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를 유혹하는 방법
이탈리아 정부는 이 화려한 도시를 다시 한번 세계에 자랑하고자 합니다. 명확한 목적이 있습니다. 세계적인 부자들을 이탈리아로 끌어들이기 위해섭니다. 이탈리아 정부는 2017년부터 해외에서 발생한 소득에 대해서는 세금을 ‘정액제’로 부과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10년 기준으로 이탈리아 거주자가 아니었던 사람을 대상으로 하니, 해외의 부유층을 끌어들이겠다는 노골적인 계산입니다.
정액으로 내는 세금의 규모는 연간 10만 유로로 시작해 현재 20만 유로 수준이고, 곧 30만 유로로 인상될 예정입니다. 돈을 아무리 많이 벌어도 30만 유로만 내면 되니, 꽤 매력적인 정책입니다. 공식 통계는 나와 있지 않지만, 실제로 이 제도가 시작된 이후 자산가들이 이탈리아로 유입되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 이탈리아 정부의 분석입니다. 2018년부터 2022년까지 5년 동안 1000명 넘게 이 제도를 이용했다는
집계도 있습니다.
현지에서는 불만이 나옵니다. 특히 이탈리아의 경제 수도라고 할 수 있는 밀라노를 중심으로 세제 특혜로 유입된 고소득층이 집값과 임대료를 높이고, 도시 내 불평등 인식을
심화한다는 겁니다. 그럼에도 이탈리아 정부는 적극적입니다. 초부유층 유치는 악화하는 재정을 어떻게든 떠받칠 궁여지책 중의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1960년대 부유층을 사로잡았던 코르티나를 이용해 이탈리아 마케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계획은 어찌 보면 당연한 수순입니다.
변화는 이미 시작되고 있습니다. 코르티나에는 엄청난 회원료를 내야 들어갈 수 있는 초고가 클럽이 늘고 있습니다. 사립학교도 속속 문을 열고요. 고급 레스토랑이라도 방문하려면 몇 주 전부터 예약을 잡아야 합니다. 오랫동안 지역을 지켜 온 주민들은 이러한 변화에 조금
당황하는 기색이지만, 정부 입장에서는 엄청난 세수 확보와 소비 진작 효과를 누릴 수 있습니다.
이번 동계 올림픽을 계기로 교통편이 아쉬웠던 코르티나는 도로를 정비하는 등 기반 시설을 확충할 수 있었습니다. 밀라노와 같은 국제도시와 더욱 가까워진다면, 코르티나의 매력도는 높아질 겁니다. 또, 전 세계로 생중계될 경기 장면은 아름다운 도시의 매력을 홍보할 수 있는 가장 드라마틱한 광고 영상이 되겠죠. 이번 올림픽을 통해 이탈리아는 제대로 세일즈에 나설 작정입니다.
녹아내리는 올림픽
한때 올림픽은 전 세계에 개최국의 발전상을 자랑하는 수단이었습니다. 혹은 개최국의 ‘정상성’을 담보하는 자리이기도 했고요. 권위주의 정권이 올림픽과같이 값비싼 국제 스포츠 행사를 유치하고자 열망했던 이유겠죠.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일본의 완벽한 ‘부흥’을 강조하기 위해 아베 신조 전 일본 총리도 도쿄 올림픽에 퍽 공을 들였습니다.
다만, 성장의 시대였기 때문에 가능한 논리이기도 했을 겁니다. 도쿄 올림픽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이제 올림픽은 기피 행사가 되어 버렸습니다. 굳이 올림픽이 아니더라도 나라와 도시를 뽐낼 기회는 많습니다. 반면, 국제 스포츠 행사를 치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시설 투자가 필요하고요. 저성장 시대에는 수지가 도무지 맞지 않는 장사입니다. 이탈리아는 꽤 영리한 전략을 짰다고 할 수 있습니다. 홍보의 대상을 아주 정확히 타깃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변한 것은 또 있습니다. 날씨 얘깁니다. 1956년 경기 모습을 보면 눈 덮인 코르티나의 아름다운 설경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돌로미티산맥에서 트럭으로 눈을 좀 공수하긴 했지만 말이죠. 하지만 올해는 좀 다를 겁니다. 이번 올림픽을 위해 조직위원회는 약 240만 세제곱미터의 인공눈을 만들어 뿌릴 예정입니다. 눈이 충분치 않은 것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