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의 혁명 수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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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E 신입 요원에게는 채용 즉시 보너스가 지급됩니다. 학자금 대출 상환 지원도 있습니다.

트럼프의 혁명 수비대

2026년 2월 12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게 이민자 이슈는 정치적 무기였습니다. 트럼프는 더 확실하고 강력하게 ‘불법’ 이민자를 추방하겠다고 거듭 약속했죠. 그리고 우리는 그 약속이 어떤 방식으로 이행되는지 똑똑히 지켜봤습니다.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미국 시민권자 두 명이 사망했습니다. 이들의 목숨을 앗아간 범인은 국가입니다. 이민세관단속국(ICE) 요원들의 총이 시민을 겨눈 겁니다.

이제 이민자 이슈는 부메랑이 되어 트럼프 대통령을 저격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정책에 대한 지지율이 추락하고 있습니다. 〈NBC〉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절반가량이 트럼프 행정부의 국경 안보 및 이민 정책의 집행 방식에 강력히 반대합니다. ICE에 대한 반감도 깊어지고 있습니다. 응답자의 4분의 3이 ICE의 개혁 또는 폐지를 원한다고 답했습니다. 요원들이 마스크를 착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응답이 60퍼센트를 넘겼습니다. ‘법을 준수하는 시민’은 ICE 요원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는 주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답변도 68퍼센트에 달했습니다.

미국은 한 때 두 동강이 난 것처럼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 균열도 새롭게 재편되는 분위기입니다. ICE라는, 지금까지는 잘 보이지도 않던 문제적 존재를 둘러싸고 보수층에서도 의견이 갈립니다. 하지만 이런 균열은 과도기적 현상입니다. 지금 미국은 완전히 새로운 질서로 진입하는 중일 뿐입니다.

직원 행동주의

ICE에 대한 반감은 실리콘 밸리에서 불이 붙고 있습니다. 세일즈포스의 직원 1400여 명은 CEO에게 ICE와의 모든 거래를 중단해 달라는 서한을 보냈습니다. 구글에서는 800명 이상의 직원이 경영진에게 ICE와의 거래를 규탄하는 청원서를 제출했고, 팔란티어의 직원들도 회사 경영진에게 ICE와의 협력 관계에 대한 답변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직원 행동주의입니다. 자신의 경력이 부끄럽지 않아야 한다는 동기가 이들을 움직입니다. 특히 실리콘 밸리에서 이런 움직임이 도드라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ICE의 체포 및 추방 과정에 있어 기술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ICE가 가장 크게 의존하고 있는 프로그램은 ‘모바일 포티파이(Mobile Fortify)’라는 프로그램입니다. 검문 대상자나 구금된 사람들의 얼굴을 인식해 신원을 확인, 검증하는 데에 사용됩니다. 2025년 새로 도입되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첫날 서명한 행정 명령에 따른 것입니다. 추방 대상을 ‘완전하고 효율적으로’ 단속하겠다는 내용입니다.

ICE 요원들은 스마트폰으로 사람들의 얼굴을 촬영해 신원을 확인합니다. 표적이 되는 대상뿐만이 아닙니다. 미국 시민으로 확인된 사람들, ICE 요원들의 법 집행 과정을 구경하거나 촬영하는 사람들, 옆에 서서 항의 구호를 외치는 사람들의 얼굴까지 스캔했습니다. 촬영 당한 사람들은 순식간에 국토안보부 시스템에 얼굴이 등록됩니다.

사실, 포티파이의 주요 기능은 수집 데이터를 늘리는 것입니다. 국경 지역에서나 수집하던 신원 정보를, 우리 동네에서도 수집하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수집된 데이터는 정부가 최대 15년 동안 보관합니다. 이민 단속의 대상뿐만 아니라 정책에 반대하는 사람들까지 리스트업되고 있습니다. 일상 감시의 시작입니다.

포티파이는 모른다.

아마 이 데이터의 존재 자체는 장기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가능성이 큽니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 미국 전역에서 포티파이 때문에 벌어지고 있는 문제는 성격이 조금 다릅니다. 

ICE 요원들은 포티파이의 분석을 근거로 추방 대상자를 지목합니다. 하지만 포티파이는 정확한 신원 검증 도구가 아닙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최신형 스마트폰에도 최첨단 안면인식 기능이 탑재되어 있습니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카메라와 눈을 제대로 맞추지 못하면 내 스마트폰도 나를 종종 못 알아볼 때가 있죠. 체포 현장에서 스마트폰으로 얼굴을 스캔해 신원을 확인한다면 정확도는 당연히 떨어집니다. 긴박한 상황 속에서 빠르게 결괏값을 내놓아야 하므로 방대한 생체 정보 갤러리에서 이미지를 샅샅이 분석해 대조하지도 않습니다. 이 시스템은 확정적인 일치 항목을 제시하는 것이 아니라 ‘일치할 가능성이 있는’ 후보 항목을 생성하도록 설계되어 있습니다.

엉뚱한 사람들이 자꾸만 끌려 나가는 이유입니다. 불완전한 시스템이 불완전한 입력값으로 불완전한 결과를 내놓습니다. 이 사람이 ‘마리아’라고 확인해 주는 것이 아니라, ‘마리아일 가능성이 그나마 높다’라고 확인해 주는 겁니다. 그리고 ICE 요원들은 이 기술에 의존해 무력을 사용합니다.

상식적으로는 상상도 하기 어려운 법 집행 방식입니다. 하지만 ICE 요원들이 설익고 위험한 기술에 의존해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표적이 누구인지 제대로 판단하고, 불필요한 무력 충돌을 피하면서도 물리적 강제력을 동원해 누군가를 체포한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장기간의 훈련이 필요하고, 작전 지역과 법 규정에 대한 지식도 필요합니다. 윤리 기준을 명확하게 숙지하고 몸으로 익혀야 할 겁니다. 하지만 지금 현장을 휘젓고 다니는 ICE 요원들은 미숙합니다. 너무 어립니다.

학자금 대출 상환을 위한 최고의 일자리

기술 전문 매체 〈wired〉가 최근 ICE 요원들의 비공개 커뮤니티 내용을 취재해 공개했습니다. 〈wired〉는 해당 커뮤니티가 가입 시 재직 증명서를 제출할 필요가 없으며, 플랫폼 자체도 엄격한 검열이 이루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제했지만, 내용상 이들이 업무의 구체적인 내용을 잘 알고, 이야기하고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단순히 이들의 도덕성을 비난할 만한 자극적인 게시물을 퍼 나른 것이 아닙니다. ICE 내부에서 터져 나오고 있는 두 가지 우려가 커뮤니티에서 관찰되었습니다. 첫 번째는 갑자기 투입된 신입 요원들에 대한 우려입니다. 갑작스럽게 작전에 투입된 요원들을 어떤 방식으로 배치해야 할지, 장비를 어떻게 갖춰야 할지 등이 전혀 계획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국토안보부가 체포 건수를 늘리기 위해 이른바 ‘손쉬운 먹잇감’을 노리고 있다는 불만입니다. 아침 7시 30분에 학교 앞에서 대기하는 식의 행태입니다.

2025년 7월에 통과된 ‘하나의 거대한 아름다운 법안(One Big Beautiful Bill Act)’에는 이민 단속에 1700억 달러의 예산을 배정하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웬만한 국가들이 지출하는 국방비보다도 많은 액수입니다. ICE의 규모는 지난 1년 새에 두 배 이상 커졌고, 1만 2000명의 신규 추방 담당관을 채용했습니다.

채용 방식을 보면, 국토안보부가 원하는 이상적인 ICE 요원 상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2025년 12월에는 ICE와 국경순찰대 신입 요원 모집을 위해 ‘아메리카페스트(AmericaFest)’라는 컨퍼런스를 찾았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을 노골적으로 지지하는 극우 집단입니다. ICE 채용 포털 페이지에는 다음과 같은 멘트가 적혀 있습니다.

“미국은 범죄자와 약탈자들에게 침략당했습니다. 그들을 몰아내려면 당신이 필요합니다. 학사 학위는 필요하지 않습니다.”

신입 요원에게는 채용 즉시 보너스가 지급됩니다. 학자금 대출 상환 지원도 있습니다. 이들의 훈련 기간은 42일입니다.

트럼프의 혁명 수비대

막 사회로 발을 내디딘, 젊은 ICE 요원들에게는 두 가지가 주어집니다. 먼저 할당입니다. 이 할당을 채우는 것이 그들의 목표입니다. 다음은 ‘면책권’입니다. 절대적인 면책권이 될 것인지는 상황을 좀 더 지켜봐야 합니다. 미니애폴리스에서 시민을 사살한 요원들에 대해 어떤 판결과 처분이 내려질지에 따라 앞으로의 추이는 달라질 수 있습니다. 다만, 이들이 상부로부터 면책권에 관해 이야기를 들었다는 보도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현재로서는 이들을 움직이는 것은 이 두 가지 동인입니다.

그 결과는 우리가 잘 아는 대로입니다. 공화당 지지자들도 무작정 옹호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ICE의 존재가 트럼프 2기 행정부에 부담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옵니다. 하지만 꼭 그렇지는 않을 수 있습니다.

무력이라는 것은 생각보다 힘이 셉니다. 아무리 심지가 곧은 사람이라도 물리적인 폭력 앞에서는 심지가 부러져 버립니다. 고문 피해자들이, 참전 군인들이 평생 트라우마에 시달리는 이유입니다. 미니애폴리스가 속한 미네소타주는 민주당 소속의 팀 월즈 주지사가 집권하고 있는 곳입니다. 이번 대선에서 민주당 해리스 후보의 러닝메이트로 나섰던, 부통령 후보 팀 월즈 말입니다. 트럼프 입장에서는 상징성이 있습니다. 지금 미국은 민주당이 집권하는 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 똑똑히 목격하고 있습니다. 이 기억은 오는 11월로 예정된 중간 선거에서 어떤 식으로든 영향력을 발휘하게 될 겁니다.

또한 ICE가 투표장 근처에 배치되는 식으로 반대 세력의 투표 참여를 막을 수 있습니다. 지금 미니애폴리스에서는 이민자들이 ICE에 대한 공포로 출근하지 못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 때문에 곧 집세를 내지 못하고 쫓겨나게 될 사람들이 속출할 것이라는 보도가 나올 정도입니다. 투표권이 있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ICE에게 검문을 당할만한 인종적 특징을 가진 사람이라면, 투표소로 향하는 발걸음을 충분히 망설일 수 있는 분위기입니다. 사실, 사살된 희생자들의 인종적 특징을 생각해 보면, 그 두려움은 누구에게나 해당할 수 있고요.

여기에 ICE가 트럼프와 그 추종 세력의 ‘사병’으로 전락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말도 안 되는 상상력이라고 웃어넘길 법한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역사 속에 비슷한 예도 있습니다. 1894년 클리블랜드 대통령은 파업 중인 철도 노동자들을 진압하기 위해 시카고에 군대와 연방 보안관을 파견했습니다. 19세기 후반에 정치인들은 재계 일부 인사들이 한 탐정 사무소를 고용해 파업을 무력으로 진압하는 행태를 방관했습니다. 현대 국가에서 비슷한 사례를 찾는다면 이란의 혁명 수비대를 들 수 있겠습니다.

전염의 속도는 빠르다.

이러한 ‘예외적인 군사력’이 필요한 경우는 정권이 다수의 동의를 획득할 수 없을 때입니다. 추종자 외에는 도저히 동의할 수 없는 차별, 혐오, 억압, 생명에의 위협 등이 있을 때 저항이 생깁니다. 이러한 저항을 정치적으로 풀어 나갈 능력이 있는 정부라면, 굳이 시민과 척질 필요는 없겠지요. 하지만 능력이 없는 정부라면 이 예외적인 군사력을 동원하게 됩니다.

트럼프의 정책이 그렇습니다. 그중에서도 이민 정책이 특히 그렇습니다. 그래서 트럼프에게는 그에게 완전히 복종하는 군대가 필요합니다. ICE에 새롭게 충원된 요원들은 훌륭히 그 임무를 수행할 만하고요. 지금 멈춰 세우지 않는다면, 앞으로 트럼프의 혁명 수비대는 더욱 크고 강력한 세력으로 부상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한번 이런 세력이 자리를 잡으면 이전으로 돌아가기란 참으로 힘듭니다. 정권이 바뀐다고 하더라도 말이죠. 이들은 누가 되었든 집권 세력에게 매력적인 무기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에서 시작한 이 전염병이 빠르게 퍼지고 있습니다. 유럽의 극우 정당들이 ICE와 같은 방식의 경찰 도입을 추진하고 있는 겁니다. 독일 극우 정당인 독일대안당(AfD)의 바이에른 지부, 벨기에 극우 정당 ‘플람스 벨랑(Vlaams Belang)’ 등이 이와 같은 제안을 의회에 제출할 예정입니다. 프랑스의 극우 정치인도 ICE와 유사한 경찰 조직의 필요성에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습니다.

설마 싶겠지만, 겨우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유럽의 극우 정당엔 존재감만 있었을 뿐, 의석은 없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다릅니다. 극우 정당은 주요 정치 세력으로 부상했으며, 일부 국가에서는 집권에 성공하기도 했죠. 어쩌면 ICE식의 공권력은 더 많은 지역에서 ‘뉴 노멀’이 될 수도 있겠습니다. 그래서 미니애폴리스 시민들의 저항은 미국의 저항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저항이었습니다. 그 저항이, 아직은 실패하지 않았습니다.
* bkjn review 시리즈는 월~목 오후 5시에 발행됩니다. 테크와 컬처, 국제 정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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