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를 위한 하나의 도구
완결

모두를 위한 하나의 도구

타자기와 캐비닛의 통합

노션 일러스트 ©Notion
지금 윈도우 작업 표시줄이나 맥 독(Dock)을 살펴보자. 크롬, 지메일, 카카오톡, 구글 문서, 파일 폴더 등 열 개가 넘는 탭과 앱이 열려 있을 것이다. 작업 도구가 세분화되면서 연장을 고르는 것 자체가 일이 되어 버렸다. 참고할 이미지는 핀터레스트로 고정하고, 다시 읽을 기사는 에버노트에 스크랩한다. 드롭박스로 파일을 관리하고 슬랙으로 메시지를 교환한다. 일정은 구글 캘린더에 담고, 팀 프로젝트는 구글 문서로 작업한다. 너무 많은 서비스를 이용하다 보니, 뭐가 어디에 있는지를 따로 적어 둬야 할 판이다. 클라우드가 우리를 구원할 것 같았지만 아무리 치워도 금세 어질러지는 책상처럼 작업 환경에는 다시 무질서가 찾아왔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의 스타트업 노션(Notion)은 모든 업무 도구를 하나로 통합하고자 한다.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이반 자오(Ivan Zhao)는 디지털 혁명을 거치면서 사무 공간의 모습이 크게 달라진 것 같지만, 따지고 보면 ‘레거시 시스템의 디지털 버전’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구글 문서는 현대판 타자기이고, 드롭박스는 휴대용 캐비닛과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노션은 1970년대 초기 컴퓨터 시대의 개척자들이 꿈꾸었던 통합된 하나의 도구를 지향한다. 코딩을 몰라도 웹페이지를 만들 수 있고, 드래그 앤드 드롭(drag and drop)을 통해 다양한 기능을 레고 블록처럼 쉽게 가져다 쓸 수 있다. 메모 작성부터 할 일 목록 정리, 문서 공유, 회계, 결재까지 모든 작업을 프로그램 하나로 끝낼 수 있다.
올인원 업무 생산성 앱 노션 ©Notion
2016년 3월 첫선을 보인 노션 1.0은 에버노트처럼 노트 기능을 제공하는 서비스였다. 당시에도 열성적인 이용자들이 있었지만 지금과 같은 ‘르네상스 앱’은 아니었다. 2018년 3월 2.0 버전이 나오면서 비로소 모든 도구를 통합하겠다는 미션에 가까워졌다. 2.0 버전은 출시되자마자 프로덕트 헌트(Product Hunt, 앱 서비스 리뷰 커뮤니티)에서 ‘이달의 인기 앱’ 최상위에 올랐다. 이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일과 삶의 생산성을 위해 필요한 유일한 앱”[1]이라고 소개하며 가입자가 폭증했다.

올해 2월에는 우버의 초기 투자사로 잘 알려진 퍼스트라운드 캐피털(First Round Capital)의 창업자 조쉬 코펠만(Josh Kopelman)이 트위터에 올린 글이 회자되면서 ‘투자 안 받기로 유명한 스타트업’으로 다시 화제에 올랐다. 코펠만은 트위터에 자신의 하루 일과를 적었다. ①이반 자오와 노션 팀을 소개해 달라는 VC들의 연락을 받고, ②이반 자오에게 메시지를 전달하면, ③이반 자오가 “지금은 VC에 집중할 때가 아니니 정중히 거절해 달라”고 답하고, ④다음 날이 되면 새로운 VC들과 또다시 ①~③을 반복한다는 것이다.
조쉬 코펠만의 트윗
노션은 이용자 수를 공개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소 10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도 별다른 마케팅 없이 입소문만으로 빠르게 세를 불리고 있다. 그리고 7월 18일 8억 달러(9500억 원)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으며 1000만 달러(118억 원)의 자금을 유치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2] 놀라운 것은 이번이 ‘엔젤 라운드’였다는 것이다. 기업 가치는 최근 상장한 SaaS[3] 기업인 슬랙(시가 총액 172억 달러)과 줌(시가 총액 278억 달러)을 참고해 책정되었다. 한 번의 투자로 유니콘 기업(기업 가치가 10억 달러 이상인 비상장 기업)에 근접한 노션에는 어떤 스토리가 있을까. 이반 자오 CEO를 인터뷰했다.
노션의 공동 창업자이자 CEO인 이반 자오 일러스트 ©Notion
 

포스트 파일, 포스트 MS 오피스


노션을 한 문장으로 설명해 달라.

노션은 필수 업무 도구들을 하나의 작업 공간에 통합해 서로 보완하고 강화할 수 있는 올인원(all-in-one) 생산성 앱이다.

스물일곱 살이던 2014년에 노션을 창업했다. 창업 초기의 이야기를 듣고 싶다.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대학을 졸업한 뒤 학창 시절을 떠올려 봤다. 대학에 다니던 동안 친구들의 앱이나 웹사이트를 정말 많이 만들어 줬다. 친구들은 내가 디자인과 개발에 지식을 갖고 있는 데 주목했지만, 나는 훌륭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그런 기술이 없다는 데 주목했다. 나는 코딩을 할 줄 모르는 사람들도 스스로 컴퓨팅 도구와 자원을 만들 수 있어야 한다는 확신을 갖고 있었다. 창업 자금 마련은 어머니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 이후 시드 라운드를 거치면서 자금을 모았다. 창업 초기에는 코딩 없이 앱을 만들 수 있는 제품을 개발했는데, 이후 사람들이 데이터베이스 관리나 문서 작성처럼 일상적인 작업을 돕는 유연한 도구를 더 원한다는 사실을 발견하고 노션을 만들었다.

코드를 사용하지 않는(non-code) 소프트웨어가 왜 필요한가?

나는 지구상의 모든 사람들이 자신만의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수정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모든 도구가 작동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제품명을 노션으로 지은 이유가 궁금하다.

노션이라는 단어는 무언가에 대한 개념이나 믿음을 의미한다. 나는 모든 사람들이 각자 일하고 싶은 방식, 또는 도구가 작동해야 하는 방식에 대한 믿음이나 개념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우리의 소프트웨어 노션은 사람들이 하고 싶은 대로, 다시 말해 그들의 두뇌가 작동하는 방식대로 일하도록 돕는다. 도구는 뇌가 작동하는 방식을 모방해야 한다. 그런데 모든 사람들이 다르게 생각하고 다르게 일하기 때문에 유연한 도구가 필요하다.

창업 전에는 어떤 일을 했나?

나는 잉클링(Inkling, 샌프란시스코의 모바일 학습 플랫폼 기업)에서 디자이너로 일했다. 공동 창업자인 사이먼 라스트(Simon Last)는 노션이 첫 회사다.

노션의 제품 변천사를 알려 달라.

노션은 이제 3년 정도 된 서비스다. 2016년에 노트 기능을 담은 노션 1.0 버전을 론칭했다. 2018년 3월에는 데이터베이스들을 통합한 2.0 버전을 출시했다. 출시 직후 WSJ에서 노션을 “일과 삶의 생산성을 위해 필요한 유일한 앱”이라고 소개하면서 변곡점을 맞게 됐다.

수많은 생산성 도구를 하나로 통합하겠다는 아이디어는 근사하지만, 거꾸로 말하면 그만큼 경쟁자가 많다는 뜻이다.

현재는 과거로부터 온다. 생산성 도구는 MS 오피스에서부터 시작됐다. 그런데 1990년대 중반 MS의 독점이 깨지면서 오늘날 수많은 SaaS 제품이 만들어졌다. MS 오피스라는 하나의 제품에서 너무 많은 SaaS 제품들로 옮겨 가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비용이 많이 들고, 직원 입장에서는 하루 종일 수많은 앱과 탭 사이를 오가야 한다. 이런 현재의 흐름이 통합된 무언가를 향해 되돌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포스트 MS 오피스가 되겠다는 것인가. 정말 거대한 미션이다.

큰 회사들은 여러 가지 이유로 효율성을 추구하기 어렵다. 오히려 작은 팀에게 기회가 있다. 사실 노션의 바탕이 되는 생각들은 거대 사업자들의 구상과 명백히 다르다. MS 오피스는 워드, 엑셀, 파워포인트 같은 서로 다른 생산성의 개념들을 상호 작용 없이 하나로 묶었다. 그러나 노션은 필수적인 작업 도구들을 진정으로 통합된 방식으로 결합한다. 생산성을 높이기 위해 서로 보완하고 강화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노션의 데이터베이스에는 정보를 추가할 수 있는 페이지가 있다. 엑셀의 모든 행마다 더 많은 정보를 계층화할 수 있는 워드 페이지가 들어가 있고, 그 페이지에 또 더 많은 워드 페이지가 들어가 있는 모습을 상상해 봐라. 바로 우리가 하고 있는 일이다.

에버노트, 드롭박스, 슬랙 등 다른 업무 도구와는 어떻게 다른가?

핵심적인 차별화 요소는 노션만이 유일한 올인원 앱이라는 것이다. 우리는 칸반 보드(Kanban board, 업무 단계를 시각적으로 표현하는 보드), 문서, 데이터베이스, 제품 관리, 위키(Wiki, 공동 문서 모음) 같은 다양한 SaaS 앱의 기능들을 우아하고 간단한 인터페이스로 결합해 제공한다.

기능 통합이 필요한 이유는 뭔가?

팀원들이 팀 업무를 더 쉽게 찾고 파악할 수 있게 된다. 팀의 투명성과 정보의 흐름을 증대할 수 있다. 너무 많은 툴을 이용하는 팀에게는 정보 격차가 나타난다. 생산성을 높이고 건강한 문화를 키우기 위해서는 모든 구성원이 무엇을 하고 있으며, 그 일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소통하고 이해할 수 있어야 한다. 노션은 팀이 작업하고 있는 모든 일에 대해 새로운 시각을 제공하고, 원한다면 언제든 세부적인 내용까지도 파고들 수 있도록 한다. 

 

유연한 제품, 급격한 성장


2014년 창업 직후에는 코딩을 몰라도 앱을 만들 수 있는 서비스를 개발했다. 그러다가 2015년에 현재 서비스로 피벗팅(pivoting, 사업 방향 전환)을 했다. 피벗팅을 하게 된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이었나?

2015년에 사이먼과 나는 코드를 쓰지 않고 앱을 만드는 도구를 개발했지만 기술 스택에 문제가 있어서 시스템이 자주 충돌했다. 자금이 거의 소진되면서 네 명의 팀을 해체하고 기존 제품을 폐기하는 힘든 선택을 내려야 했다. 이후 샌프란시스코의 사무실을 처분하고 일본 교토로 갔다. 그곳에서 제품을 처음부터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뭔가 더 나은 것을 찾아야 했다.

왜 하필 교토였나?

우리를 진정시킬 수 있는 장소가 필요했다. 여러 가지 요구들과 산만함으로부터 멀리 떨어져 있고, 편안하고, 코딩에만 집중할 수 있는 곳으로 가고 싶었다. 교토는 아름다웠다. 특히 어디에서나 자전거를 탈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 나이트 라이프나 정신을 빼앗는 일이 많지 않았기 때문에 사이먼과 나는 아주 편안한 분위기에서, 정신이 분산되지 않는 아름다운 환경에서 오랫동안 코딩에 집중할 수 있었다.

교토에서 1년여를 보낸 뒤 샌프란시스코로 돌아와 2016년 3월 노션 1.0을 출시했다. 당시만 해도 노션은 에버노트 같은 노트 앱이었다.

문서나 메모 작성 외의 기능은 없었지만, 얼리어답터들의 열광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프로덕트 헌트에 들어가 보면 당시 우리 제품에 대한 반응을 확인할 수 있다. 더 많은 것들을 하고 싶었지만, 우선 노트에 열광하는 사람들에게 전념할 수밖에 없었다.
노션 1.0의 모습 ©The Internet Archive
마침내 2018년 3월 노션 2.0을 출시하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입소문을 타기 시작했다. 1.0과 2.0은 무엇이 달랐나?

2.0 버전부터 데이터베이스 체계를 도입했다. 아주 중요한 변화였다. 그 전까지는 구조화되지 않은 데이터만 취급했는데, 데이터베이스를 구조화하면서 새로운 길을 열게 됐다. 이제 표와 게시판, 목록, 캘린더, 갤러리에 데이터를 넣어 다양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노션에서 여러 계층의 작업을 만들면 모든 사람들이 팀 차원에서 최상위 수준의 작업을 확인하고, 가장 세부적인 차원에서 개별 작업들을 자세히 파악할 수 있다. 부서별로 태그를 지정하고, 특정인에게 할당하고, 데드라인도 지정할 수 있다. 아주 유연하게 설계된 도구들이어서 이용자가 원하는 대로 사용할 수 있다. 우리 제품과 이용자들이 정말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많은 사람들이 이 도구들을 이용해 새롭고 유연한 기능을 만드는 것을 목격했다.

2.0 버전을 출시한 이후 정말 빠르게 성장해 왔다. 고속 성장의 비결이 뭐라고 생각하나?

이게 비결인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는 마케팅이나 세일즈에 그렇게 많은 투자를 하지 않았다. 사실 거의 제로에 가깝다. 결국 비결이라면 사람들이 사랑하고 입에서 입을 통해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하는 제품을 만든 것이다. 이것이 지금까지 우리가 성장해 온 과정이다.

현재의 성과가 있기까지 가장 잘한 결정과 잘못한 결정은 무엇이었나?

가장 잘한 결정은 제품을 처음부터 다시 만드는 것에 대해 매우 깊이 생각하고, 사람들이 사랑하고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신중하게 생각했다는 것이다. 우리는 커뮤니티를 통해 전달되는 메시지들을 제품의 로드맵에 지속적으로 반영해 왔다. 가장 잘못된 결정은 초기의 기술 선택인데, 그로 인해 시스템이 불안정했다. 자칫하면 지금의 규모에까지 이르지 못했을 수도 있었다.

제품의 성공을 처음 느낀 것은 언제인가?

솔직히 나는 그런 성공에 너무 얽매이지 않으려고 노력한다. WSJ의 기사를 계기로 우리 제품에 열광하는 많은 사람들을 보는 것은 좋았지만, 감동한 사람들을 계속해서 놀라게 하고 기쁘게 해야 하니까.

성과를 공개할 수 있나? 성장률이나 사용자 수가 궁금하다.

아쉽지만 현재로서는 데이터를 공개할 수 없다. 다만 얼마 전 노션의 기업 가치가 8000만 달러로 평가됐는데, 최근 상장한 많은 SaaS 기업들의 매출을 고려해 산정되었다.

이용자군은 어떻게 되나? 한국에서는 스타트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많이 사용한다.

모든 유형의 사람들이 노션을 사용한다. 그래서 예측하기가 어렵다. 디자이너와 개발자 커뮤니티에서 특히 반응이 뜨겁지만, 동시에 여러 분야의 사람들이 개인적인 메모와 생산성 도구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이용자의 유형을 특정할 수 없다.

가장 중점적으로 관리하는 지표나 영역이 있다면.

현재는 기업 고객들의 요구에 적절히 대응하고 있는지를 면밀히 살피고 있다.

 

작고 빠른 팀


팀 구성은 어떻게 되나?

23명으로 이뤄져 있다. 디자인, 엔지니어링, 마케팅, 영업, 커뮤니티 지원 업무로 나뉘는데, 팀원 대부분이 커뮤니티 지원 부문에서 일한다. 우리는 모든 이용자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는 것을 정말 진지하게 생각한다. 이제까지는 다양한 이용자층에게 그들의 시급한 문제와 도전을 노션을 통해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을 거의 보여 주지 않았는데, 얼마 전부터 마케팅 활동을 시작했다. 또한 우리 팀은 사려 깊은 새 기능들을 디자인하는 데 최적화되어 있다.
노션 팀 일러스트 ©Notion
현재 팀원이 23명이라고? 이용자 수에 비해 팀 규모가 매우 작다. 매일 엄청난 양의 피드백이 쏟아질 텐데, 그 인원으로 감당이 되나?

그동안 커뮤니티 지원에 가장 많은 투자를 해왔다. 고객층이 넓어져도 고객 서비스의 만족도를 계속해서 높이 유지하기 위해서였다. 우리는 더 적은 팀원으로도 성공적인 SaaS 기업을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모비딕》은 허먼 멜빌 한 사람이 썼다. 여러 명이 함께 작업했다면 오히려 더 오랜 시간이 걸렸을 것이다. 소프트웨어도 마찬가지다.

조직 문화는 어떠한가?

우리는 디자인 중심의 조직이다. 우리가 제공하는 모든 것에 대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다. 또한 의사소통에 소비하는 시간을 최소화하고 실행 속도를 최대화하기 위해 팀을 린(lean)하게 유지하려 한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있는 노션 사무실 ©Notion
팀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팀원 모두가 예술과 음악, 디자인에 다양한 관심을 갖고 있다. 일상 업무에 영감을 주는 창조적인 분야에 믿기 어려울 정도로 지적인 호기심이 많다. 낮에는 소프트 재즈를 틀어 놓고 일하는 조용하고 집중력 있는 팀이지만, 재미있는 사람들이기도 하다. 매일 함께 점심을 먹고, 때로 커피와 과일을 부려 놓고 함께 영화를 보며 밤을 보내기도 한다. 골든두들(골든 레트리버와 푸들의 믹스 품종) 몇 마리와 함께 생활하고 있다.

요즘 팀 전체가 가장 집중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기업 고객의 요구를 제대로 만족시키고 있는지에 집중하고 있다. 지식 관리와 프로젝트 관리는 물론이고 오프라인 작업과 성과에 있어서도 최고의 솔루션이 되고 싶다. 이런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능들을 준비하고 있다.

노션을 보면 드롭박스나 슬랙처럼 크게 성공한 소프트웨어 회사들의 초기 모습이 떠오른다.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놓쳤던 부분이나 미처 몰랐던 부분이 있다면 알려 달라. 한국의 스타트업들에게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우리는 많은 것들을 알지 못했다. 이용자들이 왜 그런 방식으로 반응하는지, 우리에게 무엇을 원하는지, 무엇이 이용자의 마음을 움직이게 하는지, 어떻게 해야 얼리어답터와 최신 기술에 정통한 이용자들 너머 일반 이용자들에게까지 닿을 수 있는지 알지 못했다. 그래서 우리는 신속하게 실험하고 가능한 한 모든 것을 다 해보고 있다. 이용자에 대해 배우고, 해답을 더 빨리 얻기 위해서다. 이용자에 대한 초자연적인 직관을 가지고 하는 일이 아니다.

 

놀랄 만큼 높은 기준의 디자인


디자이너가 창업하는 사례가 흔하지는 않다. 디자이너로서의 정체성이 비즈니스에 어떤 도움이 됐나?

디자인이 기업을 주도하는 경우가 점점 늘고 있다. 에어비앤비가 대표적이다. 나는 디자이너로서의 내 정체성이 꽤 설득력 있는 방법으로 기존의 제품들과 외관상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작동하는 제품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노션의 디자인 원칙은 무엇인가?

놀랄 만큼 높은 기준을 세우는 것이다. 밖으로 내보내는 모든 것에 이 기준을 적용한다. 사용자가 원하는 모든 작업들에서 가장 우아하고 직관적인 솔루션과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한다.

노션은 다른 제품들에 비해 디자인이 탁월하다. 특별한 비결이나 작업 방식이 있다면.

완벽한 디자인이란 없다. 결국 모든 작업에 있어서 변화를 만드는 데 투입되는 시간과 에너지로 귀결된다. 특정 문제에 가장 좋은 해법을 찾기 위해서는 해법의 순열(과거 버전을 조금씩 바꿔 가며 누적하여 발전하는 방식)을 많이 만들어야 한다. 또한 우리는 독특하고 주목할 만한 일을 해낸 경력이 있는 매우 재능 있는 사람들을 고용한다. 그리고 그들에게 표준 밖의 질문들에 대한 답을 찾으라고 요구한다.
노션 1.0 개발 당시의 디자인 작업 캔버스. 프로젝트마다 작업 이력을 남겨 뒀다. 과거 작업 내역이 순열 구조로 배치되어 있어 디자인 발전 과정이 한눈에 들어온다. 최초의 문제의식을 잊지 않고 고민의 흐름을 파악할 수 있다. 순열이 길수록 그만큼 많은 보완 작업을 거친 것이다. ©Figma
표준 밖의 질문이란 무엇인가?

다른 사람들이 이미 해놓은 것을 카피하고 수정하는 방식으로 접근하는 것이 아니라, 한 걸음 물러서서 근본적인 해결책을 찾는 것이다. 제1원리 사고법[4]을 이용해야 한다.

UX에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어디인가?

만들고, 공유하고, 협업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 핵심 기능을 직관적이고 단순하고 즐겁게 만드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UX가 탁월하다고 생각하는 다른 제품이나 서비스가 있다면.

우리 팀은 디자인 도구 피그마(Figma)의 열렬한 팬이다. 피그마는 디자인 프로세스가 협력적으로 이뤄지도록 고안되었는데, 그 점이 정말 좋다. 노션을 만드는 데 필수적인 프로그램이다.
노션 일러스트 ©Notion
디자인 톤이 정적이다. 흰색과 검은색 위주로 사용해서, 언뜻 보면 동양화 같기도 하다. 

우리는 우리 브랜드가 우아한 미니멀리즘을 넌지시 풍기는 것을 좋아하지만, 제품 자체에서 느껴지는 친근하고 따스한 분위기도 좋아한다. 우리 일러스트레이션은 이런 기조에서 그려졌다.

일러스트에서 일본풍이 느껴진다. 교토 생활과 관련이 있는 것인가?

하하. 글쎄, 잘 모르겠다. 꼭 그렇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교토에서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으리라 생각한다.

노션은 디자인 회사인가, 기술 회사인가?

둘 다. 우리는 디자인이 주도하고 있기는 하지만, 세상 어디에도 없는 기술을 만들고 있는 유일무이한 회사다. 지금 다른 어떤 회사도 올인원의 관점에서 생산성에 접근하고 있지 않다.

 

생각하고 창조하고 즐길 수 있는 도구


최근 투자를 받았지만 한동안 투자를 마다하는 스타트업으로 유명세를 탔다. 더 많은 투자를 받아야 더 빨리 성장하는 것 아닌가? 기존 스타트업들의 성공 방식과는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알다시피 얼마 전 우리는 8000만 달러의 기업 가치를 평가받고 1000만 달러의 자금을 유치했다. 한동안 수익성이 있었기 때문에 굳이 투자를 받을 필요가 없었다. 수익이 빠르게 늘어서 원하는 만큼 빠르게 성장해 왔다.

현재 노션의 모습은 최초의 구상과 얼마나 비슷한가?

나는 항상 코딩 기술이 없는 사람들이 컴퓨팅 능력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비전을 가지고 있었다. 그런 점에서 보자면 최초 구상과 지금 모습이 별로 다르지 않은 것 같다.

노션의 궁극적인 목표는 무엇인가? 구글 문서나 드롭박스, 에버노트를 대체하는 것인가?

우리는 다른 무언가를 대체하려는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무수히 많은 탭과 앱을 거치지 않고도 그들의 가장 중요한 작업과 과제를 성취할 수 있는 올인원 작업 공간을 제공하고자 한다. 사람들이 명백하게 생각하고, 창조적으로 사고하고, 동시에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고 싶다. 현재는 극소수의 사람들만 소프트웨어를 만들고 수정할 수 있다. 더 많은 사람들이 각자 필요한 소프트웨어를 직접 만들고 쓸 수 있어야 한다.

노션을 팀 업무 공유나 협업 툴로 개발했지만, 일기 쓰기나 일정 관리 등 개인적인 용도로 사용하는 사람도 많다. 개발 의도대로 사용하지 않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제품에 뚜렷한 의도는 없다. 사람들이 사용하고 싶은 대로 사용되기를 바랄 뿐이다. 그래서 노션이 유연하다고 하는 것이다. 종이에 간편하게 글을 쓰듯 노션을 사용할 수도 있고, 정교한 관계형 데이터베이스(자료들이 다중 연결된 데이터베이스)처럼 복잡하게 사용할 수도 있다. 어떤 경우도 잘못된 것은 없다.

올해 계획을 알려 달라.

제품 측면에서는 대기업을 위한 기능들을 추가하기 위해 작업을 하고 있다. 마케팅 측면에서는 얼리어답터를 넘어 일반 대중이 우리 제품에 매료될 수 있도록 이용자 교육을 실시할 계획이다.

마지막으로 한국의 이용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면. 한국에는 노션의 팬이 정말 많다.

한국에서 보내 주는 성원에 정말, 완전히 흥분하고 있다. 와우! 솔직히 날마다 어안이 벙벙할 지경이다. 한국 이용자들을 위해 더 많은 일을 하고 싶다. 피드백도 늘 열려 있다. 응원해 줘서 정말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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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Software as a Service의 약자로 서비스로서의 소프트웨어를 의미한다. 소프트웨어가 담긴 디스크나 CD를 구입하지 않고 클라우드를 통해 필요한 기능과 수량, 기간만큼 빌려 쓰는 방식이다. MS 오피스 패키지(과거의 소프트웨어 구매 방식)와 구글 문서(클라우드를 통해 이용하는 방식)를 비교하면 이해가 쉽다.
[4]
제1원리 사고법(first principles thinking)은 일론 머스크의 사고법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문제의 원인을 근본부터 들여다보는 사고방식이다. 많은 사람들이 로켓 개발은 너무 많은 돈이 들어서 민간 기업이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일론 머스크는 앞선 사례(기존 틀)에 갇히지 않고 문제의 근원부터 되짚는 방식으로 사고했다. 로켓이 비싼 이유를 분석한 뒤, 한 번 쓰고 버리는 로켓을 재활용해 원가를 줄이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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