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물건이 컴퓨터가 된다면
2화

유비쿼터스 컴퓨팅

가격이 떨어지면서 새로운 혁명이 시작되고 있다

사물인터넷(IoT)라는 명칭은 그 거대한 아이디어에는 어울리지 않는 이름이다. 컴퓨터 혁명이 이미 엄청난 변화를 일으켰는데도 불구하고, 사물인터넷은 이제 겨우 시작에 불과하다고 말한다. 컴퓨터의 첫 번째 챕터는 제2차 세계 대전의 여파 속에서 많은 정부와 대기업들이 컴퓨터를 도입하면서 막을 열었다. 두 번째 챕터는 데스크톱 컴퓨터와 노트북 컴퓨터, 보다 최근에는 스마트폰 등의 제품이 일반인들에게 보급되면서 본격화했다. 세 번째 챕터는 공장과 칫솔, 심박 조율기와 벌집에 이르는 컴퓨터가 아닌 모든 종류의 사물들이 컴퓨터화하면서 이익을 창출하고, 문제를 일으키는 단계다.

컴퓨터의 마법은 생물학적 두뇌의 전유물이었던 계산하고, 정보를 처리하고, 결정하는 능력을 기계에 부여한다는 것이다. 사물인터넷은 이러한 마법을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세계를 예견하고 있다. 셀 수 없이 많은 작은 칩들이 건물, 도시, 의류, 인간의 몸에 들어가면서 인터넷으로 연결될 것이다.

가까이에서 보면, 새로운 기술의 결과는 일상의 편익이 끊임없이 이어지는 흐름으로 나타날 것이다. 일부는 편리함이라는 장점을 가져올 것이다. 마이크로칩이 들어 있는 의류들은 세탁기에게 올바른 세척 방법을 알려 줄 수 있을 것이다. 스마트 교통 시스템은 신호 대기 시간을 줄여서 도시 전반의 차량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 것이다. 이러한 개선의 일부는 경제 성장의 주요 동력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것이다. 예를 들어, 공장의 로봇들이 제공하는 데이터들은 로봇의 고장을 예측하는 알고리즘을 만들어 고장이 발생하지 않도록 유지 보수 계획을 수립하게 해줄 것이다. 가축에 내장된 센서들은 질병의 초기 증상을 감지하고, 먹이 공급을 세밀하게 관리하는 데에 활용된다. 총체적으로는 이러한 편익들이 쌓이면 근본적인 변화를 일으킬 것이다. 방대한 양의 데이터를 수집하고 처리할 수 있는 컴퓨터화된 세상은 이전까지 직감적이고 부정확했던 모든 사안들을 수치화해서 분석할 수 있게 만든다.

애널리스트 기관인 CCS 인사이트의 마틴 가너(Martin Garner)는 세계를 바꾼 또 다른 혁신들과 사물인터넷을 비교해 보라고 말한다. 지난 세기 동안 전기는 최소한 선진국의 소비자들과 산업계에는 중요하면서도 보편적으로 유용한 재화인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는 수단이었다. 전기를 통해 이들은 언제 어디서나 에너지에 접근할 수 있었다. 전기가 에너지 접근성을 부여했던 것처럼, 사물인터넷은 정보 접근성을 목표로 삼고 있다.

 

인수인계


그러한 야심찬 포부에 걸맞게, 사물인터넷의 전령사들은 엄청난 단위의 숫자들을 선호한다. 경영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Bain & Company)는 이 분야에 소요되는 자금의 규모가 2021년까지 모두 5200억 달러(619조 320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한다. 또 다른 경영 컨설팅 기업인 맥킨지(McKinsey)는 그 미래에 한층 더 들떠 있다. 맥킨지는 사물인터넷의 경제적 영향력이 2025년까지 매년 11조 1000억 달러(1경 3220조 1000억 원)에 달할 수 있다고 전망한다. 사물인터넷에 사용되는 저전력 칩 분야에 특화된 제조 기업인 암(Arm)은 2035년에는 저전력 칩의 수가 1조 개에 달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컴퓨터화되어 네트워크에 연결된 간단한 기기들의 수가 기기를 통제하는 사람의 수보다 100배나 더 많아진다는 의미다.

대부분의 미래와 마찬가지로, 수많은 사물인터넷은 이미 현존하고 있다. 다만 (아직) 균등하게 확산되어 있지 않을 뿐이다. 다른 사물 안에 컴퓨터를 집어넣는다는 아이디어는 새로운 것이 아니다. 핵미사일, 제트 전투기, 그리고 달까지 우주인들을 데리고 갔던 수십억 달러에 달하는 우주 비행선이 초기의 형태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는 처음에는 어마어마하게 값비싼 물건이었다. 하지만 비용은 꾸준히, 그리고 빠르게 하락해 왔다. 현재 컴퓨터를 사용하는 데 드는 비용은 첫 번째 마이크로프로세서가 상용화되었던 1970년대와 비교하면 약 1억분의 1 수준이다.(표 참조) 컴퓨터과학자인 존 맥컬럼(John McCallum)이 수집한 자료에 의하면, 1956년에는 1메가바이트 데이터 저장 장치의 가격은 대략 9200달러(현재 물가로 환산하면 8만 5000달러)였다. 지금은 0.00002달러밖에 되지 않는다.
감소와 하락/컴퓨터의 비용(명목 가격)과 속도/ 세로축의 단위: 로그 스케일 - 척도가 로그(log)여서, 한 칸 위로 올라갈 때마다 10배씩 증가하게 되어 있다/ 디스크 드라이브 가격(파란색)/ 1메가바이트(MB) 당 달러/ 트랜지스터 평균 가격(하늘색)/ 1968년 가격을 100으로 설정/ 인터넷 연결 속도(빨간색)/ 1메가비트(Mb) 전송 시간(초)/ 출처: 존 맥컬럼, 고든 무어, 린리그룹, 닐슨노먼그룹, 이코노미스트
운영 비용도 줄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조너선 쿠미(Jonathan Koomey)에 따르면 1킬로와트시(kWh)의 에너지를 이용해서 처리할 수 있 데이터의 양은 1950년부터 2010년 사이에 대략 1000억 배 증가했다. 현재 쓰이는 배터리 전력 기반의 저렴한 칩 성능이 1970년대의 슈퍼컴퓨터들보다도 더 뛰어나다는 의미다. 컴퓨터가 세상을 인식하는 과정에서 투입되는 비용 역시 떨어졌다. 소형 카메라, 자이로스코프와 가속도계까지 모든 것을 갖춘 스마트폰 덕분에, 소형 센서의 가격도 하락하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사물인터넷에 사용되는 센서의 평균 가격이 2004년 1.30달러에서 2014년 0.60달러로 떨어졌다고 말한다.

지난 수십 년 동안 이러한 추세는 비행기와 자동차를 바꿔 놓았다. 지금의 비행기와 자동차는 날개와 바퀴가 있는 컴퓨터 네트워크가 되었다. 컴퓨터의 영향은 이제 세탁기, 화재 경보기, 온도 조절 장치, 그리고 인간의 신체에 이식되는 의료용 장비들로 확산되고 있다. 인간이 컴퓨터의 도움을 받아 달에 착륙한 지 50년이 지난 2019년 7월, 미국 기업 팸퍼스(Pampers)는 일회용 기저귀에 부착할 수 있는 센서 루미(Lumi)를 선보였다. 이 센서는 아기의 수면 패턴을 모니터링하고, 기저귀를 갈아야 할 때에는 부모의 스마트폰으로 알림을 보내 준다.

1조 개의 저렴한 컴퓨터만 있다고 사물인터넷이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다. 칩들을 서로 연결할 수 있는 방법이 필요하다. 이동 통신을 이용하는 데이터 처리 비용은 컴퓨터에 비하면 크게 감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기술의 발전은 이동 통신 분야의 비용도 줄였다. 1860년에 10단어의 전문을 뉴욕에서 뉴올리언스로 보내는 데 드는 비용은 2.70달러(현재 물가로 84달러)였다. 현재는 초당 메가비트(Mbps)로 속도를 측정하는데, (1메가비트는 10단어 길이의 전문 2700개 정도에 해당한다.) 초당 수십 메가비트의 연결 속도를 한 달에 수십 달러의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원거리 통신의 비용이 저렴해지면서, 통신 기술은 널리 확산되었다. 국제전기통신연합(International Telecommunications Union)의 추산에 따르면, 2018년 현재 세계 인구의 51.2퍼센트가 인터넷에 접속하고 있다. 10년 전의 23.1퍼센트에서 크게 상승한 결과다.

마지막 단계는 1조 개의 컴퓨터 세계가 생산해 내는 모든 데이터를 수집하고 분석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다. 현대 인공지능 기술은 가공되지 않은 다량의 데이터에서 유용한 패턴을 추출할 수 있다. 유비쿼터스 통신이란 비교적 간단한 칩들로 데이터를 수집해서 클라우드를 구성하고 있는 데이터센터의 훨씬 더 강력한 장치로 분석할 수 있다는 의미다.

 

모두 들어오세요


새로운 사업에 대한 유혹, 그리고 기회를 잃게 될 것에 대한 불안에 이끌린 기업들은 사물인터넷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델, 인텔, 화웨이 같은 거대 컴퓨터 기업들은 스마트 공장을 만들 기반 시설, 데이터 수집 센서, 데이터 분석 능력을 제공해 산업계의 컴퓨터화를 돕겠다고 약속한다. 그들은 전통적인 산업계의 기업들과 경쟁하고 협력한다. 독일의 거대 기업 지멘스(Siemens)는 센서부터 사무 자동화까지 모든 분야의 사물인터넷 전문 기업들을 사들이고 있다. 소비재 브랜드들의 경쟁도 치열하다. 세계 최대의 가전 제조사인 월풀은 이미 스마트폰 앱을 이용해서 원격으로 작동시킬 수 있는 스마트 식기 세척기를 선보이고 있다. 이 스마트폰 앱은 식품의 바코드를 스캔하면 오븐을 활용한 조리법을 안내해 주기도 한다.

모든 사물을 컴퓨터화한다는 것은 엄청난 일이다. 실제로 현실이 되려면 수십 년이 걸릴 것이다. 이번 기사는 일종의 가이드 역할과 함께 변화의 의미를 생각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소비자와 산업 분야에 응용되는 것들을 살펴보고, 사물인터넷을 움직이는 새로운 종류의 칩들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자. 칩의 가격은 개당 1센트도 되지 않는다. 칩의 운용에 필요한 에너지는 햇빛이나 주변의 열에서 직접 수집할 수도 있다.

사물인터넷의 어두운 면에 대해서도 살펴보아야 한다. 유비쿼터스 센서의 세계는 유비쿼터스 감시의 세계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기기를 사용하면서 쌓이는 데이터들은 제조 기업으로 전송된다. 공항에서 사무동까지 스마트 빌딩들은 이미 건물 내부를 움직이는 사람들을 실시간으로 추적할 수 있다. 30년간 이어진 해킹과 사이버 공격으로 컴퓨터는 안전한 기계가 아니라는 사실이 드러났다. 그런 기기가 퍼져 나간다는 것은 보안의 불안정성 또한 확산된다는 것이다. 범죄자들은 원격으로, 엄청난 규모로 데이터를 빼낼 수 있다.

특히 새로운 컴퓨터 혁명이 이미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는 곳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사물인터넷을 마주치게 될 장소, 집이다. 우리는 집안을 채우고 있는 가전 제품에서 사물인터넷을 만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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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 #데이터 #AI #라이프 #이코노미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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