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스낵의 시대

bkjn review

음식 산업이 자라나 쉬인 같은 패스트 패션 산업에 가까워지고 있습니다.

디지털 스낵의 시대

2026년 3월 24일

저는 두바이 쫀득 쿠키를 먹어 보지 못했습니다. 봄동 비빔밥은 먹어는 봤지만, 어렸을 때 시골에서 즐겨 먹었고 이번 유행 때는 먹지 못했습니다. 버터떡은 오늘 처음 이름을 접했는데, 벌써 인기가 시들해졌다고 합니다. 이제 음식은 계절이 아니라 주 단위로 교체되는 콘텐츠가 된 것 같습니다.

2014년 허니버터칩 대란 때까지만 해도 식품 산업의 성공 방식은 단순했습니다. 제품이 먼저 시장에 나왔습니다. 먹어 본 사람들이 반응했고, 수요가 공급을 압도했습니다. 그 결과 품귀 현상이 벌어졌습니다. 수요가 먼저 움직이고, 생산이 그 뒤를 따라가는 구조였습니다.

유통 기한은 길어야 4주

지금은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영상이 음식을 앞서갑니다. 틱톡과 유튜브 쇼츠를 장악한 ‘상하이 버터떡’은 이 역전된 구조를 가장 또렷하게 보여 줍니다.

1주 차, 끈적하게 늘어나는 장면이 알고리즘을 탑니다. 2주 차, 소규모 베이커리들이 레시피가 아니라 화면을 복제합니다. 3주 차, 편의점 PB 상품이 전국에 깔립니다. 4주 차, 검색량은 정점을 찍고 꺾입니다. 사람들은 이미 다음 영상을 보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맛은 핵심 변수가 아닙니다. 소비자는 음식을 탐색하지 않습니다. 이미 수십 개의 영상을 통해 식감과 형태를 학습했습니다. 실제 구매는 발견이 아니라 확인입니다. “영상에서 본 것과 같네.” 여기서 끝입니다. 두 번째 구매로 이어지지 않습니다.

그래서 유행 짧아집니다. 식품 회사 입장에서 보면 더 분합니다. 과거에는 하나의 히트 상품을 몇 년 팔았습니다. 지금은 그렇게 할 수 없습니다. 대신 전략이 바뀝니다. 하나를 오래 파는 이 아니라, 여러 개를 빠르게 교체합다.

실제로 국내 중소 식품 공장들은 이미 이렇게 움직입니다. 한 라인에서 버터떡을 찍어내다가, 몇 주 뒤에는 전혀 다른 디저트를 만듭니다. 레시피는 정교할 필요가 없습니다. 소비자는 미세한 차이를 구분하지 않습니다. 중요한 것은 “지금 유행하는 형태를 갖췄느냐”입니다.

이 구조는 식품 산업이라기보다 패스트 패션에 가깝습니다. 자라(Zara)나 쉬인(Shein)처럼, 빠르게 만들고 빠르게 교체합니다. 편의점과 베이커리 MD에게 가장 큰 위험은 재고가 남는 것이 아니라, 유행이 식었는데도 상품을 진열대에 방치하는 것입니다.

호박인절미

틱톡의 변덕스러움 반대편에는 또 다른 현상이 보입니다. 광주의 오래된 떡집에서 만든 ‘호박인절미’가 역시 소셜 미디어를 타고 퍼집니다. 출발점은 두쫀쿠, 버터떡과 같습니다. 그런데 결과는 정반대입니다. 전국에서 주문이 끊이지 않습니다. 오프라인 매장에도 사람이 몰립니다. 반복 소비가 일어납니다.

차이는 간단합니다. 버터떡은 ‘새로운 장면’을 팝니다. 한 번 먹고, 찍고, 올리면 끝입니다. 반면 60년 넘는 역사를 가진 광주 떡집의 호박인절미는 ‘맥락과 서사’를 팝니다. 마음에 들면 다시 사고, 부모님께 택배로 보내고, 가게 이름을 기억합니다.

버터떡은 유행을 소비하는 것이고, 호박인절미는 유행하는 음식을 소비하는 것입니다. 이 둘은 완전히 다른 상품입니다. 버터떡을 먹는 행위는 “나는 이 유행을 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호박인절미를 먹는 것은 “이건 괜찮은 음식이다”라는 판단입니다. 전자는 빠르게 사라지고, 후자는 축적됩니다.

재밌는 점은, 두 유행 모두 같은 플랫폼에서 시작되었다는 사실입니다. 소셜 미디어는 빠른 유행만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느린 소비도 만듭니다. 차이는 콘텐츠의 구조에 있습니다.

버터떡 영상은 대체로 짧고, 식감 중심이고, 한 컷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호박인절미 영상은 주로 여행 맥락 속에 놓이고, 가게 이야기와 지역성이 붙니다. 그래서 버터떡 콘텐츠는 쉽게 복제되고, 호박인절미 콘텐츠는 쉽게 복제되지 않습니다.

두 개의 시장

지금 음식 시장은 두 개로 쪼개지고 있습니다. 하나는 빠른 음식입니다. 알고리즘의 속도에 맞춰 2~4주를 주기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디지털 스낵입니다. 유행을 먹는 겁니다. 알고리즘이 띄우고, 공장이 복제하며, 길어도 4주 안에 사라집니다. 제조 중심입니다. 반복 구매는 없습니다.

다른 하나는 느린 음식입니다. 음식과 서사를 함께 먹는 겁니다. 지역과 이야기가 붙어 있고, 브랜드가 축적되며, 시간이 지날수록 더 단단해집니다. 저는 아직 먹어 보지 못했지만, 광주의 호박인절미가 정말 맛있고 가격도 합리적이라면, 아마 대전의 성심당 빵처럼 될 수 있을 겁니다.

빠른 음식과 느린 음식은 경쟁하지 않습니다. 서로를 밀어 올립니다. 빠른 유행이 많아질수록, 소비자는 피로를 느끼고 복제가 불가능한 느린 음식을 찾습니다. 그래서 편의점 진열대는 더 자주 바뀌고, 동시에 오래된 떡집의 주문은 더 늘어납니다.

상하이 버터떡은 편의점 진열대에서 곧 사라질 겁니다. 그러나 실패는 아닙니다. 이 시스템에서는 정상적인 결말입니다. 열흘 동안 최대한 많은 화면에 등장하고, 자리를 비워 주는 것이 빠른 음식의 경로입니다. 내일이면 또 다른 음식이 같은 경로를 밟을 겁니다. 또 한편에는 전혀 다른 시간으로 움직이는 느린 음식이 있습니다. 그 음식은 알고리즘에 잘 잡히지 않지만, 한번 잡히면 쉽게 떨어지지 않습니다.

지금 음식은 두 가지 방식으로만 살아남습니다. 빠르게 소모되거나, 오래 축적되거나. 몇 년을 안정적으로 버티던 중간층이 사라지고 있습니다. 문제는 이 둘 사이를 오가려는 시도입니다. 오래 팔리고 싶으면서도 빠르게 뜨고 싶어 하는 제품들. 지금 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사라지는 것은 바로 그 중간 전략입니다.

그래서 앞으로의 식품 경쟁은 맛이나 가격만큼이나, 시간을 어떻게 설계하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2~4주짜리 유행을 설계할 것인가, 10년을 버틸 이유를 설계할 것인가. 그 선택이 수익 구조를 결정합니다.
* bkjn review 시리즈는 월~목 오후 5시에 발행됩니다. 테크와 컬처, 국제 정치를 새로운 시각으로 이야기합니다.
다음 이야기가 궁금하신가요?
프라임 멤버가 되시고 모든 콘텐츠를 무제한 이용하세요.
프라임 가입하기
추천 콘텐츠
Clo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