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담 도르: “지금 우리에게는 낙하산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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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담 도르: “지금 우리에게는 낙하산이 없다.”


2026년 3월 20일 발행

시트리니 보고서〉는 인간의 일이 어떤 방식으로 AI에 잠식될 수 있는지를 제시했다. 시나리오의 신빙성에 관한 판단은 각자 다르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시대의 변곡점이며, 모두가 이 변화의 영향을 받게 되리라는 데에 이견을 갖는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변화는 언제, 어떤 크기로 닥쳐올 것인가. 그리고 우리는 그 앞에서 대체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은 너무나도 공허하게 보인다. 원래 미래는 예측할 수 없는 것이다. 생성형 AI가 몰고올 미래는 더욱 그렇다. 기술의 최전선에서 혁신을 만들고 있는 사람들조차 이 기술이 왜 이런 방식으로 발전하고 있는지 100퍼센트 이해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시기에는 안전한 영역 바깥으로 잠시 빠져나와 과감한 방법론으로 상황을 조망해 볼 용기도 필요하다. RethinkX는 기술 변화의 속도를 선형이 아니라 S커브 패턴으로 읽어내는 독립 비영리 연구기관이다. 태양광, 배터리, 전기차, 자율주행, 노동 전환 같은 분야에서 기존 주류 전망보다 훨씬 급진적인 전환 시나리오를 제시해 왔고, 이를 통해 변화의 시그널을 기존의 레거시 연구기관보다 한발 앞서 포착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했다.

RethinkX의 모든 연구와 예측은 세바 기술 혼란 프레임워크(Seba Technology Disruption Framework, STDF)에 근거한다. 인류 역사 전반에 걸친 1500건 이상의 기술 혁신 사례에서 도출된 정성적, 정량적 데이터를 토대로 구축되었다. 기술의 비용 및 성능 개선이 어떻게 혼란을 추동하는지를 설명한다. 기술 혁신은 선형적으로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S자 곡선을 따르는 비선형 방식으로 전개된다고 본다. 새로운 제품이 시장 점유율 1~2퍼센트에 머무르는 초기에는 변화가 느리게 보이지만, 특정 변곡점을 넘어서면 급격한 가속이 시작되어 시장의 약 80퍼센트에 도달할 때까지 성장이 이어지는 S자 곡선을 그린다.

RethinkX의 연구 프로그램을 총괄하는 아담 도르 연구 책임자에게 우리의 일자리가 얼마나 위험한지, 우리가 대체 무엇을 할 수 있는지 질문했다.

사회가 바라는 최선의 희망은 AI 도입 속도가 너무 빠르지 않고, 관련 산업이 지나치게 과점화되지 않는 ‘골디락스 시나리오’이다. 이럴 가능성이 얼마나 된다고 보나?

그 가능성은 각 사회가 정부 정책, 사회 제도 등을 통해 스스로 만들어 가야 한다. 기술은 인류를 기다려 주지 않는다. AI 기술은 2030년까지 전체 노동자의 상당수를 대체하게 될 것이다. 또, 2040년이 되기 전에 사실상 모든 인간 노동을 대체할 수 있게 된다.

관건은 두 가지다. 첫째, 경제적, 사회적 안정을 인도적인 방식으로 유지할 수 있는 실질적인 연착륙 경로를 찾아내야 한다. 둘째, 그 경로를 성공적으로 헤쳐 나가는 것이다. 여전히 인류는 탐색 단계에 머물러 있다. 어떤 경로가 실질적으로 가능성이 있는지조차 아직 알지 못한다. RethinkX팀을 비롯해 많은 전문가가 이 문제를 활발히 연구 중이다.

〈시트리니 보고서〉가 배포된 후 시장이 빠르게 반응했다. 투자 시장이 출렁였을 뿐만 아니라 트위터 창업자 잭 도시가 설립한 핀테크 스타트업 블록(Block)은 직원의 40퍼센트를 해고하기도 했다. 〈시트리니 보고서〉에 대한 기업들의 반응은 의미 있는 시그널인가? 

규모가 큰 조직은 대부분 관료제의 함정에 빠져 있다. 인원 구성 면에서 비대하며, 비효율을 안고 있다. 즉, 조직 내에는 기업의 생산성에 실질적으로 기여하지 못하면서 직위만 유지하는 사람들이 존재한다. 새로울 것 없는 일이다. 전문가들은 다양한 이름으로 이 현상을 지칭해 왔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이를 ‘허위 일자리(bullshit jobs)’라 명명했고, 전체 일자리의 최소 30퍼센트가 이 범주에 속한다고 추산했다.

그렇다면, 많은 기업과 조직이 대규모 인력 감축을 통해 효율성 제고라는 실질적 이득을 얻을 수 있다고 볼 수 있다. 최근 가장 극단적인 사례는 일론 머스크의 트위터 인수와 함께 발생했다. 트위터는 직원의 80퍼센트를 해고한 후에도 성공적으로 운영되지 않았나. 이 또한 새로운 현상이라 할 수 없다. 1980년대에 성행했던 ‘적대적 인수합병’에서도 대규모 해고를 통해 기업 효율성을 높이곤 했다.

AI에 의한 자동화는 전 세계 노동 시장에 혼란을 가져올 것이다. 그리고 그 혼란의 초기 단계에서는 AI 자동화의 편익이 무엇인지 제대로 판단하기 어려울 수 있다. 앞서 언급한 조직의 고유 특성 때문이다.
인류학자 데이비드 그레이버는 사회적으로 유용한 일일수록 보수가 낮고, 덜 유용한 일일수록 보수가 높다는 점에도 주목했다. 간호사나 교사보다 기업 변호사나 로비스트가 더 많은 보수를 받는 경우다. / 출처: The RSA
RethinkX는 1500개 기술 전환 사례를 바탕으로 한 S커브 패턴에 근거해 새로운 기술이 시장의 몇 퍼센트만 점유하면 15~20년 안에 산업을 장악하게 된다고 봤다. 지금 생성형 AI나 로보틱스 기술은 그 S커브의 어디쯤 와 있나?

두 기술 모두 초기 단계에 있다. 변곡점에 도달하여 성장세가 둔화하기 전까지, 앞으로도 상당 기간 급격한 가속화 과정을 거칠 것이다.

생성형 AI는 기존에 등장했던 기술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는 지적이 있다. 특정 산업에 작동하는 것이 아니라 노동력 자체를 타깃으로 하기 때문이다. 이런 경우에도 S커브 패턴을 그리게 되나?

거의 확실히 그렇다. 다만 기존의 그 어떤 사례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전개될 것이다. 그 결과, 실질적으로는 S커브보다는 ‘J커브’에 가까운 양상을 보일 것이다. 역사적 관점에서 훗날 이 시기를 되돌아본다면, 경제 및 사회 진화에 있어 매우 짧은 시간 동안 발생한 ‘계단식 변화(Step-change)’로 평가하게 될 것이다.

이전부터 2045년이라는 시간표를 제시하고 있다. AI와 로봇이 대부분의 인간 일자리를 쓸모없게 만들게 될 시점으로 말이다.

오늘날 글로벌 노동 시장이 정의하는 노동의 해체와 모든 일자리의 완전한 자동화는 2045년 이전에 완료될 것이다. 범용 인공지능(AGI)에서 초지능(ASI)으로의 도약이 얼마나 급진적으로 이루어지느냐에 따라 그 시점은 2040년 이전이 될 수도 있다.

대다수의 개인이 이직이나 커리어 변화를 대비해야 할 시점은 언제라고 보나? 

모두, 지금 당장 시작해야 한다. 특히 정부 지도자와 정책 입안자들의 경우 아직 시작하지 않았다면 신속히 준비에 착수해야 한다.

어떤 일자리가 AI의 영향을 가장 많이 받을 것인가에 관한 예측도 쏟아지고 있다. 최근에는 변호사, 인문학 학위 소지자, 과학자 등 지식 노동자들이 대체되기 시작한다는 경고도 나온다. 어떤 일자리가 상대적으로 안전하고 상대적으로 불리할까?

정의상 ‘인간’ 자체를 요구하는 직업이 가장 안전하다. 예를 들어 ‘수공예품(Hand-made)’이라는 단어에는 인간의 손길이 정의에 포함되어 있다. 마찬가지로 ‘인간 제조(Human-made)’ 제품, ‘인간 서비스’ 역시 인간을 필요로 할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제품과 서비스에 대한 수요는 전 지구적 총공급 및 수요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에 그칠 것이다. 결과적으로 전체 인구 중 아주 극소수만이 이 분야에 종사할 수 있다는 의미다.

직업 기술직, 생산직, 재료와 부품의 숙련된 물리적 조작이 필요한 노동 등에 해당하는 육체노동의 경우, 전문직, 사무직 등 책상에서 모든 업무가 완결되는 인지 노동에 비해 몇 년은 더 안전이 유지될 것이다. 다만, 두 범주 사이의 시차는 5년 미만일 것으로 추정한다.

또, AI로 인한 위험이 상대적으로 낮은 저위험 직종은 AI와 로봇이 대체 가능한 수준에 도달한 후에도 인간 노동자를 더 오래 고용할 수 있다. 반면 고위험 직종, 즉 신체적 부상이나 막대한 재정적 손실의 위험이 큰 분야는 AI와 로봇이 인간보다 뛰어난 성과를 내는 즉시 자동화에 대한 강력한 압박을 받게 될 것이다.

이제 ‘직업(Jobs)’은 더 이상 적절한 분석 단위가 아니다. ‘과업(Tasks)’ 단위로 분석해야 한다. 인간이 수행하는 과업의 분포는 AI와 로봇에 의해 자동화됨에 따라 극적으로 변화할 것이다. 결국, 인간이 작성하게 될 직무 기술서 또한 대대적으로 변모할 것이다. 이는 매우 복잡하고 미묘한 역학 관계이며, NavigateX(RethinkX의 외부 컨설팅 조직)와 같은 전문가팀은 이를 분석하기 위한 도구를 구축하고 있다. 기업들은 이러한 혼란 속에서 살아남기 위해 이와 같은 분석과 통찰력이 필요하다.
샤오미와 같은 기업은 생산 라인을 이미 완전히 자동화했다. 1초에 한 대씩 스마트폰을 만들어 내는 이 공장은 ‘다크 팩토리(dark factory)’로 불린다. 사람이 없으니 불을 켤 필요도, 냉난방을 할 필요도 없다. / 출처: Xiaomi
AI에 대체되지 않으려면 AI를 배우라는 조언이 넘쳐난다. 이게 실제로 유효한 전략일까?

 ‘AI를 배운다’라는 것의 의미를 명확히 할 필요가 있겠다. 만약 ‘인간이 AI 도구를 활용해 생산성을 높이고 일자리를 유지하는 것’을 뜻한다면, 단기적으로는 유효할 수 있다. 인지 노동의 경우 3~5년, 육체노동은 5~10년 정도 효과가 있을 것이다. 하지만 10년 이상의 장기적 관점으로 봐서는 그렇지 않다.

또, 단기적으로도 치열한 경쟁과 치솟는 생산성으로 인해 모든 노동자가 이 전략으로 성공할 수는 없다. 노동력의 순감소는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결국 AI 도구 활용 능력은 어떤 노동자가 마지막까지 고용 상태를 유지하느냐를 결정짓는 변수가 될 뿐이다.

사회적 대응도 중요할 것이다. 최근 각국 정부와 사회 전반에 보편적 기본소득, 교육 개혁, 주4일제 논의 등이 활발하다. 이런 논의 중 실제로 도움이 될 가능성이 있는 것은 무엇인가?

솔직히, 아직은 아무도 모른다. 우리 팀은 이 질문에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답변을 내놓기 위해 전력을 다해 연구하고 있다.

급격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사회적 차원의 ‘실험’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실험이 어떤 규모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보나?

이 역시 아직 아무도 모른다. 따라서 앞서 언급된 모든 잠재적 정책 개입을 시뮬레이션하고, 실제 환경에서 상당한 규모로 최대한 빨리 시험해 보아야 한다. 규모는 각 실험당 최소 1만 명 이상이어야 할 것이다. 인류가 지금 당장 취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투자이자 정책적 행동이다. 아마 인류 역사상 가장 중요한 결정으로 기록될 것이다.

가능한 모든 종류의 사회적, 정책적 실험에 매년 수백억 달러를 투입해야 한다. 성공적인 연착륙 경로와 처참한 추락 경로 사이의 격차는 상상을 초월한다. 수십조 달러의 손실, 경제 붕괴, 사회 해체, 혼돈, 갈등, 그리고 전쟁이 발생할 수 있다. 우리는 그 갈림길에 놓여 있다. 전 세계 모든 국가는 즉시 대규모 사회 실험에 상당한 규모의 투자를 시작하여 가능한 정책들을 검증해야 한다.

비유를 들어보자. 우리는 지금 막 비행기에 탑승 중인 사람들이다. 곧 게이트를 떠나 활주로를 달려 이륙할 것이고, 머지않아 우리는 모두 비행기 밖으로 뛰어내려야 한다.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는 낙하산이 없다. 심지어 낙하산을 어떻게 설계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태다. 이것이 바로 우리가 지금 즉시 낙하산의 설계를 실험해 봐야 하는 이유다.
아담 도르(Adam Dorr)

RethinkX의 연구책임자이자, 조직의 핵심 논지를 대외적으로 가장 선명하게 설명해 온 대표 연구자다. 미시간대학교에서 환경·지속가능성 분야 석사 학위를, UCLA 러스킨 공공정책대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현재는 AI와 로보틱스로 인한 글로벌 노동 시장의 구조적 혼란, 그에 대한 사회적, 정책적 대응 방안을 집중적으로 연구하고 있다. 저서로는 《The Degrowth Delusion: Dispelling One of History’s Truly Terrible Ideas》, 《Brighter: Optimism, Progress, and the Future of Environmentalism》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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