일자리를 뺏을까 걱정하는 곳 말입니다. 물론, 테슬라의 본사는 텍사스로 옮겨갔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투자자들은 테슬라가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순위가 하락했다는 사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습니다. 물론 어느 정도의 충격은 있습니다. 하지만 주가의 흐름을 보면, 결정적인 변수는 아닙니다. 오히려 로보택시 사업이나 옵티머스 및 그 경쟁작에 관한 소식이 2026년의 주가를 좌우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옵니다.

물론, 테슬라의 매출 감소를 과소평가할 수는 없습니다. 로봇이든 생성형 AI든 개발에 돈이 많이 듭니다. 테슬라 차량을 많이 팔아야 자금을 원활하게 수급할 수 있습니다. 문제로 지적되는 것은 한정적인 라인업입니다. 모델이 별로 없고, 그나마 선보인 지 오래되었습니다. 대중화를 이끌 수 있는 저가형 모델이 없다는 점도 약점입니다. 중국에서 생산한 모델 Y를 ‘옆그레이드’한 제품을 선보이고 있지만, BYD와 같은 중국 업체에는 역부족이라는 겁니다.

유럽이 잠식된 과정

반면 BYD가 2026년 한국 시장에도 선보일 예정인 ‘돌핀’ 모델은 대략 2500만 원 선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으로 보입니다. 소형차이긴 하지만, 전기차를 2500만 원에 구매할 수 있다면 매력적인 옵션입니다. 가장 저렴한 테슬라 모델 Y 가격이 5000만 원이니까요. BYD를 비롯한 중국 브랜드들은 전기차는 비싸다는 고정관념을 깼습니다. 그리고 그 매력을 유럽 시장은 먼저 알아봤고요.

EU는 2024년 10월 30일부터 5년 동안 중국 전기차에 대해 27퍼센트에서 45퍼센트까지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중국에서 생산된 테슬라 차량에는 17.8퍼센트가 붙었고요. 표면적인 이유는 중국 정부가 보조금을 지급해 불공정 경쟁을 촉발했다는 겁니다. 하지만 진짜 속내는 유럽 완성차 브랜드에 유리할 것으로 생각했던 전기차 전환에 저렴한 중국산 전기차가 끼어들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는 경계심이었습니다.

그럴 만했습니다. 2023년도 EU 시장으로 수입된 중국산 배터리 전기차는 43만 대가 넘었습니다. 판매 점유율은 20퍼센트를 넘겼고요. 관세 영향에도 2024년에도 중국발 전기차 수입은 40만 대를 넘겼습니다. EU로 수입된 전기차의 60퍼센트입니다. 테슬라가 중국차 가격 공세에 완전히 밀린 겁니다.

만약 관세가 없었다면 상황은 더욱 심각했을 겁니다. 영국을 보면 알 수 있습니다. 영국은 모든 수입차에 10퍼센트로 동일한 관세를 부과합니다. 2025년 11월 기준 영국 신차 등록 물량의 13퍼센트가 중국산이었습니다. 내연 차도 포함한 수치라는 것을 생각하면 놀랍습니다. 내년엔 이 추세가 더욱 심화할 겁니다. 중국산 자동차를 타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기술과 안전에 대한 신뢰가 단단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관세를 맞은 유럽 대륙에서도 중국 브랜드들은 발 빠르게 대응하고 있습니다. 유럽산 완성차 업계를 보호하기 위해 유럽 연합은 2035년까지 내연차를 완전히 퇴출하고자 했던 계획을 사실상 철회했습니다. 이론적으로 내연차를 계속 생산 및 판매할 수 있게 되었고, 하이브리드라는 연착륙 방안도 떠올랐습니다. 하지만 정책의 변화에 먼저 대응할 수 있었던 것은 중국 브랜드들이었습니다. 2025년 중국의 하이브리드 차량 수출은 유럽 시장에서 155퍼센트 급증했습니다. BYD는 물론이고 샤오펑, 체리 등의 브랜드는 유럽 내에 생산 기지를 건설하고 있고요.

996

중국은 전 세계에서 자동차를 가장 많이 수출하는 국가입니다. 그 물량 중 40퍼센트가 BYD 브랜드고요. BYD는 원래 배터리를 만들던 기업입니다. 글로벌 배터리 업계 2위에 올라섰던 2003년 피벗이 시작되었습니다. 도산 위기에 놓인 국영 자동차 회사를 인수했고, 도요타의 모델을 베낀 차량을 내놓으며 업계에 자리 잡기 시작합니다. 2005년에는 전기차 개발 전담 사업부를 설치하고 내연차를 팔아 번 돈을 기술 개발에 쏟아붓기 시작합니다. 처음부터 잘 됐던 것은 아닙니다. 저가 이미지, 카피캣 브랜드라는 악명에서 벗어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하지만 2010년대 후반부터 BYD의 전기차는 제대로 평가받기 시작합니다. 2015년부터 2018년까지 4년간 전 세계에서 전기차를 가장 많이 판매한 기업으로 올라선 겁니다. 물론 당시 전기 승용차 1위는 테슬라였지만, BYD는 버스와 트럭 등을 포함한 상용차 부문의 물량을 압도적으로 가져갔습니다. 서울 시내를 달리는 버스 중에도 BYD 차량이 적지 않습니다.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신뢰는 이미 쌓여 있습니다.

무엇보다, BYD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기업들끼리 치열한 경쟁을 시키는 ‘베이징식’ 산업 육성의 승리자입니다. 더 잘 만드는 건 기본이고, 더 싸게 만들어야 합니다. 실패하면 파산입니다. BYD는 그 전쟁터에서 왕좌를 차지했습니다. 전기차의 핵심인 배터리는 물론이고 주요 부품을 포함한 자동차 전장 사업까지 가지고 있습니다. 수직 계열화에 성공했다는 뜻입니다. 중국 특유의 996 문화(오전 9시~밤 9시, 주 6일 근무)를 기반으로 한 기술 개발 속도는 근무 시간 단축을 외치는 유럽 기업과 비교할 바가 못 됩니다. BYD는 완벽한 중국 기업입니다. 중국식으로 시작해 중국식으로 성공했습니다.

미래의 몸을 만드는 곳

중국은 마치 BYD처럼 국가 단위로 수직 계열화에 성공했습니다. 희토류부터 전기차까지, 공급망의 처음부터 끝단까지 대부분을 중국산으로 채울 수 있게 된 겁니다. 정부 주도로 산업 전체를 크게 보고 통합적인 그림을 그리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중국은 2024년 삼중전회에서 ‘새로운 질적 생산력’과 ‘기술 자립’을 강조했습니다. 각각 첨단 산업과 공급망 전체를 아우르는 장악력을 뜻합니다. 그 결과가 BYD로 상징되는 중국의 전기차 산업이고요.

전기차 산업은 기존의 제조업과는 다릅니다. 생성형 AI의 가장 확실하고 빠른 수익원이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자율주행 얘깁니다. 올 상반기부터 영국에서는 차량 공유 서비스 우버와 리프트가 중국의 바이두와 협력해 로보택시 시범 운행을 시작합니다.

중국은 미국보다 AI 분야에서 몇 년 정도 뒤처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챗봇 이상의 쓸모를 AI가 증명하기 위해서는 전기차와 같은 하드웨어가 필요하죠. 2026년 현재, 하드웨어를 잘 만들 기술은 중국이 앞서 있습니다. 아이폰도 중국에서 만드니까요. AI를 돌릴 전력망도 중국이 앞서 있습니다. 그 어떤 국가보다 태양광 산업에 과잉 투자를 해 왔습니다. 국가 단위로 전체를 보고 계획한 결과입니다. 휴머노이드 분야도 전기차 못지않게 많은 기업이 난립하며 베이징식 육성 과정을 거치는 중입니다. 

테슬라와 바이두의 경쟁은 그래서 실리콘밸리와 베이징의 경쟁입니다. 아직은 실리콘밸리가 앞서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애국심으로 잠을 쫓아가며 추격하는 베이징이 만만치 않습니다. 머스크는 BYD에 뒤진 판매량 수치를 대수롭지 않게 이야기하지만, 속이 타들어 가고 있을 겁니다. 머스크는 베이징의 저력을 잘 알고 있으니까요.
* bkjn review 시리즈는 월~목 오후 5시에 발행됩니다. 테크와 컬처, 국제 정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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