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의 미래
완결

혼돈의 끝은 어디인가?

홍콩은 여전히 중국에 중요하다

지난 9주 동안 홍콩을 뒤흔든 거대한 반정부 시위는 끝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8월 5일에는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시위대가 반세기 최초의 총파업을 벌였다. 파업으로 대중 교통 체계 일부가 마비되었다. 은행과 광고 회사를 비롯한 많은 기업들이 문을 닫거나, 직원들에게 재택 근무를 권고했다.

거리로 나오는 시위대의 규모는 줄어들었다. 대체로 평화적이었던 지난 6월 16일 행진에는 200만 명 정도가 참여했지만, 6월 16일 총파업에 동참한 인원은 35만 명으로 추산된다. 검은 옷을 입은 시위대는 전략을 바꿔 폭력을 사용하면서 엄중한 단속을 천명한 경찰력에 도전하고 있다. 전술이 변화하면서 목표도 바뀌었다. 홍콩의 범죄 용의자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법안에 대한 반대로 촉발된 시위는 이제 홍콩 정부에 대한 대중적인 저항이 되었다. 그리고 거리에 선 이들 중 일부는 중국의 지배 체제 자체에 반대하고 있다.

중국과, 국제 사회, 특히 미국이 이 위기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따라 아시아의 독보적 금융 중심지, 홍콩의 미래는 달라질 것이다. 분명한 것은 시위가 평화적으로 진행되더라도, 홍콩은 우리가 알던 예전의 그 모습으로는 돌아갈 수 없다는 것이다. 홍콩이 중국으로 이양된 1997년 이후 강조되었던 ‘경제 도시’의 개념은 영원히 사라져 버렸는지도 모른다. 영국 식민지 시대에 출발해 중국 반환 이후에도 이어져 온 이 개념은 정치의 영향이 크지 않은 환경에서 전문성과 객관성을 갖춘 엘리트들이 만드는 도시를 상정하고 있다. 그러나 지금 홍콩은 정치에 완전히 장악되어 있다.

 

격렬한 장외 전투


중국 당국과 공산당 기관지는 서구의 “검은 손”을 시위의 배후로 지목한다. 지난 7월 21일 시위대가 홍콩의 중국 중앙 정부 파견 기관인 인민 정부 홍콩 특별 행정구 주재 연락 판공실의 국가 휘장을 훼손한 이후로 본토의 발언 수위는 더 높아졌다. 7월 말에는 좀처럼 전면에 나서지 않는 홍콩 주둔 인민 해방군(PLA)의 천다오샹(陳道祥) 사령관이 불안한 정국을 “도저히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중국의 지도자인 시진핑 주석이 요구한다면 언제든지 인민 해방군이 지역의 질서를 회복하기 위해 개입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발언이었다. 홍콩 주둔 인민 해방군은 또 기관총으로 시위대 모형을 진압하는 영상을 공개했다. 이 영상이 담고 있는 메시지는 명확하다.

홍콩과 세계 각국은 중국이 “일국양제(一國兩制)”라는 원칙을 바탕으로 “고도의 자치권”을 약속했던 지역에 중국의 치안 당국을 투입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궁지에 몰린 캐리 람(林鄭月娥) 홍콩 행정 장관은 2주 만에 공개 석상에 모습을 드러낸 8월 5일 기자 회견에서 아시아의 금융 허브인 홍콩이 “매우 심각한 위협에 내몰려 있다”고 말했다. 이튿날에는 베이징의 국무원 홍콩·마카오 사무 판공실 대변인이 이례적으로 기자 회견을 열었다. 대변인은 람 행정 장관에 대한 중국 정부의 신뢰를 확인하면서도, 홍콩의 “충격적인” 시위는 합법적인 집회의 자유라는 선을 넘어섰으며, 홍콩을 “위험한 심연”으로 밀어 넣고 있다고 경고했다.
(상단) 빅 브라더보다 더 큰 브라더/ 중국 본토 대비 홍콩의 비중(%)/ 명목 GDP/ 항만 컨테이너 처리량/ 출처: IMF, 유엔 무역 개발 협의회(UNCTAD)/ *2019년은 예상 수치/ (하단) 홍콩의 항구와 터미널 지도
중국은 더 이상 홍콩의 경제적 혜택에 직접 의존하지는 않는다. 과거에는 홍콩에서 사업을 하는 외국계 기업들의 경영 전문성, 홍콩항을 통한 세계 시장 접근성은 중요한 문제였다. 1997년 이양 당시 홍콩의 경제 규모는 중국의 5분의 1에 육박했다. 현재 홍콩의 경제 규모는 중국의 3퍼센트에 불과하다. 중국 본토의 상품을 실어 나르는 관문 역할도 예전 같지 않다(표와 그림 참조).

홍콩의 경제 구조는 지난 20년간 거의 변하지 않았다. 무역, 물류, 금융 부문이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현재 19퍼센트로 20년 전의 22퍼센트와 거의 비슷하다. 홍콩의 오래된 가족 경영 재벌들의 사업 분야는 여전히 부동산 개발과 항만 운영, 공공 사업, 슈퍼마켓 체인에 집중되어 있다. 반면 건너편의 선전(深圳)은 화웨이, 텐센트, ZTE 같은 거대 테크 기업들이 자리 잡은 신흥 경제 허브로 부상했다.

 

오래된 길은 빠르게 낡아 가고[1]


그러나 중국에게 홍콩은 여전히 중요한 지역이다. 세계 무대에서 더욱 커지고 있는 중국의 위상을 보여 주는 전시장 역할 때문만은 아니다. 중국 본토의 전제 정치 체제가 강화될수록, 홍콩의 상업적 효용은 더 커진다. 중국이 금융과 사법 제도를 개혁했더라면 홍콩은 중국의 글로벌 비즈니스와 무관한 지역이 되었을 것이다. 현실은 정반대였다. 중국은 급성장했고, 세계화했지만, 개방하지는 않았다.

그 결과 홍콩의 경제는 중국에 지나치게 유용해졌다. 홍콩은 서양 시장에 막힘없이 접근할 수 있는 국제법상의 지위를 보유하고 있다. 높은 신용도, 낮은 수준으로 측정되는 은행의 거래 상대방 위험 노출액, 달러 결제 능력, 세계 무역 기구(WTO) 개별 회원국 지위, 미국, 유럽, 일본과 “동등한” 주식 시장 지위, 신용 평가 기관들의 “선진” 주식 시장이라는 평가, 다른 나라 증시 감독 기관들과 맺고 있는 상호 협정까지, 홍콩의 지위는 다방면에 걸쳐 있다.

홍콩에 기장된 국제 은행 대출은 지난 10년 동안 대략 두 배 증가했다. 대부분은 중국의 기업들이 홍콩을 통해서 달러화를 빌려 간 것이었다. 홍콩 증시는 현재 세계에서 네 번째로 큰 규모다. 도쿄 증시보다는 작지만 런던 증시보다는 크다(표 참조). 홍콩 증시에서 조성된 자본의 약 70퍼센트는 중국 기업들을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투자 대상은 중국 국영 기업들에서 텐센트, 메이퇀, 샤오미 같은 테크 기업들로 옮겨가고 있다. 이들 기업은 중국 본토에 상장하지 않는 전략을 선택했다. 중국 주식 시장이 미성숙한 데다 서양의 투자자들에게 폐쇄적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이커머스 거대 기업인 알리바바도 홍콩 상장을 준비하고 있다(알리바바는 현재 뉴욕 증시에만 상장되어 있다).

중국의 외국인 직접 투자(FDI) 대부분은 홍콩을 통해 흘러들어 간다. 홍콩에서 발행된 주식은 지난 10년 동안 거의 두 배가 증가한 2조 달러에 이르고 있다. 중국 본토로 들어가는 FDI 총액에서 홍콩이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높은 수치인 60퍼센트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중국으로 들어가고 나오는 다국적 자금의 규모가 치솟긴 했어도, 대부분의 기업들은 여전히 홍콩 소인이 찍힌 자금을 선호한다.

한편, 홍콩에 지역 본부를 둔 다국적 기업의 수는 1997년 이후로 3분의 2가량 증가해 현재 약 1500개에 이른다. 세계 최대의 생명 보험사인 AIA는 중국이 아닌 홍콩에 본사를 두고 있다. 아시아에 거대 사업부를 두고 있는 글로벌 기업 푸르덴셜도 홍콩으로 본사를 옮기려 하고 있다.
여전히 황금알을 낳는 거위/ (왼쪽) 주식 시장 가치/ 2019년 8월 8일 현재(단위: 조 달러)/ (오른쪽) 수치로 보는 홍콩/ 중국 본토 주식 시장 가치/ 홍콩 주식 시장 가치/ 홍콩 은행들의 총대출액/ 미국 달러화 및 외국환 예금액 (단위 10억 달러)/ 홍콩에 지역 본부를 둔 다국적 기업의 수*/ *중국 기업 제외/ 출처: 블룸버그, 세계 거래소 연맹(WFE), 홍콩 정부 통계 자료, 상하이 선전 주식 시장
홍콩의 혼돈이 어떻게 수습되느냐는 홍콩 주민들만의 문제가 아니다. 이미 다국적 기업들의 이사회는 본사를 싱가포르로 옮기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사실 홍콩에는 애초부터 약점이 있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과 같은 미국의 주요 테크 기업들은 이미 지역 본부를 싱가포르에 두고 있다. 사이버 보안에 대한 우려 때문으로 보인다. 한 바이오테크 스타트업의 임원은 회사가 자금을 홍콩 외부로 이전하고 있으며, 홍콩이 아닌 미국 증시 상장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중국은 홍콩의 시위를 가볍게 다루지 않을 것이다. 중국 정부는 평판 리스크와는 별개로, 홍콩의 경제적인 중요성과 자국 거대 기업들의 의존도가 얼마나 큰지를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그들은 현재의 정국이 공산당 권력에 대한 위협으로 발전해 나갈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다. 중국이 예상하는 한 가지 가능성은 미국이 홍콩의 상황을 이용하는 것이다.

무역, IT 기술, 아시아에서의 주도권을 두고 이미 중국과 엄청난 힘겨루기를 하고 있는 미국 정부는 홍콩 사태에 점점 더 깊은 관심을 보이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홍콩 시위를 “폭동”이라고 부르며 베이징과 유사한 발언을 했지만,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 강경파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들 중 다수는 이번 시위가 홍콩의 자치권을 약화시키려는 중국의 시도에 대한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온 결과라고 보고 있다.

백악관의 한 고위 관료는 공산당의 강경한 대응에 대해 “홍콩에는 비극이 될 것이고, 중국에는 악재가 될 것이며, 자유 세계와의 단절을 시도하는 이례적인 움직임이자, 마오쩌둥(毛澤東)의 암흑기로 회귀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료는 홍콩의 현 상황을 “냉전 시기의 서베를린”에 비유한다. “일국양제”가 생각보다 이른 시기에 절명의 위기를 맞았다는 것이다.

 

지금 현재인 것은, 훗날엔 과거가 되겠지[2]


중국은 미국이 1992년에 제정한 미국-홍콩 정책법(US-Hong Kong Policy Act)이라는 가공할 무기를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이 법은 홍콩을 법적, 경제적으로 중국과 별개의 지위에서 개방 경제하의 모든 권리를 갖춘 독립체로 인식하고 있다. 중국 군대가 개입하면 미 행정부는 홍콩이 법률을 위반했다고 선언할 것이다. 그러나 이는 미국이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선택할 수 있는 극단적인 전략이다.

한편, 마코 루비오(Marco Rubio) 상원의원을 필두로 한 미국 상원은 홍콩의 수출 관리 시스템을 시험해 볼 수 있는 규제안을 논의하고 있다. 상원은 시위에 참가한 사람들이 미국 비자를 신청할 때 체포 이력으로 인해 거부당하지 않도록 하면서도, 중국 기업들은 피해 갈 수 없는 규제안을 구상하고 있다.

중국 군대가 개입하더라도, 탱크와 기관총을 앞세운 방식은 아닐 수 있다. 군대의 파견은 홍콩 식민지 시대 이후의 헌법이라고 할 수 있는 기본법과 중국의 법률인 주둔군법이 규정한 절차에 따라 결정된다. 이 법률들에 따르면 홍콩은 공공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중앙 정부에 인민 해방군 주둔군의 도움을 요청할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홍콩의 경찰을 지원하는 제한된 규모의 병력만 파견할 수 있다. 1989년 천안문에서 벌어진 우발적인 폭력 행위의 가능성은 거의 없다. 현재의 인민 해방군은 당시보다 더 잘 훈련되어 있다. 홍콩 주둔군은 홍콩 경찰과 유사한 군중 통제 기술을 오래전부터 교육해 왔다. 하지만 람 행정 장관의 한 자문 위원은 그런 사태를 예방하는 것이 홍콩 정부의 “최우선 원칙”이라고 말한다. 인민 해방군의 투입은 모두가 “원치 않는” 상황이다. “자기 집 단속도 하지 못하는” 홍콩의 무력함을 드러내는 일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람 행정부는 대중의 호응이 줄면 시위의 열기도 식을 것으로 기대할 것이다. 시위 초기에는 부모들이 아이들과 함께 행진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점점 더 많은 홍콩 시민들이 높아지는 폭력 수위를 우려하고 있다. 시위와 안전 문제는 홍콩 시민들의 일상 대화에서 최대의 화두가 되었다. 청소년이나 대학생 자녀를 둔 부모들은 아이들에게 용돈을 주지 않고 있다. 시위에 나가더라도 돈이 떨어지고 배가 고프면 집으로 돌아올 거라는 생각에서다. 많은 이들이 9월 초에 시작되는 새 학기를 기다리며, 시위대의 젊은이들이 학업에 복귀하기를 바라고 있다.

하지만 학생들만 홍콩 정부에 비판적인 것은 아니다. 심지어 과거 정부의 충실한 지지자였던 집단도 생각을 바꾸고 있다. 이번 주, 홍콩의 많은 기업들은 직원들에게 총파업 참가에 따른 불이익은 없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최근의 폭력적 양상에 대해서는 금융 중심지 홍콩의 입지를 위협한다는 비난의 목소리가 있기는 하지만, 홍콩 최대 경제 단체인 홍콩 총상회는 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한 필수적인 단계로서 독립적인 조사가 필요하다는 시위대의 요구를 지지했다. 홍콩 재계의 관행을 감안하면 대담한 조처였다. 일부 단체와 민간 기업들은 중국 본토의 분노한 네티즌들의 타깃이 될 위험을 무릅쓰고, (소속 직원들도 포함되어 있는) 시위대의 평화적인 염원을 조용히 지지하고 있다.

홍콩 재계의 다수와 공산당을 지지하는 재계 인사 일부는 시위를 촉발한 범죄인 인도 법안이 중국과의 사업에서 불확실성 리스크를 일으키고 있다고 지적한다. 홍콩의 경제가 급속도로 중국에 통합되어 가고 있다는 점을 인식한 젊은 시위대의 불만에 동조하는 시각이다. 청년 세대의 불만에 공감하는 정치인들은 공공 주택 사업 등 청년을 위한 경제 정책을 추진하고 있지만, 시위라는 민주 시민의 권리는 인정하지 않고 있다.

8월은 치열하고도 중요한 시기가 될 전망이다. 현재 베이징은 어떠한 직접적 개입 가능성에도 선을 긋고 있다. 중국 정부는 람 행정 장관이라는 불안한 권력의 뒤에 숨어서 경찰과 사법 당국에 엄정한 태도를 주문하고, 분리주의 동향을 주시하고 있다. 8월 7일에는 중국 정치 기구인 전국 인민 대표 대회와 중국 인민 정치 협상 회의의 홍콩 대표들이 선전으로 소환되어 중앙의 메시지를 직접 들어야 했다.

시진핑 주석에게는 더 엄격한 통제와 강력한 메시지로 홍콩의 질서를 바로잡아야 할 급박한 사정이 있다. 그는 오는 10월 1일 공산당 집권 70주년을 맞아 중국 전역의 국경절 기념식을 주재할 예정이다. 시진핑이 주장하는 “새로운” 중국의 탄생이라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자리다. 기념식을 순탄하게 치르기 위해 중국 전역의 경비를 강화하고, 반대 의견은 평소보다 더 강하게 억누르고 있다.
하지만 중국 정부가 홍콩의 불안한 정국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시도한 강경책은 일시적인 목표를 달성했을 뿐, 장기적으로는 실패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2014년 민주주의를 요구하는 우산 시위대를 해산시켰고, 대의 정치의 범위를 더 제한했다. 이런 시도는 급진적인 시위 세대를 낳았다. 홍콩 정치가 점점 더 “본국화”되는 움직임은 평범한 홍콩 시민들 사이에서 냉소주의와 무력감을 키웠을 뿐이다. 한때는 존재감이 거의 없었던 본국 연락 판공실은 이제 홍콩에서 가장 큰 출판사를 소유하고 있으며, 애국적인 사업가들에게 자금을 빌려주고, 중국이 선택한 행정 장관에 힘을 실어 주고, 입법회와 구의회 선거에서 공산당이 선호하는 후보자들을 지지하고 있다. 현재 연락 판공실은 충직한 공무원들을 다양한 직업군의 주도적인 위치에 밀어 넣고 있다.

희망적인 시나리오도 남아 있다. 람 행정 장관의 자문위원 한 사람은 거리가 평온해진다면 홍콩 정부가 5년 전 처음 제안했던 일련의 정치 개혁안을 다시 한번 제출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개혁안에는 보통 선거로 행정 장관을 선출하는 방안도 포함되어 있다. 2015년 입법회 내의 민주 세력들은 해당 개혁안을 거부했다. 사실상 당에서 승인한 후보만 출마할 수 있었던 것이 이유 중 하나였다. 개혁 법안을 지지하는 안손 찬(陳方安生) 전 정무 사장은 선거 실시 일정에 대한 동의만 이뤄진다면, 이번에는 법안이 통과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람 행정 장관은 개혁 법안을 고려할 수밖에 없다. 그녀가 직면한 정통성의 위기는 결국 홍콩 시민들이 직접 선출한 지도자가 아니라는 사실에서 출발한다. 선출되지 않은 전임자들도 모두 실패한 채로 임기를 마감했다.

민주 세력 일부는 성급한 시위대에게 전략을 재고할 것을 촉구하고 있다. 그들은 경찰서를 습격하는 것은 중국 당국의 손에 놀아나는 일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머지않아 더 중요한 격전의 장이 펼쳐질 것이기 때문이다. 오는 11월 홍콩 구의회 선거다. 평소였다면 선거의 쟁점은 쓰레기 수거나 버스 노선이었겠지만, 현재와 같은 상황에서 이번 선거는 정치적 가치에 대한 일종의 국민 투표가 될 것이다. 변호사이자 칼럼니스트인 케빈 얌(任建峰)은 만약 민주 세력이 거리에서 돌아와 선거 캠프를 꾸리지 않는다면 기득권 옹호 세력이 선거를 휩쓸 것이라고 경고한다. 기득권 세력은 주로 홍콩 외곽의 신제(新界) 지역에 지지 기반을 갖추고, 중앙 연락 사무소에서 자금 지원을 받고 있다. 얌 변호사는 만약 그들이 이기게 된다면 이렇게 말할 것이라고 예상한다. “당신들이 아닌 우리가 침묵하는 다수다.”

폭력이 지속된다면 평화적인 주장과 반론의 장은 완전히 차단될 것이다. 최선의 경우라고 해도, 홍콩의 사회 구조는 오랫동안 분열될 것이고, 경제는 끊임없이 쇠퇴하는 길을 걸을 것이다. 최악의 경우, 무장한 폭동 진압 차량들이 홍콩의 주둔군 영내를 빠져나올 수 있다. 이는 우리가 오랜 기간 꿈꿔 왔던 홍콩의 종말을 의미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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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권력 #민주주의 #시민 #선거 #중국 #홍콩 #이코노미스트
[1]
밥 딜런(Bob Dylan)의 노래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의 한 구절이다.
[2]
밥 딜런(Bob Dylan)의 노래 〈The Times They Are A-Changin’〉의 한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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