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적인 생태계에서는 식물이 광합성을 통해 탄소를 흡수합니다. 이 탄소는 먹이 사슬을 따라 순환하다 생물체가 죽으면 미생물에 의해 분해되면서 다시 방출됩니다. 탄소는 이렇게 생명을 따라 흡수와 방출을 반복하며 순환하는 존재입니다. 그런데 북극 툰드라 지방에서는 좀 다릅니다. 얼어 있기 때문입니다. 온도가 낮고 산소가 부족해 미생물이 사체를 분해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유기물이 분해되지 않은 채 땅속에 켜켜이 쌓이게 되죠. 그대로 얼어붙어 영구 동토층 깊숙이 봉인됩니다.
그런데 기온이 상승해 얼음이 녹으면서 서서히 미생물들이 깨어났고, 수천 년에서 수만 년 동안 정지되었던 분해 작용이 시작된 겁니다. 지금 솟아나고 있는 메탄가스는 긴 시간 쌓여 왔던 냉동고가 열리면서 시작된 거대한 부패의 일부일 뿐입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해빙된 영구 동토층의 유기 탄소 중 절반 이상이 해빙 후 일주일 만에 분해되기 시작한다고 합니다. 수천 년간 쌓인 탄소가 방출되는 속도는 걷잡을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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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붉은 강이나 솟아오르는 메탄가스는 정체가 분명한 위험입니다. 하지만 정체를 알 수 없는 위험도 있습니다. 바로 이 지역이 품고 있는 바이러스와 병원균입니다.
이미 경고 신호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지난 2016년 시베리아 야말반도에서
탄저균 집단 발병이 발생했습니다. 사람은 수십 명이 감염되었고, 2000마리 이상의 순록이 죽었습니다. 기록적인 무더위로 얼어 있던 땅이 깊은 곳까지 녹으면서 수십 년 된 순록 사체에 잠들어 있던 균이 부활했던 겁니다.
영구 동토층 해빙으로 인해 매년 방출되는 미생물의 수는
40해(垓)입니다. 1해는 10의 21승을 의미하고요. 연구자들은 이 미생물들이 얼마나 광범위한지, 얼마나 위험할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탄저균 이외에도 어떤 병원균이 묻혀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얘깁니다. 현대의 인간을 어떤 식으로 공격할지 그 어떤 힌트도 없다는 것이죠.
실제로 수만 년 전에 활동했던 ‘
좀비 바이러스’를 찾아낸 사례도 있습니다. 시베리아에 냉동된 채로 잠들어 있던 것입니다. 물론, 이 바이러스는 수만 년 전의 생물을 공격합니다. 아메바 같은 단세포 생물 말입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우리 모두 배웠듯, 바이러스는 빠르게 진화합니다. 2023년 추가로 발표된 연구에서는 시베리아 곳곳에서 다양한 바이러스 변종이 발견되었습니다. 이 바이러스들은 인간에 해를 입힐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인간이 경험한 적 없는 존재입니다.
또, 냉동 보관된 위험은 몇 세기, 몇만 년 전의 세균에만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20세기의 위험도 묻혀 있습니다. 냉전 시대 핵잠수함이나 원자로에서 나온 방사성 폐기물은 물론, DDT와 같이 이제는 금지된 살충제까지 방출될 수 있습니다.
알 수 없는 위험을 모르는 체하는 것은 쉽습니다. 하지만 그래서는 위험을 더욱 급격하고 포악하게 만들 뿐입니다. 지금 당장 이 위험에 눈을 감고 나면 북극에 새로 뚫릴 항로라는 노다지가 보일 겁니다. 그렇게 더 많은 배가 북극 주변을 항해하게 되면, 얼음 속에 잠들어 있던 위험은 해류를 타고 더 빠르게, 더 멀리 퍼져 나갑니다.
올겨울은 너무 춥기도 하고, 또 따뜻하기도 했습니다. 북극이 따뜻해 지면서 찬 공기를 막아주던 제트 기류가 출렁였던 까닭입니다. 이제 봄입니다. 하지만 북극에 따뜻한 봄이 찾아올수록 지구는 위험해집니다. 녹지 말아야 할 얼음이 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