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호르 디키: “전쟁은 개의 모습마저 바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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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호르 디키: “전쟁은 개의 모습마저 바꾼다.”


2026년 2월 23일 발행

전쟁은 인간 사회의 사건에 그치지 않는다. 생태계 전반에 즉각적인 변화를 만들어 낸다. 2025년 12월 학술지 《진화 응용(Evolutionary Applications)》에 발표된 연구에 따르면, 전쟁은 개의 모습마저 바꾼다. 우크라이나 전선의 개들은 단기간에 야생 견종 같은 형태로 변했다. 전쟁이라는 극한의 환경이 특정한 형질을 지닌 개체에 유리하게 작용한 결과다.

이 연구는 우크라이나 리비우 국립 이반 프랑코 대학교의 동물학자 이호르 디키(Ihor Dykyy) 박사가 주도했다. 연구팀은 2023년 3월 17일부터 2024년 1월 10일까지 우크라이나 전선 지역, 위험 지역, 안전 지역에서 763마리의 개를 조사했다. 체중과 체고, 다리 길이, 형태, 건강 상태, 나이, 털 특성 등을 수집해 분석했다.

동부 전선을 떠도는 개들은 서부 안전 지역의 개들보다 전반적으로 몸집이 작고 체질량 지수(BMI)가 낮았다. 주둥이는 불도그처럼 짧거나 그레이하운드처럼 길지 않고, 중간 길이였다. 다리는 짧지 않았다. 귀는 곧았고, 털은 황갈색이었다. 늑대와 코요테 같은 야생 갯과 동물의 전형적인 특징을 보였다. 즉, 덩치가 작아 덜 먹어도 되고, 잘 숨고, 달리기 효율이 좋은 개들이 살아남았다.

최전선에서 관찰된 개 집단은 어린 개체의 비중이 높았다. 다쳤거나 질병을 앓고 있는 개체의 비율은 낮았다. 나이가 많거나 병든 개체는 이미 죽어서 볼 수 없게 됐다는 뜻이다. 전선의 개들은 다른 지역의 개보다 무리를 이루는 경향이 강했다. 먹이를 확보하고 몸을 지키는 데 집단생활이 더 유리하기 때문이다.

전쟁이 남긴 영향을 조사한 연구는 적지 않다. 그런데 이 연구는 전쟁이 벌어지는 현장에서, 떠돌이 개(free-ranging dogs)의 유전 가능한 표현형 특성이 어떻게 달라지고 있는지를 추적한 드문 사례다. 연구를 이끈 이호르 디키 박사를 인터뷰했다. 당초 인터뷰는 화상으로 진행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우크라이나 전역에 수시로 정전이 발생하면서, 서면 방식으로 대체됐다.

연구팀은 우크라이나의 군사 활동 강도에 따라 전선 지역(FL, 빨간색, 73마리), 위험 지역(DT, 노란색, 503마리), 안전 지역(PST, 초록색, 219마리)으로 분류한 세 지역에서 떠돌이 개들의 데이터를 수집해 분석했다. / 출처: 디키 박사 연구팀의 논문 〈Dogs of War〉에 수록된 지도 이미지
전쟁의 참혹함은 평균값보다 특정 개체의 예외적인 데이터에서 더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다. 논문에 제시된 통계로는 충분히 설명되지 않는 아웃라이어(outlier)나, 일부 개체군에서 비정상적으로 두드러진 유전적 신호를 마주한 순간은 없었나?

이 연구는 주로 전반적인 경향에 초점을 맞추고 있지만, 일부 관찰 결과는 단순한 평균값을 넘어선다. 특정 개체는 극도로 낮은 체질량 지수(BMI)와 영양실조의 징후를 보였는데, 전쟁이 생존과 생리적 상태에 미친 급격한 충격을 여실히 드러낸다. 다시 말해, 일부 개체들은 일반 표본의 평균값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자신들의 생물학적 지표를 통해 전쟁의 참상을 온몸으로 “증명”하고 있었다.

진화와 적응(adaptation)은 오랜 세월에 걸쳐 일어난다. 그러나 이 연구는 전쟁이라는 인위적 재난이 불과 1~2년 만에 특정 지역에 서식하는 개들의 유전적 구조를 재편했음을 보여 준다. 기존의 진화 속도 개념으로 설명이 가능한 일인가?

우리는 흔히 진화를 점진적인 과정으로 이해하지만, 전쟁은 다른 규칙을 강요한다. 여기서 작용하는 메커니즘은 ‘누가 더 높은 번식 성공률을 기록해서 더 많은 후손을 남기는가’ 같은 고전적 의미의 자연 선택이 아니다. ‘누가 당장 죽지 않고 살아남는가’라는 가혹한 생존의 문제다. 전선 지역에서의 선택압(selective pressure)은 단일한 형질에 국한되지 않는다. 여러 표현형적 특성에 간접적이고 동시적으로 작용한다. 결정적으로, 이 압력은 강도가 매우 높다. 그 결과, 유전 가능한 표현형 형질의 변화가 매우 빠르게 나타날 수 있다.

그러나 이를 고전적 의미의 적응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전형적인 진화 모델에서는 특정 형질을 지닌 개체들이 더 높은 번식 성공을 거두면서 적응이 형성된다. 그러나 우리의 경우 핵심적 역할을 하는 것은 번식 성공의 차이가 아니라 ‘선택적 사멸(selective mortality)’이다. 즉, 전쟁은 특정 표현형들이 압력을 이기지 못하고 도태되는 강력한 생태적 여과기를 형성한다.

이론적 관점에서 보면, 이러한 현상 역시 선택(selection)과 형질 빈도의 변화라는 고전적 메커니즘 안에 포함된다. 다만 우리는 극단적인 조건 때문에 이를 일종의 ‘배속(fast-forward) 모드’로 관찰하고 있을 뿐이다. 결국, 진화는 반드시 느리게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그 속도는 선택압의 강도에 의해 결정된다.

개는 인간과 가장 밀접한 공생 관계를 맺어 온 종이다. 전쟁으로 인간의 관리와 보호가 사라졌을 때, 개들의 생존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이동했나. 사냥과 같은 재야생화 경향이 강화됐나, 아니면 파괴된 도시 환경 속에서 인간의 흔적에 대한 의존이 더 뚜렷해졌나?

개는 약 3만 년 전 길들여진 최초의 가축이다. 현대의 선택적 번식은 특정 형질이 고도로 특화된 혈통들을 만들어 냈지만, 이들은 인간의 개입 없이는 자율적인 생존이나 번식이 거의 불가능하다. 반면, 비순종이나 잡종견들은 위험한 환경에서 현저히 높은 적응도와 생존율을 보인다. 분쟁 지역에서의 관찰 결과는 이러한 자유 방임 상태의 개체군이 교전이 벌어지는 압박 속에서 더 강한 회복력(resilience)을 발휘함을 시사한다.

유기된 순종견과 잡종견 사이에는 행동에서 분명한 차이가 있었다. 순종견들은 새로운 ‘주인’을 찾으려 했다. 특히 군인들에게 도움을 구하려 했다. 우리는 그들을 거두어 먹이고 곁에 두었다. 반면 잡종견들은 소규모 무리나 가족 단위의 집단을 형성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들은 인간과 거리를 유지하며 쓰레기 매립지에서 먹이를 찾았다. 일부는 인간의 사체를 먹기도 했다. 이러한 개체들은 인간이 가까이 오는 것을 허용하지 않았고, 공격성을 보였다.

전쟁이라는 환경에서 선택압은 어떤 식으로 작동했나. 극한 상황 속에서 형성된 행동적·생리적 변화가 다음 세대로 전달될 가능성은 없을까. 예컨대 전쟁을 직접 겪지 않은 새끼들이 부모 세대의 ‘전쟁 트라우마’를 유전적 혹은 후성유전학적 흔적으로 물려받아, 태어날 때부터 소음이나 외부 위협에 과민하게 반응할 가능성은 없나?

전쟁이 개의 개체군에 직접적인 선택압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생존은 체구와 체중이 작은 동물에게 유리하게 작동한다. 이러한 신체적 특성은 기반 시설의 좁은 틈새에 몸을 숨길 수 있게 해준다. 몸집이 작은 개들은 신체 표면적이 좁아 폭발 시 파편에 맞을 확률이 낮다. 또한 체중이 가벼우면 대인 지뢰가 매설된 지역을 통과하더라도 이를 작동시키지 않을 가능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이러한 형질이 자손에게 뚜렷하게 유전될 가능성은 높지 않다. 소음에 대한 과도한 민감성이 모든 개체에서 관찰된 것은 아니다. 전선 지역에서는 많은 개들이 폭발로 인한 음향 외상을 입어 오히려 폭발음에 무감각해지는 양상을 보였다. 반대로 일부 집단은 공포에 기반한 행동을 보이며 방공호나 은신처로 숨어들었다.

전쟁 전후로 개들의 행동에서 가장 선명하게 달라진 점은 무엇이었나. 유전자 지도에는 포착되지 않지만, 이를테면 인간을 바라보는 눈빛처럼 현장에서 체감할 수 있었던 심리적·행동적 변화가 있었나?

우리는 수복 지역에서 일부 개들이 군인과 무기를 소지한 사람들에게만 국한된 특정한 공포 반응을 보이는 현상을 목격했다. 민간인들의 증언에 따르면, 점령 초기 적군은 사유지에 진입할 때 저항을 막기 위해 집 지키는 개들을 자주 사살했다고 한다. 발길질 같은 물리적 학대도 흔했다. 그 결과, 이 동물들은 카키색 군복과 총기에 대해 조건화된 공포 반응을 형성했다. 심각한 영양실조 상태에서도, 이 개들은 우리가 먹이를 내려놓고 5~7미터가량 뒤로 물러서기 전까지는 절대 먹이에 접근하지 않았다(편집자 주: 디키 박사는 전쟁 직후 우크라이나군에 자원입대했다).

일부 개체들은 지하 기반 시설 근처에 머물며, 포격이 시작되면 즉각적인 대피소(야생의 굴과 유사한 용도)로 활용했다. 인체 유해를 먹는 사체 섭식을 했던 개들은 인간과의 접촉을 피한 채 고립된 상태를 유지했고, 높은 수준의 공격성을 보였다. 또한 전쟁 중 고립된 환경에서 태어난 새로운 세대가 중심이 된 야생화된 무리는 일관되게 인간과의 접촉을 회피했다. 이들은 주로 쓰레기 매립지에서 먹이를 찾거나, 버려진 주거 시설 안에서 식량을 확보하며 생존했다.

많은 떠돌이 개가 자리치네(Zarichne) 마을에서 우리와 함께 지냈다. 그 개들은 교전 상황에 극도로 겁을 먹었고, 일부는 포탄 충격(shell shock)으로 외상성 증상을 보였다. 부러진 다리가 제대로 붙지 않아 절뚝거리는 작은 개가 있었고, 폭발로 한쪽 눈을 잃은 개도 있었다. 우리는 가능한 한 모두에게 먹이와 피신처를 주고 의료적 조치를 했다. 그 마을의 우리 주둔지에는 20마리가 넘는 개가 모여들었는데, 나는 그 개들로부터 이 연구를 위한 DNA 샘플을 채집했다.

가장 가슴 아픈 사연은 주인에게 버려진 임신한 세인트버나드 ‘린다(Linda)’의 이야기다. 우리는 혹독한 겨울 추위 속에서 린다를 데려왔고, 폭격이 시작되면 지하실에 숨겼다. 린다는 한 마리의 새끼를 낳았다. 나는 린다와 깊은 유대감을 형성했고, 전쟁이 끝나면 집으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하지만 비극적이게도, 린다는 집 근처 도로에서 포격을 피해 질주하던 군용 장갑차에 치여 목숨을 잃었다. 내 눈앞에서 벌어진 일이었다.

린다는 눈을 감는 순간까지 새끼에게 젖을 먹이고 있었다. 나는 어미 잃은 새끼를 차에 태워 전선을 빠져나와 후방 마을로 달렸다. 강아지를 취사병들에게 맡겼다. 전방에는 강아지에게 먹일 우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폐허가 된 거리를 운전하는데, 뺨에 눈물이 흘러내렸다. 밀려오는 감정을 이기지 못해 하마터면 사고를 낼 뻔했다. 강아지의 눈에도 눈물이 맺혀 있었다. 어미가 영원히 떠났다는 사실을 느끼는 것 같았다. 안타깝게도 이 이야기에 해피엔딩은 없다. 그 새끼는 생후 두 달까지 자랐지만, 결국 세상을 떠났다.
이호르 디키 그리고 린다 / 출처: 이호르 디키
우리는 전쟁 복구를 흔히 인간 사회의 재건으로 한정해 생각한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인간이 초래한 폭력이 다른 종의 생물학적 구조와 생태적 균형을 흔들었다는 사실을 보여 준다. 비인간 존재와 생태계가 입은 피해에 인간은 어떤 윤리적 책임을 져야 하나?

전쟁은 모든 것을 황폐화한다. 비극적이게도 우리는 지금 우리 민족에 대한 제노사이드뿐만 아니라, 우크라이나 영토 전역에서 벌어지는 대규모 에코사이드(ecocide, 생태 학살)의 4년 차를 지나고 있다. 러시아의 침략은 고유한 생태계와 식생, 그리고 이 땅에서만 서식하는 고유종 동물들을 파괴로 몰아넣고 있다.

2023년 6월 6일 러시아군이 카호우카 수력 발전소 댐을 파괴한 이후, 5000제곱킬로미터가 넘는 지역이 침수됐다. 연료와 윤활유, 비료, 그리고 침수된 정착지와 농경지에서 흘러나온 미처리 폐수가 섞인 대량의 담수가 흑해로 유입됐다. 또한 2022년 한 해에만 우크라이나를 비롯해 루마니아, 불가리아, 튀르키예, 조지아의 과학자들이 흑해에서 약 1000건의 돌고래 폐사 사례를 확인했다.

전쟁으로 폐허가 된 우크라이나 지역의 생태적·생물학적 복원은 종전 이후 가장 시급하고 중대한 과제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는 막대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일부 지역은 원래 상태로 완전히 돌아가지 못할 수도 있다. 나는 21세기에 전면전을 일으켜 이러한 환경적 재앙을 초래한 러시아 연방에 직접적인 책임이 있음을 분명히 밝힌다. 러시아는 자신들이 입힌 환경 피해에 대해 배상해야 한다.

우리 생물학자와 생태학자들의 최우선 임무는 가용한 모든 현대적 방법론을 동원해 적에 의해 파괴된 지역의 동식물 복원을 돕는 것이다. 동시에 교전으로 고통받은 가축과 반려동물들을 돕는 일 역시 우리의 과제다.

이번 연구가 향후 전쟁 범죄에 대한 환경적 기소나 생태적 배상의 근거로 활용된다면, 어떤 지표가 핵심 증거로 기능할 수 있을까?

이번 연구는 개를 모델로 삼아 전쟁이 생태계에 미친 영향을 입증하는 과학적 근거로서 다음과 같은 구체적 지표들을 제안한다.
  • 특정 형질의 빈도 변화 ― 특히 전선 지역 개체군과 다른 지역 개체군 사이에서 유의미하게 차이를 보인 형질 ― 는 전쟁의 영향 아래에서 강력한 선택이 작용했음을 보여 주는 증거다. 이는 통상적인 자연적 변이로는 설명될 수 없다.
  • 고령 개체의 비율이 감소한 연령 구조의 변화는 사망률 증가를 시사한다. 이는 교전 행위가 한 종의 인구 통계학적 구조를 어떻게 변화시키는지를 보여 주는 강력한 지표다.
  • 현저히 낮은 체질량 지수, 그리고 영양실조 및 영양 단계의 하락을 보여 주는 안정 동위 원소 데이터는 스트레스와 섭식 행동 변화의 객관적 징후다.
이러한 요인들을 종합하면 단순히 개의 상태를 설명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 이는 서식지 파괴, 개체군 구조의 변화, 먹이 자원의 고갈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전쟁을 생태적 피해의 핵심 요인으로 평가하는 결정적 증거가 된다.
이호르 디키(Ihor Dykyy)

1974년 우크라이나 서부 리비우에서 태어났다. 이반 프랑코 국립대학교 생물학부에서 강의하는 동물학자다. 같은 대학에서 동물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육식성 포유류를 전공했다. 남극 탐사에 네 차례 참여했다. 우크라이나의 남극 기지 ‘아카데믹 베르나드스키(Akademik Vernadsky)’에서 4년을 보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우크라이나군에 자원입대했다. 그해 7월 전선에 배치됐다. 그곳에서 처음으로 떠돌이 개 무리를 마주했다. 전쟁으로 훼손된 동물들의 모습을 목격하고 깊은 정서적 충격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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