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가타 요시히로: “정책으로 지지를 얻어 냈다고 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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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가타 요시히로: “정책으로 지지를 얻어 냈다고 할 수 없다.”


2026년 2월 23일 발행

지난 2월 8일 치러진 일본 중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압승을 거뒀다. 중의원은 양원제를 채택하고 있는 일본에서 하원에 해당한다. 전체 465석 가운데 316석을 자민당이 가져갔는데, 역사적인 기록이다. 해외 매체에서는 이를 ‘수퍼 다수당(supermajority)’이라고 지칭한다. 자민당 단독으로 헌법 개정이 가능한 의석을 넘겼기 때문이다. 승리는 자민당의 것이라기보다는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의 것이다. 조사 기관에 따라서 다르지만, 자민당의 지지율은 30퍼센트대, 다카이치 총리의 지지율은 70퍼센트대다. 총리를 향한 팬덤이 압승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나온다. 일본에서는 오랜만에 보는 광경이다. 정치에 대한 무관심과 불신이 기본값이었던 일본 사회에서 변화가 감지된다. 하지만 시그널은 제대로 읽어야 한다. 오랜 기간 한국과 일본의 관계를 좇아 온 학자는 이번 선거에 명확한 정책은 없었다고 진단한다.

이례적인 승리다.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를 향한 청년층의 압도적 지지율이 주목받고 있다. 기존 정치인과의 차별점은 무엇인가?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에 관해서는 다수의 전문가도 고개를 갸우뚱하고 있다. 향후 상세한 분석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말로 청년층의 압도적인 지지가 있었다고 볼 수 있는지를 포함해서 말이다. 개인적으로,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는 일본 사회가 헤어 나오지 못하고 있는 정치 문화의 문제에 대체로 기인한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구체적인 정책이나 명확한 정치 비전으로 정치가를 선택하지 않는다. 이미지나 그때그때의 분위기에 좌우된다. 결국, 복잡한 정책 논의는 비껴가게 되는 문화다. 여기에는 소셜 미디어 플랫폼의 영향도 적지 않다.
다카이치 총리가 등장하는 이 선거 홍보 영상은 유튜브에서 1억 6000만회의 조회수를 기록했다. / 출처: 自民党
이러한 관점에서 과거의 정치인과 다카이치 총리의 차이점을 보자면, 무엇보다 여성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한 것 같다. 여기에 매우 쉬운 언어를 사용해 명쾌하게 이야기하는 화법도 효과를 발휘한 것 아닌가 한다. 물론, 이 화법이 때로는 경솔한 발언으로 이어지는 위험을 수반하기도 한다. 다만, 단순히 다카이치 총리의 개성이 인기의 이유라고 봐서는 안 된다. 정치에 대한 실망과 무관심, 현실의 벽 앞에서 느끼는 막막함 때문에 탄생한 팬덤 정치의 결과로 봐야 하는 것이 아닐까 생각한다.

정책 면에서는 어떤 점이 지지를 이끌었나?

애초에 이번 선거에서는 그 어떤 정책도 명확히 제시되지 않았다. 정책으로 지지를 얻어 냈다고 할 수는 없다.

중국에 대한 강경한 태도, 개헌 등 보수층에 어필할 만한 발언들이 있었다. 또, ‘명쾌함’이라는 점도 친근감을 형성했을 수 있겠다. 구태의연한 일본 정치계에서 분투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다카이치 총리에게 친근감을 느낀 사람들이 있었다고 생각된다.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는 일시적인 ‘팬심’인가, 아니면 향후 일본 정치 지형을 뒤바꿀 결정적인 요소인가. 사실, 극우 정당에 대한 지지 확산과도 무관해 보이지 않는다.

다카이치 총리를 향한 팬 심리가 오래 지속될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 단, 팬덤 정치 자체의 경향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외국인을 배척하자는 배외주의(排外主義)를 내세우고 있는 참정당의 경우, 냉정하게 팩트체크가 가능하다면 해당 정당의 주장과 정책이 진부할 뿐이라는 점을 쉽게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완전히 다른 차원에서 지지가 확대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다카이치 총리의 인기와 극우 정당에 대한 지지세 확산 배경에는 어떤 공통점이 있는 것 같다.
각 지역의 후보들도 다카이치 총리를 전면에 내세웠다. / 출처: 自民党
‘사나에노믹스’도 주목받고 있다. 아베노믹스와는 무엇이 다른가? 특히 사회에 막 발을 내디딘 청년층의 관점에는 어떤지 궁금하다.

사나에노믹스가 정책으로서 그 수명을 얼마나 유지할지는 다카이치 정권이 유지되느냐의 여부에 달려 있다고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의 경제 정책에 대한 경제 전문가들의 평가는 전반적으로 좋지 않다. 리스크가 크다는 것이다. 다만, 청년층을 비롯한 일반 유권자의 입장에서는 ‘잃어버린 30년’을 어떻게든 전환해 주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베노믹스가 무엇이었는지, 또 사나에노믹스가 무엇인지를 유권자들이 명확히 인식하고, 이를 바탕으로 지지를 보낸다고 하기는 어렵다. 다만, 아베노믹스에서는 달성하지 못했던 개인의 생활 수준 향상에 있어서는 다카이치 총리의 경제 정책에 분명히 기대를 걸고 있는 것 같다.

한편, 전문가들의 평가에 따르면, 다카이치 총리의 집권이 오래가지 않을 가능성이 언급되고 있다. 경제 정책의 실패 가능성 때문이다. 

이번 중의원(일본의 하원) 선거에서 자민당이 개헌 의석수를 넉넉히 넘어섰다. 이제 개헌이 현실화할까? 앞으로 일본 사회가 체감하게 될 가장 큰 변화는 무엇인가?

개헌 논의가 어느 정도 진전될 수도 있겠으나, 참의원(일본의 상원)의 상황을 고려할 때 바로 어떠한 변화가 일어날 것이라고는 할 수 없다.

애당초 개헌 논의에 있어 대다수의 민심이 공감하고 있는 것은, 실질적인 군대라 할 수 있는 자위대를 보유하고 있으면서도 이를 (헌법에) 명기하지 않는 모순에 관한 부분이다. 자민당이 목표하고 있는 것과 같이, 개인의 권리를 제안해 국가의 통제를 강화하는 식의 개헌이 폭넓게 지지받고 있다고는 생각할 수 없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시급한 경제 문제 등을 끌어안고 있는 가운데 나오는 개헌 논의에 민심이 관심을 크게 둘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다.

앞으로의 개헌 논의 가능성을 넓혔다는 점에서는 이번 자민당의 압승이 의미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 단, 국가의 체제에 변화를 불러올 만한 극적인 변화가 찾아온다 해도, 한참 후의 일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물론, 상황의 전개에 따라서는, 이번 자민당의 압승이 역사적 분기점이 되었다는 평가를 후일에 할 가능성도 없지는 않을 것이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2월 18일 중의원 시정 연설에서 “도전하지 않는 나라에 미래는 없다”고 밝혔다. 또, 이날 진행된 자민당 의원 총회에서는 “헌법 개정과 황실(왕실) 전범 개정에도 확실히 도전하자”라고 강조했다. / 출처: 自民党
향후 한국에 가장 큰 기회와 위기는 각각 무엇인가? 그리고 이를 포착할 시그널을 꼽아 본다면?

한일 관계에 있어서는 특별한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자민당의 압승이 큰 뉴스이긴 하지만, 정권교체가 이루어진 것도 아니다. 이번 선거가 일본을 둘러싼 지정학적 구도에 변화를 초래하지는 않을 것이다. 지금까지 자민당 정권이 한국에 취해 온 자세에 변화를 줄 필요가 없는 상황이다. 게다가 한국의 이재명 정권과 일본의 다카이치 정권은 이미 좋은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 이것을 굳이 깨뜨리는 일은 하지 않을 것이다.

지난 2월 22일 ‘다케시마의 날’ 행사가 있었다. 다카이치 총리는 행사장에서 자신의 지론은 접어 두고, 지금까지의 정부와 동일한 대응을 했다. (역주: 다카이치 총리는 해당 행사에 일본 정부의 장관급 각료가 참석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여러 차례 한 바 있으나, 실제 올해 행사에는 차관급 인사를 보내는 선에서 정리했다.)

물론, 국내 문제로 인해 궁지에 몰리게 되는 일이 발생한다면, 대외 관계를 지렛대로 삼기 위해 한국 등과 관련된 문제적 발언을 할 위험성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다. 하지만, 현시점에서 한국에 위기가 될 만한 위협은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볼 수 있다. 예상외로 악화한 중일 관계 때문에라도 한일 관계까지 악화시키는 것은 피하고 싶을 것이다.

오히려, 양국이 현재와 같은 좋은 관계를 유지해 다양한 기회를 만들어 낼 가능성이 있다. 역사 인식을 둘러싼 문제가 존재하는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국의 진보 정권과 일본의 안정적인 보수 정권이 현 정권의 특성을 최대한 살려 앞으로 나아갈 방법을 모색할 수 있지 않을까 한다.

양국 정권에 있어 경제 문제, 국내의 다양한 구조적 과제야말로 리스크라 할 수 있다. 한일 양국이 공통으로 짊어지고 있는 문제도 많다. 그러한 과제에 함께 대응할 수 있다면, 한일 관계를 더욱 발전시키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특히, 양국의 상호 안정적인 발전을 위해서라도 배외주의에 관한 문제를 함께 개선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서로에게 한국과 일본은 ‘외국’이다. 하지만 인간의 존엄과 인권은 공통의 가치다. 이를 어떻게 지켜야 할지에 관해 협력할 수 있다면, 국내 과제를 개선하는 것은 물론이고 한일 관계를 안정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는 기반을 다지는 초석으로도 이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가타 요시히로(緒方義広)

1976년 일본 가나가와현에서 태어났다. 후쿠오카대학교 인문학부 동아시아지역언어학과 부교수다. 한일 관계, 현대 한국 사회와 재일 조선인 문제를 연구한다. 주한일본대사관에서 근무했고, 홍익대학교와 이화여자대학교에서도 강의했다. 주요 저서로는 《韓国という鏡(한국이라는 거울)》, 《재일디아스포라와 글로컬리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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